대학원 실험실 교수님 정년퇴임식 다녀 오면서, 아주 오래 전 몇 번 가봤던 연주암에서 자운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다시 한번 타야겠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내일 가볼까?' 2월의 마침표로 의미가 있을 듯.
최근에 관악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본 게 2019년 4월에 공대동창회 행사 때였네요.
☞ ya-n-ds.tistory.com/3425 ( Farewell to Apr. 2019 )
최근에는 사당~낙성대 사이 둘레길 돌다가 잠깐 능선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정도였죠.
☞ ya-n-ds.tistory.com/3846 ( 겨울로 한 발짝 더 - '봉천동 마애미륵불상' )
☞ ya-n-ds.tistory.com/3883 ( 웰컴 2021, 어서 오소~ - 관악산 사당능선 국기봉 서쪽/동쪽 )
그러고 보면, 먼 곳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까운 곳은 잘 가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 ㅎ
☞ ya-n-ds.tistory.com/3828 ( 천마산, 원적산 )
☞ ya-n-ds.tistory.com/3833 ( 북한산 백운대 )
☞ ya-n-ds.tistory.com/3842 ( 청계산, 광교산 )
☞ ya-n-ds.tistory.com/3881 ( 청계산 (2) )
☞ ya-n-ds.tistory.com/3925 (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 )
☞ ya-n-ds.tistory.com/3930 ( 계양산 )
# 2월 28일
아침 먹고 배낭 챙겨서 길을 나섭니다. 사당역에서 서울둘레길로. '2021 서울트레일 레이스' 출발점을 알리는 표시가 있네요. 뭐지? 이렇네요. 얼마 전에 둘레길에서 뛰던 사람들, 이를 위해서 연습하는 모양이었네요.
☞ www.seoultrailrace.com/ : Seoul Trail Ratce
골목길에 둘레길 표시 따라 가다보니, 낯선 골목을 지나 관음사 가는 큰 길이 나오네요. 일주문 전에 산으로 가는 샛길이 있어 올라갑니다. 포장길 보다는 흙길이 났죠. 둘레길과 만나서 가다가 내려가는 길에서 둘레길 코스를 벗어나 옆으로 가로지르는 오솔길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티가 나는 길. 길을 막고 있는 쓰러진 나무도 있고. 참호 흔적도 보이고. 길을 더듬어 가다보니 익숙한 길이 나오고 조금 더 가다보니 다시 둘레길과 만나고. 갈림길, 레이스 서울대 코스를 알리는 표시가 있네요.
낙성대 방향 쪽으로 둘레길 따라 걷다가 연주대로 향하는 한적한 길로 올라갑니다. 국기봉 가기 전에 다시 옆길로 빠지고. 좁은길 따라 가다보니 눈에 익은 능선길, 날이 좋아 북한산까지 보이는 서울 풍경. 이끼를 입은 바위 옆 소나무,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풍광, 재미있는 암석들을 보면서 어느덧 마애미륵불좌상이 있는 상봉약수터.
조금 올라가면 바로 사당 능선. 그런데 약수터 끝쪽에 있는 길이 눈길을 끕니다. 그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 봅니다. 산길 맛나는 길 ^^ 여의도쪽 풍경이 들어오고. 작은 샘물에 봄이 떠있습니다. 능선 가기 전 길목을 막고 아래를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참호 흔적. 오늘 샛길에서 많이 많나네요, 숨은 그림 찾기 같습니다 ㅎ 드디어 사당능선 도착, 글자가 많이 희미해진 나무 푯말, 지금 올라온 길리 일반적인 코스가 아님을 알려주네요.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00800233321044 : 서울 둘레길(사당) ~ 상봉약수터 ~ 사당능선
능선길, 여기서부터는 걷기가 수월합니다. 곳곳에 있는 조각 작품 바위들, 야외전시장 같네요. 분재처럼 보이는 바위와 함께 있는 나무. 한 굽이 돌 때마다 저멀리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이 뒤로 물러나고, 청계산의 통신탑, 양재동, 여의도, 그리고 바로 아래 서울대, 낙성대쪽 경치가 펼쳐집니다. 관악산의 통신탑도 나타났다 사라지고. 구름은 두터워지고.
마당바위 넓은 바위와 그 옆에 둥그런 커다란 바위가 대비를 이룹니다. 여기서 많이 쉬어들 가네요.
한 아저씨가, 동료들이 쉬는 동안 근처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습니다. 배낭에 수방사전우회 리본이 달려 있고. 멋지십니다!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00834643317603 : 하마바위, 마당바위
조금더 가니 헬기장, 관악산 송신탑이 훨씬 더 가까워졌습니다. 간식 먹으며 쉬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샛길 쪽에서 올라옵니다. 어디서 올라오는 길이냐고 물어보니 서울대로 이어진 '지맥길'이라고 알려줍니다. 지맥? 한국의 산줄기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나옵니다 - 백두대간, 정맥. 지맥... 원래 여기서 여의도까지 이어진다고 하네요, 물론 개발이 되어 지금은 도로와 주택가를 지나는 곳이 많지만.
인천둘레길, 광교산에서 본 '한남정맥' 안내도 이야기를 했더니, 그것은 속리산까지 이어진다고 알려 줍니다. 북서쪽으로 보이는 계양산, 천마산 위치도 가르쳐 줍니다.
요즘 서울 근교 산들 다닌다고 하니까 소래산 한번 가보라고. 가봐야 할 코스가 두 개가 생겼네요 ㅎ
나무와 바위, 산자락 모습에 취해 걷다 보니 둥그런 기상대도 보이기 시작. 아주 오래전이지만 연주대에서 사당동까지 내려온 적이 있는데, 이쪽에는 낯선 풍경이 가득합니다. 10년도 넘었으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한 거겠죠 ^^;
낙엽이 깔린 숲길이 발걸음을 경쾌하게.
어느덧 관악산 정상의 건물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그 아래 복원중인 관악사터도 보이고. 기와지붕의 선이 아늑하게 다가옵니다.
쓰러진 나무를 타고 아래로 줄지어 내려가는 듯한 버섯 식구들.
연주암, 대웅전 뒤에 있는 탑이 있는 곳은 처음 가보네요. 이곳 경치가 일품입니다. 과천으로 내려가는 케이블카도 보이고.
연주암에서 정상으로 가는 오르내리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계단에서 보이는 연주대가 아름답고 신기합니다. 능선에 올라 연주암으로 가는 길은 사람으로 인산인해, 여기는 길을 늘릴 수도 없고 ^^; 연주대 뒤로 과천, 청계산, 우면산, 인릉산이 들어오네요.
관악산 정상, 표지석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 휴일이라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나오는 갖가지 포즈,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네요 ㅎ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00843349983399 : 헬기장, 연주암, 정상
내려오는 길, 관악산 입구에서 계곡길를 따라 올라오는 길은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차피 자운암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으니까... 처음부터 경사가 있어 밧줄 잡는 코스 ㅋ
이전보다 길이 험해졌다고 느껴지는 건 나이 탓이려나, 아무튼 밧줄이 예전보다 많아 보입니다. 여기저기서 이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는 조금 나이 드신 분들의 소리, 남 얘기 같지 않네요 ^^; 경사가 있는 능선을 타는 거라 어쩔 수 없겠죠.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가다보니 중간중간 확 트인 경치를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죠.
기상대와 그 옆의 바위, 아래로 내려가는 산줄기와 한강 너머 남산과 북한산까지, 기이한 바위들, 서울대 공대 지역과 그 너머 서울 서쪽 풍경... 10~20m 정도의 암벽에서는 크라이밍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초보자들에게 딱 맞는 연습장인 듯.
날씨가 점점 흐려집니다.
길을 잘못들어 자운암이 아니라 서울때 신공학관 끝쪽에서 관악산 입구로 연결되는 곳으로 나왔습니다. 아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길을 찾아 샛길로 우여곡절 끝에 자운암까지. 그런데... 폐허가 되었습니다. 인생무생이랄까? 마애불, 포대화상, 돌탑이 터를 지키고 있네요.
내려오는 길, 산수유가 꽃을 피우려고 합니다.
301동 앞으로 길이 연결. 화장실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카드가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네요.
마을버스 타고 나오는데 노천광장에 들어 앉은 지구를 침공한 듯한 우주선 같은 건물이 낯서네요. 어제보다 기숙사에 짐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낙성대로 가는 길이 많이 막히네요. 그 사이 옛 학교생활을 떠올려봅니다.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00860106648390 : 자운암 코스, 자운암, 서울대
오랜만에 추억에 잠기며 걸었던 길, 언제쯤 다시 올까? 좀 빡세서 엄두 내기가 힘들 듯.
내일은 3월이 시작됩니다. 달력 그림이 봄으로 바뀌었습니다. 3월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일단 삼일절이 월요일이라 기분 좋게 출발하겠네요 ㅎ
☞ ya-n-ds.tistory.com/3948 ( 달력이 또 한 장 넘어갑니다 )
# 3월 20일 (토)
주말, 갈 곳을 정해야죠. 지난 2주 연속 인천 갔으니, 이번에는 관악산으로. 헬리포트에서 만난 분이 가르쳐준 서울대 쪽으로 내려가는 길. 그분 덕분에 소래산 가면서 근처 여러 산들을 가봤죠. '숙제'의 마침표.
☞ ya-n-ds.tistory.com/3953 ( 인천종주길 4,5코스 )
# 3월 21일 (일)
흐리고 서늘한 날씨. 산에 올라가면 더 추울 수도 있겠네요.
밥 먹고 출발, 둘레길 입구, 사랑 밀당하느라 바쁜 새들, 달뜬 지저귐. 따뜻해졌으니 자연의 섭리대로 새끼를 낳고 키워야겠죠. 나뭇가지와 땅은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초록빛으로 재잘거립니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이 촉촉해서 걷기 좋네요.
사유지라고 길을 막아 놓았습니다. 구청에서는 우회하는 길을 표시해 놓았는데, 가림벽 옆으로 사람들의 발자국이 좁은 길을 만들어 놓았네요. 길이 이렇게 생기나 봅니다 ㅎ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소리는 명랑압니다.
진달래도 바위 곁에 다소곳이 피어있고. 길위에 드러난 나무뿌리에서 느껴지는 삶의 역동성, 흐린 날씨에 이끼가 더 진하게 보이고... 비에 젖은 바위, 낙엽, 이끼, 나무가지가 빚어내는 그림들을 감상하며 어느덧 국기봉.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55243681210032 : 둘레길~사당능선(국기봉)
일단 능선에 오르면 길이 편해지죠. 올라오느라 가빴던 숨을 고르며, 야외 전시장 같은 경치를 보며 느긋한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전에 본 바위들이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흐린 날씨 때문인지 표면에 나타난 결들이 더 생동감있는 근육처럼 보입니다 ㅎ 바위 곁의 나무들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어제 내린 비가 아직 맺혀 있는 나뭇잎들은 생기가 돕니다.
과천/양재쪽을 보다가 관악산 정상을 마주하다가 보니 헬리포트. 해가 들고 나고, 구름이 엷어졌다 검어졌다, 그때마다 바뀌는 주변의 명암, 채도. 바람은 포르테 피아니시모를 오가면서 장난을 치네요.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55269194540814 : 하마바위, 마당바위, 헬리포트
여기서 서울대 쪽으로 내려갑니다. 기울기도 심하지 않고, 흙길의 느낌이 좋네요. 관악산 송신탑과 산줄기, 계곡을 볼 수 있네요. 곳곳에 진달래들도 바람에 맞춰 춤을 하늘거리고, 재밌는 모양의 바위, 누군가 정성스럽게 쌓아놓은 돌탑, 요가하는 듯한 나무 줄기들이 잘 왔다고 반겨주는 듯.
서울대 캠퍼스가 보이기 시작, 공대쪽에서 점점 자연대, 대학본부, 인문대, ... 낯익은 건물들의 이름이 떠오르고. 즐겁게 걷다보니 버들골의 넓은 잔디밭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55297974537936 : 헬리포트~서울대 버들골
그냥 도로를 따라 낙성대로 가기가 싫어 숲으로 다시 들어가 기숙사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더듬어 가봅니다, 서울 둘레길과 만나는 곳이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작은 계곡이 하나 숨어 있었네요. 기울어진 평평한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풍류를 즐길만한 곳입니다 ㅎ
중간중간 쉼터와 운동할 수 있는 공원이 있네요. 소나무 옆에 올해 본 진달래 중 가장 활짝 핀 꽃이 있습니다. 햇살 아래 화사한 분홍빛이 심박수를 올립니다 ^^
천지약수터에서 쉬면서 근처에 사는 동네아저씨와 이야기. 위로 올라가면 둘레길과 만난다고 하네요.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면서 조금 가다보니 낯익은 곳, 낙성대 가기 전 전망대. 이렇게 길이 이어지네요 ㅎ그렇다면 둘레길 가다가 이곳에서 길을 바꿔 서울대로 가서 '지맥 코스' 타고 능선에 올라 사당쪽으로 다시 내려와도 되겠네요.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55330191201381 : 버들골~천지약수터~둘레길
인헌시장 들러 집으로. 동네 곳곳에서 꽂혀 있는 봄 소식~ 목련, 매화, 개나리, ... 옥상에서 본 뭉개구름
☞ 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855218684545865 : 동네에서 만난 봄
'점저'(점심겸 저녁)로 김치찌개 국물 베이스 라면 - 김치국물, Knor 고체소스, 양파, 김으로만 간을 맞추고 라면사리와 누룽지 투하, 마지막으로 계락 탁.
새로운 길에서 봄기운을 받아서 다음 주 일터에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고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음주일 걸을 곳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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