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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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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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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00:02

3월 4일. 오늘은 느긋하게 움직여도 되겠네요.
어제 저녁 너무 많이 먹었는지 배가 아직 부릅니다. 아침 먹고 9시 넘어서 나갑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여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http://ya-n-ds.tistory.com/3394 ( 셋째날 - 향일암, 한정식@여수 )

 

32번 버스 타고 대주 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찻길 아래로는 산책로가 있네요.
교회 찾아가기 - 주유소 지나서 어린이집... 저기 보입니다. 1층 계단 입구 문 좌우에 나란히 붙어 있는 시트지가 묘하게 대비됩니다 ㅎ
- 대한예수교 장로회 여천 응답기도원 (B1F)
- 대한성공회 여수교회 (2F)

 

계단을 올라가자 유리문에 붙어 있는 포스터, 심상치 않네요 - '여순항쟁 70주년 기념강연회 여순항쟁과 기독교'
문을 열자 종소리가 울립니다. 잠시 후에 한 분이 나옵니다. 어제 전화했던 교우라고 인사했더니, '아~' 그러면서 맞아주네요. '조금' 일찍 와서 그런지 아직 예배 준비가 되지 않은 듯.
삼일절에 야외 집회하느라 밖에 나갔다 온 키보드를 함께 제자리로 옮기고 다른 물건들도 정리합니다. 반주자가 없는지, 키보드는 주로 외부 집회에서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화이트보드에 예배 때 사용할 찬양과 성서 구절을 표시합니다. 제대 위 초와 필요한 것들의 자리도 잡습니다.

 

정리가 얼추 끝나자 여수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노기보 신부님은 익산교회 관할이고 여수교회를 겸임하고 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매 주일 직접 오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대신 대전교구 평신도사목자양성에 다니고 있는 이우경 본회퍼 교우님이 관리 전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전주까지 주일예배를 다녔는데 여수에 교회를 만들기로 했다네요. 세례명 '본 회퍼'도 그렇고 열정이 넘치네요 ^^
인터넷 찾아보니 정의와 평화가 필요한 현장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104370 : 여수 경찰이 교회 전도사 한 사람에게 주목하는 이유

 

예배 시간이 가까와지자 한 교우님이 들어옵니다. 바르나바 교우님, 인사를 나눕니다. 성공회에 와서 '로메로'를 세례명으로 하고 싶었는데, 담당 신부님이 성공회에서는 그 이름을 사용한 예가 없다고 하면서 바르나바로 하라고 했다네요. 얼마 전에 로마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시성되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합니다. '본회퍼'와 '로메로'의 케미는 어떤 열매를 맺을까요.
https://ko.wikipedia.org/wiki/%EB%94%94%ED%8A%B8%EB%A6%AC%ED%9E%88_%EB%B3%B8%ED%9A%8C%ED%8D%BC2 : 디트리히 본회퍼
https://namu.wiki/w/%EC%98%A4%EC%8A%A4%EC%B9%B4%20%EB%A1%9C%EB%A9%94%EB%A1%9C : 오스카 로메로

 

바르나바님이 애찬에 사용할 찹쌀떡을 사옵니다. 신부님이 없어서 '감사성찬례' 대신 '감사애찬례'로 드린다고 하네요. 공동기도서의 예식문을 변형해서 교구에서 허락을 받아 사용합니다.

 

예배 시작 전에 다섯 분이 들어옵니다. 바르나바님이 급히 나가서 떡을 더 사옵니다. 침례교에 다니던 신자들인데 새로운 교회를 찾기 위해서 탐방을 다닌다고 합니다. 예배 시작 후에 교우 한 분이 더 오네요. 여수교회 3명, 다른교회 6명이 드리는 예배, '특별한' 날입니다 ㅎ

 

연중 8주일 감사애찬례가 시작됩니다.
전도사님이 집례를 해서인지,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에 대해 '또한 당신과 함께 하소서'로 응답합니다.

 

'영광송'이 없네요.

 

제1독서 이사 55:10~13
층계 성시 시편 92:1~4, 12~15
익숙하지 곡조입니다. 성공회 교우들은 그런대로 따라할 수 있는데, 처음 접하는 분들은 많이 어색하겠네요. 새로운 분들이 왔을 때는 곡조 없이 계응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2독서 1고린 15:51~58
복음서 루가 6:39~49

복음서 읽기 전에 침례교인들에게 십자성호 긋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인지 뜻 설명이 빠졌습니다. 예배 중간에 전례 형식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예배 전이나 후에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네요.
http://viamedia.or.kr/2019/03/02/2973 : 십자성호 - 고난과 축복

 

서울주교좌교회는 이날 '주의 변모주일'로 드려서 성서 본문이 달랐습니다.
루가 9:28~36(37~43)
출애 34:29~35
시편 99편
2고린 3:12~4:2

 

강론 시간, 노기보신부님으로부터 받은 원고를 받아서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한 문단씩 읽은 후 느낀 것을 잠시 이야기합니다. 서로 아는 교우들끼리는 괜찮을 것 같은데, 새로운 분들은 무엇인가를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당황스럽겠네요.

 

강론 후 신앙고백(니케아 신경)이 없습니다.

 

평화의 인사를 하고 나서 갑자기 속이 안좋습니다. 식은 땀도 나고 서 있기 힘들어서 앉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아침 먹은 것이 얹힌 것 같습니다.

성찬예식문은 '힘없는 이들, 억압받는 이들, 별난 이들을 위한 성찬기도' 내용을 바꾸어 사용합니다. 이전에 몇 번 경험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습니다.
https://ya-n-ds.tistory.com/3268 : 캐롤과 찬양으로 드리는 기도 예식문
https://ya-n-ds.tistory.com/3273 : 성탄연합감사성찬례 예식문
http://viamedia.or.kr/2011/03/21/1214 : 별난 '성찬 기도'

 

읽다가 보니 한두 부분은 조금 부드러운 표현으로 바꾸면,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덜 할 것 같습니다.

성체나눔. 두 사람이 짝을 지어 떡을 포도주에 찍어 서로에게 먹여줍니다. 조금은 다른 비슷한 경험이 있었죠. 견진 교육 마지막날 애찬식, 견진자와 후견인이 나와서 서로에게 빵을 주었지만 포도주는 본인이 찍어 먹었습니다. 작은 공동체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네요.

 

예배 마치고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다섯 분은 그냥 간다고 하네요. 배웅하면서 드는 생각, 다음주에 다시 올까? 왔으면 좋겠는데...
본회퍼님이, 그분들 뒷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개신교에서 나와서 교회 찾던 생각이 난다고 하면서, 어느 교회에서든지 잘 정착해서 행복한 신앙생활 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뭔가 성공회에 대해 알려줄 만한 자료를 주면 좋을 것 같은데 딱히 없습니다. 

 

신부님 없이 드리는 주일 성공회 예배는 처음입니다. 마치고 나니 몇 가지가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 관구, 교구 차원에서 신부님 없이 할 수 있는 '감사애찬례' 예식문을 만들어 전자파일 형태로 공유하면 어떨까요. 축성같은 신부님이 해야되는 것을 빼거나 변형하면 될 것 같은데. 평일에 가족끼리 가정예배 할 때 사용할 수도 있고.
- 성공회 신자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예배에 참석했을 때, 성공회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자료들이 필요하겠죠. 예를 들면 성공회 역사와 예식, 관련 자료를 찾아 볼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책갈피를 만들어(머리 부분은 켈틱 십자가 모양을 이용하면 특색 있겠네요) 거기에 성공회 성공회 유튜브, 페이스북, 교구홈피 주소를 넣어 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교구홈피에서 지역교회 정보(교회 주소, 담당 신부 연락처)는 최소한 1년에 한번씩은 update될 필요가 있습니다.

 

여수교회가, 다른 성공회 개척교회들로부터 '노하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http://ya-n-ds.tistory.com/3008 ( @강릉교회 )
http://ya-n-ds.tistory.com/3212 ( @제주 서부개척교회 )
http://ya-n-ds.tistory.com/3244 ( @파주우물교회 )

 

속이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본회퍼님이 매실원액을 희석해서 담아줍니다. 함께 점심 먹으러 가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밥 대신 매실 원액만 조금씩 마셔봅니다.

어제 본 남산공원 이야기를 했더니, 항구 주변을 메울 때 거기서 흙을 가져다 썼다고 하네요. 지금의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나왔던 5.18 관련 망언, 여수의 한 교회 목사님도 설교 시간에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모양입니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2547 : 고만호 목사, 시민군 광주교도소 습격설 주장
https://ya-n-ds.tistory.com/3360 ( 자유한국당 : 5.18 모독 & 망언 )

 

그래서 며칠 전에 전도사님이 은파교회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했다고...
http://www.sundaysisa.com/sisanew/bbs/board.php?bo_table=Asdfjk_68Ads&wr_id=10670 : 고만호 담임목사의 5·18 망언에 항의하며 시국기도회를 진행 중인 이우경 전도사

 

은파교회에 여수의 유력 정치인, 공무원, 사업가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여수의 언론이나 공권력도 고만호님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_전도사님은?'
그래도 사람들 정서가 있을 텐데 전라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여수 지역이 다른 전남 지역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여순 사건 때문에 피해를 입었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비판에 소극적이라고. 더불어 경상도 지역과 접해 있는 것도 사람들 정서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보니 이정현님이 새누리당 이름으로 바로 옆 순천에서 당선되기도 했죠.
https://ya-n-ds.tistory.com/2724 ( 이정현님 )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어제 본 남산공원의 황량함을 말했더니, 여객석 터미널쪽의 바다를 메울 때 산을 깎아 흙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저녁에 케이블카 타고 여수 밤바다를 볼 거라고 했더니, 여수는 케이블카 전후로 구분될 수 있다네요. 엑스포 때는 반짝 했는데, 케이블카 생긴 후로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탈이라고.
그래서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을 하려고 그렇게 애쓰나 봅니다. 목포도 그렇고. 들으면서 여수 관광 역사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ㅎ
https://ya-n-ds.tistory.com/2392 ( 케이블카 )
https://ya-n-ds.tistory.com/2952 ( 목포 - 유달산 )

 

헤어질 시간. 인사하고 한 웅천쪽에 사는 교우님과 버스를 타러 갑니다. 81번 버스 타고 여수시청 지나 작별 인사. 번화한 여서동 지나 한재 터널을 거쳐 갑니다. 오늘 아침까지는 고락산과 장군산 북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남쪽길을 가는 버스를 타보게 되었습니다 ^^

 

차 안에서 '십만양병'이 떠오르면서 숫자 놀이. 성공회교회가 10만명이 되려면... 100명이 다니는 1000개의 교회, 200명이 다니는 500개의 교회, 어느 게 더 쉬울까? 한국 성공회 교회 중에 100명 이상 모이는 곳은 몇 개일까?

 

지난 2년 동안 서울주교좌교회에서 경험했던 넓은 신앙(신학)의 스펙트럼, 다른 곳에서도 접할 수 있다면 '가나안' 성도들이 지역 성공회에서 각자에게 맞는 길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http://ya-n-ds.tistory.com/3309 ( 오래 머물고 싶습니다 - 타교파 영접식 마치고 )

서울주교좌교회와 지역교회 사이의 차이. 한국 사회에서 깊어지는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불균형 현상이 성공회에도 비슷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관구와 교구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다가가고 있을까요?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4160 : 헌법에 나오는 균형발전의 딜레마 


아직 속이 좋지 않네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 시간 문의 - 2시 이후에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서시장에 내려서 찾아갑니다. 사무실에 아무도 없습니다. 전화하니까, 벽에 걸려 있는 열쇠 가지고 304호에 가면 된다고. 짐 풀고, 씻고 나서 침대로~

누워서 자다 깨다 매실액 먹다 하니까 속이 좀 나아졌네요. 창문이 어두워집니다. 밤바다 보러 출발.

 

게스트하우스 근처의 로터리식당, 저녁 때가 되어서인지 줄을 서기 시작. 남산초등학교로 해서 돌산대교까지 가다보니 밤이 내리고 주위에 불들이 하나둘씩 켜집니다.
어둠이 내리는 바닷가를 산책할 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까 싶네요, 태종대에서, 갈맷길에서 느꼈던 것처럼.
https://ya-n-ds.tistory.com/1665 ( 부산을 걷다 )
https://ya-n-ds.tistory.com/3354 ( 갈맷길 )

 

불이 들어온 돌산대교. 자동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한산합니다. 아마 일요일 저녁이라 주말을 즐겼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나 보네요. 항구쪽을 보면서 건너가서 돌산공원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올라갑니다. 계단으로 걸어가는 길, 공원을 돌아 올라가는 찻길과 만나는 곳에 전망대들이 있네요. 연인들이 소근거리고 사진 찍고하면서 여수밤바다를 즐기고 있습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흥얼거릴 수밖에 없겠네요.
https://youtu.be/4NCnhPZB9us : 여수밤바다

 

케이블카 타는 곳, 여기도 사람이 별로 없어 빈 채로 돌아가는 것이 많습니다. 혼자 타고 자산공원쪽으로 건너갑니다. 높이 떠서 바다를 가로지릅니다. 쫄깃하네요 ^^
아래에 보이는 여수항의 불빛, 거북선대교, 낭만적입니다. 하멜등대는 길 양옆의 네온불빛으로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네요.

자산공원, '여수엑스포'에서는 빅오쇼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동도쪽은 어둠에 쌓여 있고. 낮이라면 편도 끊어서 오동도 보고 버스 타고 돌아가면 될 것 같은데... 반대로 오동도 먼저 보고 돌산도로 건너가도 되고. 이것을 막기 위해서일까요, 8인승 캐빈의 왕복 가격은 15,000원, 편도는 12,000원입니다 ^^;


다시 돌산공원으로 돌아와서 버스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아침감사애찬례에서 여수밤바다까지... 하루를 잘 채웠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135962713138146 : 여수 밤 풍경

 

내일 집에 가는 일만 남았네요. 아쉬움을 달래며 여수의 마지막 밤을 재웁니다.

https://ya-n-ds.tistory.com/3411 ( 다섯째날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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