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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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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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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02:35

2월 첫날을 제주도에 맞이하네요. 많이 피곤한지 코고는 룸메들. 일찍 깹니다. 어제 좀 많이 걸어서 몸도 피곤. 

https://ya-n-ds.tistory.com/3604 ( 둘째날 ) 


여기는 아침식사가 어떨까요? 닭 모양으로 된 철사로 만든 용품 안에 계란이 담겨 있습니다. 꺼내서 하나는 노른자를 깨고 다른 하나는 그냥 구워냅니다. 토스트, 버터, 딸기잼, 땅콩잼, 커피, 쥬스, 쌀밥. 원하는 조합으로... 맛있네요. 

한쪽 구석에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쪽 사람들도 이곳에서 꽤 머무르나 봅니다.  

춘절 휴가를 보내려고 온 대만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식사. 

밥 먹고, 계단 올라가다 보니까 여자들 2층과 3층에는 여성들을 위한 파우더룸이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가 점점 진화한다고 해야 하나? 


버스터미널 가는 길, 햇빛 받은 구름과 하늘 아래 건물들이 돋보이네요. 한 음식점에 붙은, 중국인은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텐데.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55504931183918 : 아침 풍경 


터미널, 영실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는, 자연보존을 위해, 오늘부터 예약제로 각각 1000명, 500명씩만 갈 수 있어서 그런지 영실/어리목 가는 240번 버스가 꽉찼습니다. 주말에는 앞으로 더 심각할 듯. 마지막 남은 한 자리 차지하고 갑니다. 08:05. 

http://visithalla.jeju.go.kr/main/main.do : 한라산탐방로 예약시스템 


800 또는 900 고지 정도 올라가니까 길과 산에 눈이 보이기 시작해서 점점 더 많아집니다. 어리목에서 일단 사람들 내려주고, 1100고지 휴게소 들러 영실로. 좁은 도로 길가는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이거 모두 견인해야 되지 않을까요? 

영실매표소, 작은 포크레인이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 그런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 어느 것을 먼저 신어야 하지? 스패츠에 달린 고리는 어디에 걸고 띠는 어떻게 처리하더라? 잘 되지 않아 옆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생각이 났습니다. 묻기만 해도 힌트가 되어 기억을 되살려주네요 ㅎ 15분쯤 걸려서 준비 완료. 


아스팔트 도로는 아이젠으로 다니기 힘드네요. 얼음이나 눈 있는 곳을 찾아서 밟고 갑니다. 

탐방로 입구, 눈 덮인 병풍바위가 멋집니다. 산책하듯 올라가는 첫 부분, 옆 개울은 눈 쌓인 사이로 물이 흘러갑니다. 단차가 있어 물이 떨어지는 곳에는 고드름도 달려 있고. 


바람 없이 햇빛 짱짱. 장갑을 벗고 윗옷 지퍼를 내립니다. 

병풍바위 오르는 계단, 영실기암, 아래로 뻗어가는 능선과 오름, 그리고 해안가까지 잘 멋진 풍경을 선물합니다. 

까마귀들은 무심한 척 등산객들의 먹거리를 노리며 길 옆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무 꼭대기에서 사진 모델 역할도 하면서.

 

눈이 많이 와서 병풍바위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편하네요. 오르막을 다 오르자 나타나는 눈과 얼음으로 장식한 구상나무와 주목이 짠하고 나타납니다. 보는 사람마다 '와!'라는 소리와 함께 인증샷을 찍습니다. 눈이 녹았다 얼어버린 얼음꽃은 햇빛을 받아 영롱합니다. 

눈나무 터널을 지나며 엘사의 마법을 느끼는데 저 너머에서 나타나는 한라산 봉우리, 크림이 흘러내리고 슈가파우더를 뿌려진 듯한 모습. 한번 더 서프라이즈.

나무 군락을 빠져나가자 산 정상은 하얀 벌판을 배경으로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 3년 전 4월, 눈이 잠깐 왔을 때와는 스케일이 다르네요. 

https://ya-n-ds.tistory.com/2832 ( '공하 4월' @제주 : 영실~어리목 ) 


하얀 눈과 파란 하늘이 맞닿아 더욱 눈이 시립니다. 어떤 때는 바라보기가 힘드네요. 구름 없이 내리고 눈에 반사된 햇빛으로 눈이 다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갑니다. 정말 이런 날은 선글라스가 필요할 듯. 


윗새오름, 이제는 휴게소에 먹거리를 팔지 않아서(이전에 컵라면 사먹으면서도 '이 쓰레기를 다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죠) 각자 가져온 음식을 삼삼오오 모여서 먹고 있는 사람들. 쓰레기는 꼭 가져가라는 안내방송이 이어집니다. 

( 혹시나 해서 찾아 보니, 매점 운영 자체가 불법이었네요 ^^; )
http://news1.kr/articles/?3256411 : 한라산 매점 컵라면 28년간 불법으로 팔았다

 

빵과 한라봉, 그리고 두유를 먹고 출발 준비. 돈내코 코스에 눈이 너무 많으니 남벽분기점까지만 갔다 오고 그쪽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그리고 1시부터는 남벽 가는 길도 막힌다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55434077857670 : 영실~윗새오름 휴게소

 

신기하게 솟아 오른 한라산 정상 부분를 바라보며 올라갑니다. 낯익은 길, 쌓인 눈 때문에 길이 좁습니다. 마주오는 사람들이 서로 잠시 옆으로 비켜주며 지나갑니다. 발자국이 없는 곳을 잘못 밟으면 무릎까지 푹 빠지기도 하고.
눈꽃이 핀 나무 터널을 지나, 내려가고 올라가니 백롬담과 윗새 오름 사이의 눈 덮인 평지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이 지나간 곳이 가느다란 선으로 저 너머까지 이어지네요.
바위가 만든 결을 따라 눈이 쌓여 있는 서편이 끝나고 눈 없는 절벽인 남벽이 나타납니다. 저 아래에는 범섬과 강정 해군기지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삶의 터전을 망가뜨린 걸까요? 
https://ya-n-ds.tistory.com/1759 ( 제주 강정 마을 )

 

돈내코로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옵니다. 점퍼를 벗은 사람은 물론 심지어 반팔로 다니는 사람도 있네요.
작은 얼음들이 하얀 눈 위에서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눈이 살짝 녹았다가 얼어버린 것인가요?
돌아가면서 보는 풍경은 또 다르게 다가오네요. 윗새오름 대피소, 남벽으로 가는 길은 막아 놓았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55458674521877 : 윗새오름~남벽~윗새오름

 

아직도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아래 어리목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이 이어집니다.
하얀 눈 덮인 평원이 아래로 펼쳐지며, 저 멀리 구름이 겹쳐지면서 더욱 신비롭게 보입니다. 중간 중간에 솟아있는 오름도 아름답습니다.
까마귀 한 마리가 저쪽 눈밭으로 내려갑니다. 부리에 뭔가를 물고 흔듭니다. 뭐지? 좀더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작은 쥐가 늘어져 있습니다. 하얀 눈에 혹해서 나왔다가 불운을 만났네요. 까마귀가 사냥도 하네요, 죽은 고기만 먹는다고 생각했는다. 낭만적인 눈 위에서 벌어지는 리얼 야생의 세계, 현실은 현실입니다.
두 개의 언덕(오름) 뒤로 포개져 보이는 한라산, 멀어지는 것이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뒤에 오던 사람의 탄성, "여기 스위스잖아!"

 

모노레일 길은 대부분 눈으로 덮여 있고, 중간 중간 드러난 부분이 저쪽에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제비 동산 가까이에 서 있는 모노레일.

사제비 동산 지나면서 눈꽃 핀 나무 숲이 아래로 이어집니다. 기온이 높아져서인지 위에서 눈 녹은 물이 떨어지기도 하고, 가지에 쌓였던 눈이 미끄러져 떨어지네요 ^^

나무들은 밤새 눈으로 꾸민 모습을 햇살 아래 뽐내고 있네요.

 

고도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1200m, 1100m로 낮아지면서 가지 위의 눈은 점점 사라지고.
다리가 나오고 어리목 탐방로 입구. 눈 쌓인 곳에서는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이 눈 위에서, 눈을 가지고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55464597854618 : 윗새오름~어리목

 

아이젠과 스패츠 정리해서 버스타는 곳으로 내려갑니다.
제주시로 가는 버스 줄이 너무 깁니다. 서귀포 들러서 가기로. 15:57 240번 버스 타고 갑니다. 1100고지, 영실입구 모두 길가에 대놓은 차들로 차선이 좁아져 마주오는 차들이 서로 멈추어 조심조심 비켜가느라 더디네요. 이런 것은 도에서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16:40 중문사거리에서 내려서 (구)중문동주민센터 정류소까지 걸어갑니다. 대포마을을 알려주는 돌이 있네요. 510번 버스 타고 일주서로를 가는 동안 길에 창밖 표지판 위에 익숙한 이름들이 지나갑니다, 약천사, 강정, 염돈동... 저 골목으로 들어가면 2년 전에 갔던 성공회 서귀포교회가 있겠네요.
https://ya-n-ds.tistory.com/3036 ( 서귀포교회 )

 

먼나무 가로수의 빨간 열매가 선명합니다. 날씨가 위쪽까지 맑아 한라산 머리가 깨끗하게 보입니다. 얼마 전에 저곳에 있었죠! 눈이 많이 녹아 어깨 부분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터미널 도착.
17:13 281번 버스 탑니다. 서귀포까지 가는 동안 올레 7-1코스를 지나면서 하논 마을이 있는 분지가 보이고 그때 추억이 생각나네요.
https://ya-n-ds.tistory.com/2390 ( 올레 7-1 코스 )

 

서귀포 구시가지, 중앙로터리이에서 동문로터리 거쳐 제주시를 향해 갑니다. 제주 남쪽 올레길 걸을 때 자주 돌아다녔던 곳. 버스에서 공용와이파이로 페북하는데 마침 5년 전 추억을 보여줍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790572187677212 : 새섬 산책

 

한라산 쪽이 흐려지면서, 얼굴을 감추네요. 성판악, 인원을 제한해서인지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저녁을 어떻게 할까... 어제밤 룸메이트가 있으면 함께 회와 제주 막걸리 한 잔 하면 좋겠는데.
제주시청 앞에서 내려 숙소로. 휴게실에 가니, 어젯밤 룸메님이 방어회와 막걸리를 먹고 있습니다. 저를 보자 와서 한 점 먹어보라고 하네요. What a coincidence!
오늘 다녀왔던 곳을 서로 이야기합니다. 룸메님은 김녕 해변의 조용한 카페에 가서 멍때리기를 했다네요. 오늘 한라산의 '겨울왕국'을 나눕니다. 방어회, 찰집니다, 막걸리, 시원 깔끔합니다 ^^ 횟집 위치 설명을 듣습니다.

간단하게 요기는 해야겠죠. 회 먹어서인지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고. 서문떡볶이, 김밥 먹을까 했는데, 쌀 떡볶이라고 해서 시켜봅니다, 꽝이네요 ^^;

 

컴퓨터 쓰려고 다시 휴게실. 광동성 출신 여행자는 생선으로 요리를 해놓고 사람들을 부릅니다. 뼈로 국물을 내어 생강과 레몬으로 향을 더한 수프, 함께 넣은 배추나 버섯이 살짝 익어 샤브샤브 느낌. 독특한 국물맛도 좋습니다. 생선 살은 간장 베이스로 조렸습니다. 고향에서 많이 해먹는다네요.
타이완에서 춘절 휴가를 온 사람은, 동문시장에서 15,000원쯤 되어 보이는 회를 5,000원에 샀다고 자랑하면서 내어 놓습니다. 브라질에서 온 여행자도 함께 수저를 듭니다.

 

광둥남과 브라질남은 여행 베테랑인 듯,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고, 다음주에 갈 곳 계획도 이미 있네요.
브라질 청년에게 오늘 갔던 한라산 사진 보여 줬더니, 어떻게 가냐고 물어봅니다. 버스 시간과 내릴 곳 안내.

 

한라산의 눈 풍경과 맑은 공기로 몸을 씻어낸 하루, 보너스로 다른 여행자들과 음식과 여행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까지.
샤워하면서 거울 보니까 얼굴이 발갛고 당겨지는 느낌, 산에서 탔나 봅니다. 겨울에도 햇빛에 탈 수 있다니... 눈 쌓이 겨울 산행, 썬크림, 썬글라스가 필수템이겠네요.
어제 오늘로 이번 여행에서 많이 걷는 일정은 마무리, 내일부터는 럴럴하게 다니면 되겠네요

https://ya-n-ds.tistory.com/3614 ( 넷째날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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