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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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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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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17:54

혼자 푹 자고 일어납니다. 5시 30분. 간단하게 세수하고 밖으로. 건물 위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갑니다.
옆 건물에 있는 교회.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이미 찬양과 말씀 시간은 끝나고 기도를 하나 봅니다. 안에 들어가 잠시 묵상 - 가족, 일터, 앞으로 삶.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건물안을 밝힙니다. 벽은 자기와 서예글씨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교회 목사님이나 어떤 분이 이런 것과 관련되어 있나 봅니다.
'상심시도(常心是道)'라는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 '항상 어떤 환경에서든지 같은 마음'

 

몸씻고 휴게실로 나오니 빵과 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토스트기에 구워서 잼을 발라서 먹습니다. 보통은 딸기잼과 쥬스 정도만 있는데 땅콩잼과 두유가 있어 좋습니다. 원두커피와 계란이 없는 것은 나쁘네요 ^^;

 

중문초등학교 앞에서 9시 15분 버스를 타기 위해 8시 30분쯤 나옵니다. 천제교 위에서 보는 한라산, 잠시 후에 보자는 표정 ㅎ
오가는 버스에는 학교 가는 학생들이 보이네요. 다시 한주가 시작됩니다. 꽤 나이 든 벗꽃의 기둥에서 솟아난 꽃, 가지가 아니어서 신기하네요. 성당의 지붕 위의 예수님은 중문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 있습니다.
중문초등학교, 정문을 주상절리 절벽 위 둥지에 알을 담은 모양,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본 학교 정문 중에 가장 멋지다고 해야 할 듯.

 

버스정류장, 15분 정도 일찍 도착했네요. 부부 어르신이 740번 버스에 대해 묻습니다. 영실 코스 입구가 큰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버스가 중간지점인 영실매표소까지 들어간다고 하니까 그러면 영실에서 올라가서 어리목으로 내려와야겠다고 하시네요, 어리목으로 윗새오름까지 갔다가 다시 어리목으로 내려오려고 했다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옵니다. 1100도로를 굽이굽이 돌아갑니다 - 기사님은 운전이 힘들겠지만 마치 놀이 공원 기구 같네요. 때때로 길가에 나무가 없는 곳을 통해 중문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영실-어리목 코스 산행의 아페타이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실 매표소, 여기서 탐방로 입구까지는 약 3Km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택시가 있어서 한차에 7,500원씩 받고 실어 나릅니다. 3명 만차되면 출발. 장사 목을 잘 잡은 듯 ^^
타고 온 버스는 잠시 쉬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일 듯. 여기서 너무 빨리 가면 어리목 정류장을 너무 일찍 지나게 되겠네요.

걸어가는 갓길이 나무 데크로 되어 있어 걷기 좋습니다. 두 어르신은 잘들 올라가시네요. 가다보니 사진 찍느라 멈추다 보니 점점 어르신들이 앞서 갑니다. 어디선가 만나겠죠.


나무 사이로 보이는 실구름이 그려진 파란 하늘이 예쁩니다. 제주도 산에서 종종 봤던 이름 모를 식물들이 이색적입니다. 1100m를 알려주는 표지돌을 지나 영실휴게소가 보이고 그 뒤로 병풍바위와 한라산 정상이 보입니다.

 

휴게소 카페 간판이 '오백장군과 까마귀'입니다. 어머니와 아들들의 슬픈 이야기가 깃들여 있는 오백장군의 전설은 영실기암이 되고, 까마귀로의 환생까지 이어집니다. 까마귀가 많이 날라다니는 것을 보면 그럴 듯합니다.

 

'영실 해발 1280m'라고 새겨진 입구를 지나 영실 계곡을 더듬어 갑니다. 걷기 쉬운 울창한 숲길,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제의 안덕계곡과 같이 물이 흐르는 영실 계곡입니다. 물소리가 꽤 크게 들리네요. 물가에, 수풀 사이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1400m를 알려주는 표지와 함께 한라산은 감추었던 골과 능선의 근육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능선을 따라 있는 오백장군도 그 늠름함을 보여줍니다. 골짜기 사이에 남은 눈이 마치 폭포처럼 보이네요.
병풍바위, 마치 바닷가의 주상절리를 옮겨 놓은 듯합니다. 마주보는 데 그 멋지고 아름다움에 숨이 막힙니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능선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나무 계단이 나타나고, 중간중간의 전망대는 저 아래 중문과 그 주변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전망대에서 부부 어르신을 만나 반갑게 인사. 제가 구경하는 동안 또 길을 떠나신네요.
1500m 표지판 지나고 어느덧 능선. 남서쪽으로 보이는 오름들이 한라산의 치마폭을 아래로 펼칩니다.

저멀리 법환포구 앞의 범선이 보이고 어울리지 않는 긴 방파제는 강정의 해군기지겠네요.

 

병풍바위 위를 따라 갑니다. 전망대 겸 쉼터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먹고 있습니다. 까마귀들이 주위에서 함께 먹자고 까악거립니다. 사람과 4,5m 정도 되는 거리의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네요. 먹을 것을 던져주니 날아 올라 채갑니다.

 

이제는 나무 데크가 없어지고 말 그대로 산길, 구상나무들이 하얀 뼈를 드러내고 산의 한 부분을 지키고 있습니다. 길따라 점점 눈이 많아지고 한라산은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냅니다. 외국인 부부가 앞에 갑니다. 독일에서 왔다네요, 너무 아름답다고.


갑자기 조리채로 덮여 있는 확 트인 공간이 나타납니다. 빨간 깃발이 달린 폴대가 나무데크를 따라 길을 인도합니다.

잠시 웃세족은오름 전망대에 들릅니다. 여유롭게 아래로 달려가는 오름들이 한라산의 서쪽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윗세오름 휴게소. 밝은 햇살 아래 삼삼오오 모여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 대피소 안에 있는 매점으로 가는데 어르신이 컵라면을 들고 나오시네요. 하나 사와서 라면이 뜨거운 물에 꼬들꼬들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과친구에게 문자가 옵니다. 그러고보니 회사 점심시간이네요. 한라산에서 라면 먹고 있다고 문자. 부럽다는 답장.

 

여기는 까마귀들이 2,3m 정도까지 사람 앞으로 와서 먹을 것을 달라네요. 가방에서 무엇인가 꺼내면 바로 그 앞으로 통통통 튀어가거나 저 멀리서 날라옵니다. 겁이 없네요. 오히려 가까이 오는 까마귀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발 1700m 윗세오름 표지석은 남벽분기점으로 인도합니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니 나무가 우거진 숲길. 눈이 녹고 있어 질척한 길도 나타나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미끄럽네요. 계곡을 따라 눈이 많이 남아 폴대와 함께 스키장 느낌을 나게 하는 곳들이 보입니다.

 

3/30 밤에 내린 비를,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에 눈으로 뿌려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어 놓았나 봅니다. 달님도 못내 아쉬운지 잠들지 못하고 가느랗게 졸린 눈으로 백록담 위에서 바라봅니다.
눈녹은 물들이 졸졸졸 소리를 내면서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갑니다. 방애오름을 지나니 새로운 섬이 보입니다 - 섶섬일까? 한라산의 얼굴은 서쪽에서 남쪽으로 돌아가면서 표정을 바꾸네요.
시간이 많이 지나 남벽 분기점이 보이는 곳에서 발걸음을 돌립니다. 다음 번에는 영실-돈내코 코스로 잡으면 이쪽길로 해서 내려가 볼 수 있겠죠.

 

다시 윗세오름 휴게소. 이제는 한산합니다. 남벽분기점으로 올라가는 길은 막혔네요. 나무 데크로 이어진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길, 넓게 트인 초원을 걷는 듯한 느낌. 길따라 모노레일 라인이 따가갑니다.
아래로 점점이 이어지는 오름 풍경을 보면서 산책하듯 내려갑니다. 잠시 데크가 끊어진 곳, 얼음과 눈이 쌓여 있고 물이 흘러 마치 계곡에서 끊어진 다리 미니어쳐 같네요.
중간에 주위의 오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파노라마 사진과 함께 이름들도 알려주고. 쳇망오름, 분화구 모양이 뚜렷합니다.

 

1600m, 1500m를 지나면서 넓은 평원이 끝나고 아래로 내려가는 숲길. 경사가 제법 급해 계단처럼 해놓았는데 조금 힘드네요. 함께 한바탕 멋지게 놀고 있는 바위와 나무들. 1400m, 1300m, 1100m.
커다란 돌들이 많은 어리목계곡을 건너니 단풍나무와 졸참나무의 연리지가 배웅을 합니다. 탐방안내소. 4시 35분쯤 도착했는데 제주시로 가는 버스가 55분에 있다네요.
한라산의 여운이 남아서일까요.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11487698918989 : 눈이 시원했던 영실~어리목

 

발걸음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45분쯤 도착하니 열댓 명 정도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3/1 정도. 버스가 제주시에서 출발해서 중문에서 회차하기 때문에 중문 방향은 막차가 빨리 끊기네요. 하산 후 중문 방향으로 가려면 조금 서두르고 영실쪽으로 내려가면 조금 시간을 벌 수 있을 듯.
시간에 맞게 도착한 버스.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므로 시간을 맞춰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당황할 일들이 생기겠네요.

 

한국어을 조금 하는 이방인이 서귀포 올레시장과 그 이후 위미쪽을 간다고 얘기하니, 740번 기사님 중문쪽 가는 막차가 이미 떠났으니 이차 타고 제주시 가서 서귀포 가는 781번이나 782번 타라고 합니다. 그리고, 100번이나 701번 버스를 타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제주수목원, 연동성당 표시가 보이고... 제주터미널.

 

가는 도중 게스트하우스에 혼밥 먹을 만한 곳 문의 - '루스트'라는 곳을 알려줍니다. 제주도의 프랜차이즈인 듯. 그닥.
100번 타고 동문로타리로. 거리의 벗꽃이 활짝 폈습니다. 버스 창문 너머 노란색이 눈에 띄는 '사람과 책'이라는 서점이 눈에 띕니다.
동문시장. 일단 지난 번에 들렀던 할머니의 호떡 가게에서 달콤함과 쫄깃함을 맛봅니다. 혹시 빙떡도? 스케쥴이 맞지 않습니다.

 

간세하우스에서 기념품도 사고 간단하게 저녁 먹을까? 휴무 안내 - 4월1일~4월7일 ^^;
일단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놓고 다시 나오기로. 중앙로를 따라 탑동사거리 방향으로.

골목으로 들어서니 동그란 간판이 보입니다. 바로 옆에는 여인숙 간판이, 묘한 대조. 대문 옆에는, 코자는 달님과 숟가락 포크가 그려진 아이콘이 있습니다. 낡은 문이 정겹네요.
가정집을 바꾸어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었는데 본채까지 걸어가는 좁은 길, '올레' 역할? 유리창 사이의 건물 기둥에 그려진 개나리보따리 들고 걷고 있는 야옹이과 생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삼겹살 구운 냄새가 가득. 쥔장으로부터 간단하게 사용 설명을 듣고 이층 방으로. 2인실을 혼자 쓰게 되었습니다.

 

복도벽의 알록달록한 나무 무늬와 액자들, 아기자기합니다. 밥먹으로 동문시장으로 다시 가서 해산물 파는 곳으로. 이모님이 나오서 15000원이면 회, 계란찜, 매운탕까지 준다네요.
구운꽁치, 초밥 2개, 갈치회 두점, 모듬회 한판, 메추리알 두 개, 찐 새우 두 마리, 연두부, 계란찜...
두툼한 회가 맛있게 씹힙니다. '쌈장/None x 회 x 상추/깻잎/씻은김치/None'의 조합으로 맛을 만들어 입에 넣습니다.
매운탕, 공기밥 추가(+1000원). 매운탕 생선뼈에도 살이 생각보다 많이 붙어 있습니다. 동해회센타, 동문시장에 오면 가끔씩 들려야 할 듯. 정식을 1인분씩 파는 데가 많지 않죠.

 

소화시킬 겸해서 산지천쪽으로 산책. 새로 공원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화려하지만 공허해보이는 칠성로거리와 짝을 이루고 있는 느낌.
구글링 해보니 낡은 건물들을 헐었나 봅니다. 이게 최선이었나 싶기도 하고 ^^;
http://blog.naver.com/thedragon1/220950206781 ( 제주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 )

 

세금도 낭비된 것처럼 보이고.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94329 : “공공 디자인은 안중에 없고, 세금 낭비에만 혈안”

 

임항로를 따라 탑동사거리로 오다가 바닷가쪽으로.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낚시를 드리워 손맛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네요.
탑동광장은 청소년 푸른쉼터라는 이름으로 족구장, 농구장이 있습니다. 시원한 저녁, 남녀 중고생들이 어울려 운동하며 소리치고 깔깔거리는 모습, 밤 공기가 더욱 상쾌합니다.

 

게스트하우스에 와서 씻고 휴게실로. 책이 많습니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김영사), 인간(호모 사피엔스)을 동식물을 분류하는 종의 하나라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프레임을 걷어 냅니다. 나중에 마저 읽어야겠네요.

제주의 마지막 밤 Zzz


 

p.s. 전날, 다음날 보기
http://ya-n-ds.tistory.com/2825 ( 올레 10-1코스 : 가파도 + 안덕계곡 + 중문 )
http://ya-n-ds.tistory.com/2834 ( 제주에서 출근하기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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