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암과 다산 사이

블로그 이미지
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05-14 10:24

어제 일찍 자서 그런지 4시쯤 눈이 떠집니다. 5시 정도까지 뒹굴거리다가 일출을 볼까하고 밖으로.
저멀리 성산일출봉 계단을 밝히는 불빛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겠죠.
날은 밝아 오는데 구름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안개낀 신비한 모습으로 성산봉이 다가옵니다.
해변을 걸으며 아침 공기를 끌어 안아 봅니다.
검은 모래와 파도가 춤추며 만들어낸 무늬를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만큼 나오지 않네요 ^^;

산티아고 쉼터에 앉아 밖을 내다봅니다. 유리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평화롭네요.
모래 언덕 위에 놓인 배는 주위를 돌아다니는 흰색 개와 바다와 어울려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
천상병님의 시집 '귀천'이 눈에 띕니다. 머리말에 있는 그분의 인생, 그 안에도 박정희시대의 아픔이 들어있네요. 그속에서 알을 깨고 나온 숨결들.
http://ko.wikipedia.org/wiki/%EC%B2%9C%EC%83%81%EB%B3%91 ( 천상병님 )
http://blog.daum.net/windada11/8753998 ( 귀천, 새 )
http://blog.daum.net/c13903/6 ( 강물 )

아침 식사 시간. 휴게실에 식빵, 생크림, 딸기잼, 치즈, 오렌지 주스가 놓여있네요. 커피도 타 먹을 수 있고.
토스터에 빵을 구워 접시에 내어 놓습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수다를 떨며 맛있게 냠냠. 어제까지 나녔던 길, 오늘 갈 길. 핸펀 번호를 주고 받으며 어디 오면 연락하라고~
토스트 네 쪽으로 배를 채웁니다.

09:00 식사 후에 하나둘씩 게하를 떠납니다. 물 채우고 짐을 싸고 쥔장에게 인사하고.
올레2코스를 간다고 하니까, 식산봉이 AI로 막혀서 가기 힘드니까 그냥 바로 홍마트쪽으로 가라고 하네요.
약 6Km 정도 거리가 줄었습니다. '새옹지마'는 어떻게 될까요? ^^
말이 배웅해 주네요. '히히힝~' ^^

하수처리장 앞으로 해서 가니까 올레길 표시가 있습니다. 홍마트에서 스탬프 찍고 갈 길을 가늠해 봅니다.
고성 윗마을에서 잠시 헤맸습니다. 물어물어 길을 찾아 역방향으로 어디에서 길을 잃었나 확인해보려고 갔는데... 다시 길을 잃었네요 ^^;
'마의 고성리 삼각지'도 아니고, 참.

새로 짓는 집에 돌담 쌓는 것도 구경하고.
바람이 밀짚모자 하나를 발 앞에 가져다 놓습니다. 저쪽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무엇인가를 찾는 듯한 모습. 모자를 가져다 드립니다.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서울에서 올레길 다니러 왔다고 말씀드립니다. 여든이 되셨는데 아직도 정정하셔서 일을 하시네요. 어르신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들으면서 윗 세대의 생각이 어떤지, 동시에 반대되는 정보를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들이 떠올랐습니다.

"마을로 들어가야 제주 인심을 알 수 있어. 관광지나 차가 많이 다니는 쪽은 외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섭지코지 쪽을 삼성이 사서 개발한 후 180배를 남겼어. 중국 사람들이 제주도 땅을 사서 난개발을 하고 있고 - '이런 게 가능한 게 시장 자유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실까?'
재벌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가난한 사람들 세금을 낮추어야 하는데 - '보수 정권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실까?'
김대중 노무현 때 대한민국의 정신이 이상해졌어. 북한에 쌀 줘서 군량미로 사용하게 하고 핵개발 하게 해주고 - '북한 핵의 진행과정과 실제로 북한에 준 내역과, 통일을 준비하면서 서독이 동독에게 얼마나 원조를 했는지 아실까?'
한국 사람들은 사기도 많이 치고, 중국 사람들은 끈기가 있는데 - 중국 사람들이 음식 가지고 장난을 가장 많이 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드립니다.
중국 사람들 아이디어가 좋아. 계란도 비슷하게 만들고, 국가가 그런 것을 후원하고 - '허걱 ^^; 신중화사상?'
박정희 대통령 때는 모든 게 일사불난하게 움직였는데. 그분은 길가다가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깍두기 한쪽 먹고 좋다고 한 분이였어 - '밤에 요정에서 측근들과 함께 여자들을 불러 놓고 양주를 마신 것은 알고 얘기하는 것일까?'"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는 박정희님을 중심으로 하는 6,70년대라는 생각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나 봅니다. '토론'의 여지가 없다는 느낌.
그냥 어른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이야기를 들어 드리는 수밖에는 없네요.

헤매느라 이야기 듣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6Km 시간을 잃어버려서 쌤쌤?

대수산봉으로 올라갑니다. 정상에 흰 의자가 하나 있네요. 저 아래 섭지코지가 예쁩니다.
지나왔던 것들을 뒤돌아 봅니다 - 말미오름/알오름, 지미봉, 우도, 성산일출봉... 전망 사진 설명에 뒤쪽에 한라산이 있다고 하는데 어느 것인지 모르겠네요 ^^;
조금 지나서 팔각정이 보입니다. 쉬고 있는 올레꾼을 만납니다. 어제부터 12일 일정으로 8코스까지 간다고 하네요. 사탕을 나눠 먹습니다.
서울에서 7시 비행기를 탔는데 공항에서 버스를 잘못 타서 신시가지 쪽으로 갔다네요. 간 김에 그곳에 있는 유명한 국수집에서 아침을 먹고.
12시 정도부터 1코스를 시작했다는. 길을 잘못드는 것도 추억이 되겠죠.
좀더 쉴 듯한 모습. 인사를 하고 먼저 일어납니다.

대수산성을 내려오니 귤밭과 보리밭의 이어짐. 푸른 하늘의 구름.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12:00 혼인지.고(高),부(夫),양(梁) 세 선인이 동쪽 바다에 떠내려온 벽랑국 세 공주를 맞이하여 혼례를 올린 곳.
혼인지 주변의 쑥부쟁이가 하얗게 빛나네요. 그때 부케로 썼을까요? ㅎㅎ
허니문을 즐겼을 신방굴도 있고.
아까 만났던 청년을 만납니다. 쉬었다 간다네요.
혼인지 관리사무소에서 물을 얻은 후 다시 길을 갑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도로를 건너 온평리 마을 쪽으로.
기존에 있던 다리 난간에 간세 머리 올리고 색칠만 해서 간세 표지를 만든 것이 눈에 띕니다. 재활용, 좋네요.

돌담과 나무들이 마을 사이로 난 아스팔트 길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대나무 빗자루를 만드시는 할아버지. 모델이 되어 주십사 부탁드리고 찰칵. "만드시면서 입 심심할 때 드세요" 사탕 몇 개 나누어 드립니다.

마을 끝에 해안도로가 나옵니다. 환해장성(環海長城). 삼별초 시대까지 올라가네요. 그 이후에는 왜구들의 침입을 막는 데 사용되었다는. 검은 돌들이 탄탄해 보입니다.
온평포구에 도착합니다. 청년이 먼저 와 있네요. 어떻게 빨리 왔어요? 마을을 가로질어 해안쪽으로 돌지 않았다고 하네요.
점심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니까 지금 먹어야겠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은 성산 일출봉 아래 롯데리아에서... 해산물을 못 먹어 어쩔 수없이. 어제 아침부터 '밥'을 먹지 못했다네요 ^^;
고기집은 안보이고... 뒤쪽에 있는 식당에 해물볶음밥 메뉴가 있습니다. 정 안되면 해물 빼고 달라고 해야될 듯.

나는 좀더 가서 '고정자 할망집'에서 국수를 먹기로 합니다.
통오름 가기 전에 제주빌레성 펜션 근처에서 다시 한번 길을 헷갈립니다. 어케어케 돌아서 다행히 중간산 입구에서 올레길 표지와 만납니다.
오늘은 좀 많이 헤매는 분위기 ^^;

난산리로 들어서자 '고정자 할망집' 표지판이 나옵니다. 들어가서 국수 한그릇 먹으러 왔다고 인사합니다.
일반 가옥입니다. 민박도 하고. 방 하나에 들어가 집을 풀고 화장실에 가서 좀 씻습니다.
거실을 둘러보니 한쪽 벽에 상패가 많습니다. 올레길에 관한 책도 서너 권 있구요.
난산리가 귤을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곳이라네요. 김평담 할아버지는 그 재배법을 잘 연구해서 상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폭삭 속았수다'(성우제, 강)에 보면 이곳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할아버지는 4.3 때 아버지를 잃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이 그랬듯이 억울한 죽음이었네요. 그 슬픔에 이어 연좌제의 멍에까지 지고 삽니다.
4.3의 고통이 제주 곳곳에 남아 있네요.
http://ya-n-ds.tistory.com/1376 ( 제주 4.3 )

민박을 할 줄 아셨는지 늦게 국수를 내오시네요. 담백한 국물, 정성 담긴 고명이 입을 즐겁게 합니다. 특히 올려진 버섯의 씹는 느낌이 좋습니다.
"국수가 너무 맛있어요, 할머니"
"배가 고파서 그렇지 뭐"

TV에서 문창극님의 얘기가 나옵니다. 먹기 전에 기도하는 모습을 봤는지 교회다니냐고 물으시네요.
그리고, 문창극님이 교인이라고 하던데 저런 말을 하느냐고 말을 이으십니다.
"저분은 성경을 잘못 알고 있어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구요."
세월호 참사 때도 그렇고, 목사나 장로처럼 교회의 리더 위치에 있는 분들의 잘못된 신앙이나 세계관 때문에 교회가 비상식적인 곳으로 비춰지네요.
http://ya-n-ds.tistory.com/2110 ( 문창극님 )
http://ya-n-ds.tistory.com/2098 ( 세월호 : 부적절 목사님들 )

구원파 유병언은 어떻냐고 물으시네요. 당신이 알기로는 잘못해도 하나님한테만 기도하면 된다고 하던데 그게 맞는지 묻습니다.
"거기는 더 잘못된 거구요. 성경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아요"
http://ya-n-ds.tistory.com/2084 ( 구원파 )

신학의 도움을 받는 신앙이 필요한 때인 것 같네요.
http://ya-n-ds.tistory.com/2102 ( '천하무적 아르뱅주의' )

잠시 하나님으로 주제가 넘어갑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하나님을 믿는 거지. 부처님도 하나님이고 비는 대상이 하나님인 거지"
"예, 사람이면 누구나 절대자를 의지하죠. 그리고 그것을 하나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독교는 예수님을 알고 믿느냐가 다르거든요"
...

당신의 자녀 중에 하나가 교회에 다닌다고 하십니다. 다른 자녀와 비교를 하시게 되나 봅니다.
그 자녀가 다른 자녀들보다 부모님께 더 잘하기를, 그리고 그분을 통해 고정화 할머니에게 예수님이 전해지기를 바랐습니다.
일어날 시간이네요. 물도 채우고, 계산을 하고, 인사를 드리고, 심심할 때 할아버지와 함께 드시라고 사탕 몇 개를 드리고 나옵니다.

맛난 국수로 힘을 얻고 통오름으로.
가운데가 파진 오름입니다. 경사면에는 무덤들이 있고 아래 평평한 곳에는 밭이 있는 듯.
통오름을 내려와서 길을 건너면 바로 독자봉입니다. 그 아래는 삼달리 쪽으로 이어진 밭의 연속입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에 도착합니다. 폐교된 삼달리 초등학교를 갤러리로 바꾸었습니다.
18:00까지 관람 시간인데 17:35에 도착해서 다행이네요.
관람권을 사고 작품들을 돌아봅니다. 제주에 매혹되어 제주에 뿌리를 내린 사진 작가.
바람을 통해 그리고 오름에 기대어 제주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사진을 통해 '바람에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나타납니다.
김영갑님은 마지막 말로, '하지만 오름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네요.
바람이 입니다. 당신은 바람으로 여기에 머무나요?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느덧 '제주앓이'가 제 안에 시작되었습니다.

하루를 머물 잠도둑에 도착. VJ특공대에 다올 만큼 유명하다네요.
http://blog.naver.com/jjd787

동화작가인 주인 아주머니가 맞아줍니다.
안은 조용합니다. 놀러 나간 사람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일단 먼저 샤워를... 한쪽 발에 물집이 잡혔네요. 하긴 오늘 많이 걸었네요 ~32Km
내일 마저 갈 수 있을까? ^^;

12인용 도미토리. 어제 묵었던 산티아고보다 넓고 깨끗합니다. 평일이고 위치가 바닷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남자 숙소에는 네 명이 자게 되었습니다. 편안하게 쓸 수 있을 듯.
이층 침대로 올라가는 디딤계단, 나무를 깎아 붙였습니다. 디테일 좋고~ ^^
샤워실도 어제보다 좋습니다 ^^ 옷걸이며 문걸이며 나무를 깎아 만들었는데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쉬고 있으니까 사람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식탁을 차립니다. 7시부터 저녁이죠.
오늘 메뉴는 오삼불고기. 성산에 나갔다사 오징어가 너무 싱싱해서 한 박스 사왔다네요.
특식이 되어서 요금이 20000만웨 5000원 추가 되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오삼을 먹을 줄이야 ^^
산티아고는 저녁 식사가 나오지 않고 바베큐 파티에 참여하려면 15,000원을 더 내야하는데, 그것보다는 여행객들에게는 훨씬 낫다는 생각.
오징어, 삼겹살 모두 너무 맛있습니다. 쫄깃함이 씹는 맛을 더하네요.
남은 양념으로 볶음밥까지, 풀코스를 즐겼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합류해서 분위기를 띄웁니다. 잠도둑에 처음 온 사람은 노래를 한자락해야 한다네요.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룰 같지만 ^^; 무슨 노래를 하지? 이전에 누군가가 '비내리는 호남선'을 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호남선'을 타는 게 쉽겠네요 ㅎㅎ 다른 손님도 마저 노래 하나 부르고. 그렇게 분위기는 무르익어 갑니다.
처음 맛본 제주막걸리, 약간 시큼하면서도 맛있네요.
주인 아주머니는 잠도둑 하면서 습진이 심했는데 이 막걸리 먹으면서 체질 개선이 되었는지 습진이 안 생긴다고 합니다.

게하의 설겆이는 먹은 뒷처리는 각자가. 여기서는 가위,바위,보로 몰아주기를 합니다.
주인 아저씨가, 여성들에게는 주먹 내라고 하고 저에게는 가위 내라고 하네요.
그렇게 했는데, 보를 내는 사람이 있어서 설겆이를 안하게 되었네요 ^^;

밤 늦게까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멋진 곳들이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비자림, 곶자왈, 시려니숲... 정말 제주도에 여러 번 와야 할 듯~
12시 지나서 자리를 일어납니다. 내일 갈 길도 만만치 않으니까.


http://ya-n-ds.tistory.com/2112 ( 올레 걸으멍 - 첫째날 )
http://ya-n-ds.tistory.com/2117 ( 올레 걸으멍 - 셋째날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AND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4307)
올드Boy다이어리 (528)
올드Boy@Jeju (83)
올드Boy@Road (129)
올드Boy@Book (57)
숨은길찾기 (14)
스펙트럼 (104)
우물밖엿보기 (32)
교회에말걸기 (225)
이어지는글들 (52)
하하호호히히 (73)
어?...아하! (121)
대한늬우스 (1572)
세계는지금 (255)
차한잔의여유 (64)
La Vita E Bella (229)
좋은나라만들기 (91)
트위터세상 (67)
사람&말 (587)
호모파베르 (20)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