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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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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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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17:54

3월 정기모임으로 무엇을 할까 논의를 하다가, 작년 11월에 가려다 무산된 강화도 가기로. 그런데 사순절기니까 '경건하게' 진행하기로. 얼마 전에 서울주교좌교회를 떠나 온수리교회로 간 주성식 신부님도 볼 겸해서 그곳에서 주일 감사성찬례를 드리기로 합니다.
https://ya-n-ds.tistory.com/3408 ( 2019년 사순절기 )

 

3월 24일, 바람이 불면서 주중에 뿌옇던 하늘이 맑아졌습니다. 사당역 근처에서 다윗님이 픽업합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안나님과 세실리아님이 탑니다.
안나님이 준비한 떡, 프로타시오님이 아침을 먹어서 배가 부르지만 떡의 유혹을 피할 수 없다면서 맛있게 냠냠. 세실리아님이 가져온 따뜻한 대추차를 곁들입니다.

 

올림픽대로,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변에 늘어선 나무들, 늘어진 가지 위로 옅은 녹음이 살짝 덮여 있고 투명한 봄빛에 반짝입니다.
초지대교 건너 온수리, 옛스러운 건물과 로마네스크의 이국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햇빛을 받아서 그런지 구름이 끼었던 2년 전과는 다르게 보이네요. 조명이 중요하죠 ㅎ

http://ya-n-ds.tistory.com/2878 ( 강화도 성공회 성당 투어 )

 

주위가 탁 트인 모습 서울과는 다릅니다. 이곳저곳 잠시 구경하다, 예배 시간 20분전쯤 들어갑니다. 주성식 신부님이 보고 깜짝 놀라면 반갑게 맞아 주시네요.
성가대는 오늘 예배 시간에 할 찬양을 연습하고 있고, 그것을 들으며 예배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10시 30분에 성찬례가 시작됩니다.

 

루가 13:1~9
제1독서 이사 55:1~9
제2독서 1고린 10:1~13

 

빌라도가 희생물을 드리던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하여 그 흘린 피가 제물에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예수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죄가 많아서 그런 변을 당한 줄 아느냐?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어지는 무화과나무 비유. 포도원과 무화과 나무의 관계는 잘 와닿지 않지만, 주인은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를 잘라버리려고 합니다. 포도원지기는 자신이 거름도 주면서 돌볼 테니 한 해만 더 두자고 합니다. 회개와 열매.
예배 중에 든 생각 - '나는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일까?', '나는 다른 사람이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포도원지기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나?

 

이사야의 외침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저 주는 것을 좋아할 텐데, 굳이 돈을 주고... 그만큼 뭔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죠. 그 유혹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너희 목마른 자들아, 오너라. 여기에 물이 있다. 너희 먹을 것 없는 자들아, 오너라. 돈 없이 양식을 사서 먹어라. 값 없이 술과 젖을 사서 마셔라.
그런데 어찌하여 돈을 써가며 양식도 못되는 것을 얻으려 하느냐? 애써 번 돈을 배부르게도 못하는 데 써 버리느냐?"

 

뒷 부분을 보면, 하느님은 '불의'와 '허영'에서 벗어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것은 '공짜'인 듯하지만 버려야할 게 있어서 힘든 거겠죠.
"불의한 자는 그 가던 길을 돌이켜라. 허영에 들뜬 자는 생각을 고쳐라. 야훼께 돌아오너라, 자비롭게 맞아주시리라. 우리의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리라."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공짜'와 '자기 마음대로'를 같이 할 수 있는 것. 한국교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모순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https://ya-n-ds.tistory.com/2102 ( '천하무적 아르뱅주의' )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숭배와 음행으로 광야에서 죽어간 이야기를 예로 든 바울로의 권면을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것 같네요.
"자기 발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신앙고백은 니케아신경 대신 사도신경으로. 한 가지 낯익은 순서가 있습니다 - '성경 암송'

봉헌시간. 봉헌 바구니가 돌지 않습니다. 봉헌 담당자는 영성체 준비 끝나길 기다렸다가 바로 제단쪽으로. 들어올 때 내나 봅니다. 이전에 가봤던 몇몇 교회가 이런 방식이었죠. 이전에 제주도 한림 천주교성당에서 예배 드려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영성체처럼 제대 앞으로 나가서 직접 드리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예배당 입구에 헌금함을 놓아 두는 것에 한 표. 

영성체하러 나가는 줄이 두 개인데 신부님 혼자서 나누어주다보니 왼쪽, 오른쪽 바쁩니다.


홍대팀은 왔는데 교회팀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픈 교우님들이 있었다네요.
애찬실에서 점심 식사. 우리마을에서 기른 재료로 만든 콩나물밥, 콩나물이 탱글탱글한 면발같네요. 순무김치도 맛있고. 양념장에 쓱쓱 비벼 한그릇 뚝딱하고 주방으로 가서 남은 콩나물 한웅큼, 밥 한숟갈 가져와 다시 냠냠. 콩나물, 엄지척!

권석준 신부님, 여기저기 뛰어나니느라 바쁜가 보네요. 주일, 밥은 제때 챙겨먹는지...

 

식사 후에 주성식 신부님이 교회 설명을 해줍니다. 애찬실과 연결되어 있는 작고 단정한 예배당. 여기는 처음 들어가 보네요. 소망을 담은 스테인드글래스가 팝아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한국 사람의 모습이 그 안에 있고 성서 구절이 한글로 써져 있습니다. 십자가 중앙에 있는 하트 모양. 미술가인 한 교우님이 만든 작품들인데 사랑을 나타내는 하트를 좋아해서 작품 곳곳에 들어있다고 하네요.
'참된 예배'에 대한 글(로마 12:1)이 써진 족자도 걸려있습니다. 벽에는 한국의 창살 문양과 서양의 아치를 더해 놓은 문이 있습니다. 실제로 열리는 것일까요, 그냥 장식일까요? 확인을 못해봤네요 ㅎ

앤티크한 성수대, 감실, 촛대. 모던과 옛스러움이 어울려 있는 공간입니다.

 

본당으로 올라가기 전 잠시 들른 화장실. 코팅되어 붙어 있는 '대한성공회 강화교무구 환경지킴이의 약속' - 종이컵 안쓰기, 쓰레기 분리수거 잘하기, 제초제 덜쓰기, 폐비닐 태우지 않지, 유전자조작(GMO) 농산물 경작하지 않기.

 

신부님은 모자이크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네요. 제단에 올라가 바라본 위쪽에도 스테인드글래스가 숨어 있습니다. 창문 두 개는 재작년에 왔을 때처럼 투명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십자가 모양의 잎 무늬, 산딸나무 꽃잎이라고 합니다.
http://www.beehak.com/xe/index.php?mid=board_horticulture&listStyle=viewer&document_srl=6992 : 산딸나무

 

사제관으로 가는 길에 맨 아래층을 지나갑니다. 여러 방들이 둘러 있고 가운데는 널찍한 공간이 있습니다. 신부님 말에 의하면 방들이 꽤 넓고 난방을 하면 방 바닥이 뜨끈뜨끈하다네요. 너른 공간은 탁구대를 가져다 놓을 계획이라고.

소모임마다 공간은 충분하다고 하기에, 온수리교회에 작은 모임들이 많은가 물어봤더니, 모임은 있는데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하는 곳은 별로 없나봅니다. 신부님이 몇 개 새롭게 시작할 계획인 듯. 그런데, 지역 특성 때문에 농번기에는 끊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고 합니다.

정원에 붉은색 자갈을 동그랗게 모아 놓고 경계선 네 곳에 둥근 나무기둥을 박아 놓으니 켈틱 십자가 형태로 보입니다. 아이디어가 좋네요.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165064443561306 : 온수리교회 풍경

 

아직 짐들을 다 정리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거실이 널찍하고 좋습니다. 사모님이 커피를 내려 자기(瓷器)주전자에 담아 접시가 딸린 찻잔과 함께 내옵니다. 극진한 대접을 받네요. 디저트로 나온 펑리수는 그동안 맛보았던 것과 다르고, 커피와 어울려 엄청난 즐거움을 주네요 ^^ 포장을 보니 'Sunny Hills'이라고, 한자표기도 재미 있습니다 - 微熱山丘. 사모님과 안나님, 서로 많이 반가워들 하십니다 ^^

 

신부님이 온수리교회에 와서 적응해야 했던 것, 아침기도회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5시부터 시작된다고. 교우님들이 농사 일을 하려면 새벽에 예배를 마쳐야겠네요. 그래서 주일이 아침이 더 여유롭다네요, 7시에 예배가 시작해서.

 

지역교회 규모에 대해, 그리고 서울주교좌교회 인원은 점점 늘고 앞으로도 더 늘 것 같다는 이야기하다가, 앞으로 이것이 지속될 수 있을 지, 어떤 문제로 나타날 지에 대한 생각을 나눠 봅니다.
Q : 중심교회 신자가 늘어나면 지역으로 분산이 되는 구조가 필요한데 그런 것이 잘 안되는 것 같다
A : 사역자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이전에 주교좌교회에서 지역교회로 파송하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실패. 그곳으로 간 교우님이나 받아들이는 교우 모두, 시간이 조금 지나면 뭘 할 지 몰라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더라. 가기 전에, 지역교회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함께 할 일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교회 개척을 하고 싶은 신부님이 서울주교좌교회에서 4년 정도 일하면서, 비전을 고유하는 교우들, 주교님, 주임신부님과 함께 그것을 다듬고 준비해서 분립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혹시 이런 것도 해봤는데 잘 안된 경험이 있을 수도... 가끔씩 신부님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동안 성공회에서 하다가 묻힌 이런저런 시도가 많더라구요 ^^;

 

얼마 전에 다녀왔던 여수교회가 생각났습니다. 지역교회를 세우기 위한 교구, 관구 차원의 뭔가가 확실히 필요하겠죠.
http://ya-n-ds.tistory.com/3401 ( 성공회 여수교회 ) 

 

잠시 얘기하고 있는데, 신부님이 밖에 나가서 다른 손님을 맞아 들입니다. 낯익은 얼굴, 새해 연휴 때 강촌수도원에서 만났던 임영인 신부님. 강화도에 왔다가 후배 부부에게 주 신부님도 보고 온수리교회도 소개시켜 주기 위해 들른 모양입니다. YMCA 일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주 신부님은 한국성공회 초기 주교님이 YMCA 회장을 했던 이야기를 합니다. 일제시대, 영국인 주교는 YMCA 활동에 조금이나마 방패가 될 수 있었겠네요.

 

손님들에게 나온 커피와 강화도 찹쌀떡. 양이 몇 개 안되어 비아메디아팀에게는 내지 못했다고. 신부님의 찹쌀떡 맛 예찬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니까 같이 먹자고 하네요. 한 개를 8조각으로 나누어서 맛만 봅니다. 모찌와 인절미를 섞어 놓은 맛이랄까, 콩고물이 있는 인절미가 팥소와 잘 어울립니다. 강화도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게 팔아도 되겠는데요. 떡집 연락처를 물어보니까 전화번호 저장된 게 없다고 온수리교회 교우님에게 물어봐서 알려준다고.
신자회장님이 멀리서 온 교우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면서, 제철인 쭈꾸미를 대접한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신부님에게 연락한 모양입니다. 안나 교우님은 서울에서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약간 걱정스러운 모습.

 

임 신부님과 손님들이 먼저 일어납니다. 조금더 얘기를 나누다가 신자회장님 전화 받고 애찬실로. 가는 길에 계단 아래 화단의 노란 수선화에 잠시 눈길을 뺏깁니다. 곱네요~ 
가보니 이경호 주교님이 들어오시네요. 넙성리교회에 순방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렀나 봅니다.
삶은 쭈꾸미와 바닷가재, 숭어회가 식탁을 덮습니다... 와, 이건 뭐... 부드럽고 쫄깃한 쭈꾸미, 잘 삶아졌습니다. 숭어회는 찰지다고 해야 하나. 바닷가재는 까는 법을 배워서 한 입, 고소하네요 ^^
밥을 많이 먹어서 많이 먹지 못할 줄 알았는데, 각 음식마다 배가 따로 있다고 한 말이 맞는 듯. 두 요나님은 '고래 뱃속' 생각이 나는지 먹방을 하고 있습니다 ㅋ

 

주교님이 먼저 일어나고, 안나님도 안심하는 표정으로 따라 나섭니다. 강화 찹쌀떡집 이름과 전화번호를 비메 총무인 스테파노님이 저장. 조금더 앉아 있다 밖으로 나갑니다. 햇빛은 눈부시고 바람은 상쾌하고 배는 부르고... 모여서 사진도 찍고. 성찬례 마치고, 주 신부님에게 인사만 드리고 가려던 계획이 온수리교회의 선물로 오호까지 가득찼네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진 찍으며 교회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신부님 말로는, '알쓸신잡' 이후로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아쉬운 것은 서울주교좌교회와는 달리 시간을 맡아 설명해줄 교우님이 없다고. 

 

근처에 있는 한옥 카페 '드리우니'를 들러보기로, 성공회 교우님이 하는 곳이라죠. 바람을 타며 즐거운 듯 챙그랑거리는 풍경(風磬), 바람이 세서인지 소리가 소란스럽네요.

밖에서 보면 전통찻집이어야 할 것 같은데, 안에 들어가보니 인테리어는 카페입니다 - 전시회 하듯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테이블 위에 놓인 꽃들, 하나하나 신경을 쓴 것처럼 보입니다. 종모양 꽃, 이름이 뭘까?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았는데, 아는 사람이 가져다 준 것인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풍경은 차 마시기 좋게 은은하게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 효과를 의도한 것일까요?

신부님으로부터 꼭 먹어보라고 들었던, 대추차를 시켜봅니다. 잠시 후에 사장님이 와서 꽃 이름을 알려줍니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알려달라고 했다네요 ^^ '캄파눌라'
https://blog.naver.com/guguflower/220651145411 : 캄파눌라

 

걸쭉한 대추차, 죽 느낌입니다. 한끼는 아니더라고 반끼 정도는 커버할 수 있을 듯. 이전에 정읍에 갔을 때 먹었던 쌍화탕 생각이 납니다.
https://ya-n-ds.tistory.com/1367

 

같이 시켰던 조각케잌, 인절미 샌드위치 등도 냠냠... 오늘 3시간 동안 먹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165069713560779 : 강화도에서 맛본 것들 

 

장미주일을 한 주 당겨다 썼다고 생각해야 할 듯~ 이렇게 사순절기의 중간을 지나갑니다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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