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토욜 아침, 아침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6시에 집을 나섭니다. 텅빈 지하철을 타고 동작대교를 건너며 보는 한강의 아침 풍경도 좋고,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아 탁트인, 시청에서 경복궁쪽으로 바라보는 도로, 광장, 광화문, 청와대, 북악산의 라인도 좋죠.
성공회 신자들을 위한 비아메디아 교육 과정 중에 외부로 나가서 참여하는 세 번의 '실습'이 있습니다.
첫번째 피정가는 날 아침 성찬례의 기억이 좋아서 기회되는 대로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주일 감사성찬례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두번째 실습인 지역아동센터에 가는 날은, 아침에 비가 내려서인지 사람들이 특히 적어서, '초짜'인 제가 제2독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 실수하지 않아야 하는데... 왜 안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등등의 생각' ㅋ
이일 이후에 미사 전에 순서를 맡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분들이 있어서 다른 성도들이 자연스럽게 전례에 집중할 수 있는 거겠죠.
집전자와 거리가 가까워서 눈도 마주치고 해서 함께 주님을 향해 마음을 드높이 올린다는 '기분'도 들고, 교우들과 나누는 평화의 인사도 더 살갑게 느껴집니다.
마치고 나서 사람들과 커피, 토스트, 과일 등을 함께 나누며 재잘대는 아침도 즐겁죠 ^^
오늘은 식사하면서 새로운 교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관련 일을 하는데 저의 크로키를 하나 그려주시네요. 와, 1분 정도 걸려 쓱쓱. 옆 모습인데 코를 실제보다 오똑하게 ㅋ 페북 프사로 올립니다 ㅎ
☞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387862447948180&set=a.146353222099115.31431.100001733152653&type=3&theater
그동안 썼던 프사는 잠시 뒤로~
☞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46353225432448&set=a.146353222099115.31431.100001733152653&type=3&theater
커리귤럼의 마지막 '야유회', 강화도 성공회 성당을 다니면서 강화도에 남겨진 성공회의 역사를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일이 생겼는지 지난주 신청인원 중에 네 사람이 못왔습니다. 9시 30분 넘어 출발. 지난 피정 때 넙성리 성당가면서 강화도를 갔죠. 올해 벌써 두번째.
안내를 맡은, 강화도가 고향인 서울주교좌 성당 주임신부님이 강화도의 아픈 역사부터 시작합니다.
몽고의 침략을 피해 고려조정이 강화도로 옮겼고, 조선말기에는 외세와의 다툼인 양요가 있었죠. 그때 가장 힘들었던 사람들은 섬 주민이었을 겁니다.
한강을 따라가는 올림픽도로는 왠지 늘 즐겁습니다.
강화도는 성공회의 선교본부 역할을 했습니다. 영국 해군 군종 사제의 경력을 가진 존 코프(한국이름 고요한) 주교님이 조선 선교를 위해 1980년 9월 29일 다섯 명의 사제, 의사 랜디스와 함께 제물포에 도착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주교는 워너(한국이름 왕란도) 신부님에게 물길을 따라가는 선교 계획을 만들라고 했다네요.
그리고 남한강, 북한강, 한강, 임진강, 예성강, 서해, 대동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이 만나는 곳 강화도를 '베이스 캠프'로 삼기로 하고, 1893년 갑곶 나루터 근처에 세를 얻어 회당(기도처)를 시작합니다.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5097463 : 강화도 성공회 성지를 가다
현재는 밭입니다. 바다쪽으로는 철조망이 쳐져 있고. 성공회에서 땅을 사서 표지석이라고 세우려고 했는데 땅값이 너무 비싸서 포기 상태 - 400평 정도 되는데 5억.
바로 근처에 조선해군사관학교 터가 있습니다. 영국 정부에서 교관을 지원받아 교육을 시켰던 곳. 하지만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일본은 조선 정부가 이곳을 더이상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서 해체되었다네요.
강화읍의 성공회강화성당으로.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87836974617394 ( 강화도성당 )
돌계단 위에 유교사원 문 모양의 정문이 있습니다. 처마의 문양도 태극으로.
돌계단에 있던 원래의 철제 난간은 일제시대 때 공출되었는데 그후 일본 성공회에서 사죄의 마음을 담아 만들어주었다네요.
정문을 들어가니 문 하나가 더 있습니다. 외문, 내문 구조를 차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내문 안에 신성한 공간인 사당이 있듯이 예배당이 그 안에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절의 사천왕문 느낌이 있고. 문 옆 공간에 사천왕상 대신 범종이 보입니다.
2단의 기와지붕이 얹혀져 있는 길다란 건물. 배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봤던 방주교회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미지가 비슷합니다.
'천주성전'이라는 현판이 윗쪽 지붕 아래에 있습니다. 기둥마다 절이나 사원처럼 한문글들이 쓰여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삼위일체천주만유지진원'.
용마루 앞쪽 끝에 있는 십자가. 조선사람들에게 친숙한 연꽃을 모티브로 했는데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는 성공회답네요. 쌍도끼 모양을 베이스로 한 켈트십자가와 비견될 만합니다.
건물 벽, 처마는 태극, 연꽃, 십자가 무늬가 한데 어울려 있네요. 종교의 'U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ㅎㅎ
마당에는 보리수나무가 있습니다. 선비나무라고 불리는 훼화나무도 있었는데 태풍에 쓰러져서 지금은 없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옛스러움이 느껴지는 예배당입니다.
입구에 있는 세례대. 평평한 팔각형 받침 위에 세 개의 돌기둥이 있고, 그 위에 '중생지천'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돌로 된 물받이가 있습니다.
가장 안쪽 1/3 정도 공간에, 성막의 지성소처럼 제단, 제대 등이 있습니다.
바울, 베드로의 이름이 붙여진 성당이라서 제대 공간 앞 좌우 기둥에 베드로와 바울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들보 중앙에는 예수상이 있네요.
교회 깃발에는 각각 베드로와 바울을 상징하는 열쇠와 영검이 있습니다. 열쇠의 모양이 독특하네요 - 끝은 불교의 '卍'자, 소잡이는 요령(방울)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안쪽의 창문은 전통 창호입니다. 열어 놓은 곳은 바깥의 경치로, 닫아 놓은 곳은 창호의 격자살 문양으로 좋습니다.
아치형의 옆문. 오크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영국에서 제작해서 가져와 붙였다고 합니다. 건물 기둥에 사용된 나무는 백두산에서, 화강암은 강화도 건평이라는 곳에서 가져왔습니다.
교회와 그 주위의 4000평 정도 되는 땅을 그 당시 16파운드에 샀는데, 건축비는 거의 1000파운드가 들었다고.
강화도에 가면 근처 풍물시장 같은 곳에서 맛있는 것 먹고 이곳을 산책코스로 삼으면 어떨까 싶네요. 지대가 제법 높아서 강화읍 주변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집니다. 너무 가물어서 비가 와야 하죠. 점심 먹으로 식당으로. 반찬이 깔끔하고 담백합니다. 식사 후 아이스 믹스커피를 얼려왔던 물에 넣고 칵테일 만들 때처럼 흔들어 시원한 커피 한잔씩.
고비고개를 넘어 서쪽 해안도로를 타고 선수리교회로. 1953년 한국 전쟁 때 북한에서 내려온 신부님에 의해서 개척되었습니다. 강화도에 있는 성공회 교회 중 나이가 어리죠.
교회가 없어질 뻔하기도 했는데, 다른 교회의 도움으로 주변 땅을 구입하고 사제관도 새로 지어 교회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넙성리교회 갔을 때도 느꼈지만 예수님의 몸인 교회의 지체로서 다른 지역 교회들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겠죠.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87850417949383 ( 선수리교회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61092340625191 ( 넙성리성당 )
내리교회에 들릅니다. 다른 교회들과는 다른 콘크리트 건물의 느낌. 여기에도 범종 모양의 종이 있습니다.
무뚝뚝한 겉모양과는 다르게 안에 들어가니 성공회교회 느낌이 납니다.
해설을 하는 주임신부님의 고향이기도 하고 비아메디아 조교님의 시댁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 뛰어놀던 동산이 전원주택단지로 바뀌고 있어 아쉽다는 신부님.
온수리로. 기와집 형태의 성안드레 성당이 있고 넓은 잔디밭 건너 새로 지은 성당이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87842107950214 ( 온수리 성안드레 성당 : 옛 건물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87845047949920 ( 온수리 성베드로 성당 : 새 건물 )
☞ http://www.dapsa.kr/blog/?p=330
옛건물은 강화성당, 새 건물은 서울주교좌 성당 모습입니다. 성당 정문은 솟을 대문 형식인데 모양이 범상치 않네요. 내문와 외문을 하나로 합치려고 했다네요.
성당 본건물은 한옥에 교회 느낌이 약간 더해진 단아한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강화읍성당은 2층 형태의 지붕으로 화려함과 위용으로 다가왔죠.
실제 사용되고 있는 한옥 사제관은 인천시로부터 보호 받고 있는데 그 모습이 왠지 푸근하고 평안함을 주네요.
성베드로 성당이라고 부르는 새 건물은 면적과 높이의 비율 때문인지 외국의 성처럼 보이고 주위의 환경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당 안 전면에는 강화도에 내려온 예수님을 그려낸 모자이크가 있습니다.
창에 있는 스테인드글래스는 한글 설명도 들어가 있고 색상이나 그림이 약간 팝아트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두 개의 창문도 오히려 완성을 향해 가는 듯한 모습이라서 색다른 여운을 남기네요.
벽에 결려 있는 성화 역시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 있고 한글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건물 외부보다는 내부가 돋보이는 건물입니다.
강화도에 있는 12개의 성당을 다 돌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곳은 얼추 발자국을 찍었네요.
약간 흐려서 햇빛을 막아 주어 돌아다니기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 지쳤는지 다들 고개를 꾸벅꾸벅. 저도 중간에 졸았나 봅니다 ^^;
인원수에 비해서 차가 커서 그랬는지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습니다. 지난 번 넙성리 피정 때는 9인승 승합차에서 끼어 앉아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오갔던 기억이 있었죠.
넓은 대성당에서 드리는 주일 9시 예배와 좁은 지하 성당에서 드리는 평일 아침 예배의 차이 같다고나 할까요?
지역에 맞게 뿌리내리는 성공회 전통과 성공회 안의 작은 교회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