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8일 (목)
어제 포항 다녀와서 그런지 조금 피곤합니다. 알람 듣고 깨어 마지막으로 짐 정리하고, 간단하게 빵 하나 먹고 집을 나섭니다.
오전 6시 전에 지하철을 탔는데 일터로 가는 듯한 사람이 많습니다. 짬을 내어 잠을 자기도 하고. 노회찬님이 이전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 https://www.nocutnews.co.kr/news/5007611 :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 연설 화제
06:15 남부버스터미널 도착해서 06:30 서산행 버스표를 끊습니다. 어떤 여행이 될른지, 계획한 대로 시간이 맞을지... 주사위는 던져졌네요 ㅎ
☞ http://ya-n-ds.tistory.com/3369 ( 2019년 봄맞이 여행 - 미리보기 )
반 정도 찬 차,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디를 가는 걸까?
경부고속도로에서 동탄JC에서 400번 도로를 탄 후 다시 17번(평택-파주고속도로)을 따라 남쪽으로 갑니다. 향남 부근, 을과 밭 위로 떠 있는 안개가 신비롭네요.
평택TG 지나 40번으로, 서평택JC에서 서해안고속도로(15번)를 이용합니다. 고속도로가 참 많네요.
서해대교, 오랜만에 지나봅니다. 행담도 지나 어느덧 충청도.
해는 뿌연 공기를 지나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주황색 동그라미로 보입니다. 따뜻한 날씨에 먼지가 기승을 부리나 봅니다.
서산IC를 지나칩니다. 도로 옆으로 나무 없는 구릉지기 갑자기 나타납니다. 목장일까? 독특한 풍경입니다.
해미IC로 들어갑니다. 낮고 부드러운 산, 저수지의 오리들, 한서대학교에서 쉬네요. 청년들이 많이 내립니다. 아침 일찍 학교 가는 학생들이었나 봅니다.
그 다음 해미에서 내려주고 서산으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다시 북쪽으로 가는 코스. 개심사 가려면 굳이 서산까지 가지 않고 해미에서 내리면 될 듯.
8시 30분쯤 서산에 내리니 시간이 남아 터미널 주위를 돌아봅니다. 곁에 있는 동부시장, 먹거리가 꽤 있네요, 떡 한팩을 사서 먹습니다.
서산 여행 안내서 하나 뽑아 09:15 522번 타고 출발. 안내서 보고 있으니까,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어디 가냐고 묻습니다. 개심사 간다고 하니까, 함께 가면 좋은 코스를 알려줍니다 - 개심사 뒷산 너머 있는 보원사터와 용현사지 마애삼존불.
버스는 해미에서 09:40에 맞춰 개심사로 출발합니다. 넓은 신창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구릉, 고속도로에서 차창 너머로 본 곳입니다, 아하.
'상왕산개심사', 일주문을 지나니 호젓한 길이 이어집니다, 나무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반겨주네요. 계단 앞 돌에 새겨진 '세심동(洗心洞)', 잠시 마음을 매만지게 하네요. 개울을 건너고 다시 계단을 오르니 절집이 보입니다.
오래된 해우소, 그 옆에 형태를 비슷하게 지은 화장실이 사이 좋게 있네요.
연못 앞의 두 나무, 하나는 곧게 솟아 있고, 하나는 기이하게 몸을 뒤틀고 있네요.
안양루가 다시 한번 '상왕산개심사'에 왔음을 알려줍니다. 그 옆으로 난 작은 '해탈문', 휘어진 기둥이 재미 있습니다.
범종루, 심검당, 그리고 다른 당우들의 기둥과 보, 휘어진 나무들도 쓰여, 그림 느낌도 나네요 ㅎ 대웅보전과 석탑, 보통 절집과 달리 웅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무량수각에서 명부전 사이에 있는 건물, 처마 안쪽에는 시래기를 걸어놓아 여염집 느낌, 마루가 앉았다 가라고 이끕니다.
산신각, 위로 솟은 곳에 기와로 낮게 난간을 만들어 생긴 반원형의 아담한 마당이 생겼네요.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릅니다. 능선에 다가갈수록 제법 운동이 됩니다. 팔각정이 있는 쉼터. 보원사터쪽으로 갈까 그냥 내려갈까? 시간으로 보면 그냥 내려가는 게 맞는데...
한 사람이 보원사쪽에서 올라와 아래로 난 길로 내려갑니다. 저쪽으로 가면 개심사 뒷쪽을 한바퀴 돌 수 있을 것 같아 따라갑니다. 회색빛 나무들이 자기가 떨군 갈색 업보를 딛고소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듯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다행히 해우소 뒤가 보입니다 ^^ 아쉬운 마음에 절 마당을 다시 한번 둘러봅니다. 개심사와 그 주위의 것들은 각자의 모습대로 해탈의 세월을 지내고 있는 것 같네요.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126581734076244 : 개심사 풍경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92114 : 개심사, 이 절집 기둥은 왜 다들 제멋대로야?
버스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말대로, 찻길을 따라 내려와 보기로 합니다. 송림이 좋아 운치가 있네요. 구릉지도 좀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저수지를 둘러서 갑니다. 먼지가 조금 더 적었으면 발걸음이 더 즐거웠을 텐데... 둘레가 굴곡이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저수지 끝에서 마을로 길이 이어집니다. 밭을 갈고 거름을 주며 봄을 준비하네요.
12:33 운산초교 앞에서 버스를 타고 해미읍성으로. 한바퀴 돌아봤는데, 대부분의 한국 관광지가 그렇듯이 뭔가 많이 허전한 느낌.
공주 가기 위해 시외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니 '차부'(오랜만에 들어보네요 ㅋ)쪽으로 가보라고 합니다. 매표소를 겸하는 가게에서 물어보니 지금 앞에 보이는 차를 타고 청양으로 가면 공주가는 것이 많을 거라고 합니다.
부랴부랴 표 사서 13:10 출발. 한서대, 내포, 홍성 거쳐 청양 도착.
바로 앞차를 놓쳐서 50분쯤 기다려 공주로 떠납니다. 서산도 그렇고, 청양도 그렇고 서울 가는 차들은 자주 있는데 충청도 내의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교통편은 많지 않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개발이 되어서 일까요? 하긴 덕분에, 평생 지나가지 않을 여러 곳을 거쳐가 볼 수 있는 거겠죠 ㅋ
칠갑산을 넘어 가는 길, 곳곳에 저수지가 있네요. 마치고개와 천장호를 지나면서 옥정호 생각이 떠오릅니다.
☞ https://ya-n-ds.tistory.com/1367
점점 먼지는 짙어지고... 정산 거쳐 4시 너머 공주 도착. 공주는 엄청 뿌옇네요 ^^;
곳곳에 공주보 해체 반대하는 정진석님의 현수막. 아예 만들지 않았어야 할 것을 장로가카의 '이권'을 위해 만들어, 해마다 '녹조라떼'를 보여주고,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은 4대강 보에 집착하네요 ^^;
☞ https://ya-n-ds.tistory.com/3290 ( 4대강 )
그런데, 정진석님을 뽑은 분들이라... ^^;
☞ https://ya-n-ds.tistory.com/2567 ( 정진석님 )
공산성 둘러보기. 오르락 내리락, 성벽을 따라 걷는 것이 꽤 힘드네요. 먼지만 아니면 금강 풍경이 멋질 텐데~
이괄의 난 때 인조가 이곳까지 피난을 왔었나 봅니다. 그때 '인절미'라는 떡 이름도 생겨났다는 알림글.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126591907408560 : 신창저수지, 해미읍성, 공주
게스트하우스에 산성시장 맛집 물어보니, 밥집은 지금은 거의 문 닫았을 거라고 하면서 '부자떡집'을 알려줍니다.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마곡사 가는 버스 시간 확인하고, 근처에 있는 시장을 구경하면서 떡집으로. 다 팔렸는지 남은 게 별로 없네요. 인전미를 맛 볼까 했는데... 가래떡 한줄 삽니다.
게스트하우스 찾아가서 위치 확인하고,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한번 돌다가 동네 밥집에서 무난한 돌솥 비빔밥 먹습니다.
'정중동', 문 앞에서 전화하니 아주머니가 나와 방을 안내해 줍니다. 게스트하우스라기 보다는 모텔 같은 느낌? 건식 화장실이라고 하면서 샤워할 때 물 안 튀게 해 달라고... ^^;
TV를 켜보니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소식으로 가득합니다. 어느 정도 낙관했던 사람들이 황당해 하며, 원인 분석에 들어갑니다. 내일쯤 좀더 자세한 내용이 나오겠죠. 그나저나 예정에 없던 볼턴은 왜 회담장에 들어갔을까요? 그리고, 코언의 증언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암튼 한반도의 평화가 오늘 대기만큼 뿌옇게 되었습니다 ^^;
☞ https://ya-n-ds.tistory.com/3383 ( 2차 북미정상회담 )
기쁨으로 2월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삼일절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접고 내일을 위해 잠자리로.
☞ http://ya-n-ds.tistory.com/3391 ( 둘째날 - 마곡사, 뼈꼬시@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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