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날이 밝았네요. 왠지 봄이 된 느낌은 그냥 기분 탓일까요? ㅋ
따뜻하게 잤습니다. 간단하게 씻고 출발 준비. 오늘 볼 마곡사는 어제 본 개심사와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네요.
☞ http://ya-n-ds.tistory.com/3386 ( 첫째날 - 개심사 )
어제 산 빵 하나 먹고 길을 나섭니다. 아직 어둡지만, 가로등에 뿌연 먼지가 보이네요, 오늘도 꽤 심할 듯~ ^^;
이른 아침 시장 안, 가게들이 하나둘씩 기지개를 켭니다.
07:00, 770번 버스가 '스모그'를 뚫고 출발, 시외버스터미널을 찍고 공주시를 빠져나가 마곡사로. 먼지 섞인 안개가 너무 심해 경치는 볼 수 없네요. 마곡사 도착할 무렵 조금씩 앞이 드러납니다. 07:40 도착. 너무 일러서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버스 시간표 확인하고 표지판 따라 갑니다. 늘 그렇듯이 식당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내 너머 보이는 마곡초등학교가 예쁩니다.
일주문, 찻길이 없었을 때는 여기까지도 호젓했겠죠. 매표소 지나자마자 냇가를 따라가는 찻길과 오솔길이 나뉘어집니다. 숲으로 걸어갑니다.
작은 고개를 넘자 나무들 사이로 당우들이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합니다.
절 들어가기 전에 안내판을 보니, 마곡사를 중심으로 트래킹 코스가 있습니다. 백련암으로 해서 활인봉 올라가서 생골마을로 내려오면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은적암 방향으로 가다가 옆 숲길로 들어갑니다. 가볍게 걷다보니 어느덧 백련암.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 후에 일본군 특무 장교를 처단한 김구님이 머물렀다는 설명. 조금 위로 올라가니 소원 하나를 꼭 들어준다는 마애불. 크기도 아담하고 얼굴도 친근합니다.
능선까지 제법 가파릅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두어번 오르락내리락 하니 활인봉. 먼지 때문에 멀리 보이지 않아 아쉬움. 잠시 앉아 햇빛과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제법 땀도 나고 이른 아침 산행, 굿초이스 ^^
내려가다보니 나발봉과 생골로 가는 갈림길. 비탈진 골짜기에 밭을 일군 마을, 여기도 봄에 지을 농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주 근처라서 그런가요, 밤나무들 아래에 굵직한 밤송이 껍질이 흙으로 돌아가고 있네요.
승탑밭이 보입니다. 다가다 설명을 보니 색다릅니다 - '불모비림(佛母碑林)', 사찰에 불화를 제작하고 불상조각을 하는 사람이나 사찰건축물을 장엄하는 단청을 시공하는 사람들을 기리고 있는 곳.
☞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703 : "기억하는가…佛母의 삶 왜 잊고 살았는가"
해탈문, 천왕문처럼 양 옆에 조형물이 있습니다. 동자의 모습을 한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과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
천왕문 가기 전에, 마곡천 남쪽 지역에 있는 명부전과 영산당, 매화당을 둘러봅니다. 영산당 현판은, 세조가 김시습을 만나러 마곡사에 왔을 때 헛탕을 쳤는데, 그때 남긴 것이라고 합니다. 마곡사의 은신처 기원이 조선초에서 시작되었네요. 매화당, 스님들이 정진하는 곳인데 정갈합니다.
천왕문 지나 본당으로 가가 위해 극락교로 마곡천을 건넙니다. 나무에 달린 연등들, 너무 많지 않고 마치 꽃처럼 화사합니다.
대광보전 앞의 오층석탑,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빼빼로'처럼 너무 마른 느낌 + 라마 불교의 영향을 받은 상륜부의 풍마등. 이런 원나라 양식의 탑은 세계에 3개밖에 없는 희귀종이라네요.
심검당, 마곡사의 그것과 확실히 느낌이나 규모가 다릅니다.
대웅보전, 다양한 창살 문양과 벽에 그려진 역사들, 그리고 색이 바랜 단청들이 즐겁습니다.
심검당 뒤에 있는 곳간 같은 2층 나무 건물, 나무 기둥을 파내어 계단처럼 만들어 윗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걸어 놓았는데 아이디어가 좋네요 ^^
스님들만의 공간 입구를 막아놓았는데,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이라는 푯말이 부드럽네요. 마곡사에서도 그렇고, 이런 식의 '애교'있는 문구가 친근감을 줍니다.
대웅보전, 원래는 경전을 보관하던 곳이었는데 법당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2층 목조 건물 형태의 금당이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지붕 네 귀퉁이를 나무로 받쳐 놓았네요. 원래의 큰법당에(대적광전) 큰법당을 하나 더한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독특합니다.
대웅보전 옆쪽으로 나 있는 산책길, 마곡천 따라 템플스테이 공간까지 걸어갔다 다시 내려와 돌 다리 건너 다시 절집으로 돌아와 극락교 건너 나옵니다.
다리 아래 물 속에 있는 돌거북과 받침에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네요.
올 때와는 다르게 마곡천 따라 난 찻길로 내려옵니다. 데크길로 만들어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기 좋게 해놓았네요. 초록과 꽃이 있는 봄, 매우 아름다울 것 같네요.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126622650738819 : 마곡사
조계종에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7개 산사를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미리 읽어보고 가면 도움이 많이 될 듯~
☞ http://www.koreansansa.net/ktp/main.do
버스 타러 가는길, 어느덧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휴일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 왔나봅니다.
11시 차 타고 공주로. 전라도 방향, 광주 노선이 하루에 4번밖에 없습니다. 일단 논산으로 가보기로, 12:05 차가 있습니다.
TV에서는 삼일절 100주년 기념식이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어제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왔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아쉽네요. 문재인님의 기념사에서 강조된 친일청산과 신한반도체제, 꼭 이루어지기를~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15811 : 문 대통령 "'신한반도 체제', 우리가 주도하는 100년의 질서"
☞ https://ya-n-ds.tistory.com/1331 ( 삼일절 생각 )
성공회 서울주교좌교회에서도 기념 예배를 드리고 있겠죠. 1919년 앞장섰던 병천교회 같은 지역교회를 후원해서 행사를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멈추질 않네요. 이번 여행하면서 느꼈던, 점점더 서울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형성되는 것과 비슷하게 여겨지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
논산 시외버스터미널... 전주가는 버스가 하루에 두 편, 여기는 더 심하네요 ^^;
논산역에 가봅니다. 13:48 여수 가는 기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좌석은 없다고... 매표소 직원이 살펴보더니 전주에서 사람이 많이 내려 좌석이 가능하다고, 전주까지 입석, 거기서부터 좌석으로 합니다, 다행~ ^^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서 논산부터 익산까지 앉아 갑니다. 강경, 익산, 철길옆에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전주가 가까워오면서 먼지가 많아졌는지 잘 풍경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전주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네요.
곡성 근처에서 섬진강 만나고, 구례구 지나면서 헤어집니다. 오래만에 보는 지리산 자락이 멋지네요.
순천 지나 여천, 아주 오래전 왔을 때와 역과 주변이 달라졌네요. 전라선 복선화되면서 역을 옮기면서 새로와졌습니다.
31번 버스 타고 외삼촌 댁으로. 쌍봉사거리, 신기주공아파트, 여수의 주요 정류장처럼 보이네요.
외삼촌과 외숙모님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십수 년만에 보는 사촌동생, 지나가다 봤으면 못알아보겠네요 ㅋ
잠시 이야기 하다가 밥먹으로. 동생이 맛있는 것 사준다고 합니다. 집 근처 '뼈꼬시'(세꼬시를 여수에서는 이렇게 부르나봅니다) 하는 집, 포장마차에서 시작해서 얼마 전에 새 건물까지 지었다고. 지역주민들의 맛집인 듯.
한 상 가득(서너 가지는 빼도 될 듯) 밑반찬이 깔립니다, 허걱. 싱싱한, 굴, 해삼, 멍게, 꼬막, 생선 구이, 새우구이 등등 맛난 해산물들이 입을 즐겁게~ 갓으로 물김치를 담았는데 맛있습니다, 한 사발 더. 회 먹을 때는 맛이 강한 일반 갓김치보다 낫겠네요.
한참 먹은 후에 메인 등장. 서울에서 세꼬시 먹으면 푸석했을 때까 종종 있었는데 여기는 꼬들꼬들, 쫄깃한 식감이 엄지척입니다 ^^ 매운탕으로 마무리~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126630450738039 : 여수가는길, 뼈꼬시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내일 걸을 힘을 얻었습니다. 동생이 나중에 삼치회도 꼭 먹어보라고 팁을 줍니다.
집에 와서 TV를 켜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 후폭풍이 크네요. 내일 남부지방 비올 지 모른다고 하는데 조금 걱정,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Zzz
☞ https://ya-n-ds.tistory.com/3394 ( 셋째날 - 향일암, 한정식@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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