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이어지는 '공식적인' 주4일 근무, 토요일 출근 한다는 게 함정~ ㅋ
## 11월 9일 (월)
내일 연차 써야 한다는데, 수요일 주간보고 하려면 목요일로 미뤄야겠네요.
이번주는 어디를 가볼까? 늦가을을 맛보며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곳... 얼마 전에 청와대 경호 때문에 막혔던 북악산 일부 구간이 열렸다는 소식이 있었죠. 청운대 쉼터에서 곡장 전망대에 이르는 300m 구간.
☞ https://www.nocutnews.co.kr/news/5438170 : '김신조 루트' 청와대 뒤편 북악산길 52년 만에 개방
성곽길 투어하면서 가보기는 했는데, 이번에 새로 열린 곳은 어떤 풍광일지 궁금하네요.
☞ https://ya-n-ds.tistory.com/3218 ( 서울 도성 한바퀴 )
## 11월 11일 (수)
내일 걸을 준비. 오랜만에 아침 예배 드리겠네요.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참석 못했고, 최근에는 일이 바빠 토요일에 출근해서 기회가 별로 없었죠.
예배 시간에 읽을 성경 본문들을 찾아봅니다.
## 11월 12일 (목)
간식 챙겨서 나옵니다. 동작대교, 서서히 밝아오는 동쪽 하늘.
예배당 창을 통해 나오는 빛이 어스름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피정간 신부님들이 있어서 모인 사람이 단촐합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예배 드릴 수 있겠네요.
루가 17:20 하느님 나라, '여기 있다, 저기 있다'할 필요 없이 '너희 가운데 있다'라고 말하는 예수.
필레 1:7~20 필레몬 바울로부터 오네시모에 대한 이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잘못을 하고 도망친 종을 같은 교우로 환대하라는 바울의 권면... 신앙의 '실력'이 나타나는 것은 이렇게 자기와 가장 가까운 곳일 겁니다.
오네시모와 필레몬, 바울로의 모습이 어떠했을까 찬찬히 풀어가는 최용준 신부님의 강론, 이어지는 영성체 시간에 이렇게 함께 예배 드리는 교우님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봅니다.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에 마음을 실어 봅니다.
예배 끝나고, 김 베드로 교우님이 그동안 쌓인 포인트로 차보람, 최용준 신부님에게 던* 모닝세트를 쏘고 싶다고 하네요. 정 부제님도 함께 가서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때아닌 물난리, 갑자기 쓰레기통 쪽에서 물이 흘러나옵니다.
포장으로 바꾸어 사제관에 와서 여유있게 수다 떨며 함께 떡을 뗍니다. 크라상을 구워서 잼과 함께 내는 최용준 신부님.
태블릿과 폰에 담긴 사진 보며 여행, 정 부제님이 경험한 영국과 미국의 성공회 성당, 개신교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신학 얘기 등으로 시간이 훌쩍 흐르네요.
오늘 일정 이야기하니, 정 부제님이 당신도 새로 난 그길을 가고 싶다고 해서 동행하기로 합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옷을 갈아입고 나오시네요. 교회에 배낭과 옷을 준비해 놓고 있나 봅니다 ㅎ
영국대사관 옆으로 해서 덕수궁길로 들어갑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들이 아직 살아있다고 자랑하는 듯. 부제님으로부터 교회 건물들의 역사와 원래 위치, 정동에 남아 있는 오래된 회화나무들에 대해 들으면서 고종의 길을 통해 러시아 공사관터를 지나 어느덧 돈의문터까지.
본격적인 성곽길이 시작됩니다. 교육청 앞으로해서 공원 지나 인왕산으로 올라갑니다. 가는 길에 보이는 기암들은 언제봐도 신기하네요.
정상 가까이 가면서 제법 가파른 길, 경복궁, 광화문, 서대문쪽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청와대와 청운동도 보이고. 먼지가 꽤 많아 멀리까지 보이지 않고 조금 답답. 올라가다가 잠시 쉬어가야지 하고 찜해놓았던 바위 아래 명당은 이미 손님이 있어서 그냥 지나쳐야 하네요.
10:50 인왕산 정상. 멋진 포즈로 인증샷 남긴 부제님, 가슴 앞에 내려온 마스크는 '시대의 상징'으로 남겠죠 ㅎ
동쪽으로 보이는 북악산의 봉우리들을 정 부제님이 하나씩 설명하면서 이전에 그곳에 올랐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 보현봉, 문수봉, 비봉, 보이지 않는 대남문... 비봉은 진흥왕순수비를 세운 곳이라서 이름이 '비봉'이라는 사실도 알았네요 ㅎ
지난달에 백운산 다녀와서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습니다.
☞ https://ya-n-ds.tistory.com/3833 ( 북한산 백운대 )
내려오는 길, 새로 설치하고 정비된 데크길과 쉼터가 눈에 띕니다. 그래서 페인트 냄새는 어쩔 수 없죠 ^^;
자하문에 거의 다와 뒤돌아 본 기차바위의 암벽, 나뭇잎이 다 떨어진 가지 뒤로 겹쳐 고독, 해탈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청운공원, 과일 먹으며 여기저기 남아 있는 가을빛을 즐기며 잠시 쉬어 갑니다.
시인의 언덕, 보통은 문학관 앞으로 가면서 지나쳤는데 오늘은 올라가 봅니다. 돌에 새겨진 '서시'도 읽어 보고. 오늘 여정의 1/3을 마무리합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508080402593030 : 교회, 덕수궁길, 인왕산
북악산을 가기 위해 찻길을 건너 창의문 안내소로. 이전에는 신청서를 쓰고 통행증을 받아 목에 걸고 들어갔는데, 지금은 그냥 목걸이 IC 카드를 받아 게이트에 찍고 들어갑니다. 편해졌네요.
백악마루까지 계단으로 이어지는 가장 힘든 코스, 중간에 쉼터가 두 곳이 있어 다행. 부암동을 보며 올라가다 평창동과 북한산을 바라보게 됩니다. 여기는 노란 은행나무가 가을을 뽐내고 있습니다. 사진 찍느라 느려지는 발걸음 ^^
두번째 쉼터에서 잠시 앉아 부제님과 빵을 나눠 먹으며 숨고르기.
다시 힘을 내어 올라갑니다. 백악마루, 여기도 조금 바뀐 듯. 이번에 새로 길 열면서 리모델링한 곳이 많나 봅니다.
가운데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서 두번째 인증샷을 담은 부제님~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 여기는 멋진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 곳이죠.
청운대, 이전에는 성곽을 넘어 바깥으로 갔는데 이제 안쪽으로 곡장까지 갈 수 있게 문이 열렸습니다. 중간중간 부대가 있었던 흔적들이 있네요. 쉼터에서 간식 먹고 쉬면서 수다. 늦가을의 여유를 만끽합니다.
곡장까지 잠시 오르막, 다시 내리막, 성북동을 보면서 내려갑니다. 잠시 촛대바위에 들러 구경.
어느덧 숙정문. 공사중이라서 숙정문 안내소쪽으로 갈 수가 없네요. 울긋불긋 단풍이 성문과 멋지게 어울립니다.
성북동 대사관로를 따라 있는 독특한 모양의 집들, 외교관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다른 걸까요.
말바위 안내소에서 카드 반납. 성북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물어봅니다. 말바위 전망대로 올라가 성곽을 넘어 숙정문쪽으로 갑니다. 바위 위에 옛날에 지은 성벽과 그 위에 복원한 담 지붕이 묘한 대비를 이루네요.
팔정사 앞으로 내려옵니다. 산에 기대어 있는 예술가의 공방 느낌이 물씬 나는 독특한 집, 한 장 담아 봅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3508087332592337 : 북악산
길상사를 나옵니다. 절담을 넘어온 담쟁이가 담장 무늬와 어울려 눈길을 끌고 발길을 붙잡습니다. 길상사의 마지막 여운이랄까?
한 청년이 앞에 가며 길 따라 놓여 있는 가을을 찾아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멋진 풍경을 덤으로 누려봅니다 ^^
대우버스의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백성학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 길상사에 7층 석탑을 기증한 회장님, 사람은 소중하지 않나 봅니다.
☞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6621 : 대우버스, 노동자 386명 정리해고 수순…지역노동계, 끝장투쟁 예고
오랜만의 주중 아침 예배, 뜻밖의 동행과 만남. 남아 있는 가을빛을 누렸던 시간. 노래 하나 흥얼 거리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가, '11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습니다.
☞ https://youtu.be/1O8P9_u5XcA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힘 내서 내일부터 다시 코딩의 세계로~
☞ https://ya-n-ds.tistory.com/3846 ( 겨울로 한 발짝 더 )
p.s. 교회 주변에 계절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아침 예배 드리며 서로 다르나 한 빵을 나누며 한 몸을 이룬 교우님들과 함께라면 그 즐거움이 더 커질 수 있겠죠! 기회 되면 신부님들과도 함께 걷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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