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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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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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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00:00

2020년 둘째날 기지개를 폅니다. 잠시 침대에 앉아 지난 이틀간을 생각하면서 묵상
https://ya-n-ds.tistory.com/3560 ( 2019년 빠빠이, 2020년 하이!  )

 

어제 저녁을 너무 잘 먹어서 배가 그닥 고프지 않습니다. 반숙 하나, 감 두 조각 먹고 어제 남은 루이보스차 한 잔. 차가워진 차는 따뜻할 때랑 다른 맛이네요 ^^ 그냥 집에 갈까, 아니면 춘천을 들려 볼까? 1월 1일 거룩한 예수 이름 축일에 감사성찬례가 있으면 춘천교회에 가보려고 했는데, 12월 31일 송년밤기도회만 있다고 해서 못 갔죠. 오늘 그냥 가보기로.

 

아래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 수사님들이 피아노를 옮겼다고. 로렌스 수사님과 잠시 차를 마십니다. 어제도 오늘도 바쁘시네요. 지난 번에 왔을 때는 1층 식당 난로에 불 피워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와인 한 잔씩 했는데.
춘천 간다고 하니까, 11시 10분쯤에 춘천시와 읍,면을 오가는 버스가 있다고 알려 줍니다. 수사님은 서울 가는 9시 20분 버스 타러 출발.

 

맛있는 음식과 신앙 얘기로 몸과 영혼에 영양을 듬뿍 건네 준 권사님과도 인사. 춘천교회 들를 거라고 하니, 그 옆에 있는 '설지'라는 카페 가서 브런치를 맛보라고 팁을 주시네요.
성요한 피정의집을 나와 수사님들이 있는 성프란시스의집에 들릅니다. 스테반 수사님이 점심 공양 준비를 하고 있네요. 문을 두드려 알은 체하고 인사를 나눕니다. 다음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죠.

 

이틀 전 올 때보다는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정류장, 11:13 '남면-1' 버스가 옵니다.
403번 도로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들러 갑니다. 소주 고개를 넘어 가니 남산면, 사람이 사는 동네에 온 것 같습니다.
강촌, 42m 번지 점프대를 지나 새로 만든 강촌역 입구. 조금 더 가서 강촌교를 건너니 낯익은 풍경이 보입니다. 북한강 옆에 있는 옛 강촌역. 이제는 레일바이크 타는 곳으로 이용되나 봅니다.
북한강 따라가는 경춘로, 강 건너에 장남감 같은 기차가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등선폭포를 알려주는 표지판, 대학생 때 동아리에서 강촌으로 MT와서 이곳에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의암교, 왼쪽에 댐이 보이네요.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시내로 들어가 제일시장 정류장. 그런데, 제일시장은 길 건너고 정류장 앞은 중앙시장 입구.

 

길 건너 중앙로 따라가다 농협 건물 보고 길 잡아 춘천교육 문화관 앞 골목길로. 저 위에 교회가 보입니다. 앞에 보이는 오래된 떡 방앗간, 시간을 되돌려 놓습니다.
교회 계단 입구, 두 기둥에 각각 '설지'와 '대한성공회 춘천교회'라고 써 있습니다. 사택 건물 자리를 리모델링해서 카페를 만들었다고 권사님에게 들었는데 이렇게 표지판까지 함께 있을 줄이야 ㅎ
점심 시간 무렵이라 그런지 직장인들이 계단을 오르며 산책하는 것 같습니다.

 

성당 입구쪽 벽 옆에 성탄을 위해 꾸며 놓은 아담한 크리스마스 장식.  땅 위에 놓여진 나뭇가지 두 개가 '여기까지 작품입니다'라고 일러주는 듯.
옆으로 몇 걸음 더 가니 초록색 솜사탕 같은 나무들과 넓은 잔디밭 풍경이 마음을 툭 트이게 해줍니다. 아이들 놀이 기구들이 있고, 왼쪽에 있는 유치원 느낌의 성요셉관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공간처럼 보입니다.
머릿돌을 보니 1970년 준공. 문을 열고 교회 안으로. 본당 들어가기 전에 작은 공간, 책상 위에 필기 도구와 봉헌금꽂이 등이 있습니다.

 

불 꺼진 예배당, 겉에서 보기보다는 안이 넓습니다. 잠시 앉아 춘천교회가 이 지역에 빛을 비추고 평화를 전하기를 기도합니다.
제단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는 줄에 걸려 있는 십자가와 빨간 불빛의 감실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성공회에서 본 십자가 중에 가장 인상적입니다.
비둘기가 수놓아진 성수대, 누가 골랐을까요, 마음에 듭니다.

 

'설지'. 점심 휴식을 즐기는 손님들이 차와 디저트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꽤 넓은 공간, 인테리어도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테피스트리 장식에 얹혀진 성지(聖枝). 유리 너머 잔디밭이 보이는 풍경, 나무들과 함께 동화책 그림 같습니다.

 

자리를 잡고 카운터로 가서, '브런치 주세요' '죄송한데요, 브런치는 예약을 해야만 합니다' TT 햄토스트와 그린라떼를 맛보기로.
카페 옆 나무 데크에서는 무늬가 비슷한 두 냥이가 놀고 있습니다. 하나는 액티브해서 몸을 이리저리 가만있지 못하고, 다른 하나는 그냥 '귀찮다옹' 모드. 구름 사이로 햇빛이 켜졌다 꺼졌다, 평화로운 정오입니다. 

 

토스트가 아니라 샌드위치네요, 반으로 잘라 놓은 딸기와 함께 색깔의 어우러짐이 센스. 흐르는 음악도 편안합니다.

나오면서 중앙시장이나 제일시장에서 먹어볼 만한 곳 있냐고 물어보니, 중앙시장 낭만국시가 줄 서서 먹는 곳이라네요 ㅎ

 

내려올 때는 반대편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한쪽에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라고 새겨진 작은 비석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보통 쓰는 목재로 십자가를 만들고 간략한 사람 모양으로 표현한 고상 십자가, 저 아래를 내려다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집 모양 나무판에 붙어 있는 십자가, 주교좌교회 사제관 앞과 비슷한 모양, 춘천교회 신자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90764994324579  : 성공회 춘천교회 & '설지'

 

나선형 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니, 애오개역 근처에 있는 정교회 성니콜라스 성당가는 길이 생각났습니다. 
https://ya-n-ds.tistory.com/3482

 

'춘석이네', 오래된 집을 음식점으로 사용하네요. 들어가보고 싶은데... 낭만국시를 위해 그냥 패스.
춘천 중학교, 아이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방학 아닌가? 중앙로로 나와 걷다가 망대길로. 여기도 이것저것 먹을 게 많네요.

 

중앙로88번길을 건너 중앙시장으로. 이쪽저쪽 구경하면서 낭만국시를 찾아갑니다. 낭만국시 제면소, 면만 만드는 곳이 따로 있네요. 국수 파는 곳은, 앞으로 조금 가서 오른쪽으로 길로 가라는 약도를 붙여 놓았습니다.
드디어 도착, 사람들은 꽉 차 있고 앞에 두세 명이 있고 주문을 미리 받네요, 칼국수로. 바로 자리가 납니다. 혼자 온 어르신과 합석. 음식 나올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
- 11시 30분부터 1시까지는 줄이 길다고 -> 때 맞춰 잘 왔네요
-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 이야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 아마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 잔소리를 너무 많이 들으면서 커서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아닐까요?
- 중고등학생들이 담배를 많이 피는데 그러지 말라고 얘기하면 성을 내면서 대든다 ->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거리로 게임이나 담배 등을 많이 할 수도 있습니다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20 : ‘요즘 것들의 불만’ 이해하고 싶나요
  ☞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11147.html : 최고 ‘스펙’ 쌓고도 배반당한 ‘요즘 애들' - 어제 토론봤는데 진중권이 똑똑하더라 -> ... ☞ https://ya-n-ds.tistory.com/501 ( 진중권님 )

 

칼국수가 나옵니다. 국물 간도 괜찮고 면발도 쫄깃, 마음에 듭니다. 가격도 착합니다, 4000원. 동대문과 남성 사계시장의 홍두깨 칼국수가 생각나네요.
https://ya-n-ds.tistory.com/3219  

 

주문을 받고 안내하는 쥔장의 웃음 띤 표정도 맛을 더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겉절이처럼 나온 김치의 맛이 겉돈다는 점. 어르신이 맛보라고 비빔국수를 조금 덜어 주십니다. 비빌 때 식초를 넣어서일 수도 있고... 추천할 맛은 아닙니다. 

 

'명동길 since 1960', 겨울연가 주인공 조형물이 길 가운에 서있습니다. 닭갈비골목도 보이고.
춘천시청 앞, 야외스케이트장, 서울광장을 벤치마킹? 컬링을 할 수 있게 두 라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신중하게 스톤을 밀고, 열심히 빙판을 문지르고, 환성과 탄식, 즐거운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 옆에는 이디오피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간이 천막이 있네요.

 

삭주로 따라 향교로 갑니다. 홍살문 뒤로 장수루(藏修樓)가 쌓아 올린 단 위에 위엄 있게 올라 앉아 있습니다. 옆에 있는 고목도 한 몫합니다.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나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갑니다. 명륜당과 동서재, 소박합니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마당에 그려놓은 무늬.
뒤쪽에 있는 굳게 잠긴 대성전, 담이 높아 안쪽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나와서 향교 옆 골목길 가다보니 담 너머로 지붕이 살짝 보이네요. 구름, 나무, 기와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한림대학교, 나름 현대적 감각으로 정문을 만드려고 했는데, 어색합니다. 도서관 앞, 어디론가 달려가려는 말과 마차, 그 뒤에 우뚝 서 있는 다비드가 볼 거리를 줍니다.
유봉 여자중고등학교(높은 곳에 있어 학생들이 오르내릴 때 힘들겠네요) 후문으로 해서 강원 도청으로. 계단을 올라 정문으로 들어가는, 높은 곳에서 다스리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위압적인 옛 건물. 길을 따라 내려가가보니 작은 쉼터 앞에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가 웃고 있습니다.

 

서부대성로, 아파트 단지들이 있고, 상가 건물에 춘천서부시장이라고 붙어 있습니다. '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러울 것 같은데.
소양로, 춘천역 쪽으로 너무 황량합니다. 공원 같은 휴식 공간을 좀더 만들어 놓으면 좋으련만. 근화동, 주택가가 끝나고 철공소와 금속 가공하는 공장들이 무리지어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90780054323073 : 춘천 걷기 (1) 

 

공지로, 중앙로 거쳐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기념관. 원주민 집 세 개를 포개 놓은 듯한 모양이 독특합니다.
1층 왼쪽 전시실 - 한국전쟁 때 에티오피아 군의 활동을 보여줍니다. 휴전 후에도 동두천에 고아원을 설립해서 1956년까지 아이들을 돌보았네요. 의료 지원 등을 통해 전후 복구에도 참여하고.
안따까운 전사자 명단. 입구에 한국인들이 고마움을 쓴 엽서들을 붙여 놓은 게시판, 'Thank you Ethiopia'.
2층에는 에티오피아의 문화와, 한국과의 교류 활동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에티오피아만의 독특한 기독교 전통이 있네요. X 모양의 십자가, 아프리카 고유 문화의 영향을 받으 이콘.
커피와 연관된 전시물, 동양의 다도와 같이 '커피도'에 필요한 찻잔(우리의 전통 찻잔과 비슷)을 비롯한 기구들. 지붕 벽에 커피의 기원을 그려 놓은 사람과 염소가 춤추는 모습이 재미납니다.

 

권사님으로부터 문자, 문자로 링크한 글에 오타를 알려줍니다 ^^

 

이디오피아의 벳(집), 1968년 11월 25일에 문을 열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커피향이 나도록 했다는 배너, 18,666일째네요.
손잡이 달린 글래스에 나오는 커피, 공지천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창가에서 쉬어갑니다. 살얼음 위에 남은 눈이 그린 무늬들. 백조배는 강가에 나란히 붙어 쉬고 있습니다.
옛 음향기기들, 커피 만드는 기구들, ... 여기도 잠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네요. 화장실 문에 새겨진 문양도 이티오피아 전통 문양인가 봅니다.

 

공지천교, 표지판이 북한강으로 연결된 것을 알려 줍니다. 의암호에 있는 섬 때문에 이곳이 바다 안쪽으로 들어온 만처럼 보입니다. 다리 건너 의암공원 입구의 조형물, 나뭇잎과 사람 모습을 특색있게 새겨 놓았네요.
건너편에서 바라본 이디오피아 집 풍경, 물을 거울 삼아 데칼코마니가 되었습니다. 강을 따라 난 산책로의 나무들의 가지들이 또 다른 조형물이 됩니다.
가운데 커다란 물고기 튀어오르는 구름다리, 얼음과 눈, 물 위를 통통 튀며 건너갑니다. 그 다리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봅니다.

 

영서로 따라서 춘천역으로. 춘천대교, 건너서중도에 가보기에는 시간이 좀 늦었네요. 역으로 들어가 열차 시간 확인, ITX-청춘은 1시간 기다려야 하네요. 17:18 경춘선 타고 서울로.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90795354321543 : 춘천 걷기 (2)

 

날이 금방 어두워져서 주변 경치는 잘 보이지 않고, 시사인 2019년 연말 특집호를 읽습니다. 사진으로 노동을 생각해 보는 시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List.html?sc_serial_number=641&sc_order_by=S : 641호 2019 올해의 인물·사진

 

마음에 남는 글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944 : ‘김용균들’을 위하여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952 : ‘좋은 노동’이 왜 싸구려인가

 

2019년을 훌훌 털고, 새로운 힘을 얻어 2020년을 시작하는 2박 3일의 시간을 누렸습니다 ^^

 

 

p.s. 이어지는 새해 첫 주 행사들;
- 1월 3일(금) : 대학원 선후배들과 신년회,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맛있는 한정식.
- 1월 4일(토) : 조카와 함께 즐긴 토욜 오후 패키지 - 역삼동 신라스테이 Cafe 점심 + 'Body Guard' @LG Art 센터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96621353738943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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