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초가 다 켜진 후 '탄생'을 기다리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 https://ya-n-ds.tistory.com/3551 ( 길어지는 밤, 기다림은 반을 지나고 )
## 12월 23일 (월)
조카와 새해 기념으로 1월 4일에 볼 뮤지컬 예약.
노원 나눔의집 양만호 신부님에게 12월 25일 연합예배가 있는지 문의. 있다네요, 세종로 공원에서.
## 12월 24일 (화) 성탄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셔틀버스 타고 시청쪽으로 퇴근.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휴일 전날이라서 그런지 톨게이트 들어가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저 많은 차 안에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렘 충만한 사람들이 많겠죠 ㅎ
한남대교 건너 남산터널 빠져 나오자마자 차들이 거북이가 되었습니다. 조금 빨리 가려고 기사님이 옆길을 이용했는데 더 막힙니다 ^^; 무안했는지 계속 막히는 이유를 중얼거립니다. 버스는 버스의 길로 가야...
을지로3가에서 좌회전 하니 길이 뚫리네요. 건물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빛납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스케이트과 그 주위의 푸드트럭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대성당 성탄밤 예배 시간이 되지 않아 요한성당에 가 보았더니, 외국인교회의 미사가 끝나갑니다. 예배당 문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성탄밤을 함께 기뻐하기 위한 간단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스테인드글래스 창문 애래 티캔들이 세 개씩 짝지어 빛나고 있습니다. 김호관 신부님의 센스.
제단 앞 마굿간에는 이제 아기 예수가 뉘여 있습니다, 기다림의 완성.
밖으로 나오니 신부님이 차려진 음식을 권합니다. 포도주에 여러 과일을 넣어 끓인 뱅쇼(Vin Chaud), 알콜은 날라가고 포도와 과일의 맛과 향으로 다가옵니다. 전주의 모주와 원리가 비슷하네요.
대성당 가려고 밖으로 나오다 김 다윗 교우님을 만나 인사와 얘기를 나눕니다.
* 감사성찬례
복음서 루가 2:1~14
1 독서 이사 9:1~6
2 독서 디도 2:11~14
촛불을 하나씩 들고 성당으로 들어갑니다. 저녁 10시, 전등은 꺼지고 촛불을 켜서 예배 시작. 성가 곡이 대림절기와 함께 한 D곡조에서 B곡조로 돌아왔습니다.
1독서가 시작될 때 성당의 불이 켜지고 촛불을 끕니다.
복음. 초라한 구유에 누인 연약한 아기를 본 목자들의 반응, 듣고 보고 한 것이 천사들에게 들은 바와 같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돌아갑니다, 실망하지 않고.
천사의 찬양이 이루어지를~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성탄절에 마굿간을 꾸미는 것은, 13C 성 프란시스코가 예루살렘 순례 후에 그곳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그들과 함께 하는 예수를 나타내려고 한 것이 기원이라고, 강론에서 주낙현 신부님이 이야기합니다.
'십자가'가 그렇듯이 이 '마굿간'도 교회 안에서 어쩌면 원래의 의미는 많이 스러지고 이미지만 남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성체 후에 마굿간 축복식. 주교님이 아기 예수 인형을 들고 성당 입구에 있는 마굿간으로 가서 구유에 누입니다.
파송성가로 예배를 마친 후에, 교우님들이 나가면서 가지고 있던 초에 불을 붙여 마굿간 앞에 놓으며 기도.
교회 마당에서 교우님들과 성탄 인사. 김 어거스틴, 백 스테파노 교우님이 왔네요. 같은 방향이라 함께 집으로.
이렇게 성탄밤이 깊어갑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78713075529771 : 성탄밤 풍경
## 12월 25일 (수)
날씨는 따뜻하지만 미세먼지는 있어도 날씨는 좋네요. 세종문화회관 뒤편으로 해서 세종로 공원 가는길, 임옥상님의 '평화와 화해의 나무',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달려 있습니다.
감사성찬례를 준비하는 신부님들과 교우임들. 바닥에 간이 단열재를 붙여 놓고, 예식문을 포개어 놓았습니다. 한 부 가져와 읽어봅니다.
오늘 광화문쪽이 차가 막히는지 나눔의집 교우님들 중에 늦는 분들이 있어 시작 시간을 15분 정도 미룹니다. 근처에 천주교에서 인도하는 미사도 있어서 거기에 갔다가 오는 사람들도 있나 봅니다.
148장 '그 어린 주 예수'로 성찬례를 시작합니다. 성공회 교인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예식문을 바꾼 부분이 있네요. '죄의 고백', 첫 부분을 '그리스도의 식탁에 초대 받은 여러분'이란 표현으로 시작.
말씀의 전례;
복음서 요한 1:1~14
1 독서 이사 52:7~10
2 독서 히브 1:1~4
독서를 성북나눔의집과 봉천동 나눔의집에서 맡았습니다.
공의와 정의로 다스리는 하느님에 대한 소망을 선포하는 이사야 선지자. 히브리서는 예수가 바로 이것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합니다.
복음서를 읽고, 강론 전 톨게이트 노동자의 '현장 증언'. 아픔과 고통을 당한 분들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할 일들을 나눕니다. 작년 예배에서는 고시원 화재을 겪거나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애쓰는 분들의 말을 들었죠.
☞ https://ya-n-ds.tistory.com/3269 ( 2018년 대림절기 )
수원나눔의집 정일용 신부님의 강론.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 때 함께 있은(사용한) 말씀을, 하느님이 한 '노동'이라고 바꾸어 읽어 봅니다. 엘살바도르 로메로 주교와 신영복님의 말을 인용해서,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 내려온 예수와 그를 따르는 교회가 할 일을 이야기합니다.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노원, 수원, 동두천, 용산 나눔의집에서 한 꼭지씩 기도합니다.
'평화의인사' -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시니, 십자가로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고 주님의 이름으로 모여 평화를 나누게 하십니다'
어색하지만 나눔의집 교우님들과 신부님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서로 다가와 인사를 나눕니다.
봉헌 성가 '금관의 예수', 참 오랜만에 불러봅니다.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간절한 후렴.
'성찬기도', 기도서 감사성찬례 2형식에 있는 5양식.
영성체 순서의 성찬초대 - '믿는 마음으로 나와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성체와 보혈을 감사함으로 받으십시오'
영성체 성가는 358장 '뜻 없이 무릎꿇는'.
파송의 노래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대학교 때 많이 불렀던 곡이네요. 교회 대학부에서는 '투쟁 속의 동지 모아', '동지에 손 맞잡고'를 '사랑 안에 형제 모아', '자매의 손 맞잡고'로 고쳐 부르기도 했죠.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78733028861109 :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 하는 연합 감사성찬례
☞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6123 : 아직 돌아가지 못한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한 성탄 예배
요즘 계속 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해결이 지지부진합니다. 새해에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모두 도로공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https://ya-n-ds.tistory.com/3559 ( 톨게이트 수납원 해고 사태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78733028861109 :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 하는 연합 감사성찬례
연합예배 마친 후에 양만호 신부님과 노원나눔의집 교우님들과 함께 점심 먹을 곳을 찾습니다.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문 연 곳이 잘 보이지 않네요.
근처 유명한 감자탕집으로 정찰 나간 교우님으로부터 연락,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어제 밤부터 냉면 먹고 싶다고 한 부제님을 위해 평양냉면으로 메뉴 결정.
'능라도', 생애 첫 평양냉면은 어떻게 다가올까 호기심이 생기네요.
놋그릇에 반찬과 냉면이 나옵니다. 스테인레스나 플라스틱이 아니라서 다행. 놋그릇 보더니 양만호 신부님이, 성찬례에 사용했던 잔이 놋이라서 손이 너무 시려웠다고.
백김치와 무김치, 간이 약합니다. 냉면 국물을 한 수저 떠 먹어 봅니다. 차가운 국물, 고기 맛과 감칠맛이 날 듯 말 듯. 늑늑하거나 느끼한 맛이 거의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국물을 만들까요? 그런데, 면이 국물과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호불호가 갈리겠네요. 교우님들 중에도 매니아가 있고,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국물이 계속 들어갑니다, 차가운 국물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백김치와 무김치의 양념이 약한 이유가 있었네요.
녹두전, 보통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기름기와 간이 훨씬 약합니다. 그래도 냉면을 먹다가 먹으면 간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맛의 신세계를 경험했네요 ㅎ
점심 후에 신부님과 느긋하게 차 한 잔 마시면서 사는 이야기.
- 평양냉면을 화두로 한국 음식 문화로 나갑니다. '한식의 품격'(이용재, 반비)에서 읽은 것 복습하는 시간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022112015 : “맛을 빼놓고 하는 한식 담론, 그게 싫어 ‘밥상’ 뒤엎는 것”
- 일자리와 젊은 세대 이야기하다가 요즘 읽고 있는 '밀레니얼 선언'(맬컴 해리스, 생각정원)의 내용을 꺼내봅니다.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20 : ‘요즘 것들의 불만’ 이해하고 싶나요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11147.html : 최고 ‘스펙’ 쌓고도 배반당한 ‘요즘 애들’
걷기 좋은 날씨, 맥주 한 잔 더하러 서촌쪽으로 가봅니다. 체부동 골목길, 주택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 가게, 공방 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래된 교회 건물은 내부를 리모델링 해서 문화지원센터를 만들었네요. 이곳을 어떻게 사람들이 알고 올까 싶은 곳에 있는 빵집, '체부동 다락빵', 1955년부터 만성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나 봅니다. 단팥빵 사서 냠냠.
메인 먹자 골목으로 나와 맥주 집을 찾아 봅니다, 여기도 문을 연 곳이 많지 않습니다. '빚짜', 이름이 재미 있어 들어갑니다. 분위기도 좋네요. 에일 맥주를 시켰는데, 신맛이 강하네요. 에일이 원래 이랬나?
돌아오는 길, 경복궁 쪽으로 가다보니 한복이 많이 보입니다. 주로 중국어를 하네요. 외국인이 관광지에서 입는 옷이 되었네요. 웃프다고 해야 하나?
청계천, 어두워지면서 더 빛나는 LED로 예쁘게 꾸민 공간들이 사람들로 꽉 차 있습니다.
프레스센터 앞에 있는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라고 새겨진 돌과 커다란 펜 조형물. 취재와 질문은 대신 받아쓰기만 할 줄 아는 한국의 기레기들에게 부끄러운 말이겠네요.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78738325527246 : 광화문, 체부동 골목
올해 크리스마스, 필요한 만큼 비우고 채우면서 보냈네요 ^^
## 12월 27일 (금)
1월 4일 점심 예약, 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걸어 놓습니다. 퇴근 무렵 예약할 수 있다고 연락이 옵니다 ^^
## 12월 28일 (토)
* 아침 감사성찬례
마태 2:13~18
예레 31:14~17
1고린 1:26~29
오늘은 별세자 세 분 추모가 있어서인지 요한 성전이 가득찼습니다.
'죄없는 아기들의 순교'를 기리는 날. 예수가 태어났을 때, 헤로데의 명령으로 베들레헴의 아이들이 죽은 이야기. 생명과 평화를 주러 온 곳에 죽음이 나타났습니다. 아이러니한 장면입니다.
여러 물음이 떠오릅니다 - 동방박사들은 왜 예루살렘에 들렸을까요? 하느님은 왜 이 억울한 죽음을 보고만 있었을까요?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과 세력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로 설명이 될까요?
왜관 베네딕트 수도원의 겔브브어스트 사러 명동 카톨릭회관으로. 연말 빛 축제 한다고 이것저것 꾸며 놓았습니다. 위에서 바람에 하늘거리는 색색의 천이 반기네요.
체인점 설롱탕을 먹으려는 관광객의 줄이 구불구불 ^^;
분도출판사 매장, 커다란 밀랍초들이 눈에 띕니다. 냉장고에서 소세지를 꺼내어 계산대로. 작년보다 20% 올랐습니다.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둘러봅니다. 촛불 끄는 기구가 있습니다. 손잡이 짧은 것은 6,000원, 긴 것은 10,000원. 비아메디아 과정 끝난 기념품으로 괜찮을 듯. 몬테올리베토 수도원에서 만든 포도주, 어떤 맛일까?
돌아오는 길에 들은 '갤러리 1898', 크리스마스를 맞아 '구유'를 주제로 한 작품들 전시. 작가들이 마음에 담아 빚어낸 것들, 서로 다르지만 마음이 향한 곳은 하나인 듯~
스벅의 생일 쿠폰 찬스로 2019년 마지막 토요일을 마무리합니다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680908888643523 : 명동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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