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너무 추워서 새벽에 세 번 정도 깹니다. 방 전체 난방이 안되고, 전기 히터가 하나 있는데 방 한 부분만 커버 ^^; 침대마다 전기장판이 있으면 좋으련만.
씻고 밥먹으러 1층으로. 아침에 맞는 음악은 나오고 있는데 불은 어떻게 켜지? 7시가 되니 자동으로 켜지네요.
토스트, 잼, 시리얼, 우유. 커피는 베트남 G7(중독성 있죠), 우유에 넣어 밀크 커피로.치즈나 계란이 없어 아쉬움.
같은 방에 묵었던 외국인이 내려와서 잘 잤느냐고 묻습니다. 추웠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그리고, 모기 한 마리가 계속 윙윙거려서 제대로 못잤자고. 전기 히터가 있어서 모기가 그쪽으로만 갔을까요? ㅋ
짐싸서 8시쯤 출발. 비가 오는 것인지 안오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우산 쓰지 않고 그냥 가기로. 산수시장 골목으로. 쉬는 날이라서 그런지 동네가 아직 잠이 깨지 않았습니다.
지산동 오층석탑 찾아갑니다, 법원 앞으로 해서. 가을 단풍이 차갑고 딱딱한 법원에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주네요.
탑 주위에 펜스가 둘러쳐 있고 정비 공사 중이라 가까이 가지 못하겠네요. 날렵한 모습, 주택가에 숨겨진 보물입니다.
앞에 보이는 십자가가 있는 둥그런 지붕. 무슨 건물일까?
지산동 성당. 돔이 있는 세 개의 탑을 기둥처럼 연결해 놓은 독특한 형식.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까 한분이 다가옵니다. 관광왔는데 색다른 모습이라서 찍고 있다고 하니까 성당의 내력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네요. 103인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마음을 가지고 축성을 했다고.
곳곳에 들어가 있는 스테인드글래스도 신경을 써서 만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성안 안은 불을 켜 놓지 않아 어두워서 잘 보지 못한 아쉬움.
조선대학교 여자고등학교, 건물이 합숙소 느낌입니다, '3년만 고생하면 90년이 편하다'와 같은 문구와 함께.
여자 중학교. 담장에 장미도 보이고, 교문 앞에 조대장미의 거리 조형물도 있어서 공기가 부드럽습니다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88732157861197 : 광주 동구 지산동 골목
조선대학교, 작은 문으로 들어갑니다. 미술대학이라서 그런지 건물 모양과 색깔이 딱딱하지 않습니다. 잔디밭에 놓여진 조형물들도 재미 있고.
찻길 따라 올라가다 보니 건물 사이의 공간이 넓어 확 트인 느낌. 가을에 물든 나무들, 학교의 역사가 오래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휴일 이른 아침의 캠퍼스, 마치 커다란 나만의 정원을 산책하는 느낌.
학원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1.8 항쟁 기념비'.
☞ https://ko.wikipedia.org/wiki/1%C2%B78_%ED%95%AD%EC%9F%81 : 1.8 항쟁
산 중턱의 이국적인 흰색 건물, 계단을 올라 가까이 갑니다. 시간강사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현수막. 여기도 이번에 바뀐 강사법의 영향을 크게 받나 봅니다. 또 다른 '1.8 항쟁'될 수 있을까요?
☞ https://ya-n-ds.tistory.com/2882 ( 강사법 )
본관에서 정문 부근까지 아래로 일직선으로 보이는 멋진 라인, 연세대가 비슷했는데, 그보다 기울기가 커서 속도감이 더합니다.
운동장에 축구를 하는 사람들, 조깅을 하며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 운동장 옆에서는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있네요.
은빛 학(?) 두 마리가 날아가는 조형물, 연세대의 독수리와 이미지가 겹치네요.
돌 위에 새겨진 '막는 것 산이거든 무느곤 못가랴', 조선대학교의 정신인가요? 가을 아침 산책 코스로 좋은 캠퍼스, 아, 본관쪽에서 트랙킹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를 보았죠.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88743534526726 : 조대의 가을
공과대학 옆으로 나옵니다. 카페 벽에 그려진 예쁜 그림이 마음을 끕니다. 아쉬움에 다시 한번 조선대를 뒤돌아보며 찰칵. 팔문대로 건너서 어제 밤에 걸었던 '푸른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가을이 한껏 담은 나뭇잎들이 위아래에서 사람들을 감싸고 있습니다. 어제 어두워서 보지 못한 것들을 맘껏 구경하며 가는 길. 바람이 불면 잎들이 비가 되어 쏟아집니다, 와우!
남광교 옆에 남아있는 옛 철교, 비둘기들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철교 때문에 주위가 달라 보입니다.
☞ http://greenways.or.kr/home/index.php?code=0201 : 푸른길 공원
양림동 지나 백운동, 월남대로를 따라 올라가 월산동. 낯익은 119 안전센터.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88754127859000 : 광주 푸른길 -> 백운동 -> 월산동
건물 윗쪽에 달린 교회 간판이 2년 전과 달리 깔끔해진 것 같습니다. 건물 입구쪽으로 가니까, 오래되어 건물쪽 창문에서 일부가 떨어진 교회 표시도 사라졌네요.
계단을 올라가 예배당 입구, 이곳은 여전합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깨끗해졌네요 ^^ 제대 위에 은은한 조명도 있고. 며칠 전에 달았다네요.
김경일 신부님과 인사하고 지난 번에 봤던 발렌틴 교우님과 인사하니, 김윤경 신부님이 나와서 '어제 문자로 연락했던 교우님!'하고 맞아 줍니다.
주보가 기도문, 찬양, 성서말씀 등의 모든 순서와 내용을 넣어, 처음 온 사람들도 편안하게 기도서를 이리저리 찾지 않고 예배 드릴 수 있게 책자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새 신부님이 오셔서 많은 게 변했나 봅니다.
* 감사성찬례 ( 11월 17일 연중 33주일 )
복음서 루가 21:5~19
1 독서 말라 3:19~20
2 독서 2 데살 3:6~13
김경일 신부님이 집전하고, 김윤경 신부님이 복사를 하면서 강론.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안정되고 평안해 보입니다.
'기리에'을 C곡으로 영광송 전에 고백하고 말씀의 전례로. 복음서 읽기 전에 층계 성가를 다함께.
1 독서 후에 부르는 시편 곡조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주보에 실리면 좋겠네요.
화려하게 꾸민 성전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다 무너질 거라고 이야기하는 예수, 그리고 그들이 자기 때문에 박해를 당하고 임금과 총독들 앞에 설 거라고 하면서 그때야 말로 너희가 나의 복음을 증언할 때라고 합니다. 그런데 걱정하지 말라고, 적수들이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겠고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종교라는 게 사람을 끌려면, 이로운 것을 전해야 하는데, 대놓고 힘들 거라고 하는 예수의 모습이 다소 당황스럽습니다 ^^;
김윤경 신부님이 강론 중에, 게으르지 말고 각자 열심히 일해서 살라는 바울로의 권면 부분을 통해 젊은 성공회 신부님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따로 직업을 가지는 '이중직', '자급사제'를 고민하는 의견들이 있다고. 성공회 신부님들의 보수가 전반적으로 낮고, 속한 교회에 따라서 차이도 나죠. 은퇴 후 연금제도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바울로가 쓴 '게으르다'는 로마의 군사 용어로, '대열에서 이탈한'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시작하기 전에, 신부님이 기도 대상을 이야기합니다(대전 교구, 일본, 해외, 그리고 광주교회). 전주교회 김희영 신부님 이름을 여기서 보니 반갑습니다, 광주교회 출신이죠. 9월 전주 기억이 새록새록 ^^
☞ https://ya-n-ds.tistory.com/3516 ( 전주교회 )
성찬예식, 영성체 후에 함께 성체성가를 부르네요. 영성체 후 기도는 응답으로.
파송예식까지 마치고 넘긴 주보 다음 페이지, 대전교구 공동 주보 말씀, 교구 여러 신부님들의 글 강론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은 제도 같습니다.
예배 후 잠시 성당 구석구석 사진 찍기. 성찬집기를 보관하는 곳에 보니 'Yellow Tale' 병이 보입니다, 성찬주로 사용하나 봅니다.
애찬시간, 책상을 길게 이어 붙여 식탁을 만듭니다. 한쪽 끝에는 밥과 반찬, 그릇과 수저통을 각자 양만큼 가져와 먹습니다. 오늘의 메인은 카레와 계란 후라이. 김치가 너무 맛있네요 ^^
밥 먹은 후 커피, 차 마시며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
청년 교우님들과는 유네스코 등재된 7대 산사를 중심으로 여행 이야기. 청년들이 관심을 갖네요. 산사 여행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산사 순례'(창비) 소개.
김경일 신부님이 은퇴하면서 기독교사상에 쓴 글을 프린트해서 가져다 줍니다.
☞ https://www.facebook.com/kyoungil.kim.52/posts/2130446033723065 : 나의 지나온 삶 -방랑과 구도의 길
65세쯤 되어 이렇게 자신의 삶을 써야 한다면 그리스도인들이 좀더 바르게 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없었던 일을 쓰거나 아름답게 각색해서 쓰면 주위 사람들이 쑥덕거리겠죠. 신약성경에 나오는 하느님 앞에서의 심판 이야기들, 그때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서의 심판 이야기들을 쓰고 읽지 않았을까 싶네요?
얼마 전 인터뷰한 기사를 보니, 다른 모습으로 사역의 길을 시작하시려나 봅니다.
☞ http://www.hani.co.kr/arti/area/honam/913485.html : “이제 교회 바깥서 교회 개혁과 생명·평화의 길 찾아야죠”
'올드보이' 교우님들과는 정치와 성공회 얘기.
최근 언론에 나온, 성공회 신부님들이 연관된 사건들.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아픔이 길이 되기 위해서는 원인과 개선방향이 담긴 보고서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 https://newstapa.org/article/kjqTv : 노.나.없⑤ 노인의 밥상을 노리는 자들, 식자재 리베이트
☞ http://news1.kr/articles/?3705661 : "비판 현수막 떼"…신자와 승강이하다 상해입힌 성공회신부 벌금형
광주 지역에서 정치 컨설팅하는 교우님, 판을 보는 시각이 다르네요. 이전에 뉴스 보면서 이상하게 여겼던 것이 풀렸습니다. 어제 돌아본 양림동이 2년 전과 많이 달라져 카페골목처럼 되었다고 하니까, 부동산값이 2배 정도 오르면서 토박이들은 떠났고 서울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네요. 호남신대만은 지켜지기를.
헤어질 시간, 좋은 추억을 담고, 아쉬움을 남기고, 인사하고 일어섭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88759954525084 : 성공회 광주교회
218번 버스 타고 터미널로. 순천 가는 16:47 버스. 몇 개의 IC를 거쳐서 호남고속도로(25번)를 탑니다. 어느덧 날은 어우워지고, 승주 근처에서 선암사, 송광사 이정표가 보이네요. 서순천으로 나와 순천대, 순북 정류장 지나 터미널에 도착.
순천역 방향을 물어 길을 잡습니다. 아랫장, 대부분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야시장의 포차 같은 곳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주로 술과 전을 파는데, 전이 한접시에 5,000원. 부담 없이 여러 가지 시켜서 먹어 보는 재미가 있겠네요.
저녁을 먹어야겠는데... 팥죽 집이 많습니다. 하나 골라 들어갑니다 - '부부단팥죽'. 메뉴가 단촐, 새알심이 들어간 동짓죽과 칼국수가 들어간 팥죽, 잔치국수, 해물칼국수.
팥고명이 조금 올라간 팥죽. 먼저 국물 한 숟갈. 진하네요. 설탕을 한쪽에 뿌려 놓고, 1/3은 그냥 먹고, 나머지는 설탕을 섞어서 먹습니다. 반찬은 무김치 하나, 맛이 만만치 않네요. '미식로드'가 되었습니다. 아,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풍덕교 건너면서 보는 순천동천 풍경, 여행을 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순천역 여행안내소. 선암사 가는 버스 시간표 확인. 순천에서 꼭 먹어볼 것 물으니, 웃장 국밥과 짱뚱어탕을 알려줍니다.
순천역 게스트하우스, 일요일이라 빈방이 많아서인지 2인실을 혼자 쓰도록 해줍니다, '206호 편한자리', 편안한 밤이 될 듯 ^^
문자로 안내 중에 맛집들이 있습니다, 굿!
☞ https://ya-n-ds.tistory.com/3541#comment17239427 : 순천 먹거리
씻고 게스트하우스 구경. 계단 벽에 그려진 재미있는 그림들. 쥔장의 재치와 정성이 느껴집니다. 꼭대기층 휴게실, 만화책, 게임기, TV, 컴퓨터, 심심할 틈이 없겠네요. 옥상도 있어서 바람 쐬며 달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88766367857776 : 광주에서 순천으로
가을을 만끽하고, 광주교회 교우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맛있는 팥죽도 먹은 11월의 열일곱번째 날이 깊어갑니다.
내일 순천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비 올 확률이 좀 높은 것도 걱정이고.
☞ https://ya-n-ds.tistory.com/3546 ( 셋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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