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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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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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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02:20

## 9월 27일 (금)

아침 일찍 눈이 떠집니다. 엊저녁 찾아본, 오늘 아침 해뜨는 시각, 06:24. 대충 얼굴 씻고 챙겨 입고 나갑니다. 일기예보는 구름 많고 비올 확률이 높은데, 하늘에는 구름이 그닥 많지는 않습니다.
이제 떠나려는 여객선은 몸을 푸느라 매캐한 둔탁한 소리를 내며 기름 타는 냄새를 뿜어댑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차와 사람들, 섬에서 할 일이 많은가 보네요.

 

등대가 있는 방파제를 걸어가다보니. 바다밭으로 출근하는 작은 배들이 지나갑니다. 한 어르신이 자전거 산책하며 '곧 해가 뜨겠네'라고 말을 건네고 지나갑니다.
바다 가까이 있는 구름이 서서히 오렌지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그 앞으로 지나가는 배 하나. 조금씩 커지는 붉은 하늘을 보면서 등대에서 물러나옵니다. 목적지를 향해 나가는 여객선 위로 해가 올라가고, 선착장 옆 맴섬 위로도 해가 올라 땅끝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1층 현관에 고양이가 몸을 웅크린 채로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몸집이 조금 작은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습니다. 친군가?
아침을 주지 않아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기로. 그런데, 가스레인지가 켜지지 않습니다. 쥔장에게 연락. 사용한 지가 오래되어 관에 가스가 차지 않아 잠시 동안 스위치를 켰다껐다 해야 한다고. 대여섯번 그렇게 하니 가스 소리가 나면서 불이 붙습니다. 끓이고, 먹고, 설거지까지 뚝딱.

 

케이프의 아쉬운 점 몇 가지.
- 화장실겸 샤워실의 환기 : 창문이 닫혀 있어서 결국 방이나 현관 쪽으로 나가겠죠~
- 1층 공용공간 : 음악을 틀어 놓으면 어떨까요?
- 믹스 커피밖에 없는데 카누 같은 블랙커피도 있었으면...

 

짐 정리해서 차 타러 갑니다. 산정까지 표를 끊고(1,500원), 08:45 출발. 어제 지나왔던 마을들이 스칩니다 - 송호, 송중, 중리(섬과 육지가 하루에 두 번 연결된다죠), ... 09:00 산정 도착.
어르신들이 길가에 차를 기다리느라 앉아 있습니다. 미황사 가는 버스는 50분 후에 출발. 마을을 돌아봅니다. '가는 날이 장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북적였네요.

어제 해남5일장과는 규모가 작지만, 사고파는 물건 종류는 비슷합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생기가 돕니다.
https://ya-n-ds.tistory.com/3508 ( 해남오일장 )


통닭집, 닭장에 들어 있는 산 닭, 손님이 오면 바로 잡아서 튀겨 주나 봅니다. 서울에서도 옛날에는 그랬죠.
늠름하게 잘생긴 늙은 호박들이 쌓여 있고, 튀겨도 무쳐도 맛있다며 갯벌에서 잡은 작은 게를 파는 아주머니, 채소 씨앗을 작은 봉지에 조금씩 덜어서 팔기도 하고, 그리고 역시 고구마가 넘칩니다.

 

마트 유리에 아랍어가 쓰여 있습니다. 뭐지?

송지초등학교 울타리에 걸려있는 현수막 - '싸게싸게 가지말고, 싸목싸목 살펴가세요!'

소주방과 다방 간판이 많습니다.

 

김왕중 베이커리, 고구마처럼 생긴 빵이 있네요, TV에도 나온 듯. 어떤 맛일까, 자색 식빵 하나와 함께 사서 나옵니다.
차 기다리는 동안 식빵을 먹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옆에 와서 먹고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식빵인데요, 조금 드릴까요?' 한 뭉치 떼어서 드리니, 주위의 어르신들과 나누어 맛봅니다. 한 뭉치 더 떼어 주위 분들에게 드립니다. 이제 막 구운 것이라서 그런지 촉촉하고 부드러워 좋다는 품평이 이어집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482465501821197 : 땅끝마을 아침풍경, 산정 터미널(5일장)

 

해남 바로 가는 차 다음에 미황사 들르는 차가 옵니다. 버스카드 1,250원. 손님 5명, 그 아주머니가 기사님과 말을 주고 받으며 흥겹게 타령을 부릅니다. 기사님이 짜증내지 않고 칭찬 '추임새'까지 넣어주니, 나들이 가는 관광버스가 됩니다 ㅋ
서정리에서 조금 더 가니 나무가 무성한 찻길, 걸어가도 좋을 것 같네요. 드디어 미황사 주차장. 표지판에 버스 시간표가 있습니다.

 

* 해남 -> 서정 -> '미황사' -> 서정 -> 산정 -> 어란
 - 해남 출발 : 11:10, 14:05, 17:00
 - 미황사 출발 : 11:45, 14:40, 17:35

 

* 어란 -> 산정 -> 서정 -> 미황사 -> 서정 -> 해남
 - 산정 출발 : 09:50, 14:00, 17:50, 18:40
 - 미황사 출발 : 10:00, 14:10, 18:00, 18:50

 

일주문 현판, '캘리그래피' 느낌의 현판이 재미있습니다. 특히 '山'은 그 자체로 예쁜 그림입니다.
계단으로 단장된 길, 그 옆의 물길, 물들이 계단을 총총졸졸 내려옵니다. 개심사 올라갈 때가 떠오릅니다.
https://ya-n-ds.tistory.com/3386 ( 개심사 )

 

사천왕문, 중앙에 마니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불사금이 다 모이지 않아 사천왕을 모시지 못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천황문이 꼭 있어야 할까? 
자하루 앞에, 소나무와 어울려 있는 빨간꽃, 어제 녹우당에서 보았죠. 한 아주머니가 사진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저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 남편분은 빨리 오지 않고 뭘 하느냐는 듯한 표정 ^^;
꽃 이름을 물어보니 상사화 또는 꽃무릇이라고 알려줍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꽃무릇이 맞습니다. 돌틈에서 나오는 마늘쫑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석산(石蒜)이라고도 한다네요. 상사화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듯. 독성이 있어서 뿌리를 찧어 단청이나 탱화를 그릴 때 바르면 색이 바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그래서 사찰 주위에 자연스럽게 군락을 이룬다고.

가느다란 선명한 초록 줄기 끝에 매혹적으로 달려 있는 붉은색 꽃, 절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이 보입니다. 어쩌면 이런 것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수행의 도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휘어진 기둥, 무심히 바라보는 달마상, 파란하늘의 하얀구름과 녹음진 산을 보며 눈부신 햇살을 만끽해봅니다.
대웅보전, 단청 없이 축대 위에 올라서 있는 모습이 오히려 범상치 않네요. 스님의 염불도 담담합니다. 안에는 화려한 불상과 장식들이 있습니다. 무늬를 새긴 주춧돌, 세월의 주름이 새겨진 기둥, 녹슬은 경칩과 문고리, 살짝 굴곡을 넣은 문살들이 은은한 향기처럼 다가옵니다.
대웅전 앞 풍경, 넓은 흙마당,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기와지붕, 그 너머로 보이는 나무, 하늘과 구름, 그냥 '좋다!'라고밖에 할 수 없네요. 좀더 높은 곳으로 갈수록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482477615153319 : 미황사

 

미황사 뒷쪽에 병풍처럼 보이는 바위산을 올라가 보기로. 등산로 안내판을 보니까 달마산 중턱을 한바퀴 도는 달마고도 중간중간에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들이 있습니다. 가장 짧은 코스로 가보기로.
첫부분을 쉽게 올라갑니다. 윗쪽으로 1/3쯤 가니 경사가 심한 돌길로 바뀌네요. 밧줄도 있고. 중간중간 앞이 트인 곳에서는, 햇빛과 산과 섬과 바다와 하늘이 빚어내는 멋진 풍경이 피로를 잠시 잊게 해줍니다. 길에서 만난 해남엣 사는 부부. 아내분이 작년에 은퇴를 한 후 함께 많이 돌아다닌다고.
드디어 정상. 바람이 셉니다. 주위에 보이는 지역들에 대해 설명을 듣습니다. 버스를 탔던 산정, 중간에 지나왔던 서정(초등학교), 북평면과 완도대교로 연결되는 북동쪽으로 보이는 완도.

 

능선을 따라 절 윗쪽에 있던 바위를 향해 갑니다. 만만치 않습니다. 대밭삼거리까지 가서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다가 미황사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달마봉으로 돌아와 하산.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듭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달마고도와 만나는 곳에 거의 다 와서 바로 내려간 부부 등산객과 만납니다. 오후에는 어디가냐고 묻네요. 산정에서 어르신에게 들었던 어란을 이야기하니, 거기는 땅끝마을 같은 그냥 작은 선착장이라고 하면서, 도솔암을 추천합니다. 해남 오면 꼭 가봐야 한다네요. 현지인의 말을 따르기로.

 

도솔암은 군내버스가 하루에 3번 정도밖에 없어서 가기 힘든데, 산 아래 마을인 마련까지 태워다 주시네요. 콘크리트 포장길이 산을 타고 이어져 있습니다. 자동차로는 거의 능선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주차장도 있고.
비가 한두방울 내리다 말다 하네요. 갑자기 쏟아지지는 않을까? 중간에 비오기 시작하면 대책 없는데... ^^;

 

달마산과 이어져 남쪽으로 내려온 연포산. 중간에서 달마고도와 만나고 조금 더 위에서 땅끝마을로 가는 '천년숲옛길'과 만납니다. 달마봉 근처처럼 여기도 정상 부분에 바위 병풍이 아름답게 서 있네요. 기암을 바라보며 터를 정한 것처럼 보입니다.
주차장, 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도솔암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솔길로 들어갑니다. 능선을 따라서 나나타는 풍경들이 또 한번 입을 벌어지게 합니다.

 

드디어 도솔암. 바위로 둘어싸인 좁은 공간에 한칸짜리 절집. 처음 이곳에 어떻게 왔을까? 그때는 길도 제대로 없었을 텐데. 하긴 암자들이 대부분 그렇죠. 속세와 떨어져 깨달음을 얻기 위한 장소. 바위에 기댄 나무 한 그루, 깨달음을 위해 이곳에 뿌리를 내렸을까요?
그런 곳들이 지금은 명소가 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또한 세상에서 얻을 것을 위해 정성을 드리는 곳들이 되었습니다. 깨달음 이후에 중생들을 어루만져주는 곳으로 내어 주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내려가는 길, 몸이 점점 피곤해집니다. 간식을 먹는 횟수도 늘어가고. 하늘은 꾸물거리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네요. 내려오면서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볼수록 멋진 바위들. 산과 섬이 겹치는 풍경을 내려다 보고 있는 무덤, 멋진 곳에 누웠습니다. 

 

마련 정류장, 버스가 오려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걸아가기로 합니다. 길 옆 논에는 지난 태풍에 쓰러진 벼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마봉 지나서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이장님 목소리, 태풍 피해 있으면 송지면사무소에 9월 30일(월)까지 접수하라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몇 초의 시간을 두고 '돌림안내'가 됩니다 ㅋ
점점 더 멀어지는 달마산 산줄기. 걸으면서 본 시간만큼 마음에 길게 남겠네요. 해도 점점 기울고 신흥, 소죽마을을 거쳐 산정까지.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482510235150057 : 도솔암, 마을 풍경

 

아파트 앞으로 난 길은 상점들이 있는 골목으로 이어집니다. 아침에 봤던 간판들. 그때의 분주함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썰렁합니다. 찻길로 나가니 학교 마치고 집으로 가는 아이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밥 먹을 곳 없을까... 문을 닫았거나 좀더 있어야 식사가 가능하다고. 그냥 땅끝으로 바로 가기로.

 

군내버스, 땅끝까지 1800원이 찍히네요. 여기저기 거쳐가서 거리가 길어서 그런가요? 아침에 시외버스는 몇 군데 쉬지 않고 빨리 왔는데 1,500원이었죠.

뒷자리에 앉은 아저씨. 사진작가인데, 땅끝에서 고성까지 걸어가다가 장비들이 고장나서 집으로 가기 위해 땅끝마을로 가는 중이라고. 주로 암벽등반하는 사람들을 따라 다니면서 찍는다고.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는데, 보기만해도 아찔한 장면들이 나타납니다.
함께 내려 차 세워둔 곳까지 찾아갑니다. 지도 검색, 어제 저녁 골목길을 돌아다녀서 쉽게 해양경찰서를 찾은 다음 모텔까지. 청주까지 갈 길이 한참이겠네요. 인사하고 헤어집니다.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집니다. 게스트하우스 공용공간 앞에 나와 있는 쥔장 부부를 만납니다. 미황사와 도솔암 갔다고 하니, 도솔암이 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네요.
아침에 다른 고양이 얘기했더니, 자리를 지키는 고양이 아들이라고, 형제들은 다 분양이 되었는데 그놈은 태어났을 때 예쁘지 않아 엄마와 함께 산다고. 숫놈이라 영역 넓히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밥 먹을 때 온다네요.

 

산정에서 만난 어르신들과의 해남 이야기, 달마산의 인연을 통해 뜻하지 않게 도솔암을 덤으로 얻은 하루. 이렇게 여행의 추억이 쌓여갑니다, 물론 피로도 함께. 빨리 자야겠네요. 밖에서 들려오는 장구와 꽹과리, 처연한 타령 소리, 굿을 하나?

그나저나 내일 예보는 비올 확률이 60% 정도인데...

https://ya-n-ds.tistory.com/3513 ( 셋째날 - 대흥사, 두륜산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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