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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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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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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22:01

## 9월 28일 (토)
창문을 열어보니 구름이 많네요.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 듯. 아침 산책, 흐린 선착장은 어제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사진 속 바다는 우울한 듯 옅푸른 색을 띄고 있습니다.
첫날 땅끝탑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던 산책길을 따라 쉼터까지 가봅니다. 흉물스러운 초소와 깔끔한 돌탁자와 의자가 대조를 이루네요. 

 

구름 아래 갖혀서인지 배에서 나오는 기름 냄새가 어제보다 더 진하네요. 짐싸서 07:45 버스 타고 해남으로. 스쳐 지나가는 마을, 바다, 논, 산, 한 장면이라도 더 붙들어 보려는 헛된 욕망이랄까. 해남에 가까와지면서 햇빛이 나기 시작.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483126455088435 : 구름낀 땅끝마을, 해남 가는길

 

08:50 버스 타고 대흥사로. 신리 지나면서 보이는 쭉쭉 뻗은 가로수가 멋지네요.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을 듯.
대흥사 입구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옆으로 흐르고, 길가에는 싱그런 나무들이 길을 안내합니다. 중간중간 놓여 있는 조형물들도 재미있습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일주문, '두륜산 대둔사'라고 적혀 있는 문. 대흥사가 옛날에는 대둔사였다죠.
커다란 나무들의 찻길 위로 가지를 드리워 터널을 만들며 이어집니다. 오른편에는 계곡을 따라 가는 산책길이 있네요. 내려올 때 걸어보기로. 냇물은 다리 아래를 지나며 맑은 소리로 노래합니다.
고색창연한 지붕이 인상적인, 차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 주둥이가 크고 재미있게 생긴 목어 아래 달린 풍경이 눈길을 끄네요. 
유선관 앞 피안교, 그런데 건너자마자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21세기의 '彼岸'인가요?  ^^;

 

절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천하대장군 장승을 본뜬 수조(受詔)대장과 금귀(禁鬼)대장이 양쪽에서 익살스런 표정으로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일주문, 매표소 근처 문에서 본 것과 달리 '대둔사'가 아니라 '대흥사'라고 적혀 있네요, 다른 쪽에는 '선림도해만화도량((禪林敎海滿華道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백파스님과 초의스님의  선(禪) 논쟁이 생각납니다.

 

일주문, 매표소 근처 문에서 본 것과 달리 '대둔사'가 아니라 '대흥사'라고 적혀 있네요, 다른 쪽에는 '선림도해만화도량((禪林敎海滿華道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백파스님과 초의스님의 선(禪) 논쟁이 생각납니다.

승탑밭, 대흥사를 거쳐간 스님들의 흔적. 스님의 지팡이 같은 나무, 그 아래 핀 꽃무릇이 딱딱한 돌탑들을 부드럽게 해줍니다. '진화문(眞化門)', 이름처럼 이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보고 싶네요.

 

두륜산대흥사'라는 현판이 바깥쪽에 있고, '해탈문' 현판이 안쪽에 또 있습니다. 일주문에 절 이름이 있으니까 바깥쪽에 '해탈문' 표시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안쪽 좌우에는 사자를 탄 문수보살과 코끼리를 위에 앉은 보현보살이 있네요, 각각 지혜와 실천을 상징.

 

산에 안긴 듯한 모습. 안내문에 보면 절 뒤의 산이 누워 있는 부처님 모습이라고 합니다.
하얀 구름이 절 위를 덮어 그늘을 만들고 저멀리 두륜봉은 구름에 가려져 있습니다. 침계루를 지나 대웅보전에 다다릅니다. 힘있고 당당한 현판 글씨. 문 한짝이 다른 문 한짝이 고정되어 열려 있습니다. 낡은 나무와 이빠진 문살, 녹슨 문고리, 견뎌온 시간을 보여주는 듯. 
법당에서는 천도제를 지내는 듯, 스님의 염불에 맞춰 보살님들이 정성스럽게 절을 올립니다. 안에 있는 휘어진 기둥 하나, 온 힘을 다해 부처님 머리 위 지붕을 떠받치고 있네요.
무량수각, 대웅보전 글씨와는 형태과 획의 질감이 전혀 다릅니다. 원교 이광사와 추사 김정희의 개성이겠죠.

 

어느덧 구름이 적어지면서 햇살이 눈부십니다. 이제 대흥사 남쪽 지역을 둘러봅니다. 뿌리가 이어진(연리근) 나무를 지나, 문지방이 아래로 곡선을 이루는 가허루(駕虛樓))를 통해 천불전에 들어갑니다. 가사(架裟)를 걸친 피규어 같은 불상이 가운데 세 부처님을 주위로 모셔져 있습니다. 스님이 불공을 드리고 있네요.
꽃과 나뭇잎 모양으로 수놓은 문살, 색도 예쁘게 정성을 다해 칠해 놓았습니다. 천물전에서 가허루쪽을 바라보니 지붕과 산과 하늘의 아름다운 어울림이 나타납니다. 텅 빈 마당은 색즉시공이 되어 공즉시색을 펼쳐낸다고나 할까요.
표충사 근처에 있는 초의선사 동상.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구름이 많이 걷혀 산 정상도 조금씩 모습을 보입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483139925087088 : 대흥사 

 

보현전 옆의 빈터에 무엇인가 새로 짓습니다. 복원이 아니라면 그냥 놓아두어도 될 텐데.
동국선원 주위는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안내글이 있습니다. 적멸보궁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그냥 지나가야겠네요. 안에 있는 7번 방에서 문재인님이 고시공부를 했다죠.

 

일지암을 향해 제법 가파른 포장길을 오릅니다. 나비 한마리가 팔랑팔랑 길을 안내합니다. 건물이 보이자 풀숲으로 날아갑니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에는 여러 건물들이 새로 지어져 있고 또 다른 공사를 하고 있어, 한쪽 구석에 한칸짜리 일지암이 가려져 있네요. 원래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오솔길이 있었을 텐데, 배보다 큰 배꼽들이 많아져 초의선사의 뜻은 사라졌네요 ^^;
숲속도서관(꼬마 평화도서관) 툇마루에 앉아 산과 하늘을 보면서 쉬어 갑니다. 폭신한 흰 구름, 참 포근하겠네요~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483148958419518 : 일지암, 두륜산 오르는 길

 

길을 되짚어 내려와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길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들. 포장길이 끝나고 돌이 많은 산길. 어제 저녁에 비가 많이 왔는지 질척거리거나 바위가 미끄러운 곳이 많네요. 조심조심. 반면에 시냇물 소리는 명랑합니다.
내려오는 분이 인사하면서 덧붙입니다, '지금 올라가면 멋지겠네요, 구름에 쌓여 하나도 못보고 내려왔어요'

 

만일암(挽日庵)터, 날렵하게 위로 솟구친 오층석탑과 '천년수'라 불리는 커다란 나무가 이 터에 서린 기운을 느끼게 해줍니다. 해를 잡아맸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꼈는지 햇빛은 없고 가끔씩 물방울이 몸에 닿습니다. 산 아래는 맑은데 윗쪽만 구름이 낀 것일까요? 비는 오지 말았으면.

 

조릿대 사이로 가르마처럼 난 길, 나무들 무성한 숲길, 미끄러운 돌길, 여러 길들을 거쳐 마지막으로 계단을 올라 만일재에 섭니다. 가련봉과 두륜봉 사이에 생각보다 넓은 평원. 동쪽에서 온 구름이 고개를 넘어가느라 바로 앞 정도만 보입니다.
조금 기다리니 구름이 엷어지면서 북일면이 희미하게 보이네요. 조금더 기다리다가 두륜봉을 향해 갑니다. 길가의 작은 꽃들이 방긋 웃네요.
철제 난간이 길을 잡아줍니다. 정상의 바위들이 보이고, 밧줄을 잡고 영차영차, 그리고 '스테어웨이투헤븐', 양쪽 바위를 연결한 듯한 구름바위가 올라오느라 수고했다고 하네요. 구름이 없어 저 사이로 아래까지 볼 수 있으면 장관일 듯. 하지만 구름이 있어 신비로움은 더합니다.

 

조금 더 가니  정상의 너른 바위에는 먼저 올라온 분들이 앉아 먹고 쉬고, 마음에 드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네요. 9시 20분쯤 대흥사 입구 정류장에서 시작한 발걸음이 4시간만에 정상까지 왔습니다. 오미자즙 먹으면서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리는데 깜깜 무소식. 하산 하기로.

 

구름바위 앞을 지나 정상의 암벽 옆으로 만들어진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조금 가다보니 해가 나기 시작하네요. 조금만 더 기다릴 걸 ^^;
가려졌던 초록의 산 자락이 앞에 펼쳐집니다. 완만하지만 꽤 깊다는 느낌을 주네요. 내려가는 길이 많이 거칩니다. 경주 남산에서 용장사지 길로 내려오던 생각이 납니다. 단차가 큰 곳을 내려오다 나무를 짚었는데, 앗, 지네가 손을 스쳐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휴.
http://ya-n-ds.tistory.com/3258 ( 삼릉, 금오봉, 용장사지, 중흥사, 불탑사, 무량사, 서출지, 이요당 )

 

힘든 길, 쉬운 길을 반복하다 보니 포장길이 나옵니다. 룰루랄라 내려오다보니 낮은 담장으로 둘러싼 너른 마당이 있는 진불암에 다다릅니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풍광이 고즈넉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줍니다. 하늘에서는 흰 구름과 회색 구름이 밀당을 하고 있네요. 마당에는 평상도 있어서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
문없는 입구를, 사천왕을 대신해서, 가부좌를 한 채 지키고 있는 작은 두 불상이 귀엽습니다.

 

포장길과 갈라져 표충사로 가는 오솔길, 물 많은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집니다. 물소리와 새소리를 즐기면서 한걸음 한걸음. 여기는 지리산둘레길 4코스에서 서암정사 가던 길을 떠오르게 합니다.
http://ya-n-ds.tistory.com/2376 ( 지리산 둘레길 - 4코스 : 금계-동강 )

 

이름 모를 버섯들이 풀 사이에서 보란 듯이 큰 머리를 들고 있습니다. 어느덧 표충사. 저멀리 보이는 두륜봉을 다시 한번 보고, 올라가면서 보지 못했던 연못을 지나, 차와 기념품을 파는 '동다실(東茶室)'에 들릅니다. 탁자 위에 놓인 물 담긴 작은 그릇에 담긴 꽃들이 예쁘네요. 그중 꽃무릇이 다소곳이 매력을 뿜어 주위를 밝힙니다. 연꿀빵 한 상자 사서 나옵니다.

 

일주문의 뒷모습, 아침에는 햇빛 때문에 사진 찍기가 어려웠던 돌기둥을 담으면서 내려가는길, 피안교 건너 유선관 안쪽도 잠시 엿보고. 찻길 대신 계곡을 따라 만들어 놓은 물소리길과 산책길로 들어섭니다. 곧게 자란 삼나무와 때이른 단풍도 보기 좋고, 오가는 차들이 없어서 걷기 좋네요. 하늘이 점점 흐려집니다. 매표소 지나 밥집들이 즐비한 곳, 보리밥을 먹으려고 들어갔더니 쌈밥정식 형태라서 2인분 이상만 된다고 ^^;
버스정류장에 다다르니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고 그치네요. 15:50 버스를 타고 해남으로, 이제는 낯익은 길이 되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483154481752299 : 두륜산, 대흥사 내려오는 길

 

16:20 해남 출발, 17:50 광주 도착. 

18:21 전주로 출발. 전주 도착해서 바로 충경로4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아 갑니다.

짐 풀고 '왱이'로. 전주의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중 삼백집과 현대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데, 왱이는 한 곳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국물의 매운 맛이 강해진 듯. 국물까지 다 비웁니다.

 

돌아와 씻고 뉴스 검색해보니 서초역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네요. 반대 진영에서는 서리풀 축제 인원과 합쳐진 거라고 폄훼하는 것 같고. 청문회 끝나고 장관 임명 후에 본격적인 수사를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한다고 칭찬 받았겠죠, 그리고 표창장, 인턴증명서 수사와 같이 기소를 목표로 하는 무리한 수사를 할 필요도 없었을 거고), 윤석열님이 수사를 너무 서둘러서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는 모양이 되어 버렸습니다.
https://ya-n-ds.tistory.com/3509 ( 검찰 개혁 촛불 )

 

여러 인연들을 만나며 해남을 오지게 돌아다닌 여행이 저물어 갑니다. 내일 전주는 어떤 선물을 전해줄까요?

https://ya-n-ds.tistory.com/3516 ( 전주 걷기, 성공회 전주교회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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