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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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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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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14:52

1월 28일, 드디어 시작.

계획과 얼마나 맞을까, +α는 뭘까? ㅋ
http://ya-n-ds.tistory.com/2273 ( 워밍업 )

 

아침을 먹고 아침 6시 50분 집을 나섭니다. 한시간쯤 걸려 김포공항 도착.
발권 마치고 탑승장으로. 좌석번호가 있네요. 이전에는 몇 열 뒤부터 맘에 드는 자리를 앉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어려보이는, 표 확인하는 직원이 매번 표만 보면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합니다.
옆에 연차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아무 표정없이 묵묵히 체크. 그냥 웃는 얼굴로만 확인해도 될 텐데 ^^;

 

비행기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중국인이 많습니다. 8시 30분, '두근두근 설레는 비행'을 시작.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쌍소, 동문선)를 읽다가 문득 페친이 태그했던 '책놀이'가 생각납니다.

자기 나이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펴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읽는다.
=> '파리의 아름다운 다리들은 잠시 우리가 침묵을 지키면서 휴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는 다리 위에 서서, 혹은 앉아서 센강을 넋 놓은 채 바라보기도 했다...'

 

재미로 '나이x2'쪽을 읽어 봅니다.
=> '기도하는 것, 그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일이다.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이다"라는 기도문과 같이. 또한 기도는 기다리는 것이다. 하느님과 약속을 정하고서 그분의 소매를 잡아 끌어당기는 일은 하지말아야 할 것이다...'

 

내친김에 x3까지.
=> '느림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과 연관성을 갖고 있을 것인가? 느림과 '변모에 대한 열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어느덧 20분 후에 제주공항에 착륙한다는 기장의 알림이 나옵니다.
비행기 왼편에 구름으로 둘러쌓인 섬 하나가 보입니다. 무슨 섬일까? 제주도 미리보기 같습니다.
잠시 후에 구름 위로 한라산이 머리만 내민 제주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 날씨가 흐리려나? ^^;

 

9시 30분쯤, 귀가 멍해지면서 땅 위에 내려앉습니다. 이륙할 때보다 착류할 때 귀가 심하게 아픈 이유는 뭘까요?
트랩으로 내려 버스를 타고 이동. 작년에는 터미널에 연결된 게이트로 바로 나갔는데.

 

제주여행의 공식이 되어버린, 100번 버스타고 일단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가기.
가는 도중에 발견한 까마귀 한마리, 신호등 빨간불 위에 앉아 있습니다. 시내까지 까마귀가 오는 게 낯서네요.
버스 기다리는 동안 견과류로 심심함을 달랩니다.
사려니 숲을 가려며 710-1, 720-1을 타야 하는데 30분쯤 기다려 10시 30분에 720-1을 타고 출발.

 

한라산 쪽으로 올라가다 비자림로 방향으로. 11시 10분쯤 사려니숲 입구에 도착.
( 8시 30분 비행기는 제주도 목적지에서의 일정이 빨라야 11시가 넘게 되네요 )
비자림로, 드라이브 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그냥 걸어도 좋을 듯 ^^

 

해가 납니다. 아직 녹지않은 얼음들. 작은 크리스탈처럼 붉은흙 위에 솟아 있네요. 신기함.
머리 위로 까마귀가 트래킹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검붉은 침묵의 순례길, 매혹적입니다. 그 순례를 따라 이어지는 나무 손끝마다 달린 기도의 봉오리. 봄에 어떻게 열매 맺을까요?
'바람+햇빛'으로 얼굴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 상쾌합니다.

 

벤치에 앉아 빵을 먹습니다. 배는 채우고 짐은 줄이고~

까마귀 두 마리가 보고 있네요. 사진 찍으려는데 한마리가 날아가버립니다.

 

까마귀가 앞에서 길을 가로지릅니다. 태종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죠.
물찻오름 입구. 아쉽게도 6월30일까지 통제되었습니다.
조금 더 가니 길에서 붉은 빛이 사라집니다. 대신 화산력이라는 회색빛 작은 돌맹이가 많아집니다.
길은 급하게 동쪽을 향하고 왼편에서 따라오는 물찻오름을 아쉽게 바라보며 길을 갑니다.

 

아쉬움을 달래주듯 삼나무 숲이 나옵니다. '월든'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네요. 소로우도 고개를 끄덕일까요?
숲속으로 난 길을 따라 한바퀴 돌아나옵니다. 삼나무 사이사이 심겨진 이름 모를 나무들이 길을 표시해 줍니다.
삼나무 잎들이 깔린 길은 푹신푹신한 느낌이 발을 즐겁게 하네요.

 

삼나무 숲을 나와서 붉은오름쪽으로 조금 가니 붉은색이 다시 살아납니다.
흙길과 아스팔트길이 번갈아 나타나는데, 이 구간은 아스팔트가 꽤 깁니다. 옆 숲에 길을 내어 갈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고속도로 옆에 난 국도의 느낌?

 

벨이 울립니다. 'SK텔레콤에서는 단통법 이후에 고객님을 위해 어쩌구 저쩌구~'
이런 경우 때문에 그 옛날 미리 이런 광고를 했나봅니다 ^^;
"또 다른 세상을 만날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피드 011"

 

숲은 2/3쯤 갔을 때 봉숭아뼈 부분이 따끔거립니다. 보니까 새 등산화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서인지 발목 부분에 마찰이 생기네요.
신발과 발목 사이로 등산복을 넣어봅니다. 내일 올레길과 모레 한라산 갈 때 이러면 힘들어지는데 ^^;

 

2시 10분쯤 사려니숲을 나옵니다. 성산을 가기 위해 길 건너편 정류장으로.
제 앞에 가던 사람도 버스를 기다립니다. 월욜에 와서 오늘 밤 비행기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한라산 가봤냐고 어땠냐고 물었더니, 영실-어리목 코스를 갔는데 아쉽게도 나무 위의 눈꽃은 없었다네요.
20분쯤 후에 730번 버스를 탑니다. 버스 갈아타기 위해 교래사거리에서 내립니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까마귀들의 군무. 저런 모습이 있었네요.

 

제주미니랜드 앞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저쪽에서 한 여행객이 걸어옵니다.
'표선쪽 가는 버스 기다리나요? 3시 20분쯤 도착한데요. 서 있기 추워서 한 정거장 전에서 걸어왔어요'
생각해 보니 걷는 게 나을 것 같아 함께 한 정류장 더 가 보기로 합니다.
17일부터 제주도에 있었다네요. 친구들은 먼저 가고 님은 남아서 여행ing~. 토욜에 떠난다는. 와 거의 2주 동안 제주도에서.
지금은 수산리에 있는 아는 사람 집으로 가는 중.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교래리 성미가든, 저기 맛있다고 알려줍니다. 가족 여행 올 때 들려보면 좋을 듯.
설악산 다녀온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성판악-관음사 코스. 내려올 때 관음사 코스의 경치가 너무 멋지다네요.
'성읍 들려볼까' 하면서 함께 내립니다. 마침 안내를 해주는 분이 있어 따라 들어갑니다.


볏짚으로 만든 빗물을 항아리로 모으는 도구, 80년대 중반까지 사용했다는.
바람, 추위를 막기 위해 이중 여닫이 방문 구조. 보통 때는 처마로 사용하다가 내리면 방문은 3중이 됩니다.
집에 굴뚝이 없습니다. 사람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네요.
흑돼지 키우는 곳,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응아'를 하던 부분도 있습니다. 돼지 한마리가 볏짚에 누워 오후의 햇빛을 즐기고 있네요.
돌 하르방은 쌍둥이였네요. 조금 크고 오른손이 위에 있으면 문관을, 작고 외손이 위에 있으면 무관을 뜻한다는.
그래서 여큰 것은 방 안에, 작은 것은 현관에 놓아두라는.
간단한 제주도 방언 몇 개.
왕발이=결혼한 남자, 냉발이=결혼한 여자, 동발이=아이.
한글의 아래아 발음이 남아있다네요. 막내를 '작은 놈'이라고 하는데 '작'이 '족' 비슷하게 들립니다.
제주도 풍습은 결혼하면 '분가'의 개념이 확실한가 봅니다. 시어머니가 요청하지 않으면 같이 살아도 며느리가 시부모님 상을 차리지 않는다는.
조랑말 뼈로 만든 건강식품이 있기라네요. 말기름으로는 만든 화장품도. 중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오미자차 한잔 대접받고 나옵니다.

 

밖에 나오니 호떡집이 보입니다. 당분 보충.
아주머니가 아래쪽으로 가면 향교와 관헌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엄청 큰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신령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조금 힘든 지 '철발'을 짚기는 했네요 ㅋ
향교 안에 있는 신도가 눈에 띕니다. 모셔놓은 유학자들의 혼령이 다니는 길인가 봅니다. 종묘에서 봤던 기억.

 

한시간에 세 번 있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표선에서 내려 춘자멸치국수 먹으러. 뜻하지 않았던 길동무를 만나서 맛을 보게 되네요.
중면의 느낌이 독특합니다. 담백한 모양과 맛이라고 할까요. 아주머니와 국수, 찰칵.

 

길친구가 표선에는 와보지 않았다고 해서 표선해변을 보러갑니다. 다음에 올 때는 '저쪽 해안을 걸어보세요'
다시 오게 될 줄이야. 6월과는 다른 한적한 모습. 하지만 원판 불변의 법칙.
http://ya-n-ds.tistory.com/2117 ( [ㅇBㄷ] 올레 걸으멍 - 셋째날 )

 

회자정리. '나는 701번, 너는 910번'.

 

잠을 자러 '잠도둑'으로. 안내 방송을 잘못들어 한정거장 미리 내렸습니다 - '고망난돌'
어둑해지는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바람이 그리 차지 않아 기분이 좋습니다. 오후 늦게 먹은 국수도 소화되고 좋네요.

 

지난 번에 지났던 신풍바다목장을 해안쪽이 아니라 도로쪽에서 걸으니 느낌이 다릅니다. 저녁의 쉼을 준비하는 말들을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잠도둑의 형제 카페 도둑이 보이고. 조금 더 가니까 신풍리 마을길에서 바당길로 가는 낯익은 올레길을 만납니다 ^^
올레길을 거슬러서 잠도둑으로 가려는데 구제역 때문에 구간이 막혀 우회해야 한다는 현수막이 보입니다.
지도에서 봤던 조금더 도로를 따라 가다 지도에 있는 샛길로 해서 갑니다. 문으로 들어가자 왠지 집에 온 듯한 익숙한 느낌은 뭐지 ㅋ

 

몸을 씻고 밥 먹을 준비. 오늘은 어떤 음식이 기다릴까?
삶은 돼지고기가 나옵니다. 집보다 더 잘 먹습니다.
밥 먹기 전에 식사 기도를 해서인지 스태프가 묻습니다.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네요.

- '목사님이세요?' -> 풉 + 허걱 ^^;

잠시 후 주인아저씨가 한라산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인사를 했더니,
"어, 전에 한번 온 것 같은데..."
"비내리는 호남선이요"
"아~. 조금 있다가 한번 더 불러야지"
"잠도둑 처음 '가입할' 때 한번 부르는 것 아닌가요?"
"가입할 때라, ㅋ"
함께 식사를 하고, 사모님은 훈제 칠면조를 내옵니다.

 

젊은 외국인이 두 명 있습니다. 한사람은 체코에서 한사람은 태국에서 왔다네요.
태국 청년은 건축을 전공했다고 하면서 한국의 한옥에 관심이 많아고 하고, 체코 청년은 일본에서 일문학을 전공했는데 앞으로 체코에서 번역일을 하면서 자신의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합니다.
둘 모두 WOOF를 통해 제주도에 왔다고 합니다. 일종의 Working holiday같은 거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봅니다. 1,2년은 더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을 돌아보고 싶다네요.
http://www.wwoof.net/
http://wwoofkorea.org/home/

 

영어가 잘 안되네염. 단어도 생각 안나고 문장도 꼬이고. 하긴 평소에 말할 일이 없으니. 그래도 다 알아들어주네염 ㅎㅎ

 

겨울이라서 그런지 지난 6월만큼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잠을 도둑맞을 일은 없을 듯. 편안하게 방도 쓰고~ 

 

둘째날을 기대하며... Zzz

http://ya-n-ds.tistory.com/2279 ( 올레5코스 )

 

※ 다른 생활의 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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