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에, 검진 후 시간이 남을 것 같아 어디 가볼까 궁리하다가 EBS 프로그램에서 본 창덕궁 후원(後苑)을 떠올립니다.
문화재청, EBS와 협약해 ‘서울역사기행’ 방영
http://www.newswire.co.kr/newsRead.php?no=756076
얼마 전 다녀왔던 북한산성 성곽길도 이 프로그램 덕분이었죠 ^^
☞ http://ya-n-ds.tistory.com/2127
이 검진을 생각해 보면 보면 1시 정도 되어 끝났으니까 여유 있게 시간 잡아 3시로 잡습니다.
☞ http://www.cdg.go.kr/guide/guide_cost_03.htm ( 관람 예약 )
건강검진. 아침 6시 30분까지 오라네요. 작년까지는 7시 30분까지였는데.
이른 아침인지 덜 복잡하고 좋습니다 ^^*
살이 좀 쪘네요, 2Kg 정도. 허리도 1~2cm 늘어난 듯. 나잇살의 시작? ^^;
검진 장소, 검진 항목도 어느덧 익숙해져 버렸다는 느낌... 해볼만 한 검사를 다 해봐서 그런 걸까요?
회사를 '어느 정도 다녀봤다'는 기준으로 삼아도 될 듯 ㅎㅎ
심장 초음파... 옆으로 누워서 하는데 다리 위쪽에 벽에 달린 모니터 위로 붉은 부분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합니다.
흉부외과 의사들이 나오는 '닥터 이방인'에서 심장 뛰는 모습이 스쳐갑니다.
죽은 줄 알았던 주인공들이 어디선가 잘 살고 있다는, 너무 낯익은 마지막이 조금 밋밋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를 수술한다는 명목으로 의료사고에 대해 증언하기로 한 의사를 북한으로 보내고 그로 인해 생기는 원한 관계 등의 상황 설정이 흥미로웠죠.
'개과천선'도 그랬지만 전편을 다 보지 못했네요. 띄엄띄엄 볼 때마다 보지 못한 부분의 줄거리를 상상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는데.
수면내시경을 마지막으로 검사 끝. 11시 전에 끝나버렸네요. 일단 죽으로 브런치를 떼우고.
3시까지 뭐하지? '서울역사기행'에 나왔던 성북동을 가보기로 합니다.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로. 지도가 있으면 좋으련만.
올라가다 보니까 성북동 주민센터가 보입니다. 게시판에 성북동 안내 지도가 붙어 있네요. 가볼 곳을 체크하고 Go.
조금 가다 보니, 한 가게 유리문에 게시판에서 봤던 지도가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 것이 붙어 있습니다.
혹시나... 주민센터로 돌아가 4층 사무소로 올라가 팜플릿을 찾아봅니다. 지도와 책자, 득템 ^^
지도를 보면서... 길상사로. 참 드라마틱한 장소네요.
☞ http://ko.wikipedia.org/wiki/%EA%B8%B8%EC%83%81%EC%82%AC_(%EC%84%9C%EC%9A%B8)
가는 길에 본 아담한 성당. 처음에는 성당인지 몰랐습니다, 일반 건물 같지는 않고 약간 독특한 건물의 느낌. 십자가 같은 것도 요란스럽게 눈에 띄지 않고.
낮은 담장 사이의 문에 작은 십자가 장식이 들어있네요. 혹시나해서 위를 올려다보니 성상이 있고 굳이 드러내지 않는 듯한 십자가가 있습니다. 샬롬이 느껴집니다.
안쪽에 풀과 돌과 꽃들 사이로 마리아 상이 있습니다. 그 앞에 켜져 있는 색색의 촛불들, 가져다 놓은 사람의 기도겠네요.
교황의 방한에 맞춰 만들어진 코이노니아라는 곡이 생각납니다.
코이노니아 ( koinonia : 친교) - 우리 모두 선물이 된다
http://youtu.be/Q_eDWV9eZ9E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들떠 있을 카톨릭,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래와 같은 의견도 있네요.
[사설] ‘프란치스코 스타일’ 없는 교황 방한일정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644585.html
[조현의 휴심정] 한국가톨릭, 광화문에 설 자격 있나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646211.html
즉위 이후, 낮은 곳을 찾아 섬기는 모습을 보였던 프란치스코님이 '복음의 기쁨'을 한국에도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 http://ya-n-ds.tistory.com/1779 ( 프란치스코 교황 )
좀더 올라가니 길상사가 보입니다. 정치와 비지니스의 뒷거래가 이루어졌던 곳이 마음을 닦는 곳으로 변했네요.
사람들이 잠시 들러 거닐며 마음 드는 곳에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것만으로 큰 보시를 한 거겠지요.
종교간 교류의 공간이 된 것은 덤인가요?
마리아를 닮은 관음보살상, 성북성당에서 본 마리아님과 가끔씩 마실을 오가실려나 ^^
☞ http://article.joins.com/news/blognews/article.asp?listid=13070422
대사관들이 많은 길을 따라 칠보사 앞으로 해서 수연산방으로.
☞ http://demipota.tistory.com/45
☞ http://hsong.egloos.com/viewer/3359401
주인은 없고 객들만이 산방을 차지한 채 오후를 마시고 있습니다.
☞ http://ko.wikipedia.org/wiki/%EC%9D%B4%ED%83%9C%EC%A4%80 ( 이태준 )
작은 경인미술관 같은 느낌? 한과와 함께 나온 차 한잔 마십니다.
비나 눈오는 날 창밖을 보며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향기를 누리면 좋겠네요.
힘을 얻고 심우장을 찾아 나섭니다. 삼거리 앞에 보이는 덕수교회.
조금 낯익다 싶은데... 교회 후배가 결혼했던 곳인 것 같네요. 못 본 지 1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잘 살고 있겠죠.
큰길을 따라 올라가다 이정표를 보고 왼쪽의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길 옆으로 빽빽하게 담을 이은 집들 사이에 심우장이 있습니다.
☞ http://photohistory.tistory.com/9935
☞ http://www.brainmedia.co.kr/BrainLife/9649
골목 군데군데 재개발 관련 글들이 붙어 있습니다. 심우장이 계속 이 자리에 남아 있을까?
심우장을 나와 위쪽으로 올라가니 TV에서 나온 북정마을의 마을버스 종점이 나타납니다.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네요.
담에 그림이 있는 집도 있고 낙산쪽의 이화마을의 느낌도 납니다.
☞ http://halfdays.net/archives/21553
지도를 보고 와룡공원쪽으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길을 잃습니다 ^^; 다시 마을버스 종점으로 되돌아와서 마을 사람에게 물어 길을 바로 잡습니다.
성곽이 나타나고. 보니까 이전에 인왕산과 북악산 성곽길을 따라서 여기까지 와서 와룡공원쪽으로 내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원 앞에서 왼쪽 북촌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이름이 재미있는 '이해박는집' 치과.
중앙고등학교 앞쪽길로 연결되는 골목을 통해 창덕궁길로.
시간에 맞게 창덕궁에 도착. 신분증 보여주고 예약했던 표를 받습니다.
비원 투어가 시작하는 함양문 앞으로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용지와 주합루, 애련지와 애련정, 의두합, 관람정과 존덕정, 옥류천...
각 건물의 용도와 이름의 뜻, 그 당시의 사상과 세계관이 들어 오롯이 들어가 있습니다.
주합루, 정조에 걸맞는 공간이네요. 1층은 규장각은 서고였고 어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향후 정조의 개혁 정책을 뒷받침한 규장각이 시작된 곳이랍니다.
안내자의 팁... 2층 건물일 경우, 1층은 '각', 2층은 '루'라고 한다네요.
☞ http://younghwan12.tistory.com/1036 ( 부용지, 주합루 )
부용지는 천원지방이라는 동양의 세계관이 반영된 모양이라고 합니다. 4각형의 못 안에 둥근 섬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안내자의 팁... 정조는 신하들과 이곳에서 뱃놀이를 했는데, 시를 시간 안에 못지으면 가운데 섬으로 그 신하를 잠시 '귀양' 보냈다는...
얼마 전에 태어난 원앙 새끼들이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귀엽네요.
애련지 곁에 있는 애련정... 장희빈을 위해 지었다고 하네요. 기둥에 붙어 있는 액자 같은 장식이 독특합니다.
그것 때문에 정자에서 애련지를 보면 액자 안에 있는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네요.
안내자의 팁. 장희빈에 대한 평가가 다시 필요하다는. 그 당시 신분 제도에서는 장희빈의 출생 신분으로는 중전이 되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요즘 태어났다면 대통령을 하고도 남을 만했다나요.
☞ http://dunggu.com/Palace/changdeokgung9.htm ( 애련지, 의두합 )
의두합은 정조의 손자인 효명세자가 공부한 곳입니다. 꾸밈 없는 건물들이 그의 성품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효명세자는 할아버지와 많이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22세의 나이에 요절을 합니다.
정조에 이어 한번더 조선의 부흥을 이끌 수 있는 기대주였다는데...
승재정은 지붕의 마치 새가 날개를 활짝 편 봉황의 느낌이랄까? 관람지와 관람정을 내려다보고 있네요.
관람정은 부채꼴 모양의 지붕이 이채롭네요.
☞ http://blog.daum.net/orora62/920 ( 승재정, 관람정, 존덕정... )
☞ http://younghwan12.tistory.com/1044 ( 승재정, 관람정... )
존덕정은 육각형의 지붕이 두 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천장의 중앙에는 쌍용이 놀고 있고 그 주위로 단청이 화려합니다.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 쓴 나무판이 있습니다. 이 정자의 주인은 결국 정조인가요?
들보 아래의 낙양각도 아름답습니다.
폄우사는 정면 세 칸 측면 한 칸의 건물인데, 한 칸은 정자처럼 두 칸은 방처럼.
승재정, 관람정, 존덕정, 폄우사... 나름의 아름다움을 자기 자리에서 자연과 어울려 드러냅니다. 이런 어울림을 만들어낸 조선의 미학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후원의 가장 깊은 곳인 옥류천을 찾아갑니다.
가기 전에 있는 취한정. 소나무에 둘러싸여 여름에도 차가움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라네요.
그런데, 지금은 소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이 지역은 보존이 되지 않았다는.
☞ http://younghwan12.tistory.com/1048 ( 옥류천, 취한정 )
☞ http://mtssc.tistory.com/138 ( 옥류천, 청의정 )
옥류천... 물이 너무 없네요. 물이 많으면 볼 만할 텐데요.
옛날에는 물 위에 술 잔을 띄우고 자기한테 오기 전에 시를 못지으면 벌주를 마셔야 했다는.
청의정은 지붕이 짚으로 되어 있네요. 그 앞에는 벼가 심겨져 있고. 창경궁 쪽에 더 큰 논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곳에만. 왕들이 백성의 생활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이 안내자의 설명 덕분에 아름다움이 더 다가왔습니다.
카메라를 안가지고 간 게 후회되네요 ^^; 건강검진 받으러 가면서 카메라 가지고 가는 것도 좀 그렇긴 하지만 ㅋ
하지만 부지런한 블로거들이 있으니까~ ㅎㅎ
☞ http://blog.naver.com/lady4342/60156422800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갑니다. 가을에 한번더 오면 좋겠다는.
정문에서 4시30분부터 창덕궁 안내가 시작된다고 하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돈화문 앞에 가이드로 보이는 분이 서 있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네요.
두리번거리던 저를 보고 다가와 무엇을 찾느냐고 물어보네요.
창덕궁 설명을 들으려고 한다니까 출발하자고 합니다. 1:1 가이드? ^^
가는 도중 한두 사람씩 늘어납니다. 어느덧 10명 정도가 따라나섰네요.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친구에서 영어로 설명해 주는 사람도 있네요. 들은 후에 감탄사도 나오고.
이전에 궁궐을 관람할 때 그냥 모르고 지나쳤던 건물의 세세한 부분에 대한 해설을 들으니 이제는 좀더 꼼꼼하게 보면서 이건 왜 이럴까 하는 의문도 생기더라구요.
창덕궁은 자리잡은 산자락 지형에 맞게 지어져서 건물의 배치가 경복궁 건물의 질서정연함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인다고 하네요.
조선의 마지막까지 왕들이 사용했던 곳이라서 그런지 실내 장식에 서구의 영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등, 유리, 커튼, 탁자, 침대... 하지만 한복에 운동화 신은 듯한 어색함?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조선의 궁궐들이 많이 훼손되었죠. 그나마 가장 많이 건물이 보존되었다는 창덕궁도 설명을 듣다보니 곳곳에 빈 자리가 너무 많습니다.
창덕궁을 돌아보면서 문득 문창극님과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논란이 떠올랐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 - 일본의 침략으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춰 일제시대도 나름 좋은 의미가 있었다고 하는 거겠죠? ^^;
☞ http://ya-n-ds.tistory.com/1868 ( 뉴라이트 교과서 )
☞ http://ya-n-ds.tistory.com/2110 ( 문창극님 )
6시 무렵 창덕궁 돌아보기가 마무리됩니다.
혹시나 해서 시청 근처가 일터인 소년부 샘에게 저녁 같이 먹을 수 있는지 문자. 마포쪽에 나가 있어서 힘들겠다는 답장. 다음을 기약하고.
인사동에 잠시 들릅니다. 강북에 올 때면 여기서 활력을 얻어 가곤 하죠. 길거리 먹거리의 새로운 트렌드도 보고.
그동안 인상에 남았던 것은 손님들을 재미있게 해 주었던 꿀타래와 터키식 아이스크림.
풀빵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아저씨가 봉지에 손님의 캐리커처를 네임펜으로 쓱쓱 그린 후에 풀빵을 넣어줍니다.
봉투를 받아 든 손님의 특징이 꽤 비슷하게 옮겨졌네요. 또 하나의 인사동 스타일 발견 ㅎㅎ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 동작대교를 건너는데 안내 방송. "옆으로 지는 해가 아름답습니다. 잠시 감상해 보세요"
전철에서 이런 멘트를 들게 될 줄이야 ^^
평일에 맛보는 서울 나들이.
아침 5시 30분에 집을 나선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p.s. About 창덕궁
☞ http://ko.wikipedia.org/wiki/%EC%B0%BD%EB%8D%95%EA%B6%81
☞ http://www.palaceguide.or.kr/walk/menu06.php
p.s. 창덕궁 현판과 주련
☞ http://www.cha.go.kr/cop/bbs/selectBoardArticle.do?nttId=3820&bbsId=BBSMSTR_1006
( nttld=3820~3838 )
p.s. 조선은 어떻게 500년이나 갔을까?
☞ http://dotty.org/2699099
p.s. 검진 결과... 슬금슬금 늘어가는 것들, 기준치를 넘어가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
체중 : +3Kg, 허리둘레 : +1.2cm
복부지방율 : 0.87 ( 기준 : 0.75~0.85 )
공복 혈당 : 101 ( 기준 : 0~99 )
총콜레스테롤 : 207 ( 기준 : 0~199 )
-> 저녁 식사량 조금 줄여야 하나?
비타민 D : 8.89 ( 기준 : 9.8~34/6 )
-> 밝을 때 퇴근하면서 좀 걸어야 할 듯
Ferritin : 56.34 ( 기준 : 59~507 )
-> 빈혈 가능성? 철분 보충을 어떻게?
AST(SGOT) : 11 ( 기준 : 16~49 )
위 내식경 : 역류성 식도염, 만성위염
-> 특별히 아프지 않으면 그냥 살라네염. 식도염은 저녁 식사 후 2,3시간 지나서 자라고 하고.
※ 다른 '생활의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