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06일 연중 32주일
어제 피곤했지만 일찍 눈이 떠지는 건 아마도 '직업병'이겠죠? ㅎ
오늘은 어떤 만남들이 있을까 기대하며 시작. 어제의 즐거움을 잠시 떠올려보고.
☞ https://ya-n-ds.tistory.com/4224 ( 첫째날 )
일정이 바쁜 오전. 바나나와 빵, 우유로 간단하게 먹고 정교회 성당을 찾아갑니다.
꽃밭정이 네거리에서 104번 타고 한솔재활병원 정류장에 가서 383번으로 갈아 타고 농협공판장에서 내립니다. 조금 걸으니까 공원쪽에 이국적인 건물이 보이네요. 주황색 돔과 지붕이 햇빛에 선명합니다.
9시 조과라고 하는데 성당에는 아무도 안보입니다.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었는지 성상대 뒤에서 사제 복장을 한 분이 나오면서 어떻게 왔냐고 물으시네요. 조과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니 알았다는 듯 다시 벽 뒤로 사라집니다.
주보를 보니 '루가 제7주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연중 32주일'인 성공회와 다른 주일 이름을 사용하나 봅니다.
그밖에 주보에 있는 낯 설은 예배 정보 - '성 요한 크리소스콘 성찬예배', '제 4조 부활/수도자/성당 찬양송', '시기송'
독서에 해당하는 사도경은 갈라디아서 2:16~20 ( 봉독서 295 ), 복음경은 루가 8:41~56
처음 성공회 예배 참석해서 주보 봤을 때 느꼈던 낯설음과 같은 거겠죠.
☞ http://ya-n-ds.tistory.com/2767 ( '데이트' in 서울주교좌성당 - 성공회 예배 )
잠시 후 종이 울리고, 한 신자가 제단 가까운 벽쪽의 독서대에서 무엇인가를 읽기 시작합니다. 읽기가 끝나면 성상대 뒤에서 응답하는 말이 나오고, 이것이 반복. 너무 빨리 리듬에 맞춰 읽어서 잘 들리지 않지만 시편 구절 같습니다. 꽤 길게 이어지네요.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듣는 사람은 전체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렉시오 디비나처럼 들으면서 묵상할 시간이 없네요 ^^;
세상, 교회 등을 위한 기도를 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너무 빠르고 마이크가 울려서인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사제가 복음서를 제단 옆에서 읽는 것과 다 읽은 후에 복음서를 들고 성상대 앞으로 나오자 신자들이 줄지어 머리를 성경에 대는 것이 특이합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2R3LBLpu7k33sTfiCnq6wyNk1BRGXqqsJxEsSPLWtGFBhCb2QX45KMnoRkHRnKH8Cl : 전주 정교회 성당
1시간쯤 지났는데, 다른 신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예식은 계속되는 것 같은데.
11시 성공회 교회 주일감사성찬례 가기 위해 아쉽지만 나올 수밖에 없네요. 독특한 경험, 다음에 좀더 알아보고 예배에 참여해 봐야겠습니다.
온 길을 되짚어 교회 찾아가는 길.
383번 타고 한솔재활병원 정류장에 가서 166번으로 갈아 타고 서서학 예그린아파트에서 내립니다. 장승배기로를 한번 쭉 훑었네요. 여기서부터는 와봤던 길, 여유롭게 길 따라 갑니다.
드디어 교회가 보이고. 나눔의집 건물에서 예배당으로 올라가 아스팔트길 위에 노란색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삐뚤빼뚤 놀잇길'이라는 표시가 있는데 아이들 놀이 도구인가요?
마당에 쉴 공간이 생겼나 봅니다. 탁자 위 십자가, 그 시선을 따라 앞에 있는 꽃무리를 바라봅니다. 정겨움.
성당 안에 들어가니 김희영 신부님이 반겨줍니다.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못알아 보네요 ^^; 3년 전 이야기 하니 알아챈 듯.
주보와 기도서, 찬송가를 가지고 뒤쪽에 앉습니다. 좌석 배치가 이전과 조금 달라진 듯.
표어, '예수님과 손잡고 나를 넘어 우리로' - 뒷 부분은 교회에서 보기 힘든 문구죠.
정심기도를 함께 하네요. 성찬 때 '주님의 성체' 대신 '주님의 몸입니다'라고 하고. 더 좋은데요. '주님의 보혈'은 그대로. '주님의 피입니다'라고 하면 너무 강하게 느껴질까요?
세상과 이웃을 위한 기도에 포함된 내용이 눈에 띕니다.
- 탄소 중립으로 지구 온난화 가속화를 막고 하느님의 창조 질서 보존하도록
- 분쟁 지역에 있는 모든이들, 특히 난민, 여성,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을 위해서
예배 마치고 교우님들과 인사, 도미닉 신자회장님이 이전에 함께 예배 했던 기억 난다고 반가워 하시네요. 이전에 전주교회 있다가 서울 교회로 간 니콜라 교우님에게 안부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가을처럼 아늑한 환대와 평안을 누린 시간이었습니다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qqQoan9ZwvdjFmq6gGX1wi2xFvYyMtz5bXqPKoXxPNS8bKioThGgzGWvzLEsrycfl : 성공회 전주 교회
근처에 있는 천년한지관에 들러 봅니다. 이 동네가 예전에 한지를 만들던 동네라고 하네요.
일요일은 휴관일이라 안을 구경하지는 못했는데, 햇살과 바람에 몸을 맡긴 한지들의 한들거림이 평안을 줍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HpBcAyVAFdaAMCwiCcaLdqUV8546sCVUPShALdLNjirSenAtGHN7BNwErjEHjk4Al : 천년한지관
저녁에 보면 더 아름다울 듯. 신부님이 페북에 사진을 올려 놓았죠.
☞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pfbid0ejwkfRcN9rPyWyH7xnhASJa42jzj3NhrMpwdJ5hMT8pBuLKdax3k5wDzvrJdaNRQl&id=100001862592631
집으로 돌아오는길, 곳곳에 가을이 자욱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어머니, 외숙모님을 만나 점심 먹으로 갑니다. '연와 갈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네요. 이름 난 곳인 듯.
갈비탕 먹고 한옥마을로. 기울어가는 가을 햇살을 안은 전동성당, 왠지 '헤테로토피아'로 다가옵니다. 몸으로 색으로 뽐내는 나무들도 아름답습니다.
경기전, 꽃과 나무를 보면서 둘러만 보아도 평안해지는 곳, 어머니 선조(전주 이씨) 어진 '알현'하고 나옵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3YA5Xw83bKqfnbed67tbNEBe8BQuBZJdh1ECqcZUdwdcRPQPjLnvB7FCWrUaPT74l : 전동성당, 경기전
피곤해 보이는 어머니를 외숙모님에게 부탁해서 쉬러 보내드리고 좀더 근처를 돌아봅니다.
길 따라 눈길을 끄는 건물과 쇼윈도우의 작품들, 여유로운 가을 늦은 오후를 장식하고 있네요.
교동미술관, '오름섬' 전시. 오늘이 마지막 날인지 작품들을 포장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붓(?)터치가 마음을 붕 뜨며 제주도가 그리워지네요 ^^
미술관 안의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는 표시가 앙증 맞네요 ㅋ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2Mrmekfo1CKBmggAHDB1eUBcP3tsEaYkuKsdTN6hfTtLsw5oFYXubvZ4cbM2zhTiBl : 교동미술관
내일 순천갈 기차표 예매. 작은 외숙모님과 통화. 내일 여수에서 저녁으로 갈치 먹을까 했는데, 좀더 일찍 와서 낮에 자연산 회를 먹자고 하시네요. 조금 서둘러야 할 듯.
외삼촌댁으로 돌아와 외숙모님, 어머니와 저녁 먹으러. 전주에 왔으니 콩나물국밥은 맛봐야겠죠.
고추를 잘게 썰어 넣은 만두, 살짝 초록빛이 비치고 기름기를 잡아 주네요.
하루도 바쁘게, 즐겁게, 맛있게 보냈습니다. 전주의 마지막 밤, 내일을 기대하며 Zzz
p.s. 여행 셋째 날, 넷째 날 추억:
☞ https://ya-n-ds.tistory.com/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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