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맞는 월요일은 즐겁죠 ^^ 아주 따뜻하게 잤습니다.
윗층 공용공간에 가서 아침을 만들어 먹습니다 - 토스트 구워 잼과 버터 바르고 커피 내립니다. 치즈나 계란이 없어 아쉬움.
어젯밤 투어 함께 했던 청년이 일찍 나가네요, 강릉으로. 즐거운 여행 되라고 인사합니다. 나도 짐 싸고, 빠뜨린 것 없나 한번 더 확인하고 출발.
웅부공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을 때 안동 사람들이 잘 대해 주어서, 복주를 안동 대도호부로 승격시키면서 내린 현판에 있는 '안동웅부(安東雄府)'에서 이름을 따왔다네요.
대동루(大東樓), 후삼국 시대 왕건이 자기 편에 섰던 이 지역을 '안어대동(安於大東)'이라는 일컬었는데, 거기서 따왔습니다. '안동'이라는 이름 역시 이말에서 나온 거겠죠.
아, 신라시대 때 안동을 고타야군(古陀耶郡)이라고 부른 모양입니다, 어제 잤던 게스트하우스 이름이기도 하고.
이곳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있습니다. 모습이 다른 곳의 소녀상과 다릅니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88600 : 안동의 소녀상이 여타 소녀상과 다른 점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나온 안동, 그래서 독립운동 기념관이 따로 있고, 이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 교과서를 바꾸면서까지 역사 왜곡을 할 때 여기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분이 그러더라구요, 다른 정치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자신들 선조를 욕보이는 이 문제에 대해서 분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
☞ https://ya-n-ds.tistory.com/2677 ( 국정교과서 )
버스 타러 안동 초등학교 앞으로. 어제 저녁 봤던 구시장 골목으로 해서 갑니다.
08:15, 351번 버스 타고, 어제 거쳐왔던 귀에 익은 정류장과 낯 익은 길을 따라 터미널까지. 그 다음에는 송하천 따라서 올라가다 서후면으로. 새롭게 놓여지는 고속철도, 서울에서 1시간 30분만에 올 수 있다고 선전하네요. 이 넓은 안동 지역에 관광객이 고속철도로 많이 올까? 자가용이 아니면 다니기 불편할 텐데. 안동에서 하루 묵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중간중간 보이는 고택들. 40분쯤 지나서 입구에 도착.
먼저 천등산을 올라보기로 합니다, 등산로 안내판에서 2코스 선택. 조청학교 옆, 길을 파헤쳐 공사중인가 본데 이정표가 보이지 않습니다. 감으로 길따라 올라가다 보니까, 표지판이 나옵니다.
작은 시내가 졸졸졸 길 옆으로 흐르고, 낙차가 조금 있는 곳에는 나뭇잎들과 함께 매달려 햇빛에 반짝이는 영롱한 고드름 ^^ 제법 가파른 길도 있고, 어느덧 능선, 의자가 있어 잠시 쉽니다.
개성있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들이 길 옆에서 함께 하는 길이 이어집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한두 번 오르내렸더니 정상. 저 너머 산과 마을이 펼쳐집니다.
계속 앞으로 가면 북후면. 동남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갑니다. 능선에서 벗어나니 바람이 잦아지고 햇빛이 따뜻합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커다란 나무들이 자리를 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나무들도 있네요.
나무 사이로 기와 지붕이 보입니다. 살짝 들려오는 풍경이 '어서 오게'라고 이야기하는 듯. 개목사(開目寺), 터로 보면 꽤 넓은데, 단촐한 가람들.
원통전, 안내글을 보니 왕위를 찬탈하고 조카를 죽인 세조가 자신의 업보를 닦기 위해 관음보살을 모시려고 지은 것 같습니다. '원통전보다는 천등산개목사' 현판이 달린 문 역할을 건물이 더 마음에 듭니다. 돌담, 횅한 느낌을 덜어 줍니다.
그 건물 한 방에서 아저씨가 나옵니다.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불교와 기독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환경 문제로 마무리. 불교의 상징물들에 대해서 한 수 배웠고, 봉정사와 도산서원이, 박정희 시대 때 원래의 모습과 다르게 복원되었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서울에서 회사 다니다가 고향에 내려왔다네요. 요즘은 문화재 지킴이로 파트 타임 일도 한다고 합니다. 저녁에 시간되면 식사하기로 하고 명함을 받아 둡니다. 좋은 인연을 만났네요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15911585143253 : 천등산, 개목사(開目寺)
봉정사 이정표를 보면서 길을 내려갑니다. 먼저 나타난 영산암, 절집이라기보다는 경북 지역 ㅁ자형 구조의 양반집 같습니다. 우화루(雨花樓) 아래로 난 입구가 보통 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개목사에서 만난 분으로부터 '우화'에 대해서 배웠죠,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꽃이 내리고 다보탑이 솟았다는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니 정원이 보입니다. 경사진 마당에 가꾸어 놓았는데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을 환화게 해줍니다. 봄, 가을, 옆 건물 쪽마루에 앉아서 그저 바라보고 있으면 딱이겠네요. 비내리는 여름에 빗소리와 함께 있어도 좋겠고 ^^
응진전까지 가는 오르막 지형을 단으로 나누어 마당을 만든 것도 신의 한수라고 봐야겠네요. 작은 공간에서 깨달음을 향해 한 단씩 다가가는 느낌을 줍니다.
계단 앞의 작은 석탑, 앙증맞다고 해야 할까요, 응진전이 마당의 가운데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있는 것도, 단조로울 수 있는 사각형 공간에 재미를 더하네요.
가까이 가야 보이는 빛바랜 단청이 오히려 드러나지 않게 거무스름한 다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룹니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41630 : 마당이 이처럼 예쁠 수 있다니, 봉정사 영산암
한번 더 둘러보고 봉정사로 갑니다. 영산암으로 올라오는 계단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 가지를 이리저리 휘둘러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모습.
제법 가파른 계단, 영산암을 중심으로 보면 봉정암이 일주문이 되고, 이 계단이 일주문에서 영산암까지 이르는 길이 되겠네요.
봉정사, 사천왕문 없이 바로 만세루. 물이 만나는 합수(合水)명당이라서 사천왕문이 없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순천 선암사도 사천왕문이 없었죠, 획일적이지 않고 환경과 상황에 맞춘 '케바케'도 좋습니다.
만세루가 법고루 역할도 하네요, 운판, 목어, 법고가 있습니다. 범종각은 옆에 따로 떨어져 있고.
대웅전, 조선 전기 때 중창한 건물. 고색창연합니다. 여기도 세월에 몸을 맡긴 단청이 보일 듯 말듯, 나무 색깔에 녹아 들어가 잘 어울리네요. 툇마루와 난간이 있는 게 특이합니다.
옆에 있는 극락전으로. 그런데, 잠시 눈을 의심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영산암, 대웅전보다 앳되어 보입니다. 이거 뭐지?
전체 구조는 소박하고 날렵하고 안정감이 있는데 하나씩 보면 이상합니다.
개목사 문화재 지킴이님이, 극락전 보수하기 전과 후의 모양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 것이 생각나네요.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인터넷 찾아봐도 자료가 별로 없네요.
☞ https://news.v.daum.net/v/20110104113227066 : "봉정사 극락전, 보수 7년만에 목재 균열"
봉정사 경내를 옆으로 해서 나옵니다. 석축 밖으로 나온 만세루 부분을 받치고 있는 나무 기둥들이 보기 좋습니다.
성보박물관, 그리고 그 옆에 넓게 자리잡고 있는 템플스테이 건물들. 어쩌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렸다고 할까요? 그곳이 그냥 숲이어서 봉정사가 가람들이 그 속에 묻혀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포장길로 내려오는길도 운치가 없네요. 그런데, 옆쪽 개울 너머 정자가 하나 보입니다, 명옥대(낙수대),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곳. 하나 건졌습니다 ㅎ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15935631807515 : 봉정사
버스 올 때까지 시간이 꽤 남았습니다. 근처에 있는 죽헌고택을 가봅니다. 문이 닫혀있네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왔다간 모양인데... 왠지 썰렁합니다. 기와집 안에 초가집, 방앗간 같은 것도 보이고.
정류장 벤치, 햇빛 들어오는 곳에 앉아 책 읽다가 사탕 하나 물어 보고.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이 꽤 부네요.
351번 버스가 들어옵니다. 출발 시간은 조금 남았지만 기사님한테 이야기해서 먼저 탑니다. '아침에 이 버스 타지 않았나요?' 알은체를 하시네요. 오늘 다녔던 곳부터 시작해서 버스 떠나기 전까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진도 한 컷~
13:40 출발. 이제는 익숙해진 길과 마을을 지나 안동 시내에 도착, 기사님과 작별 인사.
밥을 먹어야겠죠. 어제 실패한 손칼국수 집으로. 그런데,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아주머니가 몸살로 오늘 쉬려다가 점심까지만 장사를 한다고. 어쩔 수 없죠, 몸이 먼저니까.
어디 갈까? 아침에 버스 타러 가다가 봤던 곳이 생각났습니다, 왠지 포스가 느껴졌던 곳, '원조 보리밥집 제비원 식당'.
점심 시간 지나서인지 한산합니다. 메뉴는 단 두 개, 보리밥과 안동 간고등어.
보리밥을 주문하니 먼저 숭늉이 나오고 옛날에 보던, 둥그런 큰 쟁반에 보리밥, 함께 비빌 나물과 반찬, 생선 한토막과 된장찌개가 나옵니다, 푸짐하네요 ^^
쓱쓱 비벼 한 숟갈 입에 넣습니다. 배고 고파서인지 맛나네요.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가성비 슈퍼갑입니다.
디저트도 먹어야겠죠. 안동 구시장 입구에 늘어선 리어카 가게들, 주전부리가 풍성합니다. 다 먹을 수는 없고, 뭘 먹을까... '9번째집', 갓 튀겨낸 폭신폭신한 꽈배기와 팥이 듬뿍 들은 팥도너츠가 입을 즐겁게 해 줍니다 ^^ 오늘 오후는 '성공'이라고 할 만하네요 ㅎ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15951648472580 : 안동 먹거리
천주교 목성동주교좌 성당 잠시 둘어보고 삼태사묘를 찾아 갑니다. 골목길 안에 자리잡았습니다. 왕건을 도왔던 세 사람을 기리는 곳. 건물 배치가 서원 느낌입니다. 안동 오면 꼭 한번 들르면 좋을 곳.
☞ https://ko.wikipedia.org/wiki/%EC%95%88%EB%8F%99_%ED%83%9C%EC%82%AC%EB%AC%98 : 안동 태사묘
신세동(성진골) 벽화마을, 기린이 화가 모습으로 길을 안내합니다. 여기는 벽화들이 조형물들과 어우러져서 입체감을 줍니다. 개구장이 같은 토끼들이 귀엽습니다. 학교 벽도 캔버스로 동참했네요 ^^
임청각으로. 철길 옆으로 가다가 철로 아래로 난 길이 있어 마을로 들어갑니다. 일제가 만든 철로에 의해 잘린 집. 독립운동을 했다고, 터널을 여러 개 뚫어서 영주에서 오는 철길을 돌려서까지 철로를 놓았다네요.
안동 고성 이씨의 종택이기도 한 임청각, 길게 늘어선 건물이 담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긴 옛 건물을 보기 힘든데. '국무령 이상룡 생가'라고 적힌 안내판이 문 기둥에 달려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정면에 보이는 군자정으로.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품위 있게 자리잡고 있네요. 그 옆에 놓인 정방형 연못이 운치를 더합니다. 꽃 피는 때 오면 더 멋질 듯~
바깥에서 본 긴 건물 안쪽에 행랑채 마당이 있습니다. 유물들을 전시해 놓아 작은 전시관으로 사용하네요. 삼일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 중 임청각에 대한 영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아픈 역사 ^^;
☞ https://youtu.be/1o_TdKmcBhg : 문재인 대통령과 임청각 이야기
☞ https://ya-n-ds.tistory.com/3589 ( 일제 그림자 지우기 )
법흥사지 7층 석탑, 크기와 꼼꼼함에 깜놀, 레고 블록처럼 쌓인 벽돌, 곳곳에 새겨 놓은 부조. 기울어가는 햇살로 은은하고 따뜻한 질감이 살아납니다.
또 다른 고택이 나타납니다, 고성 이씨 탑동파 종택. 여기는 규모가 작고 안쪽을로 좀더 들어가 있어서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철길 아래로 해서 낙동강을 따라난 길로 나갑니다. 어젯밤에는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 그 풍경을 제대로 봅니다. 보조댐 지나서 새로운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월영교면 됐지 또 다른 게 필요할까?
고가철로 위로 지나가는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 기차, 장남감 같습니다. 월영교, 해질녘 호수 풍경도 볼 만합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 발품이 마무리.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15926271808451 : 삼태사묘, 신세동 벽화 마을, 임청각, 법흥사지 칠층전탑, 고성 이씨 탑동파종택, 월영교
버스 올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월영교 달빵을 사러 가봅니다. 그런데, 월요일 휴무 TT 좀처럼 맛을 내주지 않네요.
17:20 3번 버스 타고 안동역에서 내려 내일 타고 갈 열차표 사서 게스트하우스로, 오늘은 어떤 곳을 만날까?
안동 시내에서 0번 버스가 눈에 자주 띕니다. 버스에 0번은 여기만 있지 않을까요?
게스트하우스, 좀 많이 낡았네요. 혼자 방을 씁니다. 짐 풀고 나서 아침에 개목사에서 만난 지킴이님에게 전화, 저녁 먹기로.
'옥동 손칼국수', '밀가리'에 콩가루를 섞어 멸치국물에 삶는 진짜 '안동 국시'. 밥, 상추, 젓갈 등이 나오네요. 한 쌈 먹고 국수 맛을 봅니다. 국물에서 인절미의 콩고물 맛이 옅게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그냥 밀가루만으로 만든 국수 맛은 아닙니다. 담백한 맛이, 고기 국물을 싫어하는 저에게는 더 좋습니다.
막걸리도 하나 시켜봅니다, 회곡 생막걸리. 달지 않고 깔끔한 맛, 제주 생막걸리만큼 마음에 듭니다.
밥 먹고 자리 옮겨 차 마시며 안동, 문화재, 교회, 종교 얘기(천주교 신자였다가 요즘에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월요일 저녁을 보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잠시 쥔장과 얘기, 8년 전 서울에서 왔는데 요즘 힘들다고 합니다. 내일 갈 도산서원에 대해서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마지막 여정에서는 무엇을 만날까요?
☞ https://ya-n-ds.tistory.com/3610 ( 넷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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