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백에 추워서 눈이 떠집니다. 웃풍이 쎄서 보일러가 제 역할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온도가 올라가지 않네요. 이불 두 개를 머리까지 덮고 전기장판 온도를 올리고 다시 눈을 감습니다.
8시 다 되어 기지개. 햇빛이 조금씩 방안을 밝힙니다.
신부님과 간단한 아침식사. 생고구마와 당근 손질해서 자르고, 사과 깎고, 계란 후라이. 카페에 커피를 가지러 간 신부님이 함흥차사. 가보니, 원두콩이 바닥에 쏟아져 있고 난리입니다. 뭔가 걸렸는지 커피가 갈리지도 내려오지도 않고 물만 나옵니다. 신부님은 기계를 열어 씨름하고 있고 한 교우님은 바닥 청소... 결국 GG 치고 AS 부르기로. 베트남 봉지 커피로 대신.
애찬 시간에 간식 거리 준비. 솥에 물을 붓고 감자, 고구마를 넣고 찝니다. 식사 후 설거지와 뒷정리 하고 잠시 게스트룸에서 쉬다가 예배당으로.
신부님이 2 독서 해달라고 합니다, 교회 방문한 사람에게 독서 하나를 맡기는 게 전통이라고 하면서.
어제 본 교우님이 알은체를 해주네요.
## 1월 12일 연중1주일 (주의 세례 주일) 감사성찬례
복음서 마태 3:13~17
1 독서 이사 42:1~9
2 독서 사도 10:34~43
어제 손 본 종이 울리고 입당성가. 독서 후에 잠시 묵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영광송은 A곡조. 성시는 시편 8곡조로. 층계성가는 다 같이.
오늘의 복음, 성경에서 보는 멋진 장면 중의 하나죠.
세례자 요한 :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어떻게 선생님께서 제게 오십니까?"
예수 : "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여라.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시자 홀연히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당신 위에 내려오시는 것이 보였다.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 :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바르나바 신부님은 세례가 예수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하면서, 신자들에게 세례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음을 던지네요.
평화의 인사, 신자들이 서로 찾아 가서 인사하며 안부도 묻고 합니다.
광고, 교회소식을 보니 작년에 시작한 수요저녁기도(7시 30분)에 이어 매일저녁기도(화,목,금 6시)가 생겼나 봅니다. 어제 함께 이야기했던 교우님이 성공회 묵주기도, 성무일도 등에 관심이 있어서 신부님과 함께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침복음서모임(수,금 오전 10시)도 있네요.
교구 일을 하던 김민식 신부님이 서대구교회 협동부제로 발령, 경북지역 교회들과 연합해서 청년선교를 하려나 봅니다 - 주일 예배 후의 청년 신학잡담모임 알림이 있습니다.
봉헌, 헌금 바구니를 돌리지 않고 들어올 때 미리 드린 것을 봉헌성가 부른 후에 복사가 신부님에게 가져옵니다.
기도서의 성찬기도를, 1고린 11:23~29을 읽는'성찬을 위한 묵상' 순서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포도주 없이 면병만 사용. 부제가 집전하는 감사성찬례라서 그런가요? 포도주 없이 빵만 사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둘 다 사용하지 않으면 일관성은 있겠죠.
제대 앞에 둘러서서, '그리스도의 몸'을 옆사람에게 주고 면병이 담긴 접시도 건넵니다.
예배 후 애찬, 카페그린에 모여 샌드위치와 찐 감자, 고구마, 한라봉,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교우님들의 말과 표정에 생기가 있습니다. 복음성가 노랫말의 구절이 이루어지기를 - '부흥의 불길 타오르게 하소서'
- 성당 마룻바닥 공사 비용 마련을 위한 상주 곶감 판매를 위해 오는 목요일, 금요일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 2월에 있을 1박2일 전교인 겨울 피정 장소와 먹거리
교우님들이 하나둘씩 돌아가고, 그 자리를 마을 어르신들이 메웁니다. 신부님이 커피를 내리면서 과정을 설명해 드리네요.
떠날 시간, 신부님이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 줍니다. 문화로에 있는 정류장에서 524번을 탑니다. 칠성시장역쪽으로 해서 대구파티마 병원 찍고 동대구역으로.
지난 번에는 국채보상로를 지나는 245번 버스는 신천역 방향으로 해서 터미널까지 갔죠. 16:00 버스, 만차입니다. '벨트 메고 가입시더' 하면서, 조금 일찍 출발. 기사님 바로 뒷자리, 앞이 잘 보이네요.
영주갈 때 지났던 길들, 가을에서 겨울로 풍경이 바뀌었지만 익숙합니다. 신천대로 따라서 가다가 북대구 IC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금호 교차로에서 다시 중앙고속도로로. 기우는 햇살을 받는, 낙엽진 산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습니다.
☞ https://ya-n-ds.tistory.com/3501 ( 영주, 울진 여행 - 둘째날 )
풍산대교로 낙동강 건너고 풍산터널 지나서 서안동 IC로 나와 안동터미널. 시간이 늦어 어디 갈 수는 없고 숙소로 가야겠네요. 1번 버스 타고 안동 이곳저곳을 거쳐(옥동, 태화동, 신시장) 등을 거쳐 안동역에 도착. '안동역'에 더해 '安東驛'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게 특이하네요.
밥 먹을 곳도 찾을 겸 잠시 주위를 익히기 위해 근처를 돌아봅니다. 경동로 따라서 동쪽으로 가다가 삼거리에서 서동문로로, 다시 중앙로로... 별로 먹을 만한 곳이 없습니다. 일단 체크인 하러 게스트하우스로. 체크인 하러 들어갔는데 문자 도착 - 체크인 어제하는지, 그리고 야경투어 참여 여부를 묻네요. 절묘한 타이밍.
방 배정 받고 투어 신청. 제비원과 월영교를 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는 코스. 19:35 출발하니 그전에 식사하고 오면 된다고 하네요. 쥔장이 근처 지도 하나와 함께 먹을 곳 표시해 줍니다. 안동국시, 설명을 들으니 멸치 국물을 사용하고 반죽에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넣는다네요. 서울에서는 현지에 맞게 고깃국물로 변했다고. 귀가 솔깃.
☞ http://visitandong.co.kr/destination/%EC%95%88%EB%8F%99%EC%8B%9C%E5%AE%89%E6%9D%B1%E5%B8%82/%EC%95%88%EB%8F%99%EC%95%BC%EA%B2%BD%ED%88%AC%EC%96%B4/
8인실인데, 방이 따로 하나 있어 그곳에 침대 4개, 밖에 4개가 있어 독립된 느낌이 듭니다. 방에 두 사람 묵고 밖에는 혼자만 ^^ 2층 침대는 사다리 타입 대신 계단 타입으로 되어 있어 윗층 이용할 때 편안할 듯.
지도 보면서 국수집을 찾아 갑니다. 문화의 거리 근처는 꽤 붐비네요. 맘모스제과점, 귀에 익숙한 곳, 서울 갈 때 들러서 빵 사야겠네요.
'골목안 손국수', 문이 닫혔습니다, 영업시간이 오후 5시까지 ^^;
구시장으로 가봅니다. 분식골목, 떡순튀와 호떡, 도너츠 집이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맛있겠네요. 시장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찐빵, 강정, 떡 등 주전부리할 게 많네요. '방글이김밥', 한줄 주문, 능숙한 솜씨로 말아서 기름 바르고 깨 뿌리고 썰어서 냅니다. 게스트하우스로 가면서 먹는데, 튼실하네요 ^^
북쪽으로 올라가 태사길로. 안동태사묘 표지판이 보이고(내일 가봐야겠네요), 웅부공원 앞으로 해서 숙소로 돌아옵니다.
출발이 조금 늦어집니다, 바퀴 바람이 빠져서 넣고 오느라고. 손님은 두 명, 아까 방에서 봤던 청년. 부산 사람인데, 강원도 가기 전에 중간 지점으로 안동을 택했다고.
안동시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보조해서 한 사람이 신청해도 출발한다고 합니다.
제비원, 유홍준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읽었을 때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마음이 들었죠. 겨울 휴일 저녁, 조용한 곳에 불빛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석불상. 몸통은 바위에 손과 옷을 새긴 마애불인데, 머리 부분은 조각을 한 석불로 솜씨좋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어두워서 세세한 부분은 보지 못했지만 자비와 위엄이 함께 느껴집니다. 저 어딘가에서 힘들어할 중생들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가이드님이 제비원(이천동) 석불상에 얽힌 이야기들을 잼나게 풀어냅니다 - 연이 처녀, 기와공, 이여송과 스님의 염주... 궁금한 점을 물으면 더 많은 얘기들이 흘러나옵니다 ^^ 가이드님 또래 사람들은 옛날에는 부처님 어깨쪽으로 올라가서 놀았는데, 머리 높이가 사람키보다 크다고.
☞ 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0892 : 안동 제비원 전설 - 쌓은 만큼 돌아온다
사진 찍고 다음 코스로 이동. 아직 둥근 달이 따라옵니다.
월영교(月映橋), 달 그림자가 아니라 달빛 다리, 안동댐의 보조댐에 갇힌 물 위를 빛 자국을 남기며 부드럽게 건너갑니다. 해설사님이 월영교와 안동댐과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으로 안내.
다리 중간에 있는 월영대,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포토존은 원이 엄마의 미투리를 본따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 http://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4593 : 원이엄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안동 월영교
안동댐 위쪽에 탑처럼 높게 솟는 조형물에 대해 물어보니, 안동댐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곳에는 댐 만들다 죽은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비도 있다고. 혹시나 해서 인터넷 찾아보니 불편한 이야기가 있네요.
☞ https://www.yna.co.kr/view/AKR20170326038500053 : 안동댐 방생비 찾은 이재오 "박근혜와 악연 시작된 곳"
산자락 아래 군데군데 불이 켜져 있는 곳, 안동댐 만들면서 잠기는 성서현에 있던 객사와 석빙고를 옮겨왔는데,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네요.
산 아래 인공 호수를 따라 난 산책길은, 여름에 그늘도 져 시원하기 때문에 안동 시민들이 즐겨 걷는다고.
슬슬 건너서 다리 건너 갔다 옵니다. 달이 위로 올라가면서, 물에 길게 비쳤던 달빛이 줄어듭니다. '月映'이 눈에 선하네요.
차 타기 전에 월영교 달빵을 사려고 갔는데, 9시까지라서 20분 차이로 실패. '골목안 손국수'에 이어 2연패입니다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715902798477465 : 안동 야경투어 : 제비원, 월영교
야경투어로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쥔장의 방문, '방은 따뜻하나요?'
즐거웠던 투어 프로그램 이야기하면서, 이런 것이 좀더 알려지면 좋겠다고. 가끔 서울광장에서 지역 농산물 홍보를 하는데,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여행 상품 코너도 한 켠에 마련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안동시의 관광 정책, 안동시 전체를 집계 하는 시스템이라서, 하회마을 관광객만 늘어도 공무원들은 자기 할 일 다했다는 마인드라네요 ^^;
안동역 근처에만도 보물급 이상의 문화재가 너댓 개가 있는데, 관에서는 걷기 여행을 위한 스토리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지난 번 영주 갔을 때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역 주민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아도 특정 정당 공천 받으면 되기 때문에, 지자체장이 굳이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거겠죠.
그래서일까요, 민간인들이 직접 관광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 '낭만가도(Romantic Road)'
☞ http://visitandong.co.kr/destination/%EC%95%88%EB%8F%99%EC%8B%9C%E5%AE%89%E6%9D%B1%E5%B8%82/%EB%82%AD%EB%A7%8C%EA%B0%80%EB%8F%84romantic-road-%E2%85%A0/ : '낭만가도'
좀더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내일을 위해 잠잘 시간입니다.
☞ https://ya-n-ds.tistory.com/3599 ( 셋째날 )
p.s. 감사성찬례 때 면병만 사용한 이유를 신부님에게 물어봤더니 아래 답이 왔습니다.
-> "부제는 강복과 축복권이 주교님으로부터 주어지지 않아요. 전통적으로 사제는 교회 성사와 사목의 책임자였고, 부제는 세상일과 교회활동을 연결하는 책임자였어요.
그래서 부제 감사성찬례때는 주교님이 오셔서 축복해둔 면병을 성막에 보관했다가 사용하는거에요. 포도주는 변질과 부패 위험이 있어서 성막에 보관하지 못하는 것이구요. 냉장 성막이 있다면 가능하겠네요 ^^"
읽고 나서 든 생각, 축성되지 않은 빵과 포도주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성찬기도문 대신, 1고린 11:23~29을 읽는'성찬을 위한 묵상'을 한 것이라면.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