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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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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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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00:00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일찍 눈이 떠집니다. 난방은 잘 되어 따뜻하네요. 시계 보고 다시 눈을 붙입니다.
금요일이라서 출근을 위해 맞춰놓은 알람이 울립니다. 어제 즐거웠던 일들이 잠시 스칩니다. 오늘도 그렇기를~
http://ya-n-ds.tistory.com/3348 ( 2019년 첫 여행 - 첫째날 )

 

씻고 아침 먹으러 1층으로. 그런데, 빵, 잼, 커피 등이 있어야 할 공간이 썰렁합니다. 쥔장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잠시 후 계단 내려오는 소리. 최근에 아침을 찾는 사람도 없고 근처의 마트가 문을 닫아서 준비를 못했다고 ^^; 게하에서 이런 대답을 듣다니 당황스럽네요.
라면 같은 것 있냐고 물어보니, 냄비와 함께 하나 가져다 줍니다. 어쨌던 배를 채웁니다.

 

이어지는 아저씨의 넋두리 - 게하 연 지 2년쯤 되었는데, 처음에는 외국인들도 꽤 왔는데 지금은 오지 않는다. 한국 젊은이들은 밤 늦게 나타나거나 하고 새벽에 문을 열어 달라고 한다. 공무원 퇴직하고 외국인들과 만나는 재미를 위해 열었는데, 2018년 여름 무렵부터 (관광)경기가 안좋은지 외국인들이 잘 오지 않는다 등등

 

그런데, 방 시설이나 공용공간을 보면 특색이 없습니다. 어제 체크인할 때 카드 대신 현금 없냐고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 오늘 조식 준비도 그렇고... 게스트하우스 운영과는 거리가 멀죠. 외국인들은 입소문으로 오는 경우가 많을 텐데. 대구 지역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 만한 관광자원이 없는 것도 한 몫 하겠네요.

암튼 대구 '만나' 게스트하우스는 영 아니네요. 다른 여행자들을 위해서 부킹닷컴에서 빼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첫 시작부터 꼬였습니다. 잘 풀리기를...

 

짐 싸서 나옵니다. 길 건너 대구향교에 들려보기로. 교동에 있던 것을 이 자리로 옮겨 오면서, 명륜당과 대성전의 위치가 앞뒤에서 좌우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대성전 앞 돌과 나무가 눈에 띕니다. 내삼문이 잠겨 있어 담장 너머로 사진 한장 찍어 봅니다.
담을 따라 뒤편으로 가는데, 관리인 아지매가 알은체를 하면서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걸어옵니다. 서울에서 여행 왔고 어제 저녁에는 김광석 거리를 가봤다고 하니까, 청라언덕을 꼭 가보라고 합니다 - 건들바위역에서 '지삼' 타고 서문시장역에서 내리라고. '지삼'? '지하철 3호선'을 줄여서 말한다네요.

 

시간이 될까? 원래 서부터미널 가기 위해 명덕역 가야 하니까 그쪽으로 일단 가봅니다. 역 앞에서 고민하다가, 현지인의 말에 귀 기울이기로. 청라언덕을 들러보기로.
남문시장쪽으로 해서 가려고 했는데 골목을 지나쳐온 모양입니다. 가다보니 성당 건물도 보이고, 수녀원도 보이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근처네요. 정문 돌에 쓰인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루가 10:37), 대구의 천주교는 '그렇게'를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할까라는 물음이 떠오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커다란 동굴 주위를 바위를 꾸민 성모당이 있습니다. 동굴 앞 왼편 아래에는 무릎 꿇고 기도하는 여자상이 있고 그가 바라보는 오른쪽 위에는 성모상이 있습니다.
건축물 상부에 있는 글, 'EX VOTO IMMACULATE CONCEPTION'. 대구 천주교는 성모신심이 매우 강한가 봅니다. 그런데 '무염시태'는 '과유불급'이 아닐까요? ^^;
'나주 성모'에 관련되면 영성체를 할 수 없다는 알림글도 보입니다. 복잡하네요.
https://ko.wikipedia.org/wiki/%EC%84%B1%EB%AA%A8%EB%8B%B9 : 성모당

 

사제들 묘역. 경건함이 느껴집니다. 예쁘게 생긴 작은 새 두 마리. 사진 찍으려고 옆에 갔는데, 놀라지도 않고 무덤 주위를 총총거리면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네요 ㅎ
조금 더 머무르면서 구석구석 보면 좋을 텐데, 해인사 가는 일정 생각해서 교구청을 나옵니다. 찾아보니 이곳은 대구 중구의 '남산100년향수길'의 일부네요.
http://www.jung.daegu.kr/new/culture/pages/tour/page.html?mc=0229

 

대구 서현교회, 건물이 꽤 오래된 것처럼 보입니다. 달구벌대로에서 아주머니 한분에게 청라언덕 가는 길을 묻습니다. 이쪽에 사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어 대신 물어봐 주시네요, 謝謝.
동산맨션에 가려서 동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동산의료원 입구에 가니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국적인 모양의 선교사가 살던 집들은 유품과 자료를 전시하는 곳으로 사용됩니다. 청라언덕, '동무생각' 노랫말이 새겨진 돌이 있습니다. 한적한 곳, 도시 생활에서 지쳤을 때 이곳을 찾아와서 잠시 쉬어가면 좋겠네요 ㅎ
뒤로 보이는 커다란 제일교회. 그 옆으로 난 3.1운동 계단길을 따라 내려옵니다.

 

길 건너 대구주교좌교회인 계산성당. 매일신문사가 옆에 있네요. 김근수님의 페북에서 그 논조를 어림할 수 있었죠.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2370741272939045&set=a.206472519365942&type=3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2370415532971619&set=a.206472519365942&type=3 

 

계산 성당 안을 둘러봅니다. 성당 뒤편 위에 있는 파이프오르간이 웅장합니다. 갓 쓰거나 조선시대 관리복장을 한 사람 모습을 스테인드글래스에 넣은 것이 독특합니다. 성당 입구에 있는 성수대, 성모당을 축소해 놓았네요. 켈틱 십자가 문양과 비슷한 것도 보이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078025528931865 : 대구향교, 천주교 대구대교육청, 계산성당 

 

제일교회, 매일신문, 계산성당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든 생각, '대구의 기독교는 예수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을까?'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078032562264495

 

이상화, 서상돈 고택, 학교에서 배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국채보상운동'을 생각나게 해주네요. 안내소 역할을 하는 계산예가에 들어가서 지도와 스탬프자리가 있는 리플릿 하나 얻어 '인증샷' 몇 개 찍어봅니다.
'약령시 문화거리', 한약 냄새가 강하네요. 이전 제일교회 건물은 역사관이 되었습니다. 소박, 아담한 건물, 이때의 마음을, 청라동산 옆에 크게 지어진 제일교회가 계속 품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078037198930698 : 청라언덕,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 구제일교회

 

향교에서 만난 아지매 덕분에 구경 잘했네요.
반월당역에서 서부터미널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탑니다. 노선도에는 '성당못' 정류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성당못'이라고 녹음된 안내방송이 나오자, 기관사가 '서부터미널'로 바뀌었다고 정정해줍니다.
해인사 가는 차 타기 전에 관문시장에 들러 김밥으로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12:00 출발하는 차가 마침 딱 맞게 있습니다.
남대구IC에서 451번 도로 타고 가다 옥포 JC에서 12번 광주-대구 고속도로로 들어갑니다. 낙동강을 건너 동고령IC에서 빠져나가 국도를 달려 12:32 고령 도착.
고령터미널에서 보니까 606번 시내버스가 대구 서부정류장, 서부시장까지 다니네요.

 

고령은 옛대가야의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싶어하나 봅니다. 산 위에 보이는 커다란 고분군, 경주를 떠올려 주네요.
분기삼거리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12번 도로 아래로 해서 야로 찍고(12:55) 가야로 갑니다. 소리길 간다고 하니까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내리라고 하네요.

 

13:05 이정표를 따라 걷기 시작. 각사교로 가야천을 건너 마을길로. 걷기 쉽게 길을 잘 골라 놓았습니다. 물길을 좀더 가까이 볼 수 있게 데크길도 깔아놓았네요.
부드러운 산 뒤로 보이는 톱니 같은 능선이 단조로운 풍경에 악센트를 줍니다. 가야천, 바위와 물길이 만드는 풍경이 아름답네요. 물이 제법 많아 소리도 발걸음을 경쾌하게 해줍니다.

 

무릉교 근처 탐방지원센터, 탐방 도우미가 나와 인사를 하면서 해인사까지 2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하네요.
계곡과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따라 걷다가 건너기를 반복합니다. 바위를 붙잡고 있는 얼음을 부드럽게 감고 지나는 물길이 보여주는 그림들~
함양 선비길과 비슷하지만 계곡이 깊어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https://ya-n-ds.tistory.com/2842 ( 함양 선비길 )

 

찻길과 만나는 홍류문 매표소에서 소리길이 끝나는가 해서 아쉬웠는데 다시 계곡쪽으로 길이 있습니다. 더 멋진 풍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옛 사람들이 붙여 놓은 이름이 딱 들어맞습니다. 가야산 19경 중에 16개가 소리길에 있다네요.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70220.22020194811

 

잠시 쉬고 있는데 마틴님으로부터 전화. 내일 비아메디아 모임 있다고 하는데... 여행 중이라서 참석하지 못할 듯.
어느덧 계곡 길이 끝나고 찻길이 해인사로 인도합니다. 절만 보고 가면 많이 아쉬웠을 것 같은데, 소리길을 걸을 수 있어서 대만족이네요 ㅎ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078041242263627 : 합천 해인사 소리길

 

가야산 휴게소와 성보박물관 지나서 승탑밭까지. 안내소에서 충전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들어오라고 합니다. 카메라에 밥 주면서 해설사와 수다.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기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산사편'을 소개하고, 그동안의 여행 발자국을 모아 놓은 블로그 주소도 알려줍니다. 이어지는 여행 이야기, 이런 만남도 있네요.


승탑비와 승탑, 오래된 것부터 최근의 성철 스님 것까지. 옛것을 본뜬 근래의 것들은 무엇인가 빠진 듯한 느낌입니다. 차라리 최근에 만들어진 것처럼 현대 미술의 기하학적 모양을 응용한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전통이라른 이름으,로 옛 형식을 고집하기보다, 각 시대마다 잘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성철 스님은 자신의 승탑이 저렇게 큰 것을 원했을까요?
몇몇 승탑비 아래쪽 돌에 새겨놓은 익살스럽고 개구장이 같은 캐릭터들이 미소를 짓게 합니다 ^^

 

일주문 지나서(저에게는 무릉교가 일주문 역할을 한 것 같네요) 천왕들이 지키고 있는 봉황문을 지납니다. 당우로 둘러싸인 마당이 있고 다시 구광루를 지납니다. 만세루 역할을 하는 건물 같은데, 큰법당으로 가는 중앙 통로가 없네요. 성벽같은 느낌이 나서 답답하고 주위와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
옆문으로 마당에 올라서니 풍경소리가 반깁니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3층석탑 옥개석 귀퉁이에 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주위의 건물들이 크고 넓은 마당을 채우기 위해서 일까요, 탑이 너무 크다는 느낌. 대적광전도 너무 높아 위압감을 줍니다. 대적광전 앞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마음을 뻥 뚫어주네요.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078047128929705 : 합천 해인사 (1) 일주문~큰법당

 

팔만대장경을 품고 있는 장경판전. 왠지 친근하고 평안하게 다가옵니다. 화려한 단청이 없어서 더 그런 걸까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선을 쳐 놓아서 마음대로 둘러보지는 못하네요.
열린 정문의 틀이 각이 지지 않아서 좋네요. 옆으로 해서 마당으로 들어갑니다. 벽은 바람이 잘 통하도록 수직의 나무 창살로 되어있습니다. 켜켜히 쌓인 세월을 견디어내며 대장경판을 품고 있던 나무들, 그 무게를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지고 있네요. 제한선이 벽 모서리에 붙은 곳이 있어 카메라를 쥐고 나무살 사이로 손을 뻗어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목판들을 담습니다.
산과 기와 선의 어울림, 참선을 하고 있는 듯한 나무들이 지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습니다. 다른 암자들도 보고 싶은데 갈 길이 멀어 산 아래로 향합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078053652262386 : 합천 해인사 (2) 대장경전

 

해인사 터미널에서 17:20 출발, 오면서 걸었던 반대방향에서 차를 타고 보는 계곡 풍경이 색다르네요. 18:00 고령 도착. 안타깝게도 부산 가는 18:45 버스는 매진되었고 19:35 막차를 탈 수밖에 없네요. 하임 전도사님에게 전화해서 너무 늦어 부산에서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내일 아침 감사성찬례 때 보기로.
차 시간까지 고령읍내를 둘러봅니다. 여기도 불빛으로 꾸미는 유행을 피해가지 못했네요. 가야의 정취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

 

부산에 밤 9시 20분쯤 도착, 10시 넘어서 도착할 것 같다고 게스트하우스에 연락. 체크인이 10시까지인데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2호선타고 서면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남포역까지. 10시 10분에 '애플' 도작. 공용공간이 아기자기하네요~
많이 타고 걷고 보고 느낀 하루. 아침 일찍 시작하는 내일 일정을 생각하며 꿈나라로~

http://ya-n-ds.tistory.com/3353 ( 2019년 첫 여행 - 셋째날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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