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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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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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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00:01

5월 2일 회사 마치고 함양으로 고고.
남부시외터미널에서 오후 7시 40분 버스. 연휴 때문인지 가방 들고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죽암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날은 이미 어두워져 머리 위에 반달이 하얗에 웃고 있네요.

 

대전, 통영 고속도로... 불 켜진 마을과 도시, 그리고 비닐하우스가 옆으로 지나갑니다.
서상에서 한번 사람들을 내려주고 함양까지. 이전에 지리산 둘레길 왔을 때 4코스 마치고 서울 가기 위해 잠시 들렸죠. 그때는 낮이었고 지금은 밤이라서 그런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
http://ya-n-ds.tistory.com/2376 ( 지리산 둘레길 - 4코스 : 금계-동강 )

 

잠잘 곳을 더듬더듬 찾아 도착. 주인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시네요. 열쇠를 받아 방으로. 씻고 Zzz


## 5월 3일 (물)
아침 일찍 눈이 떠집니다. '직업병'? ^^;
7시쯤 아침 먹을 곳 물어서 나갑니다. 숙소 뒤쪽의 함양시장. 너무 일러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네요. 황태콩나물국밥 하는 곳이 있습니다. 쥔장이 가르쳐준 곳에 가보고 마음에 안들면 여기서 먹어도 될 듯.
함양초등학교까지 가면서 먹을 곳 찾는데 없습니다. 역사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학사루 보고 돌아옵니다. 옛날에 목욕탕에 붙어 있던 굴뚝이 두 개씩이나 보이네요.
황태콩나물국밥. 계란은 없고 들깨 가루가 뿌려져 나옵니다. 특이하네요.

 

간단히 샤워하고 짐싸서 출발. 함양에 오면 또 들르라는 할머니의 배웅을 받고 터미널로.
표 파는 아주머니, 인상좋고 친절합니다. 8시 서상 가는 버스. 손님은 두세 사람 정도.
어르신 한분이 말을 겁니다. 일흔 정도로 봤는데 여든이라고 해서 깜놀. 진주 사시는 분인데 작년에 상처를 하셨다고 합니다. 함양의 하늘공원이라는 곳에 수목장을 한 뒤 거의 매일 들른다고 합니다.
하동에 선산이 있는데 지곡 IC에서 5분 거리에 있어 교통이 좋아 자녀들이 오기 쉽게 이곳에 안장했다고 하네요. 오늘 선비길 갔다가 진주 들를 거라고 하니까 오면 연락하라고 합니다.

 

어르신이 내린 후 기사님과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함양, 안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해주네요. 원래는 함양보다 안의가 더 컸는데 최치원이 함양태수가 되면서 역전되었다고.
조선시대 왕족들이 귀양와서 정착한 집성촌들이 많은데, 자부심이 강해서 이쪽 사람들이 누구에게 머리 숙이는 것 싫어하고 고집이 세다고 합니다. 옳은 일이라면 지조,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른 일이라면 '꼰대' 또는 '꼴수구'가 될 수 있겠네요.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있듯이 조선시대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온 고장인가 봅니다.

 

버스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안의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 가는 길에 보이는 정자들에 대해 얘기해주고 근처의 지명들 유래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좋은 가이드로부터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봉전마을에서 내립니다. '거연정', 내가 자연에 거하고 자연이 내 안에 거한다는 뜻이라네요. 이름만큼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화림동 계곡을 따라서 선비길 2코스가 시작됩니다.
경치에 취해 카메라 누르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네요 ^^

 

봉전교를 건너서 길 가려고 하는데, 분홍빛 겹벚나무가 마음을 홀리네요. 땅에 떨어진 꽃은 동백처럼 한번더 피어납니다.
나무데크길, 얼마 되지 않은 듯 냄새가 방수제 냄새가 나고. 편하기는 한데 난간 사이로 거미줄이 많네요. 나뭇가지 하나 주워 앞을 휘저으며 갑니다.

 

영귀정. 그 옆은 사유지라서 물가로 갈 수가 없습니다. 길은 계곡과 멀어져서 숲길을 가는 듯한 느낌.

 

동호정. 넓게 펼쳐진 바위과 그 곁을 지나는 물, 사람들과 함께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는 곳입니다. 물 위에 솟아 있는 삼각형 바위, 바다 위의 섬 같네요.


인삼밭과 사과나무 과수원이 나타납니다. 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아주머니. 원래는 논이었는데 쌀값이 떨어져서 사과나무로 바꿨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기 투자 비용 등이 많고 아이 기르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가서 한해 한해 나이가 들면서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가격도 그렇게 원하는 만큼 받기 힘들고.

생산자와 소비자만 골탕 먹는 농업 현실,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겠네요~
http://ya-n-ds.tistory.com/1875 : 농업 & 쌀 개방

 

고지대라 여기 사과가 당도는 높다고 합니다. 줄이 쳐져 있고 거기에 추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어디에 사용하냐고 물어보니까 나무가지가 위로만 자라지 않고 옆으로 펼쳐지도록 가지에 달아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가지에 조금 남아 있는 꽃, 그러고 보니 사과꽃을 처음 봅니다.

 

호성마을, 겹벚꽃이 길가에 화사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정자에 쉬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꽃이 예쁘다고 하니까 지금은 꽃이 많이 시들고 떨어진 것이고 2,3주 전쯤에는 훨씬 더 아름답다고 하시네요.


경모정 지나 람천정. 이름처럼 맑은 물과 바위가 눈을 즐겁게 합니다. 다리를 건너 찻길 따라 가다 밭 사이로 난 포장길로. 황엄사. 들어가지 못하게 문이 닫혀 있습니다.


역방향코스라서 그런지 이정표가 없습니다. 두리번거리다가 농월정 가는 길을 물어 도로를 따라 갑니다.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조금 가다보니 길 아래에 계곡과 가까운 탐방로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따라 가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곳이 있네요. 아까 황엄사에서 도로로 나오지 않고 갈 수 있는 표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여러 길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제주올레길만큼 꼼꼼하게 신경써서 만든 길이 없습니다. 공무원들이 해서 그런 걸까요, 돈 쓴 티는 나는데 디테일이 약하죠 ^^;

 

그냥 도로 따라갔으면 놓쳤을 멋진 계곡이 풍광이 펼쳐집니다. 그것을 전주 삼아 농월정이 나타납니다. 그동안 각자 멋을 뽐냈던 거연정, 동호정, 람천정의 경치를 모아 놓은 듯한 모습. 마음 맞는 사람들과 풍류를 즐기고 싶은 곳들입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41412785926480 : 선비길 풍경

 

중간중간 경치에 취해서 6Km가 2시간 40분 걸렸습니다 ㅋ

 

2코스가 끝나고 1코스. 안의면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계곡은 수로가 되고 포장도로가 이어집니다. 길가의 나무들만이 잠시 위안을 주네요.
50분 정도 걸려서 4Km가 끝났습니다. 이번 코스는 굳이 걷지 않아도 될 듯.

 

오리나무숲 근처 정자에서 만난 어르신. 대구에서 일하다가 고향인 이곳으로 9년 전쯤 귀향, 다른 가족들은 대구에 있고. 거연정 쪽에 집이 있는데 수석을 모은다고. 수석은 (의외로) 경치 좋은 곳에는 없다고 잘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가서 없어진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창원으로 수석 사러 가기 위해 거창에서 오는 친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갈비탕 괜찮은 곳 알려달라고 하니 맛이 비슷비슷하다고... 가격 차이만 좀 있고.

 

점심 먹으러 옛날 금호식당으로. 갈비탕과 갈비찜이 유명한 안의. 터미널 앞에서부터 길을 따라 갈비 메뉴를 내걸은 집들이 많네요.
오후 1시 30분쯤인데 벌써 갈비탕이 떨어졌다네요. 일어서려고 하는데 1인분은 될 것 같다고. 그릇도 크지 않아 양은 많지 않고. 국물은 담백해서 좋네요. 그런데 14,000원 가격에 비해서는 뭔가 부족한 느낌. 블로그에서 12,000원으로 봤는데 그새 오른 듯 ^^;

 

2시 30분에 안의 출발해서 55분에 함양 도착. 마을사람들과 기사님이 동네 이웃처럼 안부도 묻고 하며 이야기합니다, 읍면의 정경이겠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진주가는 버스을 탑니다.
15:00 함양 출발, 수동(15:07), 생초(15:17). 부처님 오신날, 절에 다녀오는 아주머니들에게 기사 아저씨가, 오늘 바빠서 절에 가지 못했다면서 부처님으로부터 받은 복 좀 달라고 합니다. 바나나를 떼어서 주는 아주머니, 맛있게 먹는 아저씨.
남강과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면서 3번국도를 따라 산청(15:30), 원지(15:45)를 거쳐 진주(16:10) 도착.

 

함양 버스에서 만났던 진주 어르신에게 전화해서 시간 되시냐고 여쭤보니, 지인들과 게이트볼 중인데 3,40분 정도 지나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터미널 옆 남강을 따라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걸어봅니다. 햇빛은 짱짱한데 바람이 불어 시원하네요. 그러고보니 함양에서는 바람이 없어서 조금 덥다는 느낌.
대학교 다닐 때 여수에서 부산까지 여행하면서 잠시 들렸던 곳. 남강, 이렇게 컸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르신이 선학산으로 안내합니다. 공동묘지 터였는데 공원을 만들면서 시에서 돈을 지원하면서 이장을 장려한다고. 아직 남아 있는 것은 거의 무연고 묘지일 거라고 합니다.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길 옆으로 무덤들이 보입니다. 저녁 때는 좀 아닐 듯 ㅋ 멧돼지도 있어서 어두워지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진주시가 사방으로 보입니다. 구시가지와 새로 만들어진 지역에 대해서 하나씩 얘기를 해주시네요.
보통 남강보다 지대가 낮은 곳이 많아서 둑을 쌓고 거주지를 만들었는데 비가 올 때는 양수기로 물을 강으로 퍼내지 않으면 잠기게 된다고.
아파트만 있는 곳은 새로 만든 곳, 저층 주택들이 보이는 곳은 옛 지역처럼 보이네요.

 

북서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하늘이 좀더 맑았으면 좋았을 텐데, 요즘 먼지가 많아서 ^^;
어느덧 해는 천왕봉 옆으로, 구름 아래로 내려갑니다. 천왕봉도 희미해집니다.
선학산, 진주에 오면 들려봐야 할 곳입니다. 군산의 월명공원, 통영의 남망산공원 같은 느낌.
http://ya-n-ds.tistory.com/2634 : 10월 남쪽 여행 - 통영
http://ya-n-ds.tistory.com/2796 : 군산 시간 여행

 

터미널 근처의 흥부식당(기사 식당인데 기사 식당이라는 간판이 없습니다)에서 어르신과 저녁식사. 진주비빔밥도 예전 같지 않아서 그냥 기사식당이 제일 낫다는 어르신의 이야기.
살아온 '역사'를 듣습니다. 사업도 했고, 29년 동안 교사로서 일하고 은퇴한 뒤 요즘은 결혼식 주례 봉사를 하신다는 - 가방에서 꺼낸 노트에는 그동안 주례 한 것과 예약된 일정이 있습니다. 주례하면서 신랑, 신부에게 일기와 가계부를 써보라고 권유하고.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들에게도 일기 쓰는 것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용했다고. 누군가가 '적자 생존'이라고 표현한 자기의 생각을 적는 것의 중요성.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 근현대사를 몸으로 살아온 세대를 마주합니다. 그 젊었을 때의 기억이 기저에 깔려 있지만 새로운 시대를 나름 알려고 하시는 분이십니다.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진주성으로. 달밤의 공원 산책. 어르신과 인연이 되어 촉석루로 밋밋하게 끝날 수도 있었던 진주의 시간이 풍성해졌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41415569259535

 

청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갑니다. 봉곡광장 교차로에서 헤맵니다. 전화를 거니 한 블록을 지나왔습니다. 갤러리아 백화점(평안광장) 쪽으로 가다가 사거리에서 우회전. 바로 보입니다.
모텔을 개조했나 봅니다. 그래서 방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TV가 있네요 ㅎㅎ
4인실 도미토리는 2층 침대 1개, 그리고 바닥에 두 사람이 잘 수 있는 이불이 깔려 있습니다 - 독특한 구성.
모텔 느낌이라서 흔히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면 연상되는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작네요. 혼자 여행하면서 잠만 자기에는 좋을 듯. 1회용 칫솔과 면도기도 주네요.

 

아침 일찍 나가기 위해 식사 재료 위치를 알아보고 방으로.
씻고 나서 TV를 켜니 tVN 어쩌다 어른이 나옵니다. 서천석님의 '겸손한 육아' - 아이 키울 때 미래를 생각(걱정)하느라 아이들의 현재에 귀 기울이지 못한다는 슬픈 현실 ^^;
http://program.tving.com/otvn/justhappened/33/Board/View?b_seq=17
http://ya-n-ds.tistory.com/535 : 사교육 문제

 

내일은 어떤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Zzz

 

p.s. 다음날 보기

http://ya-n-ds.tistory.com/2843 : 남해 ( 보리암, 미조항, 독일인 마을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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