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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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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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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07:49

# 12월 21일 (나무)
성공회교회 다니면서 한번 참여하고 싶었던 신학잡담회. 평일(한달에 한번 셋째주 목요일) 저녁이라서 기회가 잘 되지 않았죠.
2017년의 마지막 모임이라는 안내를 보고, 마침 회사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Go Go. 회사에서 어찌 알았는지 그날 롤케잌을 연말 선물로 받았는데 BYOV겸해서 들고갑니다.
이전처럼 일반 카페에서 모이지 않고 교회 안의 작은 홀에서 쫑파티처럼 한해를 뒤돌아보는 시간인가 봅니다. 20분 정도 늦게 갔는데 청년들이 세팅을 하고 다해놓았습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크래커와 나초, 와인, 원두커피... 독서모임에서 두서너번 본 교우, 비아메디아 교육에서 알게 된 빈센트님, 아는 얼굴들이 있어서 뻘쭘하지는 않네요. 진공관 앰프에서 나오는 음악과 대림 3주를 맞이해서 세개가 켜진 대림초의 불빛은 마음을 살그머니 편안하게 해줍니다.

한해 동안 지내면서 느꼈던 것을 말하는 시간, 각자의 고민들과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겠습니다.
가장 반전이 있었던 내용은, 종교를 가지지 않았던 친구에게 성공회에 대해 열심히 얘기했는데 결국 천주교로 가버렸다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1년 가까이 성공회에 있는 이유는 뭘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것, 저것, 그것... 그냥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참여할 수 있는 '감사성찬례'였습니다.
http://ya-n-ds.tistory.com/2767 ( '데이트' in 서울주교좌성당 - 성공회 예배 )

 

연말에 만난 따뜻하고 재미있고 여유로웠던 시간.
https://www.facebook.com/frjoo68/posts/937272613116335 : 신학잡담회 풍경

 

p.s. 희소당의 롤케잌,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원두커피와 어울리면 풍미가 더해지는데요 ^^

 


# 12월 23일 (흙)

아침에 일어났는데 주위가 컴컴하고 얼굴에 찬 기운이 느껴져 '이불밖은 위험해' 모드. '일어날까 그냥 좀더 잘까?' 머릿속이 왔다갔다 합니다. 일어나서 대충 얼굴 씻고 나섭니다. 어떤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둠속에서 성당의 불빛을 고요하게 은은하게 선명하게 내비치는 스테인드 글래스, 하느님의 자녀들이 세상에서 이런 모습이 되어야겠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550517841682639 : 동계재 토요일 아침 풍경

 

크리스마스를 앞둔 토욜 아침 감사성찬례. '동계재'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절제하고 금식하며 기도하는 날이랍니다.
http://viamedia.or.kr/2014/12/17/2197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얘기하는 자신의 죽음, 그것을 말리는 베드로, 그리고 제자들에게 자기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얘기. 예수님에게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예배후 아침 겸해서 함께 하는 애찬 시간의 에피소드 하나.
교우님 A : 크리스마스 카드 왔던데요.
교우님 B : 나는 못받았는데... (나를 보며) 교우님은 받았어요?
나 : 아직 성공회 교인으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요. 타교파 영접식을 아직 하지 않았거든요.
주성식 신부님 : (조금 놀란 표정으로) 어, 아직 안받았어요? 왜요?
나 : ... 생각이 좀 많아서요~
주성식 신부님 ; 유신부님, 생각을 적게 해줄 수 없나요?
유상신 신부님 : ... (그냥 웃지요)

나 : 그래도 성공회 홍보는 많이 하고 있습니다 ㅎ

교우님 A : 성공회에 나오지 않는데 성공회에 대해 좋게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것도 성공회의 '딜레마'이기도 하죠 ㅎㅎ

Everybody : ㅎㅎㅎ

 

주제가 바뀌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 법제화와 한국 기업들의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 그리고 한국사회의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서는 '삶의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들... 이래서 성공회가 좋은 거죠~ ㅋ

 

아침 다과가 끝나고 일어서는데 독서강독회에서 두세 번 만났던 양육위원회 라합 교우님이 오늘 견진교육 진행하는데 도우미가 되어 줄 수 있는지 묻네요. 오전에는 할 일이 있고 해서 오후 시간을 해보기로 - 11시 30분쯤 오기로 합니다.
서울도서관에 가서 자료 찾고 정리하고, 생명의말씀사 가서 묵상노트 겸해서 사용할 다이어리를 하나 삽니다 - 2018년에 어떤 일들이 여기에 채워질까요?

 

11시 30분, 맛디아홀에 들어가니 간식 준비가 다 끝나 있습니다. 별로 할 게 없을 듯. 옆 프란시스홀에서는 웃음소리가 크게 납니다 - 교육이 재미있나 보네요.
한 교우님이 오후에 일이 있어서 가야 한다고 해서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보니까 자주 해야 할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네요. 필터를 갈고 커피와 차를 담는 유리용기를 깨끗하게 씻기, 물 떠오기, 그리고, 쓰레기 분리 수거.

 

중간에 할 일 없을 때는 이런 저런 수다. 프란시스 교우님과, 강독회에 청년들이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신학잡담회는 청년들이 주축이 되는 것 같은데, 강독회는 연령층이 높아지는데 리더의 문제일까라는 물음에,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형식인지가 더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드립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잡담회는 삼삼오오 자기가 끼고 싶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강독회는 책을 한권 정하고 모든 사람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라 조금 딱딱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교회와 관련된 책들만 읽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딱딱한 주제가 될 수도 있고, 매주 책을 읽어와야 한다는 부담도 한몫할 수도 있고... 청년회에 가서 직접 물어보지 않고는 결론을 내기 힘들겠죠.

 

점심시간, 한식 뷔페식으로 맛나게 준비했습니다 ^^

 

장로교에서 왔다는 라합 교우님과의 대화 - 보수 개신교에서 예배 잘드리고 부서에서 봉사 열심히 하는 성도가 믿음이 좋다는 얘기를 듣기 때문에, 하느님과의 관계가 마치 '기브앤테이크' 같이 되기 쉽다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배를 안드리거나 부서 활동에 게으르면 죄책감이 들고 왠지 혼날 것만 같은 마음. 기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의식하거나 의무감이 되는 신앙 생활 같은 것. 하느님이 자녀들에게 주고 싶은 자유, 그리고 그 자유로부터 나오는 예배와 봉사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도우미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덕분에, 그동안 인사만 하던 교우님들을, 이야기와 일을 통해서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직 타교파 영접식도 하지 않은 사람이(공식적으로는 성공회교인이 아니죠) 견진을 준비하는 성도들 교육하는데 도우미가 된 것, 이것도 성공회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겠죠 ㅎ

 

p.s. 견진교육 성찬례 때 사용했던 남은 유대인들의 빵과 포도주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찐득하고 달달했던 포도주의 여운이란... ㅎ

 

p.s. 10월말부터 회사에서 바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토요일에 회사 가지 않고 아침 예배 참여. 주일에는 9시 예배 드리면서 이어지는 주말의 감사성찬례, 마치 브런치 먹고 저녁에 만찬을 즐기는 기분이네요. 토욜 아침 예배 후에 차와 빵을 먹으며 교우님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겁고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

 

#12월 24일 (해)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주일, 예배와 행사가 많습니다. 오전 감사성찬례, 오후 5시 캐럴 예배, 저녁 식사, 저녁 7시 30분 전교인 행사의 밤, 밤 10시 성탄밤 감사성찬례.

 

9시 예배 때, 지난 주에 못봤던(가족 모임 때문에 오후에 교회에 왔죠), 항상 옆이나 뒤에 앉으시는 두 어르신을 만나,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눕니다 ^^
대림절 시작할 때 하나를 켜고 시작했던 초가 드디어 4개 모두 불이 밝혀졌습니다. 이제는 우리 마음이 구유가 되어 예수님이 눕는 곳이 되겠네요.

 

성서 본문은,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가 마리아의 몸을 통해 태어날 것을 알리는 부분입니다. 마리아의 당황하는 모습, 천사의 설명(친척인 엘리사벳이 세례 요한을 품게 된 일)을 듣고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모습.
말씀을 들으면서,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이 때론 자연스러운 것이고, 누군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 믿음의 고백을 하게 되는 일도 또 하나의 은총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홉 성경말씀과 캐럴 예배(The Festival of Nine Lessons and Carols)', 아홉 성경 구절을 중심으로 그에 맞는 찬양이 더해진 예배. 1880년 벤슨 캔터베리 대주교가 구상해서 시작했다네요. 케임브릿지 킹스 칼리지의 캐럴 예배는 BBC를 통해서 전국으로 방송된다고 하니 빈필의 신년음악회의 성공회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 빈필의 연주가 1920년대 무렵 시작되었으니 시기로 보면 캐럴 예배가 먼저 시작 )
https://en.wikipedia.org/wiki/Nine_Lessons_and_Carols
http://www.bbc.co.uk/programmes/p005ftyb

 

개신교회에 다닐 때 보아왔던 부활절 칸타타와 비슷합니다 - 성가대가 중심이 되어서 드리는 '공연'같은 예배? 중간중간 회중이 함께 찬양하는 부분이 있지만 감사성찬례의 '함께 드린다'는 느낌은 덜 하죠(영성체도 없고).

 

예배 후에 즐거운 저녁식사. 이어지는 각 부서별 공연 - 신부님들의 퍼포먼스가 눈에 띄었죠 ㅎㅎ

 

중간에 니콜라 교우님이 성공회 100년을 사진으로 정리한 책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건물들과 비교하면서 알려줍니다. 19C말, 20C초의 희귀한 사진들을 통해 그때 조선 사람들과 정동 근처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신기하고 재미있네요.

 

성탄밤 감사성찬례. 촛불을 하나씩 가지고 성당의 조명은 끈 상태로 시작합니다. 부활전 성토요일 저녁 감사성찬례와 비슷합니다.
http://ya-n-ds.tistory.com/2836 ( 성지/고난주일에서 부활주일까지 )

 

마굿간 축복식, 영성체 기도 후에 주교님이 예수님 인형을 가지고 가서 예배당 바깥에 대림절기에 꾸며진 마굿간 구유에 놓습니다.
부활절 때는 부활초를 켜는 것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드러냈다면, 오늘은 예수님의 탄생, 세상에 오심을 이렇게 나타내네요.
그 후에 성도들은 나가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초를 마굿간 주위에 봉헌합니다.
세상을 밝히려고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촛불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전례가 성공회 예배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겹친 주일, 아침부터 밤까지 예배와 행사, 몸이 지치네요 ^^; 신부님들도 힘들 듯. 식사하면서 주성식 신부님이 얘기했는데, 서울주교좌성당은 신부님들이 여럿이라서 일을 나누어 할 수 있어서 그나마 괜찮은데, 작은 지역교회에서는 신부님 한분이 혼자서 해야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청년들은 새벽 2시까지 파티를 한다고 하네요. 청년부 담당 사제인 주낙현 신부님 왈, '전례 후의 전례'라네요 ㅋ 맛디아홀에 가보니 샴페인과 스낵들이 있습니다. 주신부님이 초대를 했는데... 몸이 넘 피곤해서 머물 수가 없네요~

 

 

#12월 25일 (달)
성탄대축일. 아침 7시 예배 드리고 그뒤로 쭉 쉬려는 마음으로 어제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몸이 너무 힘드네요 ^^; 어케 하지? 일단 일어나서 세수를 하니까 정신이 듭니다.
 
동작대교를 건너며 보는 한강의 야경. 동지 이후 해가 길어지고 있지만 오전 6시 경에 해를 보려면 날짜가 조금더 지나야 하겠죠.
세례자 요한 성당에 들어가면서 아직 날이 새기 전 예수님을 보려고 찾아갔던 목자들이 생각납니다. 조금 일렀는지 두세 사람밖에 없네요. 촛불이 켜진 제대, 마굿간 장식과 함께 한컷 담아봅니다.

 

성찬례 마치고 나오면서 받은 달력, 교우들이 찍은 사진으로 만든 건데 정겨움을 줍니다. 성탄축하 떡, 찹쌀떡인데 맛있네요 ^^
가끔씩 새신자 교육 중 하나인 즉문즉답 시간과 그 이후의 점심 식사 시간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 교우님를 오랜만에 봅니다. 그분은 제가 최근에 보이지 않아서 성공회를 떠난 줄 알았다고 하네요. 하긴 들은 얘기로는 새로온 사람들 중에 정착하는 비율이 10~2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어떻게 하면 정착율을 높일 것인가가 사목단 고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내년 봄에 꼭 비아메디아 교육을 들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17기가 되어서 15,16기가 시작한 비아메디아 졸업생 모임에 함께 할 수 있겠네요.

 

아침 해가 떠오른 동작대교에서 바라보는 한강 풍경. 살며시 미소가 피어납니다.

 

 

p.s. 대림절기, 성탄절에 본 초와 빛, 그리고 마굿간 - 하나씩 켜지고 사라지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556668121067611 

 

p.s. 이 경험도 한해를 정리하는 목록에 들어가겠네요~
http://ya-n-ds.tistory.com/2961 ( 2017 정유년 세밑 인사 )

 

p.s. 1월 1일 거룩한 이름 예수 축일 성찬례, 예수님이 할례를 받으면서 이름을 얻게 된 것을 기념하는 날, 한해를 시작하면서하느님 앞에서 나의 이름도 다시 한번 되새김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겠네요.
p.s. 주낙현 신부님이 성찬례 때 예수님의 몸을 두 개나 주더라구요 ㅎ
p.s. 예배 마치고 신부님들과의 인사, 주성식 신부님이 잠시 생각하더니 '올해는 꼭 등록하세요' ㅋ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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