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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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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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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15:49

4월 9일, 2017년 성지주일, 고난주일입니다. '성지(聖枝)'는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에 들어올 때 환영하는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사용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고난'은 십자가를 지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요일부터는 고난주간이 시작됩니다.

 

예배를 드리는데 십자가와 장식물들이 모두 보라색 천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부재(不在)를 뜻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고난주간에는 '알렐루야'를 외치지 않는데, 일주일 동안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를 묵상한 후 부활절에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네요.

 

성공회에서는 이날 나뭇가지를 나누어 주는데 성도들은 집에 가져가 십자가 옆에 놓아둡니다. 예수님에게 환호한 뒤 곧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한 유대인들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삶에도 그런 것이 없는지 돌아보라는 의미입니다.
이 가지는 다음 사순절기 재의 수요일에 태워 이마에 바르는 재료로 사용합니다 -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결국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입니다.

 

이날 시작한 교리 공부, 'Via Media'. 영성에 대한 이야기. 하나님에 대한 체험은 결국 인간의 '유한성' 안에서의 이루어지며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끊임 없는 '과정'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4월 10일 월요일, 페친이 올린, '세번째 봄, 열일곱의 노래'라는 세월호 기억음악회 글. 세월호 3주기는 부활절과 겹쳐서 고난주간에 개신교 음악인들이 뜻을 모았나 봅니다.
http://ya-n-ds.tistory.com/2835 ( 세월호 참사 )

 

4월 11일 조금 일찍 퇴근해서 삼일교회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대에 서 있는 세월호 가족들의 모습, 아플 수밖에 없네요.
저렇게 서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한이 가슴에 쌓였을까요. 2017년, 그 무게가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다면. 부모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맺힙니다. 어느덧 예배당은 흐느끼는 소리로 채워집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 '실종자'라는 말이 더이상 없어야 할 텐데, 그 가족들은 아직도 불안하겠죠.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0269 : 세 번째 봄, 별이 된 아이들 기억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XvciTTC4VRU

 

그런데, 다른 곡들과는 달리, 몇몇 CCM은 음악회와 뭔가 어울리지(공감을 주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회 부흥회나 집회가 아니라서 그럴까요?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예배당 밖의 그리스도인의 삶도 비슷하다면?
둥그렇게 변해가는 달을 보면서 돌아오는길, 어서 속히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봅니다. 어느덧 개나리의 노랑 웃음 뒤에서 라일락이 그 향기를 내고 있습니다.

 

성목요일, 성금요일, 그리고 부활밤으로 이어지는 성삼일(Triduum Sacrum)이 시작됩니다.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에게 펼친, '파스카 신비(Pashcal Mystery)'라고 부르는 구원 사건을 기념합니다. '파스카'는 구약 시대 이집트를 탈출하기 직전, 문설주에 바른 피를 보고 하나님의 천사가 이스라엘 백성을 '넘어간(pesach)' 유월절(과월절) 사건에서 나온 말입니다.

 

4월 13일 성목요일 저녁, 마지막 만찬과 제자들의 발을 씻긴 사건을 기억하는 성체성사제정 예식이 있었는데 참석하지 못했네요 ^^;

 

4월 14일 성금요일. 아침 예배 갈 준비. 창문으로 보이는 달이 아름답습니다.

주의 수난 예식. 앞쪽 제단이 텅 비어 있습니다 - 주님의 부재(不在). 교회, 나라와 세상, 가난하고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에 맡길 우리 자신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보라색 천에 쌓인 십자가가 들어오고 '구세주께 달리신 십자가 나무를 보라'라는 외침 속에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책망가를 부르며 줄을 서서 한사람씩 차례대로 한걸음씩 십자를 향해 갑니다. 제단에서부터는 한두 걸음 가서 무릎 꿇고 엎드리며 십자가로 가까이.
http://viamedia.tistory.com/entry/%EC%B1%85%EB%A7%9D%EA%B0%80%E8%B2%AC%E6%9C%9B%E6%AD%8C-%EC%84%B1%EA%B8%88%EC%9A%94%EC%9D%BC : 책망가

 

예수를 조롱했던 로마병사들, 갑자기 예수 십자가를 지고가게 된 키레네 사람 시몬, 예수를 쫓아가던 여인들, 십자가 처형을 했던 백부장, 예수의 시신을 무덤에 모신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과 니고데모가 되어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죄의 고백, 주의 기도, 그리고 영성체. 오늘은 빵만 있고 포도주가 없네요.

 

오후에 있을, 음악으로 드리는 십자가의 길과 가상칠언 묵상. 그 이후에는 토요일 부활밤 예식까지 예배가 없습니다 - 침묵.
회사 가야 해서 아침 예배만 드렸는데, 다 참석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4월 15일, 성토요일. 잠시 회사에 갔다가 오후 5시에 노래로 드리는 저녁기도에 참석. 노래로 기도하며 예배를 드립니다. 여전히 비워진 제대, 촛불 2개가 켜져 부활을 예비합니다. 늦겨울에서 이른봄으로 넘어갈 때 나뭇가지에 보이는 싹눈을 보는 듯한 시간.

 

예배 후 광화문으로. 세월호 3주기 기억문화제 -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http://416act.net/notice/75991
http://ya-n-ds.tistory.com/2817 : '촛불 혁명'

 

끝까지 있지 못하고 한영애님의 노래 전에 성당으로 와서 8시 부활밤 빛의 예식과 성찬례에 참여합니다.
마당에 불을 피워 놓고 참회를 적은 종이를 태우고, 새불을 축복하고 커다란 부활초를 축성하고 불을 붙입니다. 참석한 사람들은 미리 가지고 있던 작은 투명유리잔에 들어 있는 초에 불을 켜서 부활초 뒤를 따라서 줄지어 성당 안으로 들어가 앉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보라'라는 외침에 잠시 무릎을 꿇습니다.
촛불에 의지하여 예배를 드립니다. 천지창조, 홍해 건너기, 구원, 부활에 대한 송가를 부른 후 개인 촛불을 끄고 어둠속에서 침묵하며 묵상을 합니다.
종이 울리고 성당의 모든 불을 켜고 영광송을 부릅니다. 그리고 '알렐루야'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찬송합니다.

 

지난 촛불 집회의 소등 퍼포먼스가 이 전례에서 가져온 모양입니다. 암흑을 통해 불의한 현실을 표현하고, 불을 켬으로써 정의, 진실의 회복을 나타내는 의미 또한 비슷합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의 희망과 기도로, 3년간 바닷속에 있던 세월호가 올라왔겠죠. 아직 진실을 밝히는 것이 남아 있습니다.

 

세례성사. 부활절, 새생명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밤이네요, 빛과 함께... 느낌이 독특할 듯.
후견인들이 있어 세례 받을 후보자를 추천합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개신교회에서는 볼 수 없던 거네요. 세례 받기 원하는지 묻고 세례언약을 합니다. 믿음을 고백하고 주님의 명령을 지키겠다는 문답. 이미 세례 받은 사람들은 그 언약을 통해 한번더 다짐하는 언약 갱신을 하네요, 첫사랑의 기억.
마지막에 교우들에게 힘을 다하여 세례 받는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성실한 믿음의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겠냐는 질문을 합니다. 교회라는 공동체를 강조하는 거겠죠.
세례식, 집전자가 물을 부우며 세례자에게 말합니다 - "그리스도의 빛을 받으시오. 그대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왔으니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시오."
http://anglicanprayer.tistory.com/19 : 세례성사 예식

 

기도 후 집전자가 복도를 걸어가며 성도들에게 성수를 뿌립니다. 신부님의 표정이 개구장이 같고 물 맞는 사람들도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즐거워 합니다. 유머가 깃든 축제 같은 부활밤입니다 ^^
성찬의 전례. 오늘 세례를 받은 사람부터 차례대로 영성체. 부활의 기쁨과 함께 하는 성찬.

 

4월 16일, 부활주일. 세월호 3주기.
아침에 들른 안산분향소, 아이들 이름 앞에 붙었던 '故', 아팠습니다. 이름을 하나 하나 읽으면서 한걸음씩 옮깁니다. 10시에 있을 행사 무대를 꾸미느라 바쁜 사람들.
화랑유원지 가기 전 사거리 횡단보도, 세월호 인양이 진실의 시작이라는 현수막의 글귀를 되내여 봅니다.

 

11시 예배. 성당 안이 꽉찼습니다. 9시 예배는 자리 여유가 많았는데. 이제는 제단 앞의 기물들과 장식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첫 영성체를 하게 되는 아이들. 문답을 하고, 오늘은 이 아이들이 성찬식을 가장 먼저 합니다. 예수님을 품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기도합니다.

 

2017년 부활절, 너무나 강렬한 경험을 했습니다. 마음 속에 잘 담아서 기억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성찬예식 때 말하는 두 구절이 더 크게 울립니다.

 

"그리스도는 죽으셨고, 그리스도는 부활하셨고, 그리스도는 다시 오십니다."
"주여, 주님을 내 안에 모시기를 감당치 못하오니,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p.s. 종려나무, 감람나무, 성경에서 번역이 잘못된 경우가 있다네요~
http://www.prok.org/gnu/bbs/board.php?bo_table=bbs_board1_1&wr_id=2608 : 성경의 감람나무, 종려나무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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