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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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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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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17:54

5시 40분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 옷 입고 짐싸고.
하늘에서 어둠이 조금씩 밀려나네요. 버스의 빨간, 녹색 LED 빛이 반짝 거립니다. 281번 버스 타고(06:28) 제주대 입구에서 내려서 제대마을 정류장까지 걸어갑니다. 보통은 산천단 정류소에서 내려 그 자리에서 바로 475번 버스를 타는데 시간이 남아서 걸어보기로.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약간 차갑네요. 등산 차림의 아저씨 한분이 걸어옵니다.
'왜 차가 안오지?' 혼잣말을 하네요. '조금 기다려야 돼요' '어 차 시간을 잘못봤나?'
어느덧 환해졌습니다. 7시 27분에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지나서 관음사코스 입구에 도착. 어제 먹었던 '다가미' 김밥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들게 한 김밥 한줄 삽니다. 그래도 산길에서 힘을 주었죠 ^^

 

몇 년 전 겨울 성판악은 하얀 눈이 가슴을 벅차게 했는데 관음사쪽은 입구부터 나오는 멋진 계곡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영실코스는 기암과 평원이 그랬죠. 코스마다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 오는 한라산입니다.
http://ya-n-ds.tistory.com/2280 ( 겨울 성판악 )
http://ya-n-ds.tistory.com/2832 ( 4월의 영실~어리목 )

 

이끼낀 바위, 원시세계 같은 계곡의 바위, 그리고 울창한 숲이 길을 인도합니다. 삼각봉까지 물건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궤도차가 놀이공원 기차처럼 옆으로 지나갑니다.
탐라계곡, 지금까지 봤던 계곡의 할아버지쯤 되나 봅니다. 단풍이 조금씩 들기 시작해서 깊이에 밝음을 더하네요.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와 데크 계단이 없던 때에는 이쪽 코스는 많이 힘들었겠네요.
http://v.media.daum.net/v/20071227142808774 : 한라산 탐라계곡 나무다리 완공

 

계단을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사람들이 무인휴게소 앞 평상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챙겨 주었던 봉지를 열어 하나 골라 먹습니다. 그리고 어제 사서 먹다 남았던 귤로 입가심.

 

해발 1000m 표지... 아직 900m 이상이 남았네요. 한걸음 한걸음 위로 갈수록 단풍이 조금씩 더 짙어가 탄성과 함께 피로를 잠시 잊게 해줍니다.
이끼 낀 바위를 감싸안은 뿌리의 생명력이 기이합니다.

 

1200m 가기 전에 나오는 원점비. 대통령 경호를 왜 공수부대가 해야 할까? 그리고 악천후에 비행기를 꼭 띄워야 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29만원 인생'과 이어진 '그 시절의 아픔'입니다.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9164 : 공수부대를 제 물건처럼 돌려쓴 독재자
http://jeju-in.tistory.com/66 : 53인의 목숨 잃은 곳 살펴보니

 

해발 1200m 지나서 한번더 궤도차를 만납니다. 운전에는 관심없고 게임 레벨업에만 관심 있는 듯한 운전자 ㅋ 빨간색 차칸이 예쁩니다.
숲길을 나오니 떡하니 모습을 드러내는 삼각봉, 와우. 사람들이 정상쪽과 아랫쪽 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습니다.

동그랗게 생긴 휴게소 주위에 둘러앉아 먹고 쉬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감탄이 그려집니다. 저쪽 바위 위에서 까마귀 한마리도 주위를 둘러보네요.
구름낀 아래는 신비감을 불러오고 맑은 하늘 아래 고운 색깔을 드러내는 위쪽은 호사를 선사합니다.

 

삼각봉을 돌아가니 바위와 단풍과 초록이 어우러진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납니다. 중간에 옆으로 비수처럼 나온 바위도 기이합니다.
위쪽으로 보이는 단풍에 둘러싸여 솟아나와 있는 왕관바위도 멋지구요. 나무들이 왕을 향해 엎드려 있는 것 같습니다.

 

용진교. 아름답게 만들어진 현수교, 단풍과 잘 어울립니다. 더욱 현란해진 단품에 눈이 시립니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 나타난 평평한 곳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관음사 코스, 올라갈수록, 힘든 만큼 더욱더 멋진 풍경으로 몰아부치네요.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 한 사람이 해준 '정상 부분이 깨끗해요'라는 말이 힘을 줍니다.

 

해발 1700m, 1800m를 지나면서 하늘에 가지로 미로를 그려 놓은 구상나무들을 만납니다. 능선을 넘는 구름과 파란 하늘은 선계를 보고 있는 느낌.

 

어느덧 정상. 북쪽에서 올라온 구름이 아래를 가리는 듯 하더니 잠시 후 물 고인 백록담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신났네요.

 

'白鹿潭' 글자가 새겨진 바위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길게 줄 선 사람들. 이 인증샷을 가지고 내려가면 한라산 등반했다는 인증서를 준다네요.

 

바람이 너무 세서 춥습니다. 10분쯤 있다가 하산. 구름이 서귀포쪽을 가렸다 열었다 장난을 치네요. 보목마을 섶섬, 서귀포 문섬, 법환포구 범선이 또렷하게 보일 때 찰칵.
내려오다 보니까 이제 정상 부분에 구름이 짙어지기 시작합니다. 생각해 보니 타이밍 맞게 정상에 도착했네요. 섬 날씨가 변덕스럽고, 거기다 산 날씨도 시시각각 변하니 백록담은 좀처럼 구경하기 어렵다는 게 맞네요.

 

여행 전에 새로 구입한 스틱, 내려올 때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먹는 사발면. 배고픔도 사라지고 오늘 한라산에서의 즐거움도 스쳐갑니다.

좀 쉬고 있는데 삼각봉 대피소에서 봤던 꼬마 아이도 엄마, 아빠와 함께 보이네요. 와, 한라산 코스 종주!

 

게스트하우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체크인을 6시 경에 할 수 없냐고, 문예회관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가야 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하산길에 있는 사라오름을 지나칩니다. 오늘은 물을 볼 수 있을 텐데.

 

내려가는 길에 인상좋은 아저씨를 만납니다. 제주시에 사시는 분인데 산에 온 분들과 제주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관음사 코스의 풍경 얘기하다가, 지난 번에 갔던 영실 코스의 독특한 경치를 말했더니 그곳도 이제는 조릿대가 많아져서 봄 풍경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하시네요.

 

성판악. 까마귀는 여전하네요. 새로 개편된 버스노선 덕분에 공항으로 바로 갈 수도 있습니다 - 182번. 마음만 먹으면 한라산도 서울에서 당일치기 하기 쉽겠네요.
281번을 타고 제수시로. 제주 정보를 알려주시던 아저씨를 만납니다. 월요일에 추자도 간다고 하니까, 조기조림을 꼭 먹어보라네요. 제주 음식, 물회, 고기국수, 몸국, 갈칫국... 돼지국밥도 먹어보라고.
제주에는 예전에 식재료가 많이 없어서인지 된장, 늙은 호박, 배추, 고추 정도가 양념의 기본 베이스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가다보니까 지루하지 않게 금방 온 듯. 중앙로터리 쪽으로 가려면 어디에서 환승하면 되냐고 물으니 시청에서 갈아타라고 합니다.
서쪽은 한라병원, 동쪽은 시청이 일종의 교통 허브처럼 생각됩니다. 360번 타고 동문로터리까지.
간세라운지 가서 서귀포쪽 올레길 완주 도장 찍고... 뿌듯~ 6시에 맞춰 B&B PAN에 도착.

 

밥먹으로 나갑니다. 뭘 먹지? 지난번에 지나가다 봤던,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유성식강을 찾아 갑니다. 제주도 오면 한번은 꼭 먹는 김치찌개.
기다리는 동안 들리는 아저씨들의 걸쭉한 이야기들. 엄청 많은 양의 찌개, 법환포구 동환식당에서 먹었던 때가 떠오릅니다. 쫄깃한 고기도 많고 김치의 진한 국물 맛까지.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에서 살짝 벗어나면 종종 '득템'을 하게 되죠 ^^
http://ya-n-ds.tistory.com/2328

 

피곤하네요. 일찍 잠자리로. 그동안 달렸는데 내일은 주일, 좀 여유와 쉼을 누리기로.

http://ya-n-ds.tistory.com/2937 ( 제주오일장, 제주 성공회교회, '자청비', 해안도로 )

 

p.s. 한라산 풍경;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494074943993596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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