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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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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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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00:07

신영복님의 '담론'(돌베개) 마지막 부분에 '사람의 얼굴'이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감옥에 있으면서 '빈곤', '실업' 등의 단어를 생각할 때 연상되는 것을 무엇인가 보니 '지니계수', '실업률'과 같은 경제학 개념들만 주로 떠올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해고당한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정작 고려하고 못하고 있었다는 뉘우침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마음에 남을 경우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어서)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숫자와 같은 지표를 개선하는 방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는 것인가하는 물음을 남깁니다. 사실 숫자가 좋아졌다고 정부에서 홍보를 하지만 실제 사람들이 그만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

잠시 곁길로 빠지지만 어떤 장소에서 사람 얼굴이 떠오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신촌, 대학로, 종로, 명동, 남산, 북촌... 그래서 이런 노래 가사들이 마음에 와 닿는 거겠죠.
https://youtu.be/lZRSry1KH2M ( 옛사랑 )

 

얼마 전에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나? 작년 6월 전까지는 두 사람 정도였네요. 제주도 출신의 대학교 과친구, 그리고 첫번째 일터에서 만난 동료.
그런데 지금은 올레길을 걷다가 만났던 만난 사람들 소식이 궁금해집니다.
신천리에서 만났던 해녀 할머니는 지금도 계속 물질을 하시며 건강하실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한라산을 함께 올랐던 청년은 제대를 한 후에 학교는 잘 다니고 있을까, 하루 묵으면서 알게 된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방향을 정해 새로운 길을 가고 있을까...

 

여행을 다녀와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멋진 풍경, 맛있던 음식...? 이런 것에 더해 사람과의 만남과 나눈 얘기들도 가끔씩 생각납니다.
지리산 둘레길 다녀와서, 올초까지 주일학교에서 함께 하다가 건강 때문에 쉬고 있는 선생님에게 이런 메일을 썼습니다.
( 작년에 칠선계곡 코스로 지리산에 올라 일출 본 자랑을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했던 기억이 금계에서 오버랩되었습니다 )

 

"금계에서 칠선계곡-천왕봉을 바라보면서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곳에서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이 행복 중 하나겠네요.
요즘은 가끔씩 그동안 살면서 만남이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담론' 후에 읽었던 공지영님의 '수도원기행'(오픈하우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차에 앉아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위한 묵주기도를 하는데 한사람 한사람이 순서대로 정확하게 기억되어서 스스로 깜짝 놀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제 정말로 혼자 남았다. 어제 림부르크 수도원에서 산 묵주를 꺼내 여행 시작부터 내가 만난 한사람 한사람을 위해 기도를 바치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그 모든 사람을 하나도 남김없이 순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다못해 테제 공동체에서 마콩 TGV역에 오는 동안 우리가 탔던 버스의 운전기사까지. 수도원의 성당과 정경들 조각품들 성화들 이런 거 말고 사람들을...
어제 짐을 챙기면서 이 책자 저 책자, 이 필름 저 필름 어기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더니 사람의 모습은 이토록 명확했다.
내 여행의 윤곽이 문득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러니 결국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들을 만나려고 이 길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pp.281,282 )

사람의 얼굴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떨게 생각하면 세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비로소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얼굴들 때문에 잠시 멈추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겠죠.
( 공공의 이익은 해치면서 자기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은 물론 다른 차원이겠죠 ^^; )

 

요즘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는 말을 나오게 하는 뉴스들이 있습니다. 피해받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월호특별법이 올바르게 실행되는 것을 막는것도 그렇고, 밀양 마을 사람들을 공권력으로 누르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은 보지 못하고 (특정) 집단의 목적만을 생각할 때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피해자를 '가해자'처럼 만들게 됩니다.
http://ya-n-ds.tistory.com/2212 ( 세월호 특별법 )
http://ya-n-ds.tistory.com/1830 ( 밀양 송전탑 )

 

오현 스님은 수행에 대해 말하면서, 작년에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종을 예로 들어 종교인은 '현재'를 고민하는 '살아있는 화두'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http://well.hani.co.kr/633035 ( 선승의 죽은 수행 꼬집은 오현 스님 )

 

기독교 버젼으로 바꾸면 이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하나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하나님나라에 들어간다' ( 마태복음 7:1 )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 야고보서 2:26 )

그리스도인에게 사랑의 두 대상은 '하나님'과 '이웃'입니다.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웃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면 사랑을 할 수가 없겠죠.
그리고 형제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요한일서 4:20 )
( 혹시 '형제'를 교회 안에서 형제라 불리우는 사람들에게만 적용하고 마는 사람이 있나요? ^^; )

 

예수님은, 마지막 하나님나라에서 있을 심판의 기준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이 사람들 가운데서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예수님이 이렇게 말할까 두렵네요 - '널 그렇게 많이 쳐다봤는데 못본 척 하더라!" ^^;

 

 

p.s. 작년 말에 갑자기 '수도원기행2'를 읽게 되었습니다.
http://ya-n-ds.tistory.com/2313 ( '수도원기행2' )

 

그때, 전에 읽었던 (것 같은?) '수도원기행'을 떠올려 보았는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 '언제 한번 읽어야지~' 반년이 넘게 지나버렸습니다.
공지영님을 통해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 힌트를 얻어 갑니다.

 

인기작가의 책을 모아 놓은 코너, '수도원기행' 옆에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가 있습니다.
http://myungworry.khan.kr/85

 

잠시 뒤적여보니, 읽고 나면 지난 지리산둘레길에 이어 구례, 하동 지역으로 코스 한번 잡을 것 같네요 ^^
http://ya-n-ds.tistory.com/2374 ( 지리산 둘레길 3코스 : 인월-금계 )

 

 

※ 다른 생활의 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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