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petizer : 지은이 인터뷰
☞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00730124454
'헌법의 풍경', '불멸의 신성가족', '세상속의 교회, 교회 속의 세상' 등을 썼던 김두식님이 인권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이미 앞의 책들에서 소수자들의 어려움과 기득권자들(다수자들)의 무감각에 대해 조금씩 얘기했죠.
이책에서는 영화, 드라마 또는 문학작품 등을 통해서, 인권을 아홉개 주제로 나누어 다가갑니다. 영화라는 매개체가 있기에 조금더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감각을 덤으로 얻을 수 있겠네요.
영상물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 것은 종종 있는 것이죠
☞ http://ya-n-ds.tistory.com/63 (백소영의 드라마로 신학하기)
☞ http://ya-n-ds.tistory.com/192 (씨네마 톡톡)
글머리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인권감수성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그럴 때 사회의 소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공감할 수 있겠지요.
첫 장에서는(네 멋대로 해라) 공부에 압박 때문에 고통 받는 '청소년 인권'에 대해 얘기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독수리, 기러기, 펭귄 부모들도 피해자가 되고, 공부에서 살아남은 '엄친아' 역시 피해자가 되는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공부를 최우선 순위에 놓아 아이들을 내몰게 됨으로써 결국 가족관계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사춘기 자녀를 가진 부모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응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두번째는(왜 이렇게 불편할까?) 흔히 '동성애자'라고 불리는 '성소수자 인권'입니다.
이성애자들에게 '동성애공포증(homophobia)'이 있다면, 동성애자들은 '이성애공포증(heterophobia)'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국 드라마 '윌과 그레이스'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리고, 남자들이 여성동성애 영화보다 남성동성애 영화를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이유로,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 위주의 시각과 함께, '나도 혹시 저렇게(비정상)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을 듭니다. 이른바 '미끄러짐(slippery)'에 대한 두려움이라네요.
동성애를 차별하는 논리들이 별로 근거가 없기에(70~76쪽), 옳고 그름을 떠나, 이성애자들이 공기처럼 누리고 사는 권리들을 동성애자들도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된다고 얘기합니다.
세번째 여성에 대한 인권은 '뺨따귀로 사랑 표현하기: 여성과 폭력'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부장적인 한국에서 남자들이 여성에게 마초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거의 스토킹이나 폭력에 가까운 방법을 미화시키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하네요 - '미안하다, 사랑한다', '연애의 목적'...
한국에서 남자들의 폭력이 악순환되는 과정을, 영화 '똥파리'에서 상훈과 영재가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근원은 상훈의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아, 이 나라, 씨발, 애비들은 아주 좆같애. 이게 븅신들 같은데 지 가족들한테는 아주 김일성같이 굴라 그래, 이 씨발놈들이. 니가 김일성이야, 이 씨발새끼야, 김일성이야, 씨발놈아"
이런 가부장제도를 극복하는 가능성을, '안토니아스 라인'과 '가족의 탄생'에서 읽습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로 여성 외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폭력'을 드러낸 것은, 이전에 읽고 느꼈던 것을 곱씹어 볼 수 있었습니다.
☞ http://ya-n-ds.tistory.com/724
네번째 이야기와 여덟번째 이야기는 장애인 인권과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룹니다.
인상에 남는 지적은, 장애인 문제와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영화에서, 그 피해자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보호 받아야만 하는 '무력한' 사람으로 그려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300'에서처럼 배신자를 장애인으로, 그리스로 쳐들어 오는 페르시아인(동양인)을 짐승으로 묘사함으로써 은연 중에 우월감을 통한 차별적인 시선을 갖게 합니다.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일곱번째로 다룹니다.
재미있는 것은, 가위질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CD로 음란물이 유통될 때, 경찰이나 검찰은 그것들의 음란성을 입증해야 하므로, 그중 몇 편을 관람하고 증거로 첨부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기자들과 상급부서에서 "나도 그것좀 같이 보자"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음란물이 '유통'됩니다. 10년 전쯤 이런 단속을 담당하는 사람들끼리 "진짜 음란물 유통업자보다 우리가 더 많이 유통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했다네요. ^^;
김두식님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기자, 검사, 경찰 또는 수사기관의 고위층들이 '나는 이런 걸 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근거는 어디 있을까요?"
그리고, 모든 검열은 아버지로서 자녀를 돌본다는 가부장적 합리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그런 나쁜 것만 골라보고, 밤이면 그에 버금가는 나쁜 문화를 즐기러 나간다고 지적합니다.
검열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영화가 논란이 되는 순간 이미 관심있는 사람들은 불법 다운로드나 인터넷으로 외국 비디오를 직수입해 생생한 영상을 감상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음란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은 수준 낮은 작품들을 구매하지 않는 튼튼한 청소년들을 길러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이라는 주제의 다섯번째 이야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네요. (194쪽)
노조의 파업이 있을 때면 언론에서는 그 노조원들의 평균임금이 6천이라거나, 사장과 비슷하게 9천만원대의 연봉을 받는 직원이 400명에 이른다는 식의 보도가 자주 나오고, 국립대 교수들이 '철도공사 직원들이 우리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게 기가 막히지 않냐?'는 한탄을 하기도 한다네요.
그런데, 이런 질문은 어떨까요?
'철도공사 직원이 국립대 교수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게 도대체 뭐가 잘못일까?' '그리고, 그런 교수들이 우리나라 최대 기업 등기 이사들과 같이 100배 정도 더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분노를 하지 않을까요? '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이야기하는 여섯번째 이야기의 첫부분에서 '밀양'을 통해 한국의 기독교를 바라보는 것은, 기독교인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부분입니다.(199~207쪽)
마지막 이야기 '그냥 다 죽이면 간단하지 않나요?: 차별의 종착역, 제노싸이드'에서는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합니다.
그런데,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마이너리티 리포트', '본 아이덴티티'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의 결말이, 몇 명의 나쁜 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끝나기 쉽다네요.
'기본적으로 국가시스템 전체는 언제나 정당하다. 다만 소수의 부패한 관료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이것을 스탈린식 사회주의 국가의 의식 구조에 비유합니다. '당은 언제나 옳다. 다만 소수의 부패한 당원들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국가가 알아서 잘하겠지'하는 생각이 쌓이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언젠가 자신이 '차별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현재 차별 받는 사람들의 불편함에 관심을 가지고 그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겠죠.
신앙이 깊어질수록 죄에 더욱 민감해진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시민이 된다는 것에 꼭 필요한 것은 소외받는 사람의 불편함에 얼마나 민감하느냐가 아닐까요-단지 G20을 개최하거나,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불을 넘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p.s. 한권의 책 내용을 토막내어 짜집기하니까 좀 이상하네요, 연결도 어색하고 ^^;;
'디저트'가 도움이 될까요. 결국 코스 전체를 맛봐야 하겠죠. ^^
- 디저트 : 블로거의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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