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petiser : 블로거의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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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0년 전, '내가 못생겨도 사랑할 수 있느냐'는 아내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이 당혹스러운 질문에 듣고 있던 음악이 끝날 때까지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 http://blog.yes24.com/document/1161710 ( '작가레터'에서 )
저도 <어쩔 수 없슴>과 인간에게 펼쳐진 너무나 먼 <가야할 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네요. ^^;;
한국에서는 살 수 없었던 '그녀'는, '버티고 버티면서' 공부를 해서 간호사가 되어 독일로 갑니다.
'그'와 다시 만나 하는 얘기를 통해서 그냥 <여자>로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보여주네여.
"저는 그곳에서는 여자가 아닌 다른 그 <무엇>으로 살아야 했던 게 아닌가...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아닌 매우 이상한 그 어떤 것, 상처 받고 일그러질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쨌거나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선 그냥 <여자>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일 거에요.
그냥 여자... 성형을 받거나 굳이 예뻐야 하거나 하이힐을 신지 않아도 되는 말 그대로의 그냥 여자 말이에요.
굳이 분류를 당한다 해도 저는 이제 못생긴 여자가 아니라 독신의 동양인 여자로 삶을 살아가고 잇는 거에요.
물론 속으로야 어떤 생각을 한다해도 자신의 시각으로 남을 비하할 수 없다는 게 상식적인 사회란 거죠. 사회의 가치는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동등한 기회를 얻고, 그 대가를 바랄 수 있는... 그리고... 노력할 수 있는... 그런 점에서 저는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몰라요.
그런면에서 제가 한국에서 겪은 일들은 매우 야만적인 것이었어요. 야만이죠. 아름답지 않으면... 화장을 하지 않고선 외출하기가 두려운 사회란 건요... 총기를 소지하지 않고는 집밖을 나설 수 없는 사회란 거에요. 적어도 여자에겐 그래요. 지극히 야만적인 사회였어요.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아무튼 말이죠.
그래서 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적어도 직장에서만은 특별한 차별없이 일을 하고, 보수를 받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이런저런 클럽을 만들고, 토론을 하고... 전시회를 관람하고 공연을 즐기고, 이 삶이 좋은 거에요."
예전에 읽었던 '고등어를 금하노라'(임혜지, 푸른숲)에서 독일 사회를 조금 볼 수 있었는데... '상식'이 그립네요.
☞ http://ya-n-ds.tistory.com/645
'요한'은 '야만적인 사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결국 열등감이란,
가지지 못했거나 존재감이 없는 인간들의 몫이야. 알아?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 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지. 안 그래도 다들 시시하게 보는데 자신이 더욱 시시해진다 생각을 하는 거라구. 실은 그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데 말이야.
보잘 것 없는 여자일수록 가난한 남자를 무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더더욱 불안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세계는 그런 거야.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봐줄 수 없는 거라구.
그래서 와와 하는 거야.
조금만 이뻐도 와와, 조금만 돈이 있다 싶어도 와와, 하는거지. 역시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야. 보잘것없는 인간들에겐 그래서 <자구책>이 없어. 결국 그렇게 서로를 괴롭히면서 결국 그렇게 평생을 사는 거야. 평생을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말이야.
이 세계의 비극은 그거야. 그렇게 서로를 부끄러워하면서도 결국 보잘것없는 인간들은 보잘것없는 인간들과 살아야한다는 현실이지." ( 220쪽 )
'아이의 사생활'(EBS, 지식채널)의 도덕성에 대한 부분을 보면, 도덕지수가 낮은 아이들은 '왕따를 시킨다'와 '왕따를 당했다'는 질문 모두에서,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에 비해 큰 점수를 보인다고 합니다.
도덕성을 나타내는 요인 중에,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이나 이타심이 있는데, 도덕지수가 낮은 아이들은 상배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함께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네요.
자기 맘대로 하려면,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자기를 받아주지 않는 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나름 극복(?)하기 위해서,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남보다 조금더 우월한 무엇인가를 찾게 되겠지요. 어른들도 많이 다르지 않겠죠?
'요한'은 좀더 나아갑니다.
"평균을 올리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을 부추기는 것은 누구이며, 그로 인해 힘들어지는 것은 누구인가...또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나는 생각했었다.
자본주의의 바퀴는 부끄러움이고, 자본주의의 동력은 부러움이었다. 닮으려 애를 쓰고 갖추려 기를 쓰는 여자애들을 보며 게다가 이것은 자가발전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있는 한 인간은 결코 자본주의의 굴레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308쪽)
"누군가 누군가의 외모를 폄하하는 순간, 그 자신도 더 힘든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예쁜가? 그렇게 예뻐질 자신이... 있는 걸까?
누군가의 학력을 무시하는 순간, 무시한 자의 자녀에게도 더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세상이 주어진다. 아, 그렇겠지... 당신을 닮아, 당신의 아들딸도 공부가 즐겁겠지 나는 생각했었다.
사는 게 별건가 하는 순간 삶은 사라지는 것이고, 다들 이렇게 살잖아 하는 순간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할 세상이 펼쳐진다.
노예란 누구인가? 무언가에 붙들려 평생을 일하고 일해야 하는 인간이다." (310~311쪽)
'혁명을 팝니다'(조지프 히스, 마티)에서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은, 본질적으로 숫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지위 재화'를 통한 '차별화'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고 합니다.
결국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려는 끝이 없는 경쟁 속으로 들어가겠죠. 하지만 게임 규칙은 소수의 사람들이 정하고, 나머지는 그속에서 '노예'가 될 겁니다.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름다워지는 여자들... 아름다워져야만 하는 여자들과... 학력을, 차를, 또 집을... 말하자면 힘을 <가져야만>하는 남자들...
서로에 의해, 서로에 비해, 올라선 서로를 위해 구축하던 프리미엄과, 올라서지 못한 서로에게 요구되던 또 그만큼의 스펙에 대해...
그러나 전혀 달라지지 않는 삶의 성질에 대해 ...오로지 스펙과 ...프리미엄만 늘어날 뿐인 이 삶에 대해... 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알수 없었다."
"내가 볼 땐 그래. 진짜 미녀라고 할 만한 여자도, 진짜 추녀라고 불릴만한 여자도 실은 1%야. 나머진 모두 평범한 여자들이지. 물론 근사치야 있겠지만 그런 거라구.
거울을 보고 그래도 나 눈은 괜찮은 편인데 역시 이마와 턱은 아니야, 이 각도에서 보면 괜찮은 얼굴인데 문제는 종아리야,
나 입술은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코와 어울리지 않아, 뭘 어쩐다 해도 가슴만큼은 들키지 않아야 해,
이정도면 나 괜찮은 거야 그래도 팔과 허벅지가 굵은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다들 내 몸매를 부러워하지만 하이힐 속에 도롱뇽 발가락이 있다는 걸 알면 어쩌지?
난 포기야 그래도 누군가는 실은 내 코가 예쁘단 걸 알아보지 않을까?
나...살만 좀 빼면 괜찮은 얼굴이라 생각해, 키는 구두로 어떻게든 되는 거잖아.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결국 그게 평범한 여자들의 삶인 거야. 남자도 마찬가지야.
그게 인간이야. 모든 인간에게 완벽한 미모를 준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그때는 또 방바닥에 거울을 깔아놓고 내 항문의 주름은 왜 정확안 쌍방대칭 데킬코마니가 아닐까, 머릴 쥐어 뜯는게 인간이라구.
신이여, 당신은 왜 나에게 좌우비대칭 소음순을 주신 건가요..당신은 왜 나에게 짝부랄을 달아준 건가요. 따지고 드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지.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민주주의니 다수결이니 하면서도 왜 99%의 인간들이 1%의 인간들에게 꼼짝 못하고 살아가는지. 왜 다수가 소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야.
그건 끝없이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기 때문이야..." ( 174쪽 )
'요한'은 이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한 힌트로, 자신과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빛'을 보라고 하네요.
"아마도 그때가 마지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야. 그후 한번도 엄마가 드물게 예쁜 얼굴이란 생각을 한 적이 없어.
빛이 사라졌거든. 영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걸 직감으로 눈치 챈 거야.
이해가 가? 전구가 꺼지듯 어느 날 갑자기 빛이 사라져버린 거야.
유리처럼 굳은 외형은 그대로지만 도리어 무서운 얼굴이란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았어.
그때 알았지. 인간의 영혼은 저 필라멘트와 같다는 사실을. 어떤 미인도 말이야...그게 꺼지면 끝장이야..
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 인간과 못 받는 인간의 차이는 빛과 어둠의 차이만큼이나 커...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강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도 그 빛에 묻혀버리지.
실은 대부분의 여자들... 그러니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거나..좀 아닌데 싶은 여자들... 아니,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 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가수니, 배우니 하는 여자들이 아름다운 건 실은 외모때문이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
너무 많은 전기가 들어오고, 때문에 터무니없이 밝은 빛을 발하게 되는 거야.
그건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들의 무수한 사랑이 여름날의 반딫불처럼 모이고 모여든 거야.
그래서, 결국엔 필라멘트가 끊어지는 경우도 많지. 교만해지는 거야. 그것이 스스로의 빛인 줄 알고 착각에 빠지는 거지.
대부분의 빛이 그런 식으로 변질되는 건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
하지만, 어쨌거나 그들도 결국은 개인일 뿐이야. 자신의 삶에서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 어떤 미인도 불 꺼진 전구와 같은 거지.
불을 밝힌 평범한 여자보다도 추한 존재로 전락해 버리는 거야."
...
자신과 상대방의 소중함을 아는 것... '천국'이겠요?
p.s. 이 책 마지막에 Writer's Cut이 신선하네요.
p.s. 박민규님을 알게 해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신문사)도 강추임당.
p.s. 책 표지에 사용된 벨라스케스의 'Las Meninas'(시녀들) 즐겨 보세요.
☞ http://blog.naver.com/wofoz/30049026216 (wofoz님)
☞ http://blog.naver.com/guarneri/30040636950 (아트톡톡님)
※ 명랑만화의 완.소.북. 보기...
☞ http://ya-n-ds.tistory.com/tag/완소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