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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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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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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13:34

책 제목 때문에 눈길을 주고, 지은이 확인하고 꺼냈습니다.
체게바라 사진이 들어있는 별다방 컵의 표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던 '혁명을 팝니다'(조지프 히스 & 앤드류 포터, 마티)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부제목처럼 써 있는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라는 카피가 책 내용의 힌트를 줍니다. 앞부분에서는 우파가 저지르는 오류를, 뒷부분에서는 좌파가 빠지기 쉬운 잘못을 얘기합니다.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니... 어쩌면 특정 경제학 전공에 관계 없는 사람이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여섯 꼭지에 걸쳐 우파의 잘못된 주장을 파헤치는데, 특히 두 가지가 인상적입니다.

첫번째는 보수주의자들이 맹신하는, 자본주의를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자율-합리적 사익 추구'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데이비드 흄은 시장이 잘 동작하려면 세 가지 기본 체계가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 소유의 안정성 : 재산권
- 합의에 의한 이전 : 교환
- 약속의 이행 : 계약
그런데 문제는 이 세가지는 개인들의 이익 추구에만 맡겨 놓으면 지속되지 않아, 기본 규칙의 유지를 위해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사회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재산권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하고, 연방준비제도,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한 형사 처벌, 파산보호 제도, 유한책임 제도 등을 운영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은, 투자자들의 위험을 줄여 주어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가 자본가들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면서 위험을 분산시켜 주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의 전략'(천즈우, 에쎄) 앞 부분에서 '금융'이 시공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그 사회의 제도 때문이라는 것과 유사하네요.

결국 채권자와 투자자들이 '자율-작은정부'를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노동자와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특정 사회보험인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부유층에 득이 되는 정부 프로그램은 놓아 두고 다른 건 전부 없애라" "나에게만 공짜로 주고, 남에게는 주지마"

두번째는,캘빈 랭카스터와 리차드 립시라는 경제학자들이 1956년에 발표한 '차선 이론'(Theory of the second best)을 소개하면서, 경쟁이 항상 바람직한 것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관련 지식을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saranmul/20086043494
http://blog.naver.com/blueblood418/110069157813

이 이론은, 완전경쟁시장은 완전효율을 이룬다는, 소위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리'를 무력화시킵니다. 왜냐하면, 완전효율 상태를 이루기 위한 조건이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즉, 완전경쟁 시장에 거의 근접하는 시장이 덜 경쟁적인 시장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보장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환전효율의 요건 하나가 충족되지 않을 때 완전효율에 최대한 근접한 결과을 성취하는 유일한 길은 완전경쟁 시장의 성립요건을 추가로 몇 개 더 깨뜨리는 것임을 랭카스터와 립시는 증명했다네요.
( 물론 이것이 정부가 아무 정책이나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

참고로 완전경쟁 시장의 가능성은, 케네스 애로우와 제라드 드브뢰에 의해 '일반균형' 모형으로 1956년에 이루어집니다.
여기에는 극단적인 이상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면, 구매하려는 재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재화는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절대 운반되지 않고, 모든 사람은 현재 가격 및 가까운 미래의 가격을 알고 있다. 규모의 경제도 있으면 안되고, 공급 및 수요의 결정을 통해 가격에 영향을 주는 일도 불가능하고, 거래비용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없고, 정보 비대칭도 없고, 외부효과도 없고...
완전경쟁 시장은 불가능하겠죠 ^^;
( 비현실적인 '모형'을 잘못 적용했을 때 어떤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지는 조세연구원의 좋은 예가 있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00818121122 : 뒷부분의 'CGE 모형' 참조 )

그밖에도 세금과 사회보험에 대한 자유방임적 보수주의자들의 잘못된 이해를 하나하나 설명해 줍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원인으로, 보험에 기본적으로 내재된 '도덕적해이'가 어떻게 자유방임적인 금융에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우파가 좌파의 복지 정책에 딴지를 거는 '도덕적 해이'가 우파의 자유방임 정책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이책과 '슈퍼괴짜경제학'(스티븐 래빗 & 스티븐 더브너, 웅진지식하우스)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네요.

2부에서 얘기하는 좌파의 오류 중에는, 가격을 조절하여 서민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가격은 희소성의 원칙에 의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므로, 가격통제는 하지 말고 빈곤층에게 보조금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네요.
커피 원두와 시어버터 등의 가격에 적용되는 '공정무역'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는 기회였습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무너질 가망이 없는 이유, 임금이 평등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경제학적인 개념들은 색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책 어딘가에 이런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막스는 그 시대 자본주의에 대해서 잘 알았는데, 현대의 좌파들은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무튼 이책은, 진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조지 레이코프)와 함께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http://ya-n-ds.tistory.com/628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보이지 않는 차가운 손'만 생각하는 보수가 따뜻해지는 데도 필요하겠네요 ^^; )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마음만으로는 안될 수도 있겠네요. 사랑을 위해 필요한 '지식'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 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더하라' (베드로후서 1:5~7)
 

p.s. 블로거들의 후기 모음...
http://jhjhmoon.tistory.com/227
http://twig.tistory.com/85
http://blog.naver.com/selfportrait/80107206856


※ 명랑만화의 완.소.북.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완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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