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ya-n-ds.tistory.com/4005 ( 여행 리부트 위드코로나? - 강릉, 울릉도 : 준비 & 출발 )
# 10월 28일 (나무)
울릉도의 마지막 날이 밝아옵니다. 일찍 눈이 떠져 바로 산책, 항구로 들어오는 크루즈를 맞이합니다.
방파제 너머 수평선에서는 구름이 드리웠고 가장자리가 조금씩 붉게 물듭니다.
크루즈가 멈춘 후 반시계 방향으로 90도 회전, 예인선이 왼쪽에 붙어 선착장에 접안할 수 있도록 밀어 줍니다.
어느덧 해는 구름 위로 떠올라 아침을 알려줍니다. 냥이 한 마리 지게 옆에서 자리 잡고 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네요.
오늘 강릉 가는 배 알림 메시지 도착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4512033395531054 : 사동의 마지막 아침
숙소로 돌아와서 남아 있는 빵과 음료수로 간단하게 아침 먹고 짐 싸서 나옵니다. 어르신도 도동으로 달래 팔기 위해 나가신다네요. 함께 버스 타고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도동, 어르신을 배웅합니다. 어제 바람 때문에 못갔던 관음도, 오늘을 갈 수 있을까?
☞ https://ya-n-ds.tistory.com/4020 ( 섬목~천부 걷기 )
관음도 정류장.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 섬목과 관음도를 있는 하늘색 현수교가 '어서와'라고 인사하는 듯~
매표소가 열렸습니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관음도 가기 좋은날! 백신 패스 보여주고 입장권 받고. 스탬프도 찍습니다. 점점 채워지는 스탬프 북 ㅎ
커다란 오징어 봉투를 들고 가는데, 옆에 있던 아저씨가 '그거 맡겨 놓고 가세요, 왜 무겁게 들고 다니려고 해요'라고 하네요. 표 파는 곳에 가서 부탁했더니 놓고 가라네요. 쌩유! ^^
가벼워진 몸으로 엘리베이터 대신 바깥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경치를 즐겨봅니다. 삼선암 쪽 풍경이 높이에 따라 달라지네요.
언덕 허리로 난 길을 조금 걸어 다리 앞. 그 아래 물들이 나들며 바위를 치는 모습이 멋지네요. 유람선 하나가 관음도의 해식 동굴 가까이 가네요.
다리 앞과 중간에서 인증샷 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평일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그다지 북적이지 않네요.
혼자 오신 한 아주머니가 사진을 부탁합니다. 웰컴~
다리를 걸어가면서 마주하는 풍경이 예술. 관음도 도착, 계단을 올라갑니다. 사진 찍던 한 커플이 알은체를 합니다. 성인봉 출렁다리에서 봤다고. 아 그 커플! 반갑게 인사합니다. 그쪽도 어제 관음도 왔다가 못보고 오늘 다시 왔다고. 얘기하다 보니 오늘 2시 같은 배로 강릉도 가고 ㅎ 제가 걷는 모습을 많이 봤나 봅니다. 어제도 천부쪽 가는 길에서도 봤고, 남양에서 방파제 쪽으로 막 뛰던 모습도 봤다고 하면서 계속 걷느냐고 묻습니다. '아뇨, 버스 시간이 애매할 때만~'
계단 오르자 숲이 나타납니다. 여기도 원시림 느낌,조금 가니까 초목이 있는 오솔길. 왼쪽길에서는 삼선암 풍경이, 오른쪽 길에서는 죽도 모습이 변하면서 길을 안내합니다. 흰 구름은 이들이 돋보이도록 배경이 되어 줍니다.
억새는 바람에 춤추는 가을을 전하고 울릉도의 여러 꽃들은 길을 수놓고 있습니다.
성인봉, 나리분지 갔을 때 보았던 레이더기지 지붕도 보이네요.
해안에 펼쳐진 주상절리는 지금이라도 바다로 뛰쳐 나갈 것처럼 보이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4512585038809223 : 관음도
입구에 가까이 갈 무렵 '출렁다리 커플'을 다시 만났습니다. 랜트카 반납해야 하는데 저동쪽 가면 태워주겠다고 하네요 ^^
주차장에서 차에 탔는데... 앗차, 맡겨 둔 오징어를 가지고 오지 않았네요. 매표소로 뛰어가서 가져 옵니다, 천만다행, 휴~
인사하고 저동에서 내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따가 배에서 만나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골목 투어. 빵집을 그냥 지나칠 순 없죠 ㅎ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과 엉겅퀴를 이용한 빵이 있네요. 몇 가지 빵을 사서 나옵니다. 배 시간까지 많이 남아 쉼터 나무 그늘에서 여유롭게 먹어봅니다. 엉겅퀴빵, 안에 들어 있는 소가 맛나네요.
앞에 비석이 하나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가끔씩 눈에 띄는 박정희님 흔적이 여기에도 있네요. 도동에도 보였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4512618532139207 : 저동 노닐기
배가 부르니 몸이 근질근질. 다시 여기저기 골목길을 기웃거립니다. 가판 어시장쪽으로 가다보니, '저동 옛길'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합니다. 뭐지? 이전에 마을 사람들이 행남마을과 도동 다닐 때 사용했다네요. 집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보니 산길로 연결됩니다. 새로난 해안길에 묻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오르막길이라서 조금 힘들지만 오솔길의 운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나무와 우람한 나무가 가로수처럼 서 있습니다.
항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네요.
오늘은 행남등대가 보이는 곳까지만 가봅니다. 배타러 다시 내려갑니다. 내려올 때는 조금 여유가 있어서인지 숨어 있던 꽃들이 보입니다. 노란색 꽃, 흰 꽃, 빨간 동백꽃 피어 있네요. 항구로 드나드는 배들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오늘도 덤을 많이 받았네요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4512986185435775 : 저동 옛길
오늘 가오픈한 가게 담에 써 있는 글, 'Let bygones be bygones'. 울릉도의 추억도 'bygones'로 보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집니다.
여객선 터미널, 발권을 하고 기다리다 탑승. 만원입니다. 오늘은 자리 옮겨 다니면서 구경하기 힘들겠네요.
일찍 발권을 해서인지, 중간에서 좌석이 시작하는 앞자리입니다. 다리를 뻗고 짐을 놓아둘 공간이 있습니다.
배는 올 때보다 새 것 같은데, 의자는 조금 작고 불편합니다. 음료수 놓는 곳도 없고.
14:00 출발. 배 뒤로 가서 멀어지는 울릉도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방파제를 벗어나자마자 배가 흔들리기 시작. 죽도, 관음도, 송곳봉, ... 뒤로 멀어지는 낯익은 실루엣, 굿바이 울릉도~ 파도가 높은지 점점 멀어질수록 배의 흔들림이 심해집니다. 놀이기구 타는 각~
바빠진 승무원들, 곳곳에서 힘들어 하는 소리가 나고 화장실 가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TT
빨리 육지가 보이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잘 안되네요. 파도가 높아서인지 30분 정도 더 걸렸습니다. 유상신 신부님에게 연착한다고 연락.
놀이기구 좋아하는데 3시간 반 동안 탔더니 속이 메스껍네요. 2시간 정도 지나서 앞에 땅이 보이자 왜 이리 기쁜지, 하지만 시간은 더디 갑니다. 생각해보면 울릉도-독도 찍은 월요일은 특별한 날이었네요.
드디어 도착,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립니다 - '해방이다', '다시는 바다 여행 이야기 하지 마라', ...
사람은 땅에 살아야 한다는... 땅을 밟으니 행복 ^^
픽업 나와 주신 유상신 신부님을 주차장에서 만납니다. '출렁다리 커플'을 보면 함께 타고 가면 좋았을 텐데, 배에서 내내 앉아 있어야만 해서 어디 탔는지도 모르겠네요 ^^;
버스터미널에 가면서, 울릉도 여행 얘기를 나눕니다. 신부님도 강릉에 있는 동안 한번 가려는 마음이 있나보네요.
터미널, 선물로 가져온 피데기 한 꾸러미 드리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다음 만남을 바라며 헤어집니다.
18:30 버스, 평일 밤, 막히지 않고 서울까지 잘 왔습니다. 횡성휴게소 호두과자, 떨이처럼 덤을 많이 주네요 ㅋ
아쉬운 점은 우등인데 와이파이가 불안정하고 느립니다, 중앙고속 TT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4513051795429214 : 굿바이 울릉도, 집으로~
강릉교회를 베이스 캠프로 삼아, 마지막까지 즐겁고 편안한 여행을 했습니다. 여러 인연들도 만났고. 선물 한아름 받아왔네요 ^^
한동안 이 추억 곱씹으면서 가끔씩 미소 짓겠죠!
p.s. 다음에는 어디로 떠나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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