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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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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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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00:03

송광사에서 선암사 가는길, 거리도 길고 더 힘들겠지만 왠지 그 느낌이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가는길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10년 전쯤?) 왔을 때는 어디선가 등산로 입구 정류장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서 봉우리 하나 올라간 다음 송광사 갔다가 다시 선암사를(반대인가) 갔던 기억이 있는데...

 

길을 내려와 삼인당에서 '천년불심길'(홍보를 위해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로 갑니다. 생태체험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갈림길에서 송광사 방향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네요. 지자체에서 만든 'OO길'을 걷다보면, 처음 온 사람이 아니라 이전에 와본 사람을 기준으로 이정표를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을 한두 번은 하게 되죠 ^^;

 

여백 있는 단풍이 수채화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자갈을 깔아 놓은 길에 떨어진 여러 모양, 여러 색깔의 나뭇잎들은 가을을 수놓았습니다.
어제 비가 와서 인지, 길 아래 쪽에서 흐르는 작은 물줄기가 제법 경쾌합니다.  푸른 이끼낀 바위와 주위를 덮은 나뭇잎들도 아름답고.
오르막이라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눈호강하면서 가다보면 힘이 납니다 ^^

 

고개에 오릅니다, 큰굴목재. 내려가는길, 단풍빛은 사라지고, 바람이 세집니다. 이쪽이 좀더 추워서 그런 걸까요? 소풍길이 순례자길로 바뀐 느낌? ㅋ 조릿대도 많네요. 고개를 사이에 두고 식생이 이렇게 다를 수가.
등산로 표지판, 사람들이 스틱 끝으로 누르면서 보았는지 근처 부분이 없어졌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면 될 텐데 ^^;

 

굴목다리, 바닥에 붙은 낙엽 주위에 물기가 남아 있어 무늬를 그려 넣은 것 같네요. 이쪽이 계곡 물은 더 많습니다. 색색의 잎 대신 흘러가는 풍경에 한 몫 합니다.
이정표에 붙여 놓은 보리밥집 표시, 공공재에 사적인 광고, 이것은 좀 그렇네요 ^^; 둘러보니 원래 있던 집과 근처에 생긴 집이 서로 경쟁하는 듯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보리밥집,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그러고 보니 선암사에서 천년불심길로 들어선 이후 한사람도 보지 못했네요.

오래 전에 왔을 때 여기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풍광이 달라졌나요? 보니까 자동차도 세워져 있네요, 큰 길이 생겼다는 건데...

 

고개에서 아래서 내려와서 그런지 예쁘게 물든 잎들이 조금씩 보입니다. 흘러가는 물이 잠시 쉬어가는 곳에 잎들이 내려와 노닙니다.

 

배도사 대피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는 모양입니다. 오르막, 아랫 부분이 푸른 이끼로 덮인 나무, 그리고 조릿대 울타리.
송광굴목재, 송광대피소. 송광사가 가까워오면서 계곡이 커지고 나무들도 화사해집니다. 단풍은 선암사가, 계곡은 송광사가 더 낫네요.

 

물길 양쪽에 나무를 걸쳐 놓고 그 가운에 발을 드리운 것이 있네요, 뭐지? 배추밭의 평평함과 푸름이 주위 산의 솟음과 가을빛과 대비를 이룹니다.
키큰 대숲을 통과해서 송광사에 다다릅니다. 조계산을 혼자서 누렸던 길이었네요 ㅎ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99378573463222 : 천년불심길 ( 선암사 ~ 송광사 )

 

돌 축대 위에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한 나무들, 노랗게, 붉게, 푸르게, 갈색으로,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99384903462589 : 송광사

 

수행하는 곳 같은데, 들어가는 길에 있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정랑(淨廊)'이라고 붙어 있네요.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건더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가 있어 발길을 돌립니다.

 

신평천 너머에 가람들이 있습니다. 대흥사의 북원 지역과 비슷? 그곳도 냇가에 '침계루(枕溪樓)'가 있었는데, 송광사도 그렇네요. 어느쪽이 먼저 사용했을까요?

최근에 산사 여행을 다녔더니, 비슷한 것, 독특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ㅎ

 

내 건너 가기 전에 보이는 소박한 두 채의 건물, 척주당(滌珠堂, 구슬 씻는 집, 남자)과 세월각(洗月閣, 달 씻는 집, 여자). 죽은 자의 영혼은 목욕시키는 곳이라고 하네요. 절에서 이런 곳은 처음 봅니다. 민간신앙과 어우러진 것일까요?

 

그 앞에 있는 가늘지만 곧게 솟은 나무, 꽂아 놓은 보조국사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네요. 영주 부석사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죠, 의상대사의 지팡이 나무.

https://ya-n-ds.tistory.com/3501 ( 부석사 )

 

홍예교(능허교) 위에 지붕을 덮어 만들어 놓은 우화각, 여러 묵객들의 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가운데서 좌우로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는 경치가 멋집니다.
다리 끝에 천왕문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사천왕들의 얼굴은 다른 절들보다 만화 캐릭터의 모습이 더 많네요.
종고루, 법고(法鼓)가 정면에 보이고 좌우에 범종(梵鐘)과 운판(雲板), 목어(木魚)가 있습니다. 루 아래로 들어가니 계단 위로 보이는 널찍한 마당과 대웅보전. 송광사에는 불탑, 석등, 풍경이 없다지요. 그래서 마당이 더 넓어보입니다. 탑 대신 나무들이 마당 가에서 산, 가람과 어울려 있습니다.

 

대웅보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고 있는 동물 조각이 익살스럽고 귀엽습니다 - 정면이 아니라 옆을 보면서 씩 웃는 모습이랄까. 소맷돌이 좌우가 다릅니다, 직선과 아치형.
한쪽 열린 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니, 삼세불(가운데는 석가모니 현세불, 좌우로 과거불인 연등불, 미래불인 미륵불)이 모셔져 있고, 그 뒤로 사이사이에 네 보살이(문수보살과 보현보살,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모셔져 있습니다.
여러 창살무늬를 사용해서 단조로움을 피했습니다 - 꽃과 도형 모양.

 

대웅전 뒤 제법 가파른 계단 위에 보이는 설법전, 돌로 쌓은 축대 위에 황토와 돌판을 샌드위치처럼 포개어 만든 담과, 기둥과 달아 놓은 문이 독특하고 고색창연한 대문이 멋집니다. 나무로 깎아 놓은 문 손잡이도 특이하네요.

대웅전 마당 왼편 구석에 있는 영산전과 약사전. 다른 건물들에 비해 크기가 작아 미니어처처럼 보입니다. 약사전은 정면, 측면 모두 1칸이라서 더 그렇죠. 작지만 정성껏 지었습니다.

 

지장전과 영산전 뒤로 가보면, 먹거리를 저장해 놓은 공간 같은 게 있습니다. 절구, 떡방아 등등 요즘은 보기 힘든 옛날 물건들이 밖에 나와 있습니다.

승보전 옆에 놓여 있는 공양하던 밥을 보관하던 비사리구시, 선암사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큽니다.

'무무문(無無門)', '없고 또 없다'는 뜻일까? 기둥만 있고 사방이 뚫려 있습니다. 깨달음에는 따로 문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해우소, 丁자형으로 선암사와 비슷한 형태네요. 그런데, 다리에는 분재, 실내에는 꽃으로 화사하게 장식해서 훨씬 더 깔끔합니다. 안에 들어갈 때 실내화로 갈아신어 깨끗함을 유지하기 좋겠네요.
임경당 옆으로 이어지는 돌다리를 건너 봅니다. 시내 쪽으로 나와 있는 정자가 아름답네요, 다리를 물에 담그고 앉아 있는 듯한 모습.

 

일주문, '승보종찰조계총림', '조계산대승선종송광사', 송광사가 어떤 곳인가를 알려줍니다. 계단, 이생과 정토를 가르나봅니다.
천에 그려진 '참좋은 인연입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요 ^^
계곡 따라, 산책길 따라 내려가는 길, 찬란한 가을의 끝자락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길.

 

신평천을 건너는 곳에 무지개 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청량각'을 세워 놓았습니다. 선암사의 승선교와 강선루를 더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2%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99384903462589 : 송광사

 

해가 기울면서 바람은 점점 차가워집니다. 17:00 111번 버스를 타고 송광사를 나옵니다. 호수도 보고 산도 보고, '접치마을', '접치재'라는 정류장 이름이 들려오네요. 지난 번에 왔을 때 여기서 내려서 올라갔나 봅니다.
등산로를 보면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으로 해서 선암사도 갈 수 있고 연산봉까지 들려 송광사로 갈 수도 있네요.

 

승주에서부터 길이 익숙합니다, 아침에 선암사 가면서 지나왔죠. 버스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페북 보다가 재미있는 영상 발견. 보안을 위해 '설치류'가 되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IT 현실, 너무 웃겨서 배도 너무 아프고 눈물도 나네요 TT  건너편 자리에서 보고 있던 어르신 표정이 '재, 뭐래?'라는 듯한 표정입니다 ㅋ
https://youtu.be/hcnGNSzl4F0 : 이게 나라냐?! 이러면 안 되는 것이야
https://ya-n-ds.tistory.com/981 ( ActiveX & 공인인증서 )

 

웃장에서 내립니다. 국밥골목, 국밥집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한바퀴 둘러보고 하나 골라 들어갑니다. 국밥을 두 개 이상 시키면 수육 한접시를 덤으로 주는데, 혼자라서 국밥 하나에 순대 한접시 시킵니다.
맑은 국물, 한 숟갈 떠먹어 봅니다. 일반적인 진한 고기 국물맛 대신, 콩나물국과 고기국밥을 알맞게 섞어놓은 느낌? 저같이 해물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 국밥의 신세계를 경험합니다.
초장이 나왔는데, 물어보니 순대를 찍어 먹어보라고 합니다. 경상도에서는 된장을 찍어 먹는데, 또 다른 방법이 있네요 ㅎ

 

배부르게 먹고 나옵니다. 꽈배기 파는 곳이 있네요. 2개 삽니다. 어떤 맛일까요? 너무 배불러 나중에 먹기로 하고 일단 좀 걸어보기로 합니다.
패션의 거리를 찾아 갑니다. 의료원앞 교차로에서 한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선암사와 송광사 다녀 왔다고 하니, 단풍이 어떻냐고 묻네요, 이번 주말에 서울에서 친구들 내려와서 함께 가기로 했다고 하면서.

 

가게 구경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중앙시장, 곱창골목도 있고, 먹을 곳이 꽤 있네요. 도심에 있는 3개의 시장, 아랫장, 중앙시장, 윗장, 왜 가운뎃장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옥천, 전구를 이용해서 윗쪽을 꾸며 놓았습니다.

 

버스 타고 순천역으로.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 길 건너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역전시장 골목으로 '길건너' 게하를 찾아갑니다. 어제 묵었던 '순천역'과 마주보고 있죠.
스태프가 나와서 방을 알려주고 시설 사용법을 알려줍니다. 1층 공용공간,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감성폭발, 쥔장이 엄청 공을 들였음이 눈에 보입니다 ㅎ 방마다 특색있게 꾸며 놓아 여러 팀이 각각 놀 수 있겠네요~

 

계단과 복도, 기차 컨셉을 이용한 그림과 인테리어. 이름으로 보면 '순천역'이 이렇게 꾸며야 할 것 같은데. 재미 있는 방 이름, 거기에 딸린 글도 튀네요 ㅋ 
방에 들어가니 한 사람이 더 묵는 모양이네요. 이층 침대, 사다리가 아니라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이게 좋죠. 침대마다 가림막과 전등이 있습니다. 도미토리에 필요한 것이 뭔지를 아네요~
씻고 나서 옥상 구경합니다. 파티에 적합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옆집 '순천역'과 조인트 파티를 할 때도 있나 봅니다.
1층에 내려가 이방 저방 둘러보다 만화방 발견, 시간 보내다 잠자리로~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2599400490127697 : 웃장, 길건너 게스트하우스

 

빛바래져가는 나뭇잎들이, 모이고 어울려 만드는 빛남을 느끼며 걸었던 하루였습니다. 이제 여행이 하루 남았네요. 내일 순천은 마지막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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