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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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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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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13:33

몇 년 전 갑자기 한국에 인문학 열풍이 불었습니다. 스티브잡스 같은 사람이 나오려면 인문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금도 그 '바람'이 남아 있지만 구글 트렌드로 검색해보면 2016년에는 '인공지능', 2017년에는 '4차 산업혁명'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http://ya-n-ds.tistory.com/2198 ( 인문학 열풍 )

 

최진석님은 '인문'이라는 단어를 '사람이 그리는 무늬'라고 정의하고, 인문학이란 과거와 현재의 '무늬'를 보고 앞으로 어떻게 이 '무늬'가 변할지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념, 관념 등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 채로 볼 수 있는 '힘'을 강조합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기존의 이론으로만 보면 변화를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한국은 사상이나 이론을, 과거에는 중국, 근대에는 서양에서 들여왔고, 자기만의 독자적인 것을 만든 경험이 없어서 늘 소위 말하는 선진국의 뒤만 쫓아가는 형국입니다.
명나라 시대에 중국이 성리학에서 양명학 등으로 넘어갈 때 한국은 성리학을 붙들었고 현재도 외국 이론을 가져다가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자기가 만들지 않아서 세상이 변할 때 어디를 버리고 고쳐야 할 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대학생 때 '사람의 아들'(이문열)을 읽으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 만든 사람과 그것을 추종하는 사람의 차이. '아하스 페르쯔'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를 만든 민요섭은 나중에 거기서 나오지만, 그 교리를 추종하던 조동팔은 그것을 끝까지 붙들려고 하다 결국 민요섭을 죽이게 됩니다.

 

'개념(槪念)'에 사용되는 '槪'는, 곡식을 개량할 때 정확하게 한 되가 되도록 평평하게 깎아낼 때 사용하는 도구인 '평미레'의 뜻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개념은 모든 것을 담은 것이 아니라 틀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버린 생각의 형태입니다. 그 깎아냈던 것이 그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해진다면 그 개념은 쓸모가 없어지겠죠.

 

책에서는 두 단어를 대조해서 자기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합니다.
- 이성, 사유, 우리, ~같다, 종속적 주체, 명사, 예의, 개념, 예(禮), 이념, 중앙집권, 대답하기, 꾸밈말, 바람직한 일, 좋은 것, ...
- 감정, 경험, 나, ~이다, 능동적 주체, 동사, 버릇없음, 사건, 무위(無爲), 자발적 생명력, 분권, 질문하기, 맨얼굴, 바라는 일, 좋아하는 것, ...

 

중세와 근대를 나누는 기준 중 하나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 신의 피조물에서 개인, 주체로의 변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제는 모두 인간이 이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데올로기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자율적인 주체로서의 인간은 사라지고, 미셀 푸코가 이야기하는 '종속적 주체'로 남게 됩니다. 스스로의 생각이 아니라 자기고 속한 사회나 집단의 이념이나 세계관으로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겁니다. 최진석님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가 아직 '근대'에 머물러있다고 얘기합니다.

 

요즘 SNS를 통해서 유포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는, 어쩌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지식이나 이념에 맞는 것만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http://ya-n-ds.tistory.com/2673 ( 가짜 뉴스 )

 

종교 안에서는 이런 현상이 조금더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믿음', '순종'과 같은 말이 강조되는 한국의 보수개신교에서는, 담임목사나 교역자의 말을 '절대 진리'로 여겨서 교인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담임목사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곳에 속한 교인들이 '종속적 주체'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http://ya-n-ds.tistory.com/2997 ( 사랑의교회 )
http://ya-n-ds.tistory.com/2122 ( 명성교회 )
http://ya-n-ds.tistory.com/1287 ( 왕성교회 )
http://ya-n-ds.tistory.com/2509 ( 홍대새교회 )
http://ya-n-ds.tistory.com/1301 ( 사랑제일교회 )

 

예수가 유다인들에게 제자와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너희가 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면 너희는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그러면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요한 8:31,32 )

 

그러자 유다인들은 자신들은 종이 아니라고 따집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후손이고, 아무한테도 종살이를 한 적이 없는데 선생님은 우리더러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하시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요한 8:33 )

 

오늘날 한국의 근본주의적인 기독교인들은, 유다인이 가졌던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선민의식 대신, '아르뱅주의'를 기반으로 한 선민의식과 담임목사의 말을 진리로 여김으로써 자신들이 자유롭고 그래서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http://ya-n-ds.tistory.com/2102 ( 천하무적 아르뱅주의 )

 

최진석님은 질문의 앞부분을 '여러분은 성경 지식이 증가하고 교회에서의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로 바꿔서 읽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자유로와졌습니까?
더 행복해졌습니까?
더 유연해졌습니까?
더 관용적인 사람이 되었습니까?
가족이나 이웃들과 더 잘지내게 되었습니까?
눈매가 더 그윽해졌습니까?
더 생기발랄해졌습니까?
상상력과 창의성도 더불어 늘어났습니까?"

 

자기 자신을 찾는 것, 자유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일 겁니다.

작년 강진터미널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봤던 고미숙님의 '길위의 자유인들'에 대한 강연이 생각나네요.
http://ya-n-ds.tistory.com/2949 ( 10년 근속 휴가 후반전 - 강진, 목포 )
https://youtu.be/-qGmPpaVaaU :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 - '집'의 시대에서 '길'의 시대로

 

외국인 학자들에게 왜 이것을 연구하느냐고 물어보면, 'Because I like it!'이라는 답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오래할 수 있고 잘할 수 있어 자기만의 '장르'를 만들 수 있다네요.
'살아 있음'은 호기심이 생기고, 질문할 수 있다는 거라고 하면서, 자기를 만나기 위해 글쓰고, 운동하고, 낭송을 해보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난 뒤 이 내용에 연연하지 말고 뱉어버리라고 하면서 끝마칩니다.

 

최진석님의 책들을 찾아봅니다.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소나무), 함 읽어 보고 싶네요.

 

p.s.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인용글이 와 닿습니다.
"춤춰라, 아무것도 보고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by  알프레드 디 수자 )

 

"내일 아침에 할 산책이 그리워서 잠을 설치지 못하고,
파랑새 우는 소리에 전율을 느끼지 못하거든,
깨달아라.
너의 봄날이 가고 있다는 것을" ( by 헨리 데이비드 소로 )

 

p.s. 글을 쓰면서 읽었던 본 회퍼 목사님을 모티프로 하는 로완 윌리암스 신부님의 사순절 강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http://viamedia.or.kr/2012/03/30/1691 ( 본 회퍼 - 로완 윌리암스 대주교 )

 

p.s. 리뷰 글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3151638011

 

p.s. 봄, 꽃이 그리는 무늬가 아름답네요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665823243485431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686590364742052

 

 

※ 명랑만화의 완소북
http://ya-n-ds.tistory.com/tag/완소북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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