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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였던가, 회사 축제에 '장기하와 얼굴들'이 왔습니다.
보통은 아이돌 가수들만 주로 오는데 올해는 걸그룹 하나와 밴드가 왔네요, 몇 년 전에 아이유와 YB가 왔던 것처럼.
윤밴이 마지막 시간이어서 정해진 곡보다 배 정도를 많이 불러서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걸그룹이 마지막 무대였고, '얼굴들'이 먼저 얼굴을 내미는 순서라서 앵콜 곡 하나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남습니다.
첫곡을 부른 후, 장기하님이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 '음악감상으로 갈까요, 놀까요?'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고 보이는 듯한 청중의 분위기가 좀 어색했던 모양입니다 ^^;
몇몇 사람들이 놀고 싶어하자, 다시 한번 놀아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멘트.
'여러분들이 많이 피곤해보이네요. 아무튼 회사가 잘될 것 같습니다.
듣는 순간 떠오르는 책 하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다니엘 헤더, 문학동네)
행사 마지막까지 남아서 음악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어쩌면 밴드가 아니라 그 뒤의 걸그룹를 보려고 왔을 수도 있고, 밴드와 함께 노는 법을 잘모를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장기하님에게 많이 피곤해서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래나 저래나 '회사는 실적이 좋다고 매스컴을 타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즐거울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긴 기쁨을 줄 거라 생각하며 유명 연예인을 초청해서 행사를 하는 거겠죠.
한국의 GDP 성장율이 거의 10% 전후였을 때는 나라와 회사가 발전하면 사람들의 삶도 좋아진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 나라와 회사는 발전하는데 삶이 더욱 팍팍해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소위 말하는 양극화의 영향이 큽니다.
성장율이 2~3%라고 하지만, 경제 규모가 1/5이었을 때의 10~15%의 성장율 때와 과 절대량은 같습니다. 어떻게 나뉘어지냐의 문제가 있겠죠. '좋은' 일자리가 줄고 있습니다 ^^;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Deaton 교수도 양극화의 위험성을 얘기하네요.
“I’m hugely worried about inequality and I think inequality has gone past the point where it’s helping us all get rich, which it can do, and it’s really becoming a serious threat,” he added.
☞ http://khnews.kheraldm.com/view.php?ud=20151013000621&md=20151013203942_BL ( Poverty expert Deaton wins Noble Prize )
경제 규모가 커지면 다양성이 많아져야 하는데(그래야 '창조'도 있겠죠) 여전히 대기업 수출중심의 정책만을 얘기하는 보수정권의 정책은 여전히 '대기업 먼저, 중소기업과 개인은 나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합니다.
7,80년대의 성공(?) 모델(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죠)이 21세기에도 유효하다는 생각.
그 근본을 따져보면 국가주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그 당시 박정희 정권 성격으로부터 유추해보면, '나라를 위해 개인은 좀 희생해도 된다'라는 얘기를 있어 보이게 표현한 것이란는 생각이 듭니다. 서구의 개인주의와는 방향이 반대죠.
그런데 40년전 무렵의 이런 생각을 한국 사회에 강요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에서 시키는 것을 믿고 따르는 '국민'을 만들려고 하는 거겠죠. 보수개신교의 '순종'도 비슷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경이 아니라 목회자의 말을 따르게 하는 것들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진행되고 있는 시대를 거스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대표적인 거겠죠. 수학이 아닌 역사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는 '올바르고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황당하기만 합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종북', '좌파'라고 하면서.
☞ http://ya-n-ds.tistory.com/2413 ( 국정 교과서 )
현수막에 쓰여진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
황현산님은 이런 모습을,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에 나오는 프랑스 복고왕정 시대의 귀족들에 비유합니다. '토론'을 없앰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142114435 ( ‘아 대한민국’과 ‘헬조선’)
'헝거게임'에 나오는 캐피톨의 대통령도 생각납니다. '평화'와 '안정'을 외치면서 각 구역의 사람들에게 '복종'과 '의무'를 강조하는.
교과서 국정화가 국민 통합을 이룰 거라고 주장하는 대통령과 새누리당 사람들과 비슷하겠죠. '동이불화'(同而不和), 분란만 일으키고 있죠 ^^;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개의치 않습니다. 자신들의 몸과 마음만 편하면 되니까요.
황현산님의 글 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없다면, 결국 그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겠죠. 그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서 살아가야 하는 사회.
이렇게 되면 소수를 제외한 한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적'도 만들 수 없고, '기쁨'은 상상도 못할 겁니다.
장기하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불순한' 생각을 하는 것, '기쁨'입니다 ^^
p.s. 장기하님과 아이유님이 사귄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기적'과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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