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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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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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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00:07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소년부에서 크리스마스 찬양곡들을 배우는데, 재작년에 한동안 우리반이었던 아이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가족이 모두 교회를 옮겼다가 6,7개월 정도 후에 원래 다녔던 교회로 다시 가면서 잠시 동안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죠.

찬양 파일을 메일로 아이 엄마에게 보냈습니다. 그 아이가 즐겁게 찬양 부를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 파일을 아이에게 전달하기가 주저된다는 답멜이 왔습니다. 제 블로그에 모아 놓은 글들을 보고 제가 '동성애자' 또는 '동성애 옹호론자'라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http://ya-n-ds.tistory.com/1873 ( '마이너리티 리포트' )

글 제목처럼, 사회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알고 싶고, 혹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이나 선입견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된 것이 '동성애'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글들이 많았네요.
상대방과 소통을 하려면 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거겠죠. 아니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고.
암튼 이런 뜻밖의 반응에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
( 동성애자가 되기에는 눈에 띄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너무 많아염 ㅎㅎ ^^* )

'왜 이런 오해가 일어났을까? 단지 글을 모아 놓은 것이 꼭 그것에 관련된 사람이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닐 텐데.
북한에 대해 모아진 글들은( ☞ http://ya-n-ds.tistory.com/1968 : 김정은 체제 ) 나를 '종북'이라고 생각하게 할 수도... ^^;
...
이전에 사람을 만나보라고 소개받았을 때,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거절한 것이 쌓인 글들과 어울려서 오해를 일으켰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답멜을 드렸고... 그 아이는 찬양을 듣게 되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일반적인 그리스도인이나 교회의 반응은, 좋은 말로 포장을 하지만, 결국은 '돌이키지 않으면 너랑 안놀아'의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되면 한걸음도 앞으로 다가갈 수가 없게 되겠죠.

이 일이 가끔씩 생각났는데, 얼마 전에 서점에서 '뜻밖의 회심'(로자리아 버터필드, 아바서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근에는 간증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데... ^^; 책 표지의 광고 문구에 낚였다고나 할까요? ㅋ
목차 정도 보고, 몇 장 읽고 말 줄 알았는데 어느새 쏙 빠져 버렸습니다.

레즈비언이었던 페미니스트 여교수의 회심. 어쩌면 보수 교회 쪽에서 봤을 때는, 북한 고위급 인사의 남한 망명 또는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라는 말로 시작된 1차 십자군 전쟁의 예루살렘 회복에 비길 만한 큰 사건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글쓴이가 모든 레즈비언이나 성소수자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기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거봐, 되잖아'라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없겠죠.

이 책에서 저의 관심을 끈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로자리아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게 해주고 그것을 진정으로 들어준 켄 목사 부부. 상대방을 진정으로 대하는 척하는 것은 언젠가 뽀록이 나고 그랬다면 로자리아는 '위선'을 보고 빠빠이 했겠죠, 아마도.
꼭 장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는 보통 교회로 오라고 하죠. 그런데 켄 목사 부부는 그녀를 교회로 데려가는 대신, 로자리아의 표현으로 '교회를 그녀에게로 데리고 왔다'네요.
"만약 켄과 플로이가 첫번째 식사를 위해 나를 교회로 초청했더라면 나는 그 길로 뺑소니를 놓고 다시는 그들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두번째는 로자리아가 회심을 한 이후의 여정입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단지 레즈비언으로의 삶만이 아니라) 철저하게 이전 것 대신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전 것은 지났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름 오랜 시간 동안 교회에 다녔지만 내가 온 길을 돌아보면 '적당히'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 너무 많네요 ^^;
이 회심은, '천하무적 아르뱅주의'(신광은, 포이에마)에 나오는 초대교회 입교 과정에서 초신자가 느꼈을 지난함에 비견될 만합니다.
반면, 미국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한국 기독교도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목적이 이끄는 교회'(Purpose-driven Church)에서 사용되는, 지은이의 표현의 빌면 '마법의 주문'과 같이 가볍게 되어 버린 회심의 신앙 고백과 대비됩니다

책 속에 나오는 참된 '예배'와 그에 맞는 '찬양'은 어떤 것인가를 알아가는 모습은 참 인상적입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책과 자신이 가진 지식과 말씀에서 받는 영적인 지혜가 어울려 결론에 이르는 모습, 같은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네요.
이 부분을 보면서, 이전에 '마케팅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옥성호, 부흥과개혁사)에서 읽었던 구절도 생각났습니다.
"교회 속의 활발한 소규모 모임은 피차간에 감동적으로 살았던 생활 이야기들로는 차고 넘치지만, 결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성경의 진리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일은 결코 없다"
( 'Alan Wolfe, The Transformation of American Religion' )

마지막으로 마음 속에 남는 말은 '사람은 섬기는 역할을, 하나님은 구원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섬김'을 제대로 한다면, 그것을 사용하여 하나님이 구원을 이루시겠죠. 하지만 '섬김' 대신 말만 한다면... 세상은 하나님을 '위선'과 같은 말로 표현할 겁니다.

아, '입양'에 대한 복음적 의미와 홈스쿨링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었고, 더불어 미국 입양/위탁 제도의 불합리한 점들을 통해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고아, 과부, 이방인'... 성경에서 얘기하는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님은 이 사람들을 잘 돌보라고 합니다.
오늘날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말을 전한다면 '마이너리티'는 누구일까요? 교회는 이들을 섬길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좋은 책과의 '뜻밖의' 만남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뒤돌아 볼 수 있었던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p.s. 서평과 인터뷰, 잠시 맛보세요.
http://www.christianitydaily.com/articles/77486/20140224/%EB%A0%88%EC%A6%88%EB%B9%84%EC%96%B8%C2%B7%ED%8E%98%EB%AF%B8%EB%8B%88%EC%8A%A4%ED%8A%B8-%EA%B5%90%EC%88%98%EB%8A%94-%EC%99%9C-%EA%B8%B0%EB%8F%85%EA%B5%90%EB%A1%9C-%ED%9A%8C%EC%8B%AC%ED%96%88%EB%82%98.htm
http://m.newsnjoy.or.kr/articleView.html?idxno=196050

p.s. 앞의 우르바누스 2세의 말을 인용한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문학동네),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현재 한국의 보수 개신교가 사회에 대해 갖는 태도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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