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받는 건강 검진, 때론 귀찮게 생각되지만... 배부른 투정이다 싶네요.
작년에는 '대장내시경'을 난생 처음 해보았고... 준비하는 동안 무지하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하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 http://ya-n-ds.tistory.com/1179 ( [ㅇBㄷ] 대장내시경의 추억~ )
올해는 '심장초음파'와 '전립선초음파'를 골라보았습니다. '초음파'가 들어가는 검사는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 그냥 누워서 왼쪽 오른쪽으로 뒹굴 거리면서 가끔씩 숨 참으면 되니까!
'전립선초음파' 방으로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별로... 칙칙하다고 해야하나...
40대 후반 50대 초반쯤 되는 의사님이 남성의 아래쪽 단면 모형을 가지고 '어쩌구 저쩌구' 설명... 그때는 '네, 그렇군요'
그런데 그 다음의 '악몽' 후에 들었던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네염 ^^;
설명 후에 침대에 누워서 바지를 내리라고... 허걱 내시경처럼 몸 안에 넣어 초음파를 한다고... 헐.
'안하겠다고 그냥 나올 수도 없고, 나올 수도 있었을까?...'
의사님 : "항문에 힘주지 말고 편안하게 긴장을 푸세요" - 의사님이 검사를 받는다면 룰루랄라 할 수 있을까? ^^;
들어가는 느낌이 안좋습니다. 당근 몸이 긴장.
의사님 : "이러면 검사 못합니다"
명랑만화 : "반사적으로 그렇게 되잖아요" - 당연히 '일방통행'을 역주행하는데 relax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딨을까 ^^;;
의사님 : "반사적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괄약근은 사람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근육이에요" - 의사님은 이론과 실제가 항상 같은가 보당, 편하겠네 ^^;;;
( 나름 친절하게 대답하려고 애쓰는데, 친절이 몸에 배지 않았는지 사무적으로 들립니다... '괄약근'보다 조절하기 어려운게 마음이겠져 ^^; )
어케어케 검사를 시작합니다. 구슬 같은 게 뒤를 압박하는 기분 나쁜 느낌...
'악몽'이 끝나고... 멍한 상태... 휴지로 뒤를 닦고...
위내시경 처음 했을 때 구역질과 함께 침이 질질 나오는 것을 보면서, 검사 받는 사람도 그렇지만 검사하는 사람도 못할 짓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전립선초음파'는 검사하는 사람이 더 하기 힘들 듯... 대장내시경은 그래도 속을 먼저 비우는데...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예방도 할 수 있고...
암튼 정상은 20 아래인데, 15 정도 된다고, 괜찮다고. 뒤가 뻐근하고, 엉거주춤하게 나머지 검사를 마쳐야 할 듯 ^^;
... 검사, 검사, 검사... 느림, 느림, 느림...
팔찌를 갖다 대어 등록 대기. '심장초음파', 대기 시간이 깁니다. 검사하는 데 20분 정도 걸리다네요. 대기자가 앞에 한 사람 더 있구.
읽을 거리를 찾아 봅니다 -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부엔리브로 )
잊혀졌던 로마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사람, '마키아벨리'. 중세 카톨릭의 실패... 모든 인종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국가에 대한 갈망...
로마의 장점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고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좋은 방향으로 고치려고 하는...
어느덧, 이름이 불려지고... 검사실로. 음악도 좋고, 아까보다는 훨씬 좋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하트'를 다뤄서 그런가 ^^
갈비뼈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살이 없어서 통통 소리가 날 듯 ^^; 간지럽네요. 그러다가 명치 부분을 꽉 누르는데... 허걱.
의사님 : "숨을 편하게 쉬세요" - 검사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간지럼과 압박 속에서 '편한' 척 숨을 쉬어야 하는...
의사님 : "후 하고 내쉬고... 숨을 멈추세요" - 점점 숨이 막힙니다...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펜싱장의 1초'...
의사님 : "숨쉬세요, 잘했어요" - 휴~ '상대성원리'? 시간이 다르게 가나 보네여~ ^^;
...
의사님 : "약간의 역류 현상이 있는데, 별 문제는 아니에요..." - 어케 해석하라는 건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맞는 듯, 찝찝함이 남네요 ^^;
그리고 또 뭐라고 했는데... 결과 나와 보면 알겠지.
나머지를 마치고... 어느덧 3시간 30분이 흘렀습니다. 새로운 경험들... 이야기거리로 남겠죠.
근처에서 일하는 소년부 샘들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마침 사무실에. 함께 점심 식사. 차를 마시러 가는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와 팥빙수... 비오는 날, 9월의 팥빙수... 아마 올해의 마지막 팥빙수가 될 듯~
창문 너머로 비오는 거리를 바라봅니다. 2001년 12월 시애틀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던 생각이 겹치네요.
샘들이 중간중간 카톡으로 다른 샘들에게 '수다'를 생중계 합니다. 사진과 함께. 이어지는 박샘과 전도사님의 답장.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로움 - 오후 휴가 쓰기를 잘했네요. 샘 한분도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는... 만나는 것만으로 서로를 up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 중의 하나겠죠.
샘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한 정류장 정도 빗길을 걸어봅니다. 가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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