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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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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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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00:08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책상 위에 택배 상자 하나가 올라와 있습니다. 뭐지? 건강검진 항목 중에 대장내시경을 선택했는데 검사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있네요.
'드뎌 올 것이 왔구나~'

하루 전날, '아침엔 누룽지, 점심, 저녁은 물에 밥말아 먹기' 맨밥을 먹는 것이 정말 '밥맛(?)'입니다 ^^;;
밤에 생수 2L짜리 두 개를 사다 놓고.

아침 5시 30분부터 '폭탄음료'를 제조해 봅니다. 설사약 한 포를 용기에 넣고 물을 500ml 넣어 녹입니다.
한모금 먹습니다. 약간 포카리 비슷한 맛 같기도 하고. 하지만 좀더 미끌미끌한 느낌이 비위를 상하게 하네요.
'이걸 어떻게 4L씩이나 먹지?' 마음에 갑갑해집니다 ^^; 500ml를 30분에, 4L를 네 시간 동안.

두 모금 정도 더 먹었는데, 구역질이 납니다 ^^ 화장실로... 세면대에... '예방'하려다가 병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네염.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멈추고 입에 약을 붓습니다. 그나마 조금 낫네요. 맥주 500cc 원샷은 애교네요.
입이 조금 더 컸으면. 마시는 횟수를 줄였으면.
겨우 500ml를 마셨습니다. 앉아 있는 것 보다는 서서 제자리걸음이라고 하는 게 구역질 기운을 낮춰주네요.
남은 것은 약 봉지 일곱 포, 생수 3.5L...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아득한 느낌.

겨우겨우 1L를 마셨습니다. 들어간 게 있으면 나오는 게 있어야 하는데. 1시간이 지났는데...
창문 밖이 조금씩 밝아집니다. 검진 안내문을 좀 자세히 읽어보는데, 대장 내시경 하면 채변을 안해도 된다는... 이런 미리 읽을 걸 ^^;
'이거, 계속해야 되나?' '그래도, 시작한 건데 가능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배가 차오르면서 먹기가 점점 힘들어지네요. 채우기만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1.5L, 1시간 30분. 드디어 신호가 오네요. 화장실로. 다행~
조금 익숙해졌는지, 그나마 안에 공간이 생겼는지 아까보다는 잘 들어갑니다.
2.0L... 생수 한병이 비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두 시간 동안 2L를 마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뜯은 약 봉지가 더 많습니다.
거의 30분마다 화장실로 -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갈 때와 다른 건, 배와 항문이 아프지 않다는 것 ^^
2.5L, 3.0L, 3.5L, 4.0L. '만세!' 9시 45분.
어머니가 예전에 수술 받으면서 장세척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이 힘드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시까지 검진센터 가야하니 12시쯤 집에서 출발하면 될 듯.
그때까지 책이나 읽어야겠네요. 그동안 덮어놓았던,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롤스의 정의론이 흥미롭습니다.

집을 나섭니다. 골목을 지나는데 문을 연 가게들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 대장내시경 하지 않을 때는 아침 일찍 검진센터로 갔기 때문에 이런 '유혹'은 없었는데.
점심 시간이라 직원들 교대로 식사하느라 그런지 접수처가 밀립니다.

옷을 갈아입고, 검진 시작... 작년과 조금 동선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방 앞에 있는 알림 언어에 한자와 러시아어가 추가... 하긴 회사에 중국인과 러시아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방들은 조용한데, 폐기능 검사하는 방에서 큰 소리가 납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후~ 조금더 계속' 기침소리 '다시 한번 더...'
배가 고파 힘이 없는 상태에서 크게 호흡하고 길게 내쉬는 것이 쉽지는 않죠. 저도 한번은 실패, 두번째 성공. 작년에는 세번 정도 반복한 것 같고 ^^;

초음파 검사실. '숨 쉬고', '배 불룩~' ... '숨 쉬고', '배 불룩~' - 바빠도 숨을 좀 길게 쉴 수 있게 해주지 ^^; 배를 불룩하게 하려고 하는데 힘이 없어염 ^^;;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자세가 늘어지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배는 더 고파지고, 힘은 빠지고.
기본 검사가 다 끝나고 드디어 내시경 검사만 남았습니다. 주의 사항을 듣고, 위내시경을 위한 거품제거제를 한봉 마시고. 설사약보다는 맛있습니다.
오른쪽 손 등 혈관에 수면약을 넣을 주사바늘을 꽂아 테이프로 고정. 위내시경 먼저하고 나중에 대장으로.
위내시경하는 방에서 마취제를 목에 뿌리니, 목이 얼얼해집니다. 왼쪽 어깨를 아래로 하여 눕습니다. 수면약을 주사기에 넣는다는 얘기를 듣고... '필름'이 끊깁니다.
작년 위 내시경은, 생으로 하면서 '쌩쇼'를 했는데 ^^;
( ☞ http://ya-n-ds.tistory.com/778 : [ㅇBㄷ] 건강검진 받으며~ )

'일어나세요' 몸을 흔들며 깨우는 소리. 깜박 졸았다가 깬 듯한 시간. 장소가 바뀌어 있습니다. '한숨 잘 잤다'는 느낌... 기지개를 펴고 조금 있다가 침대에서 내려옵니다.
엉덩이쪽의 약간 축축한 느낌과 배에 약간 가스가 차 더부룩한 느낌 정도.
"별 이상은 없네요. 자세한 것은 검진소견 자료를 집으로 보내드립니다."
약간 허무함~ 검사준비 한다고 물 마신 시간과 노력에 비한다면 ^^;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
샤워하고, 옷 다시 입고 밖으로 나와 죽을 먹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네요 ^^

새로운 경험... 좀 힘들었지만 나름 즐겁게. 앞으로 위나, 장쪽 수술하는 사람 있으면, 조금 더 수술 준비에 대한 힘듦을 이해할 수 있을 수도.


※ 다른 '생활의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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