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을 내딛으며... '찻길은 오늘마저도 갈아 엎고 빼앗아가지만, 올레길은 과거를 살려내고 추억을 되돌려준다' (서명숙, 제주걷기 여행, 111쪽)
~ D-1
추석 때 모처럼 빨간날을 다 쉴 수 있을 것 같아 하루는 북한산 둘레길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주말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갈 수 있을까'...
암튼 월욜, 둘레길에 대해 인터넷에서 주워 모읍니다.
☞ http://ecotour.knps.or.kr/dulegil/index.asp
일단 우이령 쪽에서 출발하여 정릉쪽으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우이령길 입구까지 가는 방법을 check!
점점 상황은 악화되어 추석 전날 서울 시내가 물로 뒤덮였습니다 ^^;
한가위부터 날씨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서 내일 갈 수 있겠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로...
@D-day ; 2010.09.23.
아침에 일어났는데 햇빛이 창문으로 책장을 비춥니다. 비온 뒤 맑음... 산에 가기 딱이죠.
밥을 먹고, 산에서 먹을 찐옥수수, 송편, 빵, 물을 챙깁니다. 출발.
지하철을 타고 수유역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도선사 입구까지. 9시 30분부터 길을 걷습니다.
☞ http://inmory.tistory.com/entry/북한산-둘레길-44km의-13가지-테마-길-도심속의-자연-북한산-둘레길-시작하기
* '소나무 숲길'
아스팔트길로 방향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길 한편에는 주택, 다른 편은 숲. 그런데 숲길이 아니었나?
뒤따라 오는 사람들 왈.
'여기 사는 사람들은 좋겠네. 바로 둘레길이고 산이잖아' '오히려 자주 안가지 않을까?'
손병희 선생 묘역을 지나 조금 가다보니까 작은 '소나무숲길'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타납니다.
숲 속에 교회가 있습니다. 그 옆에 절이 있습니다. 사소한 것에 다투지 말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
드디어 산길 같네요. 제1,2 바이올린이 클라이막스로 향하듯, 매미소리가 힘껏 올라갑니다. 그 사이로 귀뚜라미가 살며시 들어오고, 시냇물이 흐릅니다.매미 소리가 엷어집니다.
아직 마르지 않아 길이 진 곳들이 꽤 있네요.
만고강산 약수터를 지나 조금 더 가니까 숲길이 끊깁니다. 주택가를 통해 솔밭 근린공원까지의 여졍을 마칩니다.
오솔길을 잊지 못할 만큼 건물들이 산으로 많이 들어왔네요. ^^;
근처에 덕성여대가 있는데, 교회 대학부에서 학년 모임을 함께 하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잘들 살고 있겠죠!
참았던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시 공원 이곳 저곳을 즐겨봅니다.
삼각산 모양의 돌탑이 있습니다. 눈을 들어 보니까 삼각산이 보이네요. 만경봉-백운봉-인수봉.
삼(三) + 각(角) = 서(셋) + 불(뿔) -> 셔블 -> 서울 : 요런 설명이 있네요 ^^
( Believe it or not ㅎㅎ)
☞ '소나무숲길' 둘러보기
http://inmory.tistory.com/entry/북한산-둘레길-소나무가-빼곡하고-완만해-걷기-쉬운-1코스-소나무숲길-구간
* '순례길'
독립 유공자와 광복군의 묘지, 그리고 4.19 민주항쟁 묘지... 그래서 순례길입니다.
4.19 묘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독립운동, 4.19,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집회...
노무현님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 떠오릅니다 -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쓰러진 나무들이 곳곳에 보이네요. 커다란 나무 등을 타고 초록 이끼가 기어올라 갑니다.
백련공원 지킴터 근처에서 두 계곡물이 만납니다.
어느덧 '순례'를 마치고 흰구름길로 접어듭니다.
☞ '순례길' 둘러보기
http://inmory.tistory.com/entry/북한산-둘레길-자유-민주-정의를-외치며-희생하신-분들이-잠들어-계신-2코스-순례길-구간
* '흰구름길'
조금 아래로 내려가 둘레길 탐방안내 센터에 들러 지도를 얻습니다. 사탕도 함께 있어 두세 개 얻습니다. ^^
다음 길을 가기 전에 잠시 앉아 빵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발도 쉼을 누립니다.
산길이 끊어지고 길 위에서 길을 찾습니다.
아카데미 하우스로 이어지는 길 옆에 카페가 예쁘네요 - 'roo', 'mizzle M'
오른쪽 골목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갑니다. 하얀 구름이 눈길을 빼앗아 아스팔트의 짜증을 잠시 잊습니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니 쉼터가 기다립니다. 정자에 앉아 옥수수 하모니카를 즐깁니다. 찰진 정선 옥수수~
일어서자 까마귀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로 날아와 배웅을 합니다.
화계사 앞을 지나 오르막... 백운봉 방향을 볼 수 있는 트인 곳이 나타납니다. 눈부시린 하늘에, 삼각산 중 봉우리 하나만 보이는데... 뭘까? 꽤 많이 왔나 봅니다.
조금더 가니 구름전망대입니다. 사람들 뒤를 따라서 올라가는데 계단 틈 사이로 아래가 보이면서... 이거 튼튼한가? ^^;
앞에는 빽빽한 건물, 눈길을 좀더 멀리 던져, 산들을 당겨 옵니다.
어느덧 빨래골 공원 지킴터. 물이 많네요. 옛날 궁중 무수리들이 빨래터와 휴식처로 이용했다는데...
둘레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옷 대신 발을 빠네요 ㅎㅎ
송편으로 보채는 배를 달랩니다 ^^
앞에 나타나는 안내판 하나 - '여기서부터 북한산 국립공원입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무슨 산이였지? 도봉산?
아파트 단지 뒤쪽으로 해서 북한산 생태숲 앞까지. 또 하나의 마침표. 그리고 다시 길은 이어지고...
☞ '흰구름길' 둘러보기
http://inmory.tistory.com/entry/북한산-둘레길-구름전망대의-한눈에-들어오는-자연경관과-빨래골-계곡의-3코스-흰구름길-구간
* '솔샘길'
생태숲에서 물한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 보고.
표지판에 '평창동'이 나왔네요.
성북생태체험관을 지나, 정릉초등학교 뒤로 해서 삼원사 앞으로.
명상길이 시작되는 정릉탐방안내소까지 아파트 단지와 도로를 지납니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차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둘레길이라고 하기에는...^^;
가게가 있어 우유를 하나 삽니다.
정릉탐방안내소까지 가는 도중에 청수탕이 있습니다. TV에서 종종 들리던 이름인 것 같은데...
깊은 계곡 맑은 물로 인해 청수(淸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목욕탕 물은 깨끗할까? ㅋㅋ
안내소에서 지금까지 온 길을 뒤돌아 보고 갈 길을 가늠해봅니다.
☞ '솔샘길' 둘러보기
http://domiii.tistory.com/69
* '명상길'
처음부터 가파릅니다. 지금까지 온 길 중에 가장 힘든 길이 아닐까싶네요-~400m 정도.
그리고 내리막길에 미끄러운 돌길이 많습니다.
앞에서 두 분의 수녀님이 올라옵니다. 해맑은 얼굴 표정이 '명상길'을 밝히네요 ^^
(저절로) 인사를 하고 웃음을 나눕니다. 잠시 새가 되어 제 뒤를 따라 오던 두 아주머니의 낮말을 듣습니다.
'수녀님들에게는 꾸미지 않아도 뭔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그렇지'
수녀님들에게는 삶 자체가 '명상길'이 아닐까 싶네요. 그길에서 성숙한 것이 감추려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 같구요.
그런데,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이 아니더라도 그리스도인이라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명상이고 예배가 되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택하신 '왕같은 제사장'(베드로전서 2:9)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우리 삶을 산제물로 드리는 영적예배'와(로마서 12:1) 그때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향기'를(고린도후서 2:14,15) 얘기했나 보네요.
재미있는 길이 이어집니다. 목책도 없고, 외길이라 표지판도 없는 길... 세상일을 잠시 떨쳐버립니다.
자연(自然)은 이름 그대로 스스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이익을 위해 자연에 손대고 싶어하네요.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40989.html (국립공원 장거리 케이블카 허용)
☞ http://ya-n-ds.tistory.com/837 (4대강)
보이지는 않지만 아래로부터 깊은 물소리가 들립니다. 잠시 후 길이 물과 만납니다. 작은 계곡이 많아서 그런지 길과 물의 만남이 이어집니다.
형제봉 갈림길에서 아래로 향합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돌계단이 미끄럽네요.
형제봉 입구에서 명상길이 끝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 바로 포장길이 있습니다. '속세'로 돌아왔습니다 ^^
☞ '명상길' 둘러보기
http://domiii.tistory.com/75
* '평창마을길'
사람들이 갈등을 합니다. 여기서 그냥 내려갈까, 아니면 둘레길을 계속 갈까?
평창동길은 대부분 도로를 걸어야 해서 '둘레길'의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갈 수 있을 때 가봐야지~' 표지판을 따라갑니다.
골목길을 조금 가니까 여러 모양의 집들이 나타납니다. '못 먹어도 Go'가 잠시 '진리'로... ^^;
'아파트 공화국'에 이런 곳이 있네요. 경사면에 있는 집들이라서 그런지 대문에서 현관까지 모습도 다양합니다.
빌라의 경비원 아저씨가 둘레길 도우미에게 얘기합니다. '여기 둘레길 안하면 안되요?'
둘레꾼들의 방문으로 북적거리는 게 싫은가 보네요. 그럴 만도 하네요. 차만 조금씩 다니던 동네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으니...
얼마 안가서 '연화정사'가 나옵니다. 낯익은 이름... 아~ 우리동네 철학관! ^^;
안에 들어가 보니까 긴 의자가 있고, 그곳에 어린 스님들의 상이 있습니다. 함께 평창동을 내려다봅니다.
저 아래 속세에서 연꽃이 피기를 바라는 걸까요?
산 아래 있는 도로는, 산의 허리 라인을 따라서 구부러집니다. 역시 직선보다는 곡선이 좋죠.
멀리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제법 큰 계곡이 있네요. 바위벽과 어우러져 아름답습니다.
산복10길에 늘어서 있는 집들은 계곡을 보너스로 누리겠네요 ^^
아참, 지금까지 본, 길가에 늘어선 집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네요 '*COM' 패밀리 ㅋㅋ ^^;
멋진 조망을 가진 카페가 하나 보입니다 - Cafe de Foret.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곳이네요.
밤 풍경을 바라보면 연인과 함께 식사를 하면 멋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급매물'이란 표시가 있네요. 현재의 경기침체와 부동산 경기를 보여주는 걸까요?
밀알기도원을 마주보고 갤러리 같은 건물이 서 있습니다. 옆에는 벤츠와 랜드로버(?)... 두 남녀가 맨 윗층에서 내려다 봅니다.
독특한 집들이 이어집니다.
이 코스의 아쉬운 점은 도로를 걷다보니까 앉아서 쉴 만한 곳이 없네요.
청련사에 도착해 보니, 의자가 있어 잠시 다리를 쉽니다. 우유와 남은 옥수수가 생각났습니다. 시장이 반찬입니다. ^^
정련사에서 이북5도청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 산길로 올라가라는 표시가 있네요. 지도를 보니까 도로로 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표지판을 따라 가기로 합니다.
둘레길 이전에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았나 봅니다. 발 디딜 곳이 편하지 않습니다. 얼마 지나면 길이 되겠죠.
나무로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만든 계단 면에 도토리가 싹을 내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자리를 잘못 잡은 것 같아 안타깝네요. ^^;
사자능선과 연결되는 길이라네요. 길이 편해지네요. 올라오기를 잘했다는 생각... 저멀리 지나온 평창동 반대편을 볼 수 있습니다. 잠시 봤던 장면들이 지나갑니다.
바위전망대에서 구기동과, 북악산, 남산, 관악산 등을 잠시 보면서 쉴 수 있네요.
이제는 내리막길입니다. 곧 둘레길 한 구간이 끝나겠죠. 진심사 앞을 지납니다 - '화장실 없습니다' ^^; - 친절한(?) 안내씨
숲길이 끝나고 동네길을 따라 큰 길로 나옵니다. 탕춘대성암문 입구까지 가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조만간 길을 이어가기로 하고... ^^
☞ '평창마을길' 둘러보기
http://domiii.tistory.com/77
http://blog.daum.net/cheonym/16506818
길을 벗어나며... '본디 사람의 길이 그러했다. 콘크리트가 없이도, 중장비를 동원하지 않아도, 폭이 넓지 않아도 된다. 두 발로 디딜 수 있고, 몸의 중력을 받아낸다면 길이 된다.
가끔은 한발만 디뎌도 된다. 왼발과 오른발 사이에 길은 존재하므로' (제주 걷기여행, 119쪽)
p.s. 둘레길을 가다보니 많은 길들을 만납니다. 여러 능선과 봉우리들로 이어지는 길들...
이전에 읽었던 책 제목 하나가 생각납니다.
[ㅇBㄷ]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함민복, 현대문학 )
☞ http://ya-n-ds.tistory.com/818
< 다음길로 이어질 수 있기를... - Walking Soon~ >
☞ http://ya-n-ds.tistory.com/876 ( 옛성길~구름정원길 )
※ 다른 '생활의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 헌책방-1△○ : http://ya-n-ds.tistory.com/8
서명숙, 제주걷기여행, 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