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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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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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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12:52

이번 추석 때 뭘할까? 24일 가족모임 마치면 화욜, 수욜은 할 일이 없는데... 지난 한가위 때는 궁궐 투어를 했었죠. 이번에는 한양도성길을 돌아보기로.
http://ya-n-ds.tistory.com/2928 ( 한가위 '서울콕' )
https://seoulcitywall.seoul.go.kr/front/kor/sub01/course.do : 서울한양도성, 순성안내

 

월요일, 둥근 달님이 환합니다. '강철비'를 재미있게 보다보니 잘 시간이 지났네요. 내일 잘 걸어야 하는데...

 

25일 화, 5시 45분쯤 집을 나섭니다. 이제는 어둡네요. 지하철역까지 가는 도중에 하늘이 조금씩 밝아옵니다. 이른 시간인데, 가방을 꾸려 지하철 타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 가족끼리 어디를 가는 모양이네요.

 

아침 감사성찬례
루가 8:19~21
잠언 21:1~6, 10~13
시편 119:1~8

 

추석 다음날이라서 그런지 자리가 많이 비었습니다. 수녀님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순서를 부탁합니다.
오르간 반주없이 시작. 아침이라서 음 잡기가 어렵네요. 더구나 사람들도 6,7명 정도라서... 20분 정도 지나서 반주 시작.
( 월요일이 반주 없는 날인데 어제는 추석 추도예배로 화요일 오르간 연주자가 나와서 오늘 화요일이 비었는데, 중간에 수녀님이 반주 경험이 있는 교우님에게 부탁했다네요 )

 

김학윤 신부님의 집전. 주일, 추석 당일,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 개인과 가족에 머무르기 쉬운 한국개신교인들이 많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시편에서 이야기하는 복있는 사람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복되어라, 그 행실 깨끗하고 야훼의 법을 따라 사는 사람.
복되어라, 맺은 언약 지키고 마음을 쏟아 그를 찾는 사람"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그냥 들을 때와는 다르게 읽어가면서 마음이 뭔가에 더 향하는 느낌. 아픈 사람들 이름을 한사람 한사람 부를 때는 조금 더 또박또박 읽습니다.

 

반주한 교우님이 빵을 가져왔다고 먹고 가라고 합니다 (보통은 토요일만 애찬 시간을 갖는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네요). 신부님은 집에 바로 간다고 하십니다.
다섯 명이 즐기는 오손도손 다과. 빵, 사과, 커피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디모데 교우님과도 오랜만에 아침 시간을 갖습니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뒷정리하고 교회를 나섭니다.

 

남대문 가는길. 달 모양의 조형물이 있습니다. 밤에 숭례문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괜찮을 듯. 친구로 보이는 두 중년 남자분들이 문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줍니다.
순성길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진한 회색빛이라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게 흠이네요. 상공회의소 가기 전 길을 나누는 공간을, 한옥의 담장, 기와 한부분을 잘라다 넘실거리는 강아지풀(?)과 함께 꾸며놓았습니다.

 

상공회의소 담장의 아랫부분, 성벽 돌 모양입니다. 성이 원래 이곳으로 지나갔나보네요. 중앙일보, 러시아대사관 앞으로 해서 익숙한 정동길로. 땅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에서 '구수한' 냄새가 납니다.
강북삼성병원, 돈의문 터를 지나 서울시교육청 쪽으로. 길이 잘 닦여 있습니다.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새로 만든 듯한 성벽이 나타납니다. 잘 정비된 길 옆으로 하양, 분홍, 자주빛 코스모스가 반겨줍니다.
인왕산은 이전에도 두서너 번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정상 근처만 조금 힘들고 비교적 무난한 코스.

 

인왕산자락길이 가로지르는 곳에,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외부순성길 표지가 보이네요. 정상으로 가기로.
성벽 너머 서쪽 풍경을 즐기며 한걸음 한걸음. 가족끼리, 그리고 동료들,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쉽게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정상에 가까워오면서 아래로 남쪽으로는 서울 시내와 남산 그리고 강 너머 관악산이, 북쪽으로는 저멀리 일산과 북한산까지 보입니다. 날이 좋아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풍경을 더 그림처럼 만들어줍니다.
인왕산 정상. 수성동 계곡쪽으로 마을버스도 보이고. 바람이 살랑살랑 땀을 식혀 줍니다. 능선을 따라, 성벽을 따라 내려옵니다. 벌써 갈색으로 물드는 잎들이 있네요.
어느덧 서시정(序詩亭), 근처에 윤동주님을 기념하는 이름들이 눈에 띕니다. 잠시 쉬면서, 물과 간식을 먹습니다. 북악산 넘기 전 에너지 충전.

 

백악코스를 시작합니다. 자하문이라고도 불리는 창의문은 문의 역할을 하고 있네요. 부암동쪽으로 사람들이 넘어 다닙니다. 남대문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조형물이 되어 버렸고, 돈의문은 흔적도 없고... 지나오면서 안타까웠죠. 문 천장에는 새 그림이 있습니다 - 봉황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닭이라네요. 이 일대가 풍수적으로 지네의 기운을 가져서 천적인 닭을 그렸다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16479 : 창의문 천장에 '닭' 그려넣은 이유, 오호라
 
안내소에서 출입신청서 쓰고, 신분증 보여주고 #1352 표찰을 목에 겁니다. 중간중간 있는 '도우미'들이 '통행증'이 안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는 모습이 가끔씩 보입니다.
백악마루까지는 계단 오르막의 힘든 코스. 나뭇가지 액자 사이로 보이는 남산이 멋지네요. 벽 너머로 아직 익지 않은 초록색 밤 열매가 빽빽하고 길 옆으로는 조금씩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있어 대비를 이룹니다.

 

백악마루, 정상에 볼록 솟은 바위가 신기합니다. 서쪽에는 지나온 인왕산이 정겹습니다. 세종로가 일찍선으로 보이네요.

1.21 사태 소나무. 1968년의 기억이 나무에 희고 빨간색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청운대, 경복궁이 일직선으로 다가옵니다.
숙정문, 성 안쪽으로 또는 바깥쪽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문 천장은 그림 없이 그냥 돌로. 

 

촛대바위 지나 어느덧 말바위안내소. 스탬프 찍고, 내려갑니다. 가지를 추상화처럼 뻗은 소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줄지어 있습니다.
성 너머 삼청각과 팔각정이 보입니다. 그 아래로 성북동이 펼쳐집니다. 성벽 위로 나무 계단과 데크를 만들어 풍경을 조망하고 성벽 안쪽과 바깥쪽 길을 택할 수 있게 해 놓았네요. 이제는 서울 동쪽 풍경이 펼쳐집니다. 수락산과 불암산이 보이고, 저멀리 롯데타워도 보이고.

 

성 밖으로 길을 가면, 벽을 쌓은 모양이 다릅니다. 초기에는 자연석 비슷하게 쌓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규격화된 돌들로 바뀝니다. 허물어진 곳을 다시 쌓으면서 불규칙한 모양이 생기는데 재미있습니다.
 

와룡공원, 동네 공원처럼 찻길로 나 있고 좋습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안내표시도 있고. 이전에 여기서 성균관대학교 방향으로 해서 삼청공원으로 간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성곽 따라서 고고.
성벽에 바로 붙은 동네가 보입니다. 멀리 보이던 '근사한' 건물들과 비교되네요.

 

길 옆에 물길을 내 놓았습니다. 계단길보다는 이쪽으로 가는 것이 편하네요. 차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냄새도 나고, 찻길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성북초등학교가 나타납니다. 성벽도 끝나고.
왕돈까스 집과 면류를 파는 식당이 몰려 있습니다. 점심 때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있네요.

 

경신고등학교, 성벽 흔적으로 보이는 돌벽위에 시멘트 블록을 더 올려 담을 만들었습니다. 벽 아래로 이어진 좁은 공간에는 꽃들을 심어 정성껏 꾸며놓았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보면서 기분이 좋을 듯.

 

골목길을 따라가다보니 혜화문이 나타납니다. 덩그러니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문, 문이 열려 있어 사람이 안팎으로 드나들 수 있는데, 위치가 도로보다 높아 계단을 올라야 해서 순성길 다니는 사람이 아니면 별로 이용하지 않겠네요.
문 천장에는 용 대신 봉황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근처가 새들이 많고 그 피해가 많아서 그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네요.
http://www.brainmedia.co.kr/brainWorldMedia/ContentView.aspx?contIdx=15725 : 우리 곁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혜화문

 

길 건너 다시 나타난, 낙산공원으로 이어지는 성벽. 마을 옆을 지나는 오르막길인데 조금씩 오를 때마다 나타나는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뒤로 걸어 올라가면서, 살짝살짝 나타나는 얼마전까지 지나왔던 길과 그때 봤던 경치를 다른 방향에서 보면서, '아 저기가 **이었지'라고 떠올립니다. 맑은 햇살, 하얀 구름, 파란 하늘, 진한 산, 그리고 빽빽한 건물들이 때로는 익숙하게 때로는 낯설게 어울립니다. 이 길 마음에 듭니다 ^^

 

한적했던 외부순성길에서 성벽 안으로 들어가니 놀러 나온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화마을은 관광지가 되어 버린 듯, 먹는 곳, 상점, 체험장으로 가득합니다. 여기서는 7.80년대 교복을 입고 사진찍는 게 유행인가 보네요.

 

성벽을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조금더 내려오니, 그나마 동네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정자 쉼터에서 할머니들이 추석 지낸 이야기, 가족과 이웃 얘기로 도란도란합니다.

 

흥인지문과 그 뒤로 DDP가 보입니다. DDP를 가까이서 위에서 내려다본 적은 처음. 윗 부분에 연두, 초록빛이 있습니다. 정원처럼 가꾼 걸까요?
성벽이 끝나고 차와 사람으로 복잡한 길에 내려섭니다. 어디선가 맛있는 빵 냄새, 빵집겸 카페가 있네요. 길을 건너니 동대문시장. 눈에 띄는 두 메뉴가 보입니다. 콩나물밥과 손칼국수. 언제 누군가와 함께 먹어봐야 할 듯.
외국인 노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동대문 옆 풀밭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휴일을 즐기고 있나봅니다.

 

동대문을 가까이서 구경하고, 안내소에 가서 스탬프 찍고 오늘의 일정을 마칩니다. 많이 걸었는지 다리도 아프고 몸이 피곤합니다 -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 두 개를 넘었으니까요. 날씨가 좋아 걷기 좋은 시간이었네요. 내일은 어찌 될른지... 지하철 타고 집으로.

 

p.s. 서울도성길 풍경;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906180089449744 : 숭례문, 인왕산 구간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906190366115383 : 백악 구간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906196842781402 : 낙산 구간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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