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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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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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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13:34

추워서 잠이 깹니다. 난방비 때문에 가격을 25,000원에서 30,000원으로 올렸다고 했는데 ^^;
암튼 하루를 일찍 시작합니다.
간단하게 얼굴 씻고 6:30분쯤 산책 시작. 이른 아침 묵고 있는 마을을 둘러보는 것, 여행의 한 조각 기쁨입니다 ^^

 

아직 검은 빛이 남아 있는 하늘에서 달은 옅어지는 하얀 웃음을 짓고 소녀와 함께 등대는 빨간 윙크를 보냅니다.
바다는 깊게 간직한 속을 파도에 실어 하늘로 하얗게 뿌립니다.
중문쪽에서부터 하늘이 점점 환해지면서 달님이 햇님에게 하루를 맡기고 사라집니다.
어스름한 시간의 해녀조형물은 한층 더 깊은 애잔함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해안길, 골목길. 개들이 앞다리를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켜며 마을을 깨웁니다.
이른 아침부터 어제 만들어둔 이랑에 감자를 심는 아주머니들. 해가 조금 높아지면 더울 테니까 일찍 시작하는 게 좋겠네요.
여럿이 어울려서 일을 나누어서 한땀 한땀 밭을 메워갑니다.

 

골목을 구경하다 보니까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첫째날 묵었던 잠도둑에도 작년 8월에는 보지 못했던 충전기가 서 있었죠.
들어보니까 청정제주를 위해서 혜택을 많이 주어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 안에서는 이동거리가 길지 않아서 전기차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테슬라 때문에 전기차가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데, 제주도가 한국의 전기차 메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http://pictorial.hani.co.kr/slide.hani?sec1=098&sec2=001&sec3=248&seq=0&_ns=t0 : 36시간만에 12조원이 모였다
http://www.nocutnews.co.kr/news/4573693 : 테슬라 한국출시, 차값 '반값' 유지비 '제로'…한국서 돌풍 부나

 

길에서 할머니 한분을 만납니다. '이렇게 일찍 어디가세요?' 소라잡으러 가신다며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네요.
서울에서 올레길 여행왔다고 하니까 박수기정 꼭 올라가보라고 합니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 게스트하우스로. 어제 저녁에 보지 못했던 계단과 방의 작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풍경.
쥔장 아저씨가 직접 구운 빵과 직접 만든 샐러드 드레싱, 잼, 호박죽, 음 풍미가 넘치는 아침입니다.
빵 위에 치즈와 햄을 올리고 잼을 발라 한 입, 그리고 갓 내린 커피를 넣은 우유 한 모금. 오렌지 쥬스의 상큼함으로 마무리.
넘 맛있어 한번 더 가져다 먹습니다. 맑은 햇빛이 바다 위에서 춤추는 포구를 바라보면서 즐기는 럭셔리한 한 끼입니다.
아침보다 조금 더 다양한 먹거리로 브런치를 판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게스트하우스는 여럿이 어울릴 수 있는 곳으로 정하고 브런치를 '돌담꽃'에서 먹으면 어떨까 싶네요.

 

식사 후에 양치하고 짐을 싸서 나와 옷장 열쇠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 받습니다.
길가다 먹으려고 곰씨점빵에 빵을 살까 하고 들렸는데 아직 너무 이른 듯~ ^^;
이제는 가던 길을 가야겠네요. 햇빛이 쨍쨍. 어제 날씨가 너무 좋아 코끝이 빨갛게 되었는데 오늘을 얼마나 더 타려나? ^^;


박수기정쪽으로 가다가 아침 일찍 만났던 해녀 할머니와 다시 마주칩니다. 삼륜차를 타고 가시네요. 반갑게 인사를 다시 한번 나눕니다.
곳곳에 1인용 삼륜차 또는 사륜차를 탄 할머니들이 눈에 띕니다. 해녀탈의장으로 출근들 하시나 봅니다.

 

대평포구에서 9코스 시작 도장을 찍고 간새 표지를 따라 갑니다. 박수기정으로 올라가는 좁은길, 몰질. 운치 있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 길은 고려시대 때 원나라에 공물로 바치던 말들이 이동하는 길이었다네요.


박수기정 위로 올라서니 평평한 곳이 나타납니다. 밭들이 많고 한쪽에는 야자수를 기르고 있습니다.
위에서 바라다보니 박수기정과 군산에 둘러싸인 대평리가 평화롭습니다.
벼랑가에 서있는 소나무들 뒤로 바다가 펼쳐지고, 7코스의 외돌개 근처와 월평포구 지나서 걸었던 길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덥네요 ^^;

 

볼레낭길을 따라갑니다. 서울 촌놈이라서 어떤 나무가 보리수인지는 모르겠고 ^^;
홀로 걷는 길에 새소리가 평화롭습니다. 발걸음은 경쾌하게.
화순발전소가 보입니다. 구름이 끼면서 햇빛이 가려집니다. 다행. 월라봉 오르기전 쉼터, 평상이 있네요. 바다를 보며 목도 축이고 견과류도 먹고 에너지 보충.

월라봉을 올라갑니다. 조금 힘들지만 바위들 모양이 재미있어 심심하지 않네요.
월라봉, 올레리본이 촘촘합니다. 3월 초라서 아직 초목이 무성하지 않은데, 여름이 가까워오면 길 찾기가 힘들 수도 있겠네요. 샛길들이 많아서.

 

올레길을 따라 볼 수 있는 동굴 진지. 일본에 의해 남겨진 아픔의 흔적이겠지요.
산 옆구리를 돌아 어느덧 내리막길. 주위에 가시덤불이 많습니다.
황개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데 올레길은 그냥 지나쳐서 오솔길로 이어집니다. 가끔씩 수풀 사이로 보이는 황개천의 모습도 멋집니다. 물소리 들으며 고고싱.

 

개울을 건너는 아기자기한 나무 다리. 푸른이끼로 차려 입은 나무가 길을 안내합니다.
어느덧 길인 듯 아닌 듯한 완만한 언덕을 내려오면 마을로 가는 다리가 보입니다. 그런데 올레길은 반대쪽으로.
다리 위에서 황개천을 보면 좋을 것 같아 길을 잠시 벗어납니다. 멋진 모습을 숨기고 있었네요. 가끔씩 길을 벗어나면 뜻하지 않은 만남을 가지게 되죠 ^^
다리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 '개끄리민교'

 

잠시 숲길을 걷다가 황개천을 따라가는 나무데크길로. 조용히 흐르는 물. 제주도 하천을 보면서 신기한 것은 바다 가까이에도 지형이 계곡 느낌이 난다는 것입니다.
황개천교에서 9코스 중간 스탬프를 찍습니다.
다리 건너면 쉼터처럼 만들어 놓은, 화순리 선사유적지를 보여주는 곳이 있는데, 지붕처럼 가려놓은 플라스틱에 먼지가 많이 끼여서 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발전소 앞을 지난 후에 골목길로. 그녀이야기 게스트 하우스를 지나 큰길로 나갑니다.
마라도 짜장면집 분점이라는 가게가 있습니다. 톳을 넣는다는.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번네식당으로 가기로 합니다.

 

화순 해변. 9코스 종료 도장 찍습니다. 안내센터에서 여기서부터는 10코스 휴식년이라서 길표시가 없다고 듣습니다. 마을 위쪽에 산방산 쪽으로 난 자동차 도로를 이용하라고 하네요.
어떻게 할까? 일단 점심을 해결하러 번네식당으로. 혼자와서 구이와 같은 메인 메뉴는 못먹고 성게 미역국으로. '마라도 짜장면 먹을 걸' 하는 생각 ^^;

다시 해변으로 내려와 산방산을 바라보며 걸어갑니다. 해변은 여름 맞이를 위한 공사 중? 끝부분에서는 모래를 채취하나 보네요.
'써근다리'를 물으니 해변 끝에 계단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라고 하네요. 앞쪽에는 산방산, 뒤쪽에는 지나왔던 박수기정과 월라봉.
올레길 표시와는 다른 리본이 있습니다. 지오트레일(Geo-Trail).
http://jejugeopark.com/korean/?mcode=0201

 

화순에서 사계항까지는 거의 길이 겹치는 듯. 게스트하우스에서 들었는데, 올레길을 본따서 지자체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둘레길들이 그렇듯이 다소 급조된 느낌, 수저 하나 올리기? 숙소로 지정된 지오하우스도 그 선정기준이 좀 모호하다는.
암튼 덕분에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모래길, 산길, 해변의 검은 모래길이 이어집니다. 신발은 모래가 들어가고.
왼쪽에는 바다, 오른쪽에는 산방산 - 마음에 듭니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작은 해변들의 경치가 특히 아름답네요.
해변을 따라 이어진 모래가 굳은 암석이 파도를 막고 있습니다. 중간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그런데 황우치 해변은 화순 방파제 영향으로 모래가 많이 없어지고 아래 암석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
http://blog.naver.com/mks08055/80192852011

 

해변에서 바라보는 산방산의 절벽도 장관입니다.
어느덧 계단을 올라 산방연대로. 원래는 중간에 산방산 동쪽 등산로로 갔어야 했는데 지나쳤습니다.
서쪽 등산로 입구를 찾으러 가려다가 많이 도는 것 같아 그냥 용머리해안으로 내려옵니다.
(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산방산은 지금 휴식년 기간이라서 못올라간다네요 ㅋ )

 

배 모양의 하멜기념전시관을 들렀다가 사계항쪽으로 지오트레일을 따라 가다보니 도로가 나오고 해변이 나오지 않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 (산방산 올라갔으면 산에서 비를 만났겠네요)
다시 돌아와 일단 바닷가쪽으로 난 골목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서 설큰바당에 내려섭니다.
보니까 하멜전시관에서 바로 해변쪽으로 가야했나 봅니다. 올레길 표시가 없어서 놓쳤네요 ^^;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갈매기가 쉬고 있습니다. 비 내리는 바다, 기분이 상쾌합니다, 밟히는 모래의 느낌도 좋고. 해변이 끝나고 사계포구가 시작됩니다.
배에서 낚시장비를 챙겨서 내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가 와서 일찍 돌아온 듯.
4시 20분, 5시에 게스트하우스 입실인데 시간이 조금 이르네요. 잠시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데 화려하게 꾸며 놓은 카페들이 꽤 있습니다.

 

파찌야. 맥주병 안에 전구를 넣어 담장에 꽂아 놓은 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밤에 불이 켜지면 갈색병은 어떻게 빛날까요?
개들이 짖네요. 정원을 지나 건물 앞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처마 아래에서 전화를 거니, 개 산책 시키러 나갔다고 합니다.
안에 들어가 짐을 풀기로 합니다. 거실 책장에 있는 만화책들이 눈에 띕니다 - 신의물방울, 식객,...
잠시 후에 쥔장이 와서 방을 알려 줍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방을 혼자 쓰네요.

 

'식사 했나요?'
"아니요, 먹어야 됩니다. 먹을 만한 곳 있나요?"
'1인분 파는 곳이 있어요. 이리 저리 요리... 나머지 개들 산책시켜야 하는데 같이 나가죠, 길 알려드릴 테니. 비도 조금 잦아든 것 같으니'
"예, 그래야겠네요"

 

집에 있던 개들을 데리고 나갑니다. 6마리. 벌써 다섯 번 분양을 했다네요. 새끼 한마리는 조금 더 지나면 분양한다고.
목욕시키는 게 장난이 아닌가 봅니다. 한마리에 30분씩, 3시간을 하고 나면 그날은 녹초가 된다는 ^^; 그래도 즐거우니까 하는 거겠죠 ㅎ
갈림길에서 식당 위치를 알려주고 헤어집니다.

 

골목을 지나 큰 길이 나옵니다. '춘미향', 그런데 저녁 오픈 시간은 조금 기다려야 할 듯. 버스 정류장. 제주시와 모슬포를 연결하는 버스(750-1)가 지나가네요. 1시간에 한대 정도.
다음에 올레길 이어갈 때 이 버스를 타고 사계포구로 오면 될 듯.

 

'춘미향 정식'(17,000원)을 시켜봅니다. 두툼한 돼지고기 100g이 불판에서 익어갑니다. 옥돔 1마리가 튀겨져 레몬향 간장 드레스를 입고 나옵니다. 간장새우 4마리, 민물 가재 비슷한 딱새우.
딱새우는 먹는법을 알려주네요. 마디 옆구리를 똑 부러뜨리고 잡아 당기면 껍질이 쏙 빠집니다. 오호!
돼지는 쫄깃쫄깃, 옥돔은 고소하고, 새우는 쫀득쫀득. 방금 부친 김치전, 김치찌개의 얼큰함 ^^
계란찜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ㅋ ^^; 그리고 옥돔은 튀기지 말고 구운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저렴하게 1인분도 파는 고기정식을 시켜도 좋을 듯.
쌍삼절(3/3) 봄날, 맛과 향이 좋았던 저녁이었습니다~

 

배가 너무 부르네요. 아직도 비는 오고 어두워지고.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합니다.
도로를 따라 산방산 쪽으로. 머리 부분이 구름에 가려있는 산방산을 등지고 있는 초등학교, 멋진 곳에 자리잡았네요.
낮에 걸었던 사계리로 들어가는 도로와 만나네요. 게스트하우스, 카페, 빵집, 식당들이 길을 따라 늘어나고 있나 봅니다.
예쁘기는 한데 마을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의 새건물들.

 

파도치는 사계항의 밤바다를 잠시 보다 쉬로 들어갑니다. 담장 위 맥주병은 독특한 빛을 살짝 드러내고 있습니다.
파찌야 입구에 가까이 가니까 등이 문 앞을 비춰주네요. 저녁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죠.
작년 겨울 서귀포 쿨쿨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을 때 골목이 어두워 지나치기 쉬웠는데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http://ya-n-ds.tistory.com/2279 ( 겨울 제주걷기 - 둘째날 : 올레5코스 )

 

방이 아담하고 아기자기합니다. 철근으로 만들어진 옷걸이 마음에 드네요. 아이보리 톤의 창문 커튼도 느낌이 좋고. 욕실도 깨끗. 깨끗한 이불과 베개까지, 올레길 걷다 하룻밤 묵어가기 좋은 곳.

 

씻고 나와 쥔장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 제주 온 지 3,4년 정도 되었다네요. 2년 정도까지는 만들고 꾸미고 많이 했는데 요즘은 게으름 모드.
제주 마을은 외지인들이 늘어나면서(중국 사람들의 난개발 투자도 있고) 제주 사람들이 경계심이 늘어나나 봅니다. 대평리 같은 곳은 이미 밖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아져 발언권이 더 세졌고.
요즘은 땅이 나오면 마을 사람들 중에 돈이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제주도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농작물 수확 후에 남은 것을 그냥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육지 사람들이 와서 푸대로 담아가 지인들에게 보내는 경우가 있어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아내분이 잠시 서울 친정에 가서 주인과 손님 하나, 개 6마리가 큰 공간에서 밤을 보내겠네요.

 

올레길 표지도 없고 해서 더 이상 10코스를 갈 수는 없을 듯. 내일 비가 그치고 배가 뜨면 가파도나 마라도를 다녀와야겠다는 생각.

http://ya-n-ds.tistory.com/2553  ( 넷째날 : 마라도 )


빗소리 들으며 Zzz~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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