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일까지 소년부 샘들이 식당에서 도우미로 일해야 합니다.
교사 모임을 마치고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먼저 먹고 앞치마와 고무장갑으로 무장을 했습니다. 대용량 식기 세척기가 있어서 좀 수월할 것 같네요.
부장 집사님과 세척기 양쪽에 서서 세척기 앞 물통에 담겨지는 그릇을 닦기 시작합니다.
설거지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는 동네 이야기, 산에 가는 이야기...
언제 시간나면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하자고 하시네요. 10년 전쯤 갔던 지리산이 떠오릅니다. 아득했던 산의 물결~ 하지만 요즘은 제주 올레길이 더 땡깁니다 ^^;
조금 지나니까 '러쉬 아워'가 되어 그릇이 물통밖으로 그 키를 보입니다. 입놀림은 줄이고 좀더 손놀림을 빠르게 ^^;
옆에 '큰 누님' 정도로 보이는 여집사님 한분이 와서 저에게 묻습니다.
☺ '어느 뜰에서 왔어요?'
☻ '이번주, 다음주, 소년부 차례던데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이 교회 언제부터 다녔어요?'
☻ '올 1월부터요'
☺ '얼마되지 않았네요. 나도 작년 중반 정도부터 다녔는데!'
☺ '이렇게 아래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져~'
☻ '계속 아래에 머무는 것도 좋아요.'
☺ '맞다. 위로 가면 예수님 생각은 없어지고 자기 주장이 강해지기 쉬우니까 ^^'
☻ ( 요셉과 다니엘이 멋진 것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도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의 모습을 이어갔기 때문일 겁니다 )
☺ '설거지 꼼꼼하게 하는데, 집에서도 이렇게 해야죠?'
☻ '...' ( 아직 결혼 안했고 집에서 밥 먹는 일이 거의 없어서 ^^; )
☺ '어, 말이 없네요? 호호'
☺ '미국에서 30년 정도 살다 왔어요, 산정현 교회 식당 봉사하러. 하나님이 부르셨죠 ㅎㅎ'
☻ '하나님의 방법과 타이밍은 절묘하져'
☺ '대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 하면서 훈련 받은 실력~ ^^'
☺ '이 교회 다녀보니까 어때요? 주차장이 모자란 것 같아요?'
☻ '저는 운전 못해서 대중 교통 이용하는데, 보니까 주차공간은 부족한 것 같아요. 어느 목사님이 크리스천들이라도 주일에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몸이 불편하면 어쩔 수 없지만.'
( 요즘 조금 큰 교회 주변은 주일에 주차 때문에 난리죠. 그곳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교회에 대한 평판이 점점 더 나빠집니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도 집 근처 교회의 차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도 하더라구요, 급한데 차가 막혀서 나가지 못하고. 교회는 나름대로 지자제에 협조를 구하고, 어떤 의미의 특혜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기름도 아끼고, 환경 오염도 줄이고, 좀더 걷게 되니까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랑'의 한 모습은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즐거워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
설거지 하다 보니까 가져간 것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사람이 꽤 많네요 ^^ 밥과 김치는 셀프인데 먹을 만큼만 가져가면 좋으련만... 밥을 남기다 보니까 밥풀이 그릇에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설거지가 힘들어집니다.
언젠가 동생 집에서 밥을 먹는데, 초등학생인 조카들이 '잘 먹었습니다'라고 할 때 보니까 그릇에 밥풀이 조금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거 마저 다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더니, 깨끗하게 먹고 나서 '다 먹었어요! 봐 주세요~' ㅎㅎ 귀여운 녀석들 ^^
불교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이 '발우공양(鉢盂供養)'입니다.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죠.
☞ http://blog.naver.com/jsd4096/60051944239
가끔씩 뜰채로 설거지통 아래를 훓어서 아래에 가라앉은 찌꺼기들을 꺼내어 '짬통'에 넣습니다. 마음 속에 있는 쓰레기들도 함께 버릴 수 있었으면...
어느덧 식사 시간이 끝나가면서 설거지를 마칩니다. 부장집사님이 조금 힘드셨나 보네요. 저도 계속 서 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좀 뻐근합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동작 때문일 겁니다.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님이,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말씀대로 살기 힘든건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의 영적 근육'이 아닌 '세상 원리의 근육'만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관선 목사님이 얘기한 '잃지 않으려는 여로보암'의 모습?
☞ http://www.sanjunghyun.or.kr/mboard/mboard.asp?exe=view&csno=&board_id=words&group_name=church&idx_num=23887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식당일을 여집사님, 권사님들이 하셨는데, 정말 많이 힘드셨겠네요.
옥한흠 목사님이 언젠가 설교 중에 사랑의교회에 식당이 없는 이유를 당신이 여집사님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잠시 웃음을 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 한인 교회에서 장로님과 남자 집사님들이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한국에서는 안될 것 같다고 하면서.
암튼 앞으로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먹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설거지는 어떤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p.s. 그릇 씻을 때 음악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좀 생뚱맞지만... 오래 전 하반신만 마취하고 수술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수술실에 FM이 나오던 것이 생각나네요. 의사들도 음악 듣고 환자도 듣고 ^^
정오를 알리는 시그날과 함께 의사와 간호사는 점심 먹으러, 나는 병실로 ^^;
## 이어지는 수다
두번째 설거지는 소년부 샘들이 다 모였습니다. 지난번은 여러 사정으로 몇몇 샘이 없었져. 제 좌우에 샘이 바뀌었습니다. 앗싸, 새로운 수다 ㅋㅋ
제 왼편에서 초기 '분리수거(?)'를 맡은 샘과 책에 대해 얘기합니다. 가족 모두가 '책벌레'라고 하시네요.
☺ '책에도 중독 성분이 있는 것 같아요'
☻ '무슨 일이든 중독이 있겠죠.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 '어제는 새벽 두시까지...'
☻ '석사 논문 쓸 때 어쩌다 영웅문을 집었는데... 실험실까지 들고 들어가고 ^^; 시리즈로 나오는 책은 특히 더 위험한 것 같아요 ^^;'
얼마 전에 소년부를 떠나게 된 샘이 생각납니다. 항상 책을 든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책 제목도 저의 관심을 끄는 것들이었고.
다시 만나 M.T.때 셋이서 읽었던 책들 얘기하면서 밤을 새면 좋겠다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지난번 '밥풀 떼어내기' 공정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를 옆 선생님께 부탁. 고무 주걱 같은 걸로 접시를 한번 밀어내고 설거지 통에 집어 넣습니다.
물도 덜 더러워지고 닦아내야할 밥풀의 양도 주는 것 같네요... 하지만 '러쉬 아워'에는 다시 설거지통으로 그냥 쏟아져 들어오는 접시들 ^^;
디저트로 떡을 한 덩이씩 주었는데, 그 크기가 조금 컸나 봅니다. 남기는 사람들이 많네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릇이 끝을 보이면서(사람의 일은 역시 '유한'합니다. 그래서 견딜 수 있겠죠 ㅎㅎ) 오늘도 무사히 ^^
멋진 팀웍을 보인 샘들에게 박수, 짝짝짝~
다시 소년부실로 올라와서 샘들끼리 '디저트 수다'를 즐깁니다. 부장집사님의 롤러코스터 같은 신앙 여정을 맛있게 들었네요.
2011년 어떤 수다들이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 두근두근 Tomorrow~ ㅎㅎ
※ 다른 '생활의발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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