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여행 다녀오고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 https://ya-n-ds.tistory.com/4495 ( 버스 타고 선유도 )
여름에는 더워서 어디 가지 않고 회사에서 '웍캉스'
추석 지나서야 더위가 누그러지고 이제 서서히 움직일 만하네요.
갑자기 10월 1일이 임시 공휴일로. 징검다리 휴일. 모두 쉴 수는 없고 개천절에 붙여서 놀아보기로.
어디로 가지? 부여가 떠오릅니다. 사라진 백제만큼 멀리 느껴지는 곳.
몇 년 전에 갔던, 한때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가 떠오르네요. 마곡사 가기 위해 들렸던.
☞ https://ya-n-ds.tistory.com/3391 ( 마곡사 )
# 9월 28일 (흙)
부여 검색. 사비길이 나오네요. 이 길 따라가 보면 부여의 유적지는 얼추 다 들를 수 있을 듯.
-> 부여시외버스터미널 - 신동엽생가 - 부여궁남지 - 능산리고분군 - 금성산 - 국립부여박물관 - 정림사지 - 부소산성 - 구드래조각공원 - 부여시외버스터미널
그런데, 1박 2일은 부여만으로는 너무 길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 9월 30일 (달)
부여 가는 버스 예매. 서울 남부터미널 07:00.
어떻게 부여를 돌아볼까? 백마강길, 사비길이 있네요.
-> https://www.buyeo.go.kr/html/tour/info/info_01020701.html : 부여 관광정보 - 도보여행
'백마강 -> 부소산성/낙화암 -> 정림사지 -> 남궁지' 정도로 가 보면 될 듯
# 10월 1일 (불)
이번 주는 일하는 시간이 짧아 특근이 필요, 오랜만에 휴일 회사로. 할 일 어느 정도 해놓고 가야겠죠.
비가 오네요, 오늘 행진해야 하는 군인들 ^^;
저녁, 집에 조카가 와 있네요. 집 근처 옛날 불고기 맛집에서 함께 식사. '방짜 유기' 불탄을 처음 본 조카가 신기해 하네요.
이틀 내내 부여는 좀 길 것 같아, 부여 근처 찾아보기. 서해랑길 걸어볼까? 보령에서 60코스가 시작합니다. 일부만 걷고 서울로 오면 괜찮겠네요.
대천 해수욕장에 잠잘 곳 예약합니다.
# 10월 3일 개천절 ( D=day )
빵과 과일 간단하게 먹고 출발.
버스 안이 쌀쌀합니다. 날씨는 맑아 차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잠자기 힘드네요 ^^;
천안까지 안 막히고 고고씽. 천안-논산 고속도로 들어서자마자 서행. 정안휴게소, 차와 사람으로 북적북적.
기사님께 히터 틀어달라고 부탁. 차 안이 따뜻해집니다. 휴게소 나온 버스가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조금씩 구름으로 덮이기 시작. 익어가는 은은한 논 빛깔을 멍때리며 가는 길.
남공주에서 40번 국도를 탑니다. 차가 없어 고속도로보다 빠르게 달리네요,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서. 09:27 도착.
간단하게 김밥 먹고 트래킹 시작.
구드래 조각공원을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백마강으로. 제방에 올라서자 펼쳐지는 물길. 강 폭이 이렇게 넓을 줄은 몰랐네요. 강 너머 하늘을 해맑고 ^^
구드래 나루터 근처에, 강을 가로지르는 부교가 있습니다. 그 곁에 상류를 향해 작은 배들을 줄지어 세워 놓아 설치 미술처럼 보이네요. 백제 깃발들이 다리를 따라서 나부낍니다. 멋집니다.
그런데, 이 부교가 말이 많았네요.
☞ https://www.d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57709 : 13억 들인 부여 ‘부교’ 애물단지 전락한 사연
다리 가운데서 보는 강 풍경이 좋네요. 강 옆으로 꾸며 놓은 화단의 코스모스, 가을 분위기를 업. 키가 작은데, 내년에는 좀더 크려나?
고란사 가는 배타는 나루터, MZ세대가 부른 트로트가 흘러나옵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2yFS6dZk4a82NVZpKdUxSmWR7vbjCaednHo1vonmCRnoarAktpascAAJjRhusoG3El : 부여 구드래 조각공원, 백마강
앞에 보이는 부소산 올라가는 길을 찾기 위해 안내원에게 문의 - 길따라 조금 가면 입구가 나온다네요. 구름은 점점 짙어지고.
구드래 조각공원을 벗어나 굿뜨래 음식 특화거리를 지나조금 더 가니 너른 잔디 밭 위에 유적 발굴터들이 보이고 구문 매표소로 이어집니다.
벽돌로 만든 길 따라 올라가는길. 숲길을 걷는 느낌이 없어 밋밋. 사자루 근처에서 비가 오기 시작. 잠시 쉬었다가 갑니다. 강줄기를 볼 수 있는 포인트.
비가 굵어집니다. 그래도 우산 쓰고 걷는데는 그닥 불편하지 않을 정도. 낙화암, 생각보다 많이 좁은 공간 - 3000 궁녀의 이야기의 신빙성이... ^^;
계단을 내려가 고란사로. 뒤쪽에 있는 약수 한 모금~
극락보전의 세 불상. 오른쪽에 있는 하얀 색 불상이 독특하네요. 백의관음, 최근에 만들어졌다네요.
천장에 달려 있는 등. 실세 서열을 알려주네요 ㅎ 대통령 - 충남지사 - 부여군수 - 국회의원 ?
나오는 길에 샛길로 가봅니다. 곳곳에 '사비성길' 푯말이 있네요. 이전에 둘레길처럼 만들어 놓았다가, 이제는 출입구를 만들어 관람료를 받으면서 사용하지 않나봅니다. 포장길이 아니라 흙길로 되어서 걷기 좋은데... 아쉽네요.
나올 때는 정문으로.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36wZDwuLYvHsgXgbaHnsFXGuQ7GJUHY3uZToLFU4hn4mhNovFmNwkYjbfeusGtD7Dl : 낙화암
비가 잦아듭니다. 천천히 정림사지로. 백제문화제 공연 준비가 한창.
5층석탑, 사진으로만 봐서 그런지 크기에 깜놀. 찾아보니 8m가 넘네요. 그런데 크기에 비해 소박하게 다가옵니다. 별로 장식도 없는 것 같은데 아름답고... '꾸안꾸'랄까.
탑신, 같은 모양의 돌을 쌓은 게 아니라, 다른 형태의 돌을 블록처럼 맞춰 정사각형을 만든 것처럼 보입니다. 대칭을 깬 모습이 새롭네요.
옥개석, 네 귀퉁이가 살짝 올라가게 마무리, 그래서일까요, 육중한 돌탑이 가볍게 점프하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것은 실제로 가까이 가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겠죠. 한번쯤은 실물 영접할 가치가 있는 백제의 보물입니다.
정림사지 석탑을 보고나니, TV나 사진으로만 봤던 미륵사지 석탑은 실제로 보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차를 가지고 온다면, 부여, 익산 둘러보고, 군산, 보령 들려서 1박 2일 코스 잡으면 좋겠네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 많이 걸었죠. 부여에 왔으니 연잎밥을 먹어 보기로. 크게 두 가지 종류, '연잎밥+(떡갈비 or 생선구이)'. 고기 나오는 집으로.
찾아가는 길 옆으로 보이는 고개 숙인 벼들. 초록잎과 황토빛 나락이 어우러져 땅을 아름답게 색칠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짠 카펫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cdanx1oCK8LqsjhBHWKuSJDS2ggKiXUKaLnioMaD4DrrVS7rMxXp52ww1JZBJhVyl : 정림사지
연잎밥, 아페타이저로 나온 전이 너무 예쁘네요 - 연잎 닮은 초록 부침 위에 올라간 흰 연근의 콜라보. 반찬들이 줄지어 상에 깔리고. 드디어 주인공 연잎밥 등장.
찰진 밥과 맛난 떡갈비, 그리고 상 가득한 반찬들로, 오전 내내 걷느라 비워진 배를 채웁니다. 담백한 나물들이 입맛을 거드네요 ^^ 거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냠냠. 빈 접시들이 왠지 뿌듯 ㅎ
이곳 음악은 6070의 올드 팝과 가요.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부여에서 들은 음악들이 옛날 멜로디네요.
에너지 충전했으니, 남은 일정을 걸어야겠죠. 아침 예보에서 두어 시간 올 거라는 비는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궁남지. 서동공원쪽에서 들어갑니다. 조각처럼 만들어진 연못이 길을 안내하네요.
비가 와서 그런지 차분하고 우아하게 보이는 연못, 길 위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오리들. 정글 같은 키다리 연잎. 연못을 카페트처럼 덮은 초록 수생식물, 그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미는 꽃들. 꽃무릇(상사화)와 버드나무, 비오는 날 그리움 가득.
비오는 날 분수를 품은 호수와 그 가운데 정자. 녹색 캔버스에 그려진 추상화 같은 연못. 물을 캔버스 삼아 추상화 도형처럼 놓여진 연잎...
지금도 이렇게 멋진데, 연꽃이 활짝 피는 여름은 어떨까 상상을 해봅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8wYFRafXiB9uTvGayFGoY6JVf7ztWdXivDbvtjhoBDfZ5fERx8DWp9UtmZtHUSBHl : 궁남지
궁남지 주차장 쪽으로 나와 버스 터미널 가는길. 군청로타리에서 신동엽 시인 집터로. 성당 담에는 시인의 시들이 걸려 있습니다.
초가집을 복원해 놓고, 그 뒤로 신동엽 문학관을 잘 꾸며 놓았습니다.
보령 가는 17:35 버스 타기 위해 터미널로. 버스표, 좌석 번호가 없네요. 옛날 시외버스 생각이 납니다.
기다리다 보니 해가 나기 시작. 백마강 쪽으로 무지개가 펼쳐집니다. 잘가라고 배웅해 주나 봅니다.
버스가 들어옵니다. 자리에 가서 앉아 있으니, 기사님이 뒤에서부터 차표를 잘라 가네요.
출발, 백제교 건너 쌩쌩 달려 40번 국도를 타고 외산 거쳐 노을지는 하늘 아래 고개 넘어 어둑해져 보령 도착.
근처 이마트에서 내일 먹을 과일 사고, 100번 버스 타고 대천 해수욕장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찾아가는 해변. 이쪽은 불야성, 가게에서 나오는 노래도 아이돌. 부여에서 보령, 과거에서 현대로 시간 여행 느낌?
고즈넉한 밤바다, 파도가 사르르 쓰러지며 내는 소리가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네요.
해변은 불꽃놀이로 한바탕 요란한 소란 ^^;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2xcJiq1XhKguJgbcuf8Q2C3gb4LJdUSZSqPDZnGaYZL2TKMffdb7V1QHSbAveVJDGl : 대천 밤바다
체크인. 씻고 하루를 마무리~
# 10월 4일 (쇠)
기지개 켭니다. 창문을 열어 보니 맑은 하늘. 날씨는 조금 쌀쌀하고. 걷기 좋겠네요 ^^
어제 사온 우유와 바나나, 키위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출발.
다시 찾은 해변, 밤과는 다른 느낌. 가슴이 트이는 물 빠진 해변, 모래에 그림을 그리며 남아있는 물, 한가롭게 찰랑거리는 파도, 썰물이 남기고 간 모래 위 지문... 맑은 햇살 아래 눈과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네요.
징검다리 휴일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넓은 해변을 노닙니다.
직관적인 경찰서 이름, 예쁘게 형상화한 해수욕장 표시도 잠시 눈길을 끄네요.
모래, 물, 바위, 바다, 섬이 펼쳐지는 풍경에 잠시 멈추게 됩니다.
해변 끝자락에 들어서 짚라인과 스카이 바이크 시설물. 경치를 가로 막네요.
줄에 매달려 내려가는 사람들의 환호성, 길이가 조금 짧게 느껴지겠네요.
해안길을 한 구비 돌자 보이는 항구쪽 풍경, 아침 일을 마친 배들이 집으로 돌아가나 봅니다.
페달을 밟아 레일 위를 느릿느릿 가는 스카이 바이크, 함께 온 사람들의 경주, 앞에 가는 차에 추돌. 깔깔대는 어르신들 ㅎ
대천항, 북적이는 수산시장. 규모가 꽤 크네요.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fAb8M4xijStJbC8CwyD5nym3uxrwbZgSiaJyYfAaPN72yr6uatTw2FZ4iJdLLC4Rl : 대천해수욕장~대천항
항구를 벗어나서 찻길따라 갑니다. 길 옆 공터에는 배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을 두는 비닐하우스가 배 이름을 문패 삼아 이어져 있습니다.
그 풍경이 지나자, 녹슬은 닻들과 어망들이 쌓여 있는 곳들이 나타나고. 자신들 할 일을 마치고 은퇴한 것일까요?
길 왼쪽에는 바다로 이어진 갯벌, 오른쪽에는 '귀촌 & 갯벌 체험' 지원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뻘에 점점이 흩어진 사람들, 뻘에서 나와 모은 조개를 수조에서 씻고 있는 사람들, 아이들의 즐거운 소리가 들려오네요.
포토존, 쇠를 구부려 허공에 그린 얼굴 옆 모습.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녹슨 빛깔이 대비를 이루며 아름답게 서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 그려진 바퀴자국, 차를 타고 저멀리까지 가서 작업을 한 흔적, 자연에 새겨져 작품이 되네요.
대천2교가 가까워지면서, 물 흔적이 좁아집니다. 대천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
물빠진 곳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 큰 다리 옆에서 앙증맞습니다.
길 오른편, 산에 기댄 마을과 논이 햇빛에 반짝입니다.
커다란 뱀이 구불구불 뭍을 찾아 기어가는 듯한 대천천 물길 곁, 두 강태공이 한가로운 가을 오후를 낚고 있네요.
물에서 멀어지는 길따라 펼쳐진 논, 트랙터가 벼들을 쓰러뜨리며 낱알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천역이 저너머로 보이고, 기차들이 종종 다리를 건너 오갑니다.
맑은 가을 햇살 아래 선선한 바람 맞으며 걷던 일정이 끝나고, 배가 고파집니다. 보령터미널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백반 먹고 역으로.
역이 가까워지면서 들리는음악소리, 아마추어 금관악기 밴드가 썰렁할 수 있는 역 주위를 즐겁게 채웁니다.
플랫폼. 철길 따라 보이는 연노랑초록 논과 물길, 주위의 산들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도 뷰맛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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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29y4NTcEW81PEc3XGj5GH9MR8uP6ANe4xMgVxGDQpATkVxyVeJJPrTaS7x977xtsul : 대천항~남대천교~대천역
기차 도착, 자리 잡고 창밖 풍경보면서 집으로 가는길. 시간이 없어 가지 못한 청소역이 아기자기한 모습이 뒤로 지나가네요.
광천, 홍성, 삽교, 예산, 아산, 천안, ... 지하철도 보이고 낯익은 지명과 풍경들, 여행이 끝나가네요. 해질녘 한강을 지나 용산역, 마침표.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pfbid027Dinwv5Kde2EwVGPhM5Zm6DzYa6NiK4zLBnbxTpE4vUQTSwk9APExKB32nUm7CSkl :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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