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였던 것 같네요. 토요일 아침 감사성찬례 후 애찬 시간에 집례를 한 신분님과 마주 앉게 되었습니다.
영성체 시간에 포도주 잔 안에 면병에서 떼어 낸 작은 조각이 떠 있던 모습이 생각나서 그 의미를 물어봅니다.
나 : 잔 안의 작은 조각,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신부님 : 신성과 인성의 결합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 : 무엇이 신성이고 인성인가요? 포도주, 빵 조각?
신부님도 헷갈리는지 잠시 생각 모드로... 그러다가 명료한 결론 없이 마무리.
혼자 생각 - 이원론적으로 보면 (속죄하는 피를 상징하는)포도주가 신성, (몸을 뜻하는)면병이 인성일 것도 같은데, 아닌감?
얼마 전 성공회신문 959호에서 글을 하나 보았습니다 - '물을 섞은 포도주, 잔에 넣은 성체 조각'
☞ https://www.skh.or.kr/403 -> 7쪽
걸쭉하고 도수가 높은 포도주에 물을 섞어 먹는 것은 그리스 사람들의 습관이었는데, 로마 사람들이 제국 안에 퍼뜨렸고, 유대인들도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4세기에 와서 그리스도의 인성(물)과 신성(포도주)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했다네요 - 분리되지 않고 하나됨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바트 어만, 갈라파고스)에 보면,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공인된 후(313년), 공의회에서 예수의 본성에 대해 치열한 신학논쟁이 벌어지는데, 인성과 신성이 중요한 주제가 되죠. 결국 예수가 동시에 인간이자 신이라는 주장이 이기고 니케아신경으로 완성(?)됩니다.
☞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174 : 우리 시대, 예수의 부활 혹은 '재맥락화'
☞ http://www.vop.co.kr/A00000970198.html : 벽촌출신의 예언자가 신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
성체 조각을 포도주에 넣는 것은, 2세기 초에 한 교구의 주교가 축성한 성체 조각을 다른 교구에 건네 주면 이를 성찬례 때 새로 축성한 성체와 함께 먹는 관습이 있었는데, 교회가 서로 연결된다는 일치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발전해서 주교가 축성한 성체 조각을 지역교회의 성직자가 함께 나누고.
세월이 흘러 매일 성찬례하는 관습이 생긴 다음에는, 오늘 축성한 빵의 일부를 남겨서 다음날 새로 축성한 것과 함께 사용함으로써 성찬례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상징으로도 쓰였다네요.
공간에서 시작해서 시간까지 확장된 멋진 전통입니다 ^^
읽으면서, 애찬 시간의 문답이 생각났고, 그 신부님이 헷갈렸던 부분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유레카! 두 개의 전례가 하나로 섞이면서 꼬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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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