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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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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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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08:11

바람소리에 눈을 뜹니다. 아직 날을 어둡고. 안에서 이렇게 들리는데 밖은 어떨까? 오늘도 눈이 온다고 하던데.
더 잠자기는 어려울 것 같고... 어제 읽던 '냉정과 열정 사이'를 마저 읽습니다.
10년 후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기억하고, 7년간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다는 설정, 낭만적이죠. 그 '애틋한' 재회 이후 3일 간 함께 있다가 다시 헤어집니다. 남자 주인공의 마음은 표현되었는데 상대 여자의 마음은 써 있지 않습니다. 후기를 읽어보니 지금 읽은 책은 츠지 히토나리가 남자 주인공(쥰세이)의 이야기를, 같은 제목으로 에쿠니 가오리는 여자 주인공(아오이)의 이야기를 썼다네요. 한권 더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궁금하기는 합니다 ( 여행에서 돌아와 읽었는데, 아오이의 성격과 행동은 '화성남'이 이해하기에는 힘드네요 ^^; ). 각자의 길을 가는 결말, 어쩌면 아오이와 쥰세이 모두 7년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이별을 마무리하는 여행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날이 조금씩 밝아옵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니 구름 사이로 햇빛이 있습니다. 눈은 오지 않을 것 같고 하지만 바람은 여전합니다.
잠시 후 밥 먹으로 내려오라는 기별. 자기 주전자와 찻잔, 수저 받침, 반찬 그릇, 순두부찌개와 밥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 맛도 기분도 지난 번처럼 여전하네요 ^^ 김동률님의 노래가 더 마음을 경쾌하게 해줍니다.
http://ya-n-ds.tistory.com/2934 ( 올레 16코스 : 고내~광령 )

 

수원에서 왔다는, 친구가 '하마'에 꼭 가봐야한다고 해서 왔다는 게스트도 만족하나 봅니다.

길 가다가 먹어볼 만한 곳을 메모. 냉장고에 하마가 추천하는 근처 맛집이 있습니다. 애월쪽 가게가 눈에 들어옵니다.
- 애월튀김간, 숙이네 보리빵

 

나중에 이 근처 와서 식사할 만한 곳도 체크, 게스트하우스 쥔장의 추천은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
- 곤밥보리밥, 화연이네(가정식백반), 광평도새기(근고기), 메리앤폴(흑돼지 돈까스)

 

짐싸고 '하마'와 안녕. 고내포구, 바람에 파도가 높습니다. 무인카페 '산책', 은은한 음악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벽을 메운 포스트잇에 남겨진 사람들의 자취. 창밖으로 바다를 보면 잠시 차 한잔 하면 좋은 공간입니다.
바다보며 길을 갑니다. '바람 불어 좋은날'이라고 할까요? 뭍을 향해 밀려오는 파도가 멋지네요. 애월항은 진입로 공사중 - 이름과 달리 삭막함은 어쩔 수 없겠네요. 항구 지나서 단지를 조성하는지 올레길 우회표시가 있습니다. 그래도 바닷가로 고고. 원래는 애월-한담 산책길이었는데 공사중이라서 바다만 보고 걸어야 할 듯.


이쪽은 파도가 더 높아 바라봄이 더 좋네요. 바다 가운에 있는 등대에 부딪히는 파도,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네요. 해안가 바위에 앉아 쉬는 갈매기, 가끔씩 하늘로 날아 바람을 탑니다. 마을쪽 방파제 뒤의 잔잔한 물가에서 헤엄쳐 다니는 오리들의 평온한 모습은 조금 떨어진 곳의 흰 파도와 대비가 되네요 ㅎ 파도 너머 바다 위 흰구름도 아름답고요.

 

한담, 하쿠나에서 여기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바다쪽 경치는 짱, 하지만 자꾸 늘어나는 건물들이 풍광을 어지럽힙니다. 봄날 카페, 바다에 가까이 붙어 가장 핫한 곳에 자리잡았는데, 담장 쳐진 마당쪽에 들어가려면 음료수 주문을 해야 합니다. 입구를 막고 있는 모습이 유료 주차장 느낌 ^^;
한담에서 곽지과물까지 이어지는 한담해안 산책로. 돌과 바다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면 설렁설렁 쉬엄쉬엄 걸어갑니다.
곽지과물 해변, 바람에 모래가 날립니다. 올레20코스(김녕~세화) 걸을 때 생각이 납니다. 그때 만났던 길동무가 떠오르네요 ㅎ
http://ya-n-ds.tistory.com/2807

 

곽지과물 해변 끝에서 금성리로 넘어갑니다. 마을길, 집들이 바람을 막아줍니다. 바다가 보이는 정자 옆에 올레길 중간스탬프. 잠시 쉬어가라네요.

귀덕리 근처의 공터에 마련된 마을 쉼터, 엉덩이 모양의 돌 의자, 만든 사람의 유머 감각이 대단합니다 ^^ 지금은 거북등대가 있지만 옛날에 불을 밝혔던 도대불.


귀덕리, 제주도 바람신인 영등할망이 제주도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아래 기사와는 조금 다르네요). 할망과 함께하는(보좌하는) 다른신들 얘기도 재미있습니다 - 영등하르방, 영등대왕, 영등우장, 영등호장, ...
http://hankookilbo.com/v/5190f181dd91425ab81c1bac200e30c9 : 바람의 신 '영등할망'을 아시나요?

 

귀덕리 공원을 빠져나오면 한림해안로를 따라 올레길이 이어집니다. 날씨가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 종잡을 수 없네요 ^^; 그래도 심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ㅎ
밭에서 브로콜리를 따고 있는 삼춘, 브로콜리가 배추잎 비슷한 것 안에 들어있네요. 가운데 부분만 쏙 잘라냅니다. 찾아보니 배추와 친척이고 먹는 부분은 꽃 부분이라네요. 신기~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던 곳에 자리잡은 '바다의술책(바닷가책방)', 서점과 카페가 함께 있습니다. '술책'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작은 동네책방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 요즘 알려지기 시작한 '북소믈리에', '독서주치의' 같은 역할을 한림쪽에서 해주면 좋을 듯.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7145 : 퇴근길 골목에서 책 한잔 하실래요?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8446 : 단 한 명을 위한 '독서 주치의'

 

어느덧 수원리, 해안에서 너른 밭이 있는 길로 들어섭니다. 저멀리 15-A코스와 나누어지는 곳이 보이네요. 대부분 밭은 수확을 끝내고 다음에 씨앗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숨을 돌리고 있는 듯.
버스정류장 근처의 수원초등학교. 제주의 학교들보면 어디나 큰 나무들이 있어 좋습니다. 버스 기다리며 베캠길동무에게 문자로 저녁에 김치찌개 먹을 만한 곳을 물어봅니다. 어제 얘기했던 '돼지구이연구소' 좋다고 하네요, 레인보우 게스트하우스와도 가깝다고.
6시쯤 동문시장 근처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202번 버스가 만원입니다. 버스를 타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점점 힘들어질 듯.

 

제주오일장에 들릅니다. 시간이 제법 늦었는데도 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알록달록 파프리카를 파는 곳도 여전하고. 땅꼬분식 쌀떡볶이, 이전만큼 쫄깃한 맛이 없네요 ^^; 그리고 떡볶이, 튀김, 도너츠를 파는 곳이 많이 늘었습니다, 골라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네요. 호떡 파는 곳도 많이 생겼는데, 동문시장보다 비쌉니다.

 

시장의 에너지를 받고 나서 동문시장으로. 가는 도중 레인보우 예약. 약속 시간까지 1시간 이상 남아서 동문시장에 잠시 들러 구경. 설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동태포를 뜨는 사람이 많습니다. 회뜬 후 머리와 뼈만 남은 대방어도 보이고. 조금 피곤해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놓아두기로. 베캠길동무에게는 식당 근처에서 보자고 문자 보냅니다.
중앙로를 따라서 시청 방향으로 가다가 삼성혈 근처의 골목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깔끔한 1층 공용공간, 마음에 듭니다. 계산하고 방을 안내 받고 짐 풀고 기다리는 동안 컴퓨터로 사진 정리. 6시 넘어서 전화가 옵니다. 게스트하우스 앞이라고.

 

함께 '돼지구이연구소'를 찾아갑니다. 제주에 와서 방 구하는 동안 2주 정도 레인보우에서 생활했던 길동무는 방과 스태프에 대해 물어봅니다.

가는 도중에 골목에 있는 보성시장. 크기도 작고 이전에 동네에 있던 시장 느낌입니다. 주전부리 사먹을 만한 곳도 있고 괜찮네요.

 

돼지구이연구소, 광양초등학교 근처입니다. 메뉴는 딱 두 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 믿음이 갑니다. 찌개는 1인분도 되는데, 볶음은 2인분부터.
김치찌개 2인분, 양이 꽤 많습니다. 라면사리도 넣고 보글보글. 사진도 찰칵. 안에 들어있는 돼지고기, 양도 많고 맛도 좋고 ^^

 

소화시킬 겸해서 산책. 길동무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을 알려준다고 데려갑니다. 이름도 마음에 듭니다 '책밭서점', 서점이 없으면 더 좋을 듯 ㅎ
제주도에서 그나마 동네 책방들이 유지되는 것은, 비싼 배송비가 한몫 한다네요. 물론 쥔장의 '고집' 또는 '철학'도 있겠고.
http://www.hankookilbo.com/v/1c23cdc77fde40579b066704036413d0 : 제주도에 올레길만 있나요? 이색서점 열전

 

디저트로 빵이 먹고 싶어 길동무에게 근처에 동네 빵집 괜찮은 곳을 물어봅니다. 잠시 생각하더니 광양사거리에서 버스터미널쪽으로 걸어갑니다, 광양교도 건너고.
'행복빵집', 수더분한 가게. 간판에는 영어로 'Happiness'라고 써져 있습니다 ㅋ '주먹빵'이 눈에 띕니다. 길동무가 맛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값이 올랐다고. 한 개에 1000원. 두 개 사서 하나씩 맛봅니다. 모양과 크기가 올레꿀빵 비슷한데 덜 달아 안에서 씹히는 재료들의 맛이 더 잘 느껴집니다. 이거 좋네요!

 

탑동에 있는, 동네 빵집은 아닌데 빵 종류가 많은 곳이 있다고 거기 가보자고 합니다. 서사라사거리에서 바다쪽으로 우회전, 가다가 보니 맞은편에 효퇴국수국밥 상호가 보입니다. 저기도 제주도민들의 맛집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다른 곳보다 돼지 냄새가 약간 더 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중간중간 마주치는 가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 다 기억은 하지 못하겠고. 어느덧 관덕정쪽으로 해서 탑동까지.

 

마트로 옆, Antoinette, 럭셔리한 카페네요. 벽에 커다란 앙투아네트의 그림이 있고 그 아래 계단식 공간은 쿠션에 기대어 빵과 음료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와우.
빵은 대부분 다 팔려서 진열대가 많이 비었습니다. 크림치즈가 들어 있는 '모찌모찌' 하나 사서 반씩 나눠 먹습니다. 빵은 쫄깃, 크림치즈는 부드럽고 은은하게 달콤~

 

칠성로 패션거리와 동문시장을 거쳐서 게스트하우스로. 눈이 조금씩 오네요. 그래서 더 기분좋은 밤. 레인보우까지 바래다 주고서 길동무가 집으로 가네요.

 

씻고 잠시 2층 공용공간으로. 만화책이 벽에 가득합니다. 녹차 마시면서 몇 권 읽다가 잠자러 방으로.
침대 둘러보다가 꼬마전등 발견. 숙박업소 형태의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의 편리성 하나는 침대마다 커튼이 있고 침대 옆에 개인전등이 있다는 점입니다. 방해를 덜 주고 덜 받고. 가정집 형태의 게스트하우스는 그런 것이 있으면 조금 어색할 것 같기도 합니다.

 

제주 여행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 이렇게 즐거운, 뜻밖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쉬움을 덜어내며 내일을 위해 Zzz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624934410907648 : 15-B 코스, 제주시 동쪽

 

 

p.s. 일곱째날 보기;
http://ya-n-ds.tistory.com/3043 ( 집으로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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