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우는 소리에 깹니다. 어제 숙취(?) 때문일까, 조금 피곤 ^^;
바깥에 나가보니 듬성듬성 찍혀 있는 구름과 밝아오는 햇빛이 만나 핑크빛 아침을 열고 있습니다. 흐릴 수 있지만 걷는 데는 지장 없을 듯.
어제 아주머니가 알려준 곳에 가서 아침 식사. 냉장고에 있는 식빵과 잼을 꺼냅니다. 귤잼과 하귤잼이라고 이름표가 붙은 것, 비쥬얼이 별로입니다 - 먹어도 될까? ^^; 빵구워 발라 먹으니 괜찮네요. 커피는 믹스 커피뿐, 달달하게 먹어봅니다. 라면도 하나 끓입니다.
출발. 한림여중의 정문, 돌을 쌓아 기둥을 만들어 놓은 정문과 낮은 돌담이 보기에 좋습니다.
한림항. 조업 준비를 하기 위해 그물을 손질하고 배에 싣는 모습 - 일터입니다. 20일(금)~22일(일)에 열리는 수산물 축제 행사 준비로 텐트가 세워지고 바쁘네요.
한수리 바닷가의 나무 솟대. 새들이 앉아 있으면 묘한 느낌이 듭니다. 용천수 체험 안내판이 있습니다. 남탕과 여탕의 지붕이 다릅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에 보면 제주도에서는 여탕은 크고 지붕이 있는데 남탕은 작고 지붕이 없었다고 하네요.
수원리에서는 밭들을 보면서 길을 갑니다. 밭돌담 너머 저멀리 비양도가 신비롭습니다. 마을길 담자에는 그림을 그려 포토존을 만들어 놓은 곳이 있습니다. 지방이 그렇듯이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을씨년스럽습니다.
귀덕리로 가기 위해 건너는 찻길, 바람에 남쪽으로 머리카락이 날리는 듯한 나무 가로수들이 재미있습니다.
바닷가를 바라볼 만한 곳 앞에는 으레 건물이 들어서 있거나 공사 중입니다 ^^; 돌담을 의지해서 핀 작은 꽃들은 장신구가 됩니다.
저멀리 구름 아래로 한라산 능선들과 그 앞의 오름들이 아름다운 몸매를 살짝 드러내네요.
오늘 풍경의 주인공은 억새인 것 같습니다. 바람에 맞추 춤추며 곳곳에 은빛을 뿌립니다. 구름도 조금씩 걷히면서 반짝임까지 더합니다. 버들강아지는 좀더 낮은 곳에서 백댄서가 됩니다.
성로동 들어가는 곳에 어르신 한분이 서 있습니다. 밭에 심겨진 작물에 대해 물어봅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데 육지에서 일종의 건강쥬스나 즙으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한다고 하네요.
버스노선이 바뀌어서 언제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할 지 모르겠다고 일단 기다리고 계시네요, 한림오일장에 간다고 하시면서.
이장님들이, 지난 8월에 바뀌 마을의 버스시간표를 출력해서 한장씩 나누어 드려야 할 듯, 스마트폰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성로동을 나와서 찻길을 건너 금성리 방향으로. 밭길이 이어집니다. 멀리 보이는 기와집 건물들, 뭐지? 선운정사에 다다릅니다. 자비도량인데, LED로 곳곳을 장식해 놓았습니다. 밤에는 찬란할 수 있겠는데, 도량으로서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지 않을까요? 뒤편에 반질반질한 돌로 만들어 놓은 정자도 주변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빵 하나 꺼내서 당을 보충하고 길을 이어갑니다.
버들못농로, 걷기에 좋은 숲길 느낌이 납니다. 노지귤들이 익어갑니다. 열매가 뭉텅이로 달려있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나무 사이로 철로처럼 레일을 깐 농장도 있네요. 기구나 귤을 운반하기 쉽게 하려나 봅니다. 키위를 재배하는 곳은 그물같은 망으로 쳐 놓았습니다. 새들을 막으려고 하는 걸까요?
탐스럽게 노랗게 익은 귤을 사사 하나 맛보고 싶은데 주인이 없네요.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 남읍 들어가는 길의 한일식당, 설렁탕. 먼저 국물 처음의 담백함과 뒤의 진함이 있네요. 건더기들로 씹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아삭함이 살아있는 신김치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고 다시 국물과 고기를 리플레이. 든든한 한끼 식사였습니다.
금산공원, 남읍 난대림 지대. 오름과 곶자왈에서 봤던 원시림을 느끼게 해줍니다. 바닥의 검은 돌에 낀 이끼는 숲의 깊이를 더하네요.
정상에 있는 전통 가옥 모양의 포제단. 남자들이 유교식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남읍을 빠져나가기 전, 참새 소리가 꽉 채우고 있습니다. 전선에 엄청 많이 모여있습니다. 그 근처의 나뭇가지 사이에도 있다가 날아오릅니다.
남읍리다가구주택 정류장. 그 옆에 말 그대로 다가구주택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주도에서는 아파트 같은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건물은 읍에서는 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찻길 따라가다 보니 금산마을 근처에 '4.3유성' 유적지 표시가 있습니다. 토벌대들 편에 선 마을 사람들의 흔적, 4.3의 또다른 아픔일 겁니다.
고내봉 가기 전의 백일홍길, 과오름 둘레길,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네요. 억새, 버들강아지, 이름 모를 들꽃들이 가을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고내봉 입구에서 잠시 더럭분굘르 보기 위해 하가리 방향으로. 모 휴대폰 광고에 나왔죠. 그 이후 전국 초등학교들의 '알롤달록' 레퍼런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들 학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교 가장자리로 탐방로를 설치했습니다. 오후 6시까지는 그 안으로 들어오지 말아달라는 알림말과 함께.
수업은 다 끝났는지 운동장에서 공놀이 하는 아이들, 무리를 지어 오카리나 연습을 하는 아이들, 컴퓨터 앞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아이들... 학원이 없는 초등학교 생활 누릴 수 있기를 잠시 바랐습니다.
고내봉. 정상으로 가는 길도 올레길에 포함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덧 고내리 정류장, 포구까지 이어지는 길도 운치 있는 밭길로 연결됩니다. 스탬프 찍고 잠잘 곳으로.
하쿠나마타타, 깔끔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네요. 테라스와 건물 안의 인테리어로 쥔장의 취향을 조금 알 수 있겠네요. 샤워실과 화장실을 문으로 나누어 놓은 것도 좋습니다.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일몰. 구름 안에서 주위를 붉게 물들이다가 잠시 얼굴을 내밀고 다시 구름 속으로.
공용공간에 붙어있는 근처 추천 맛집. '애월 튀김간'과 그 옆에 있다는 '숙이네 보리빵'에 눈이 갑니다. 애월 갈 기회 있으면 가봐야겠네요.
'광평 도새기' - 근고기가 25,000원 정도라네요.
많이 걸었는지 피곤해서 8시쯤 GG
p.s. 15코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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