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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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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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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01:08

아침에 눈이 떠집니다. 휴게실에 나가니 한 게스트가 벌써 옷을 입고 나가려고 합니다, 해를 보기 위해서. 하모 해변쪽으로 간다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죠.

 

조금 더 있다가 아침 항구의 경치를 보러 나갑니다. 게스트하우스가 모슬포항 바로 앞이라서 좋네요 ㅎㅎ
바다쪽에 구름인지 안개인지 두터워 바다 위 일출은 힘들 듯. 물빠진 얕은 곳에서 손가락 크기만한 물고기들이 은빛을 내며 하늘로 다이빙 합니다.
물새들은 여유롭게 물위를 산책하고 있고, 일 나가는 배는 방파제 끝에 서 있는 등대 사이를 지나 바다로 달려갑니다. 바다는 잔잔해서 가파도 갈 수 있을 듯 ^^

 

담배 한대로 아침을 시작하는 아저씨들이 눈에 띄네요. 홍콩 룸메이트는 바다를 향해 태극권 같은 자세로 바다의 기운을 한껏 마시고 있습니다.
건물 사이로 뜨는 붉은 태양. 이렇게라도 일출을 봅니다. 뿌옇던 하늘은 서서히 파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날씨 좋겠네요.

 

식사 전까지 책꽂이에 있는 '식탁 위의 세상'(켈시 티머먼, 부키)을 읽습니다. '칼로리의 유엔'이라고 표현한 냉장고 속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음식 재료들, 그리고 하루 종일 마시는 커피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쓰게 되었다네요.
글쓴이의 호기심은, 이 책 전에 이미, '윤리적 소비를 말한다'(켈시 티머먼, 소울메이트)에서 옷에 대한 추적을 했었네요. 영어 제목으로는 각각 'What am I eating?'과 'What am I wearing?' 읽어 볼 만한 책이 생겼습니다.

 

휴게실 공간에 'Holland'라는 글자가 새겨진 소품. 스태프 말로는 사장님 남편이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길 건너에 있는 봄꽃 게스트하우스는 쥔 아저씨가 영국 사람이었는데. 모슬포가 다문화 지역이네요.
아들이 있는데 멋지게 생겼다고. 봄꽃의 딸도 인형같았죠. '융합'은 '걸작'을 잉태하나 봅니다 ㅎㅎ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차려낸 식탁. 카레, 미역국, 잡채, 멸치조림, 그리고 다른 밑반찬들. '이렇게 매일 만들면 힘들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구요. 그래도 게스트들이 밥심으로 여행하라고 빵 대신 이렇게 차립니다'라고 대답합니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311439332257159&set=pcb.1311439948923764&type=3&theater

 

미역국은 다른 재료 없이 간만 했는데 맛있습니다. 통영 슬로비에서 먹었던 미역국 먹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http://ya-n-ds.tistory.com/2638 ( 통영 )

 

카레, 잡채, 미역국 한번씩 더 가져다 먹고 Clear~ 원두커피로 디저트까지 아주 흡족한 아침이었습니다.

 

이제 짐 싸서 서둘러 배타러 갑니다. 어짜피 버스타려면 게스트하우스쪽으로 와야 하니까 배낭은 놓고 가도 된다고 하네요.
가볍게 여객선 터미널로. 걸어서 10분 정도. 8시 25분쯤 도착했는데 9시 배가 두 자리만 남았습니다. 청보리 시즌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몰리나 봅니다. 룸메이트와 함께 아슬아슬하게 탈 수 있네요 ^^ 이제는 길동무로.
길동무는 9시 배로 가파도 가서 11시 25분 배로 나오고, 다시 12시 30분에 마라도 갔다가 오후 2시 30분에 나올 계획입니다.

 

배낭 안에 올레길 스탬프북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게스트하우스로 갑니다. 가는 도중 아침 먹을 때 가파도 얘기 나와서 간다고 했던 두 여자 게스트를 만납니다. 9시 자리는 없고 11시 자리 있으니 가서 미리 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기다리다가 타는 게 좋다고 알려줍니다.

 

드디어 출발. 어제 배 위에서 만나기로 했던 두 아주머니는 안보이네요. 시간에 맞춰 왔으면 표를 사지 못했겠네요.
하얀 발자국을 찍으면서 배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멀어지는 모슬봉과, 서로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겹쳐지는 산방산, 단산, 송악산은, 지난 번 마라도 갈 때 느꼈던 것처럼 항상 '정답'입니다.
먼저 풍력발전기 두 개가 보이고 그 다음에 초록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15분 정도 후에 도착. 선착장 방파제 근처에는 이미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있네요.

 

시작 스탬프 찍는데 알리는 글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 '10-1 코스는 짧아서 중간 스탬프가 없습니다. 자꾸 전화주시는데 이러시면 안되염~'
상동포구, 해물 메뉴를 건 음식점과 주전부리를 파는 가판이 사람들을 부릅니다. 자전거 빌려주는 곳도 있고.

 

파란색 화살표 따라갑니다. 이름모를 풀이 담곁에 봉오리를 오무리고 있네요. 섬 가운데로 난 길, 집들 중에 담을 조개, 소라, 전복 껍데기로 꾸며 놓은 집들이 보입니다.
조금 더 가니 드디어 초록 보리밭이 펼쳐집니다. 사진기를 눌러대며 기분좋게 올라갑니다. 이삭들이 많이 패어 있습니다. 여기가 더 따뜻하고 햇빛을 많이 받아서 일까요. 14코스 보리밭은 아직 이삭이 거의 없었죠.
'가파초록', '가파그린', 뭐 이런 단어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ㅋ 앞에 보이는 두 개의 '바람개비'는 바람이 없어 멈춰 있습니다. 바람 없는 맑은 4월 둘째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04350279632731 : 가파도는 초록빛

 

올레길 표시.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정방향과 역방향이 안 맞는 듯. 보리밭에 홀려서 넋 놓고 건느라 중간에 길을 잘못 따라 온 듯 ^^;
못 간 길은 나중에 걷기로 하고 그냥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가기로. 북서쪽 해안. 손에 잡힐 듯이 보이는 송악산과 산방산 그리고 단산. 가시거리가 좋으면, 한라산, 군산까지도 보인다고.
해안길을 따라 가니 왼쪽에 포크레인이 흙을 옮기고 있습니다. 뭔가 큰 공사를 하는 듯.

 

하동포구가 보입니다. 하룻밤 자려고 몇 번 전화했지만 항상 방이 없었던 정철 게스트하우스. 돌로 쌓은 담, 돌과 전복 껍데기을 붙여 장식한 집 벽, 마당에 탁자와 의자로 사용하는 돌. 여기서 자고 일어나 아침 바다를 보면 기분 짱이겠네요. 돌담에 만들어 놓은 구멍으로 방파제와 등대가 보이고.

 

종착 스탬프 꾸욱. 포구 앞 콘크리트 포장 위에는 해초를 말리고 있습니다. 포구 한쪽 간이 건물 식당에서 가파도맛을 즐기는 사람들.

 

섬 가운뎃길 따라 올라갑니다. 유채꽃 무리 뒤로 보이는 교회, 검은 현무암 담과 벽의 보건진료소, 넓은 운동장에 예쁘게 칠해진 가파초등학교. 태고종의 대원사, 평범한 기와집, 오히려 친근합니다. 만약 작은 섬에 큰 절 건물이 있었다면? 갑자기 곡물 냄새가 확 풍기는데 보리도정공장이 있습니다.

 

올레길 표시가 나타납니다. 아까 놓쳤던 길을 가기 위해 이번에는 역방향으로. 서쪽 해안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니 저 멀리 지나가는 배가 보입니다. 보리밭의 초록 뒤로 보이는 푸은 바다. 4월의 가파도는 '항상 옳다'고 해야 할까요 ^^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낮게 자라는 소나무, 저만치 보이는 마라도. 보리밭길에서 다시 한번 길을 놓칩니다. 굳이 올레길이 아니더라도 '길없는 길'을 가면 되는 거겠죠 ㅋ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흙길을 밟으며 상동포구 쪽으로. 청보리 사이에 뿌리 내린 보랏빛 야생화. 보리밭 사이에 '독야록록' 채소밭. 해안도로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도는 사람들이 꽤 있네요. 멋진 바위들도 있고.
배 시간이 가까워져서 조금 서두릅니다. 선착장 가까이에 건물을 많이 짓고 있습니다. 섬걷기 시작하면서 봤던 봉오리, 2시간 남짓한 시간에 꽃을 활짝 피웠네요, 방가방가.

 

골목길 나오면서 길동무를 만납니다. 사진 찍느라 페이스가 맞지 않아 헤어졌는데, 룸메이트는 제대로 올레길을 돌았나 봅니다, 처음에는 해안길이라서 별로 였는데 보리밭에서 '와우!' 였다고.

 

해송, 억새, 유채꽃, 풍령발전기, 모슬포, 산방산, 바다, 마라도와 어울리는 청보리 변주곡을 뒤로 하고 모슬봉을 보면서 모슬포로.
점심을 먹어야겠네요. 게하 사장님이 길동무에게 점심에 회덮밥 잘 나오는 곳 있다고 알려줬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연락도 안되고.

 

어제 봤던 엄니식당에 가서 먹으려고 하는데 길동무는 배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면서 근처에서 먹는다고. 핸펀 번호 교환하고 헤어집니다.
게하에 와서 배낭을 가지고 엄니식당으로. 정식은 1인분이 안된다고. 길동무로부터 식당 찾았다고, 반찬 잘 나온다고 문자가 옵니다. 여객터미널 바로 근처의 '동성수산', 잊지 않겠네요.
터미널까지 다시 가기는 싫고, 뭘 먹지? 어제 갔던 영해식당에서 밀면? 그쪽으로 걸어가다 옥돔식당이 생각납니다.

 

자동차들이 많이 서 있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20분 정도 기다린 후 들어갑니다. 메뉴판에 옥돔은 없고 당분간 보말칼국수만 한다는 알림이 보이네요.
대장이모님의 지휘 아래 자리가 안내되고, 물 내주고, 국수 나올 때쯤 반찬이 세팅됩니다.
국물 한 수저, 고소하고 깔끔. 면의 느낌도 좋고. 유부는 얹어 놓아을까? 큼직하고 쫄깃한 보말들이 많습니다. 한달 전 우도 해광식당에서 먹었던 보말전복톳칼국수보다 더 낫네요.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서 먹어봤는데 매운 맛이 혀를 자극해 오히려 국물맛을 못 느끼게 합니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깨끗하게 비웁니다. 20분 더 기다리더라도 먹어볼 만한 맛이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311501898917569&set=pcb.1311502515584174&type=3&theater

 

702번을 타고 안덕계곡으로. 대정고등학교 앞에 해병대 부대. 어제 6시 애국가의 정체가 아닐까싶네요. 단산, 산방산이 서로 왼쪽, 오른쪽으로 위치를 바꾸며 뒤로 갑니다.
안덕계곡, 건천이 아니라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시간과 물과 돌이 만든 숨겨진 비경. 중간 중간 나무 데크로 둘러보기 쉽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찻길과 가까운 곳에 이런게 멋진 풍경이 숨겨져 있다니.
자동차가 있으면 안덕계곡 보고 군산 들러 대평리에서 식사나 차를 마시고 박수기정의 일몰을 보면 좋은 오후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다시 702번 타고 중문으로. 문자가 옵니다. 누구지? 길동무네... '뒤에 있어요' 마라도 갔다가 서귀포 가는 도중에 버스에서 만나다니. 지난번 용연에서 레슬링 아가씨를 만났던 것과 거의 비슷.
http://ya-n-ds.tistory.com/2812

 

오후에 마라도는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었다고 합니다. 오전의 가파도는 바람이 없었는데. 조금 더 태평양에 가까워서일까요. 내일은 한라산 둘레길 가볼 거라네요.
중문에서 내리면서 한번 더 작별 인사~

 

후스토리 게스트하우스. 뒤에 커다란 야자나무 정원이 있는 아담한 단층 건물. 바로 곁은 교회인데 안이 조금 특별합니다.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각, 여행객들이 다 돌아갔는지 4인실에 혼자 묵습니다. 편하네요 ^^

 

일몰을 혹시 볼 수 있을까하여 저녁 산책. 색달천을 따라 내려가는 별내린전망대을 거쳐 퍼시픽랜드, 카오카오빵집으로 해서 올레길 8코스를 찾습니다. 하이야트 호텔를 바라보며 색달해변으로.
호텔 뒤편으로 불그스름한 아우라가 저녁 해변을 신비롭게 합니다. 파도소리, 바다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무늬가 마음을 평화롭게 해줍니다.

 

돌아오는 길, 켄싱턴 리조트 쪽으로 길을 잘못 들었는데, 호텔 옆으로 잠드는 희미한 군산의 실루엣을 보게됩니다. 다시 길을 잡아 게스트하우스로.
휴게실에서 컴퓨터로 여행 정리하는데 노트북 가지고 놀던 스태프가 '티스토리 블로그 하세요'라고 묻습니다. 제주와 다른 여행글 카테고리를 알려줍니다.

 

오늘도 여유롭게, 맛있게 하루를 꽉 채웠네요. 내일은 어떤 선물('present')을 받을까요?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311507462250346 : 모슬포 아침 풍경, 안덕계곡, 중문 저녁 풍경

 

 

p.s. 전날, 다음날 보기
http://ya-n-ds.tistory.com/2824 ( 올레 14-1코스 : 저지~무릉  )
http://ya-n-ds.tistory.com/2832 ( 한라산 : 영실~어리목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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