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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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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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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00:02

눈이 떠졌는데 아직 조금 어둡습니다. 해뜨는 시각이 7시쯤이라고 했으니까, 서서히 준비하고 나가볼까요? 날씨는 좋아졌을까?
길동무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까 다리가 좀 아프다고 그냥 있겠다고 합니다.

 

일출봉 오르는 대신 광치기해변으로 걸어갑니다. 약간 싸늘한데 하늘은 맑게 개었네요. 어제의 바람과 구름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처음 올레길 시작하면서 첫째날 걸었던 광치기해변. 거무스름한 모래는 여전합니다.
검은 성산봉 옆으로 불그스름한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작은 주홍색 점이 점점 커져서 수평선 위로 머리를 내밀고 어느덧 반이 올라오고 둥근 모양으로 변하며 바다와 떨어집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276320622435697 : 일출

 

어제 우도 들어가지 못하고 성산에 머무르고, 센 바람 후에 맑아진 하늘 덕에 이런 멋진 일출을 보게 되었네요. 예측하지 못한 일들, 여행의 묘미일 수도 있겠죠.
아침 햇살을 받은 머리가 하얀 한라산이 멋집니다. 돌아오는 길. 광치기 해변도 4.3의 아픔이 있는 곳이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276337722433987 : 제주 4.3의 기억

 

돌담 게하는 조식을 제공하지 않네요. 그대신 전날 저녁에 5000원 내고 조개죽을 예약하면 아침에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차려야 해서 시간을 맞춰야 합니다. 마치 아프리카 게하가 아침에 동시에 라면을 끓이는 것과 비슷.
우도에 일찍 들어가야 해서, 시간이 맞지 않아 그냥 짐 챙겨 나옵니다. 버스정류장. 동남아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전복죽을 먹으려고 하는지 '오조 해녀의집'을 물어봅니다. 버스 타고 서너 정거장 가야 한다고 하니까 근처에서 먹으려는지 일출봉 쪽으로 식당을 찾아갑니다.

 

성산항에 8시 19분 도착, 8시 30분 배를 탑니다. 새우깡을 먹으려고 갈매기들이 따로 옵니다. 손에 있는 새우깡을 부리로 잡으려고 공중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 신기하기도 하고 새들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 모델료를 받는 거겠죠 ㅎㅎ

 

지미봉이 든든하게 서 있는 종달리와 오조리 사이의 해안, 그 뒤로 오름들과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Beautiful U-do'라고 쓰인 방파제를 옆으로 하우목동항에 들어갑니다. 올레 1-1코스 시작 스탬프가 소 조형물 옆에 있네요.
항구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스쿠터, 삼륜차 등이 많습니다. 아직 일러서 그런지 한산합니다.
길동무는 섬을 가로질러 가서 예약해 놓은 초원 게스트하우스에 베이스캠프를 잡고 2,3일 묵을 거라고 하네요. 아쉽지만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해변길, 바다 색깔과 돌들의 어울림이 예쁘네요. 오봉리쪽의 마을길, 아직 밭에 자라고 있는 것이 없어 황량한 느낌. 중간중간 공사 중인 곳도.
마을길을 이리저리 돌아서 오르막, 파평 윤씨 공원 앞에 정자에서 잠시 사탕을 먹으면서 바다쪽을 바라보면 잠시 쉽니다.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어느덧 하고수동 해수욕장 쪽으로.

 

아침밥도 걸렀으니 빨리 먹을 곳을 찾아 들어가야겠습니다. 한라산 볶음밥 메뉴가 있는 작은 식당이 있어 들어갔더니 해물볶음 같은 것을 먹은 후에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나옵니다. 혼자서 다니면 메뉴의 제한이 있죠 ^^;
해변이 가까와질수록 먹을 곳은 더 많네요. 이쪽이 우도의 핫플레이스인 듯. 갖가지 메뉴로 유혹하는 카페나 식당이 많습니다.

 

해광식당이 보입니다. 보말전복톳칼국수를 시킵니다. 살아 있는 전복 세 마리가 올라가 있는 냄비가 불에 올려지고 데워지기 시작합니다.
4,5분쯤 지나서 먹으면 된다고 하네요. 톳 가루 때문인지 진한 갈색의 두꺼운 국수의 식감이 독특합니다. 국물은 마늘 맛이 좀 강한 느낌. 길동무에게 한번 와서 먹어보라고 문자를 날립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276324715768621 : 제주 맛집 탐험

 

다 먹은 후에 계산하려고 하는데 알리페이 QR 코드가 있습니다. 이곳에도 중국인들이 많이 오나 보네요. 핀테크 덕분에 점점 여행 다니기가 편해지네요.
http://ya-n-ds.tistory.com/2188 ( 모바일 결제 & 핀테크 )

 

해변 앞에 벤치를 설치해 놓고 돌하르방 인형 같은 것을 놓아 포토존을 만들었네요. 세화의 카페공작소처럼 가게 앞에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을 수 있게 해 놓은 곳들이 늘어가나 봅니다.
바다 빛깔과 풍광에 취해서 걸어가다 보니 어느덧 곧게 뻗은 찻길.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다시 길을 돌아와서 찾아보는데 간세통이 잘 안보이네요.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겨우 찾습니다. 주변에 화려한 볼거리가 많으면 정작 찾는 것은 잘 보이지 않죠, 삶의 한 모습 ^^;

 

조일길에서 해수욕장쪽으로 쭉 뻗은 길, 사진 찍기 좋습니다. 낮이 되면서 점점 삼륜차와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삼륜차와 바퀴가 두꺼운 스쿠터는 전기로 가나 봅니다. 삼륜차는 앞에 운전자가 타고 뒤에는 두 사람까지 탈 수 있는데 커버가 있어서 바람불 때나 비올 때도 타고 다닐 수 있을 듯.

 

조일리 사무소 근처에서 올레길 벗어나 비양도에 잠시 다녀옵니다. 비양도 들어가는 다리 앞에도 먹을 곳이 많네요.
섬 끄트머리의 등대 때문일까요, 땅끝에 온 듯한 기분의 비양도.

 

우도봉을 찾아갑니다. 유채꽃밭, 1인 천원, '밖에서 찍으면 2000원'을 외치는 주인. 유채꽃밭을 앞에 두고 우도봉을 카메라에 넣어봅니다.
능선까지 계단이 이어집니다. 옷을 한꺼풀 벗어 배낭에. 올라왔던 길 뒤로 검은 돌담으로 선 그어진 푸른 밭 사이로 노란 유채꽃밭이 3월의 우도를 수 놓습니다.

오른쪽으로는 비양도와 하고수동 해수욕장, 왼쪽으로는 하우목동항, 그리고 성산일출봉, 한라산, 지미봉이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바람 많이 불던 3월 2일 빼고는 날씨가 좋아 한라산을 많이 보았네요.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276364429097983 : 한라산

 

작년 3월에도 한라산을 보면서 길을 걸었죠. 페북이 지난 일을 알려주어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984323641635398 : 2016년 3월 한라산

 

산책로 내려오는 길, 우도등대공원, 세계의 등대를 축소해서 길 가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름 신경을 쓴 듯. 10년 전쯤 왔을 때는 이런 것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아래쪽의 넓은 벌판에는 말을 태워주는 곳이 있습니다. 달릴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자랑을 합니다.
주차장 앞에 '아이스크림 연구소'라는 독특한 이름의 카페. 우도가 어느덧 '아이스크림'의 본고장이 된 듯한 착각이 듭니다.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두 청년이 힘들어보입니다. 그래도 즐겁겠죠 ^^

 

천진항, 사람들이 북적거립니다. 어제 묵었어야 하는 노닐다에 들릅니다. 카페 앞 나무에 걸린 노란 천들. 예상했던 대로 세월호 참사 후에 걸었다고 하네요.
안에 들어가니 드림캐처를 아이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소품들, 예쁘고 편안하고. 우도에 오면 한번 가볼 만한 곳입니다. 눈사람 땅콩아이스크림을 먹고 잠시 쉬다가 다시 올레길로.
마을길과 밭길. 소 키우는 곳이 있네요. 주위에 까마귀들이 많고. 무슨 관계일까요?

 

마을길과 밭길을 지나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서빈백사. 파란 물빛과 하얀 해변이 대비를 이룹니다. 조용한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사람과 건물로 북적대는 어색함이 느껴지네요. 사진을 찍으며 신나하는 중국인들도 많습니다.


다시 하우목동항. 3시 30분 배를 타고 섬을 나옵니다. 이전에 왔을 때 순환버스를 타고 다녔을 때는 우도봉과 에머랄드 바다 빛만 기억에 남았는데 느리게 걷다보니 이제 여러 풍경이 생각나네요.

 

4시 5분에 710번 버스 타고 제주시로. 자다 깨다 하면서 제주로. 요즘 버스 타고 제주 여행하는 중국인들이 늘었습니다. 싼커(散客)라고 하나요. 승객의 10% 정도는 될 듯. 기사아저씨들이 힘들겠네요.
퇴근 시간 시내에서 많이 막힙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동문로터리 가는 버스로 환승.

 

저녁을 뭘 먹을까? 첫날 아쉬웠던 호떡을 먹어보기로. 클래식한 호떡의 달달함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어묵 하나. 각각 500원씩.

혹시 빙떡을 맛볼 수 있을까 하여 '할망빙떡' 가게로. 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동안 제주 오면서 서너번 먹어보려고 했지만 할망과의 스케쥴이 맞지 않아 실패했는데 오늘 맛보게 되네요.
'무심한' 맛이 매력입니다. 안에 들어간 무의 날 것도 아니고 푹 익지도 아닌 적당한 식감.
잠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북쪽에 살고 있고 몸이 안좋으면 시장에 나오지 않아 종종 가게가 비는 때가 있다고. 첫째날 걸었던 화북 포구 얘기를 해봅니다.
요즘 제주도가 무철이라 맛있다고 합니다. 메밀은 수입산을 쓰는데 찰기가 있어 좋다고. 국산 메밀은 가격이 2.5배 정도 비싸서 쓰지 못하고, 만약 사용하면 한 개에 800원 하는 빙떡을 2000원 정도 받아야 한다고. 두 개를 먹고 일어납니다.
잘 곳 가는 도중 동문 시장 안에서 발견한 '유성식당'. 시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많습니다. 나중에 한번 들려봐야겠네요.

 

옐로우 게스하우스, 스탭이 필요한 내용을 알려줍니다. 본인 예약 확인을 문자로 방 비번 보내는 방법으로 하네요.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루하지 않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조명도 예쁘고 벽에 장식한 올레길 17코스와 18코스도 좋고 ^^
아담한 방, 화장실도 깨끗하고, 침대마다 커튼을 칠 수 있고, 개인 조명이 달려 있네요 ^^

 

먼저 온 사람이 있습니다. 4학년 공대생인데 진로 등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수업 들어가지 않고 여행을 왔다고 합니다.

어제(3월 2일) 왔는데 스쿠터 렌트한 후 타고 가다가 갑자기 뛰쳐 나온 사람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그대로 다행스러운 것은 상대방은 다치지 않고 본인과 스쿠터만 손상되어서 쉽게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광대뼈에 약간 금이 갔고 긁혔는지 얼굴에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일정이 틀어졌다고. 바로 서울로 돌아갈까 하다가 일단 머무르기로 했고, 그런데 갈 곳을 다시 정해야겠다고 ^^;
이런 큰일 당하면 무엇인가 결심하는 것이 있어야겠다고 하여 담배랑 라이터를 그 자리에서 버렸다고 하네요. 당신의 금연을 응원합니다, 홨띵!

 

제주도 동쪽, 서쪽, 남쪽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가봤던 곳들을 이야기해줍니다. 버스 여행할 때 참고해 보라고 그동안 제주도 여행을 적어왔던 블로그 알려줍니다.
http://ya-n-ds.tistory.com/category/%EC%98%AC%EB%93%9CBoy@Jeju

 

물티슈 사러 가면서 저녁 먹는다고 하길래 근처 맛집 알려줍니다 - 장춘식당, 우진 해장국.
갔다 와서 하는 말. 동문시장 회를 너무 먹고 싶은데 씹는 것이 너무 힘들어 못 먹는다는 하소연. 집에 갈 때 한접시 사서 갈까까지 생각. 다음에 친구들이랑 와서 먹으라고 얘기해줍니다.

 

 

p.s. 전날, 다음날 보기
http://ya-n-ds.tistory.com/2807 ( 올레 20코스 : 김녕 ~ 세화 )

http://ya-n-ds.tistory.com/2812 ( 올레 17코스 : 제주시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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