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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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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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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16:19

추워서 눈을 뜹니다. 아직 캄캄. 월욜부터 있던 감기 기운 때문인지 몸이 그닥 좋지 않습니다. 잠은 다시 안오고 그냥 뒹굴뒹굴.
전기 장판 스위치를 눌렀는데 안 켜짐... 나중에 알고보니 콘센트가 빠져 있었네요 ^^;

 

아침 식사 하러 거실로. 쥔장은 '역시' 없고 그릇에 계란이 채워져 있고, 식빵과 쨈은 냉장고 옆에.
후라이를 하려고 했는데 노른자가 깨져 스크램블로. 원두 커피가 없는 게 단점. 봉지 커피도 믹스만 있고 아메리카노 타입이 없네요 ^^
잠시 안주인이 빨리 병원에서 빨리 돌아 오기를 기도하고, 오렌지 쥬스와 함께 토스트, 계란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

 

거실 유리창에 수정액으로 그려져 있는 주변 지도 - 맛집, 카페. 어제 문자로 주인 아주머니가 맛집 리스트를 보내줬는데 여기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제주 먹을 곳에 추가 - http://ya-n-ds.tistory.com/2324

 

숲찾사 사람들이 함께 13코스 가자고 하네요. 그냥 11코스 가기로. 인사하고 집을 나섭니다. 먼저 현금을 좀 찾고.
대정오일장. 그런데, 너무 이른지 이제 짐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쉽지만 빨리 길을 가기로. 큰 길가의 어쩌다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이쪽은 건물 짓느라 먼지도 나고 길도 지저분하네요.

 

용천수가 나온다는 산이물. 동네가 깨끗하고 조용합니다. 맑은 날씨, 잔잔한 바다. 오늘은 가파도 가는 배가 뜰 텐데.
해안도로를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자전거 타고 돌아도 좋을 듯. 잠시 바당길을 숨쉬다가 마을로. 길 중간에 게스트하우스 광고 표시가 있습니다 - 11코스 끝나는 곳에서 픽업 가능하다는 알림과 함께.
평일이라면 올레길은 굳이 잘 곳 예약하지 않고 가다가 중간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전화번호로 연락해도 될 듯.

 

마을을 나와 큰 도로를 건넜는데 길을 놓쳤습니다 ^^; 50m쯤 가다가 이상해서 맞은 편에서 오는 어르신들에게 물으니 저 앞 건물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네요. 한분이 골목 앞까지 오셔서 설명을 해 주십니다 ^^

다시 돌아가 보니 길 건너자마자 풍경재를 담 옆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네요. 마을 분들이 골목길 환경미화 하시는 듯.

 

돌담 안 마늘밭에 스프링클러가 물을 주는데 골목까지 물이 닿습니다. 돌아가는 것 잘 보고 물 맞지 않게 하나,둘, 셋, 뛰고를 서너 번 반복해서 벗어납니다 ㅎㅎ
큰 건물을 짓는지 골목 한쪽은 공사 현장으로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점점 처음 올레길의 모습을 잃어가겠죠.

 

다시 큰길 대정 여자고등학교를 보고 가다 마을길로. 모슬봉 위에 둥근 지붕, 레이다 기지인가요? 갑자기 성주가 생각납니다 ^^;
http://ya-n-ds.tistory.com/2584 ( 사드 @성주 )

 

주변 밭들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심습니다. '뭐에요?' 브로컬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모종을 길러서 심나봅니다.
모슬봉 중간쯤까지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니 마을과 바다가 아름답습니다. 산허리를 돌아가니 묘지들이 많습니다.
묘지 주위에 심어 놓은 야자수가 제주도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ㅎㅎ
산방산과 단산을 바라보는 곳, 소위 말하는 '명당' 자리가 이런 곳이 아닐까 싶네요.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123800807687680&set=pcb.1123801007687660&type=3&theater

 

잠시 후 정상으로 올라가는 포장도로와 만나고 앞에는 오솔길로 들어가는 올레길이 이어집니다.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한 마리가 건너편에서 빤히 쳐다봅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셔터 누르기 바로 직전 숲속으로 사라집니다.
나무와 덩굴이 만들어 놓은 아치를 통해 숲길로.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거미줄이 많네요. 나뭇가지 하나 주워 앞을 헤치면서.

 

트인 곳으로 나와 정상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공동묘지가 많네요. 간새 표시가 있었는데 순간 그냥 지나칩니다. 그런데 한라산 풍경이 너무 멋있어 사진을 찍기 위해 위치를 잡다보니 다시 간새가 있는 곳으로.
어라, 보니까 중간 스탬프 찍는 곳. 멋진 곳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덕분에 도장 찍고.
한라산을 배경으로 단산, 산방산이 형님, 아우의 '가족 사진'을 만듭니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123800881021006&set=pcb.1123801007687660&type=3&theater

 

다시 기분좋은 숲길로. 조금 후에 내리막길. 마을 공동묘지가 많습니다. 오개리, 대정7리. 비석 이름 앞에 붙은 명칭들이 독특합니다 - 儒人, 處士, 訓長, 學生.
여기도 브로콜리를 심고 있네요. 그런데, 이쪽은 넓은 논이 많습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들. 모슬봉 동쪽 지역에서는 올레길 7-1 코스 가면서 하논마을에서만 본 듯.

 

저멀리 십자가와 성모상이 보입니다. 벌써 정난주 마리아 묘? 가까이 가보니 모슬포성당의 공동묘지입니다. 마치 예수와 마리아가 잠든 자들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123757907691970&set=pcb.1123758361025258&type=3&theater

 

마을길을 따라 콩밭이 펼쳐집니다. 김을 매는 아주머니 - 칠갑산 노래가 생각납니다. 노지귤도 익어갑니다.

 

어느덧 정난주 마리아 묘지. 열두 그루의 야자수가 열병을 하듯 길을 인도합니다. 한복옷을 입은 성모상.
묘지터를 둘러 있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고 내려지기까지를 이야기해주는 조형물들. 카톨릭이 상징물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개신교보다 한수 위입니다.
무덤 뒤에 세워진 예수 십자가상. 각도에 따라서 무덤의 봉분과 겹치면서 마치 언덕 위에 십자가로 보입니다.
나오면서 보니까 야자수 사이로 모슬봉이 보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갑니다. 11코스도 천주교 순례길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네요.

 

도로를 따라 가다 다시 마을길로 그리고 다시 큰 찻길. 신평리입니다. 근처에 점심 먹을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잠시 길을 벗어나 무릉리 방향으로 100m쯤 걸어 산동산 식당으로.
가족 단위의 손님도 많고, 건설 현장 인부들도 많네요. 정식 - 고등어와 돼지고기 볶은 것이 주반찬입니다. 괜찮습니다. 돼지고기는 고추장 양념을 했으면 더 좋았을 듯.
푸짐하게 먹고 나옵니다. 아주머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냐고 묻습니다. 올레길 가다가 먹을 데가 없다고 하니까, 반대 방향에는 좀더 먹을 곳이 있다고 합니다. 지도를 보니까 그쪽이 버스 정류장이 있어 좀더 번화하겠네요.

 

드디어 신평-무릉 곶자왈을 걷습니다. 숲으로 들어갔는데 코로 들어오는 냄새가 다릅니다. 큰 나무와 덩굴의 앙상블. 숨을 깊게 내쉬면서 한걸음 한걸음.
너무 외지다는 느낌도 듭니다. 휴대폰 신호가 안잡힐 수 있다는 표지도 있고.
울창한 숲길. 나무들이 살아지고 풀들이 넘실대는 벌판길, 아기자기한 오솔길 등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1시간 30분에 2시간 정도 거리, 750번 버스 타고와 신평리 정류장에서 내려서 무릉리까지의 이 숲길만 걸어도 좋겠네요.
중간중간의 허물어진, 풀과 덩굴에 덮인 돌담은 언제인가 누군가 경작을 했다는 흔적을 알려주네요.

 

마을이 가까와지나 봅니다. 이정표와 알림표시가 중간중간 눈에 띕니다. 곶자왈이 끝나고 마을 숲길. 그런데 '큰 신호'가 옵니다. 대략 난감. 길을 잠시 나와 근심을 해결합니다 ㅋ
신평리 도로와 이어지는 큰 도로. 1.5Km쯤 되는데 숲길을 돌아 4~5Km를 걸었네요.
생태체험학교. 인적은 없고 소 한마리만 묶여서 무료하게 하품을 하며 쳐다봅니다.

 

휴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하는데 안 받습니다. 혼울 게스트하우스는 잘 수 있다고. 찾아가서 짐을 풉니다.
문에서 건물까지 가는 정원을 아주 예쁘게 꾸면 놓았습니다. 손님방은 안채와 독립된 건물이라서 좋습니다. 벽 주위로 항아리들이 둘러서 있습니다.
현관문은 옛날 집 나무 대문처럼 생겼네요. 빗장을 옆으로 뺀 후 문을 엽니다. 아주머니가 차 한잔 권합니다. 방아잎차가 있다네요. 따뜻하게 부탁합니다.
맛이 좋네요. 따뜻한 물로 샤워. 피로를 씻어 냅니다. 속이 조금 안좋아 저녁은 굶기로.

 

다른 손님이 없어 방을 마음대로 사용 가능. TV를 잠시 보다가 '순교자' 읽다가 일찍 잠을 잡니다. 내일 12코스를 기대하며 쿠ㄹㅋ

http://ya-n-ds.tistory.com/2627 ( 셋째날 : 무릉리~용수포구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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