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첫째주 수요일. 오랜만에 강남으로 퇴근을 합니다.
2주 전쯤 걸려온 선배의 전화, 이번 실험실 송년회는 교수님 회갑 축하겸해서 하기로 했다는 - "니, 꼭 온나!"
보통 1년에 두 번 정도, 스승의날이 있는 5월, 그리고 연말인 12월, 모임을 갖는데 한번 정도 참석하거나 못가는 경우가 많았죠.
올해는 프로젝트도 마무리된 시점이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
특별한 행사라서 그런지 많이들 모였습니다. 대구, 대전, 세종시에서도 왔습니다. 연락하느라 고생했을 ㅈㅎ형에게 고맙네요 ^^
이전에 가끔씩 갔던 모임에서 눈에 익은 후배들도 있고, 처음보는 후배들도 있고. Lab이 생긴지 27년 정도 되었으니까 모르는 후배들이 더 많겠죠.
생각해보니 교수님이 가장 변하지 않은 것 같네요, 대학원생이었을 때 봤던 모습과 비슷한 느낌? ㅋ
2차에서 나왔던 교수님에 대한 '뒷담화'에서, 현재 대학원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화난 정도에 따른 몸동작도 안변했네요.
( 갑자기 '세상물정의 물리학'(김범준, 동아시아)의 한 꼭지 '뒷담화를 권한다'가 떠오릅니다~
☞ http://weekly.donga.com/List/3/all/11/96505/1 )
학생 때 교수님을, 웍스테이션 앞에서 전담 마크하느라(당한 걸까?) Max. 레벨까지 경험하며 속병을 앓았던 후배 ㄱㅎ. 덕분에 다른 실험실 멤버들이 조금 편했겠죠 ㅎㅎ.
저녁 식사 후에 OB 소개 시간. 대학원 시절 에피소드가 흘러나옵니다. '응팔' -> '응사' -> '응칠'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MOCVD, Evaporator, E-beam, Hall measurement, 액체질소... 장비와 측정에 얽힌 애환들. 그때는 많이 힘들었겠지만 어느덧 추억이 되었습니다.
나의 대학원 추억은 무엇일까?
- 전류 조절을 잘못해서 Wafer sample 대신 Evaporator 안쪽을 모두 금으로 도금했던 일 - 분해해서 닦고 다시 조이고 ^^
- 현미경처럼 생긴 노광장비로 낑낑 대면서 PR 코팅과 Align을 반복했던 일
- Evaporator 진공 실험할 때, 2시간 정도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영웅문'을 마스터 - 처음에는 논문 들고 가서 읽다가 '전향'해서 김용 무협지의 세계에 눈을 떴네요
- 실험실에 밤까지 있을 때 가끔씩 선배들과 기숙사 목욕탕 가서 몸의 피로 풀기
- 논문에 쓸 MESFET 만들어 I-V 특성 곡선을 얻었을 때의 기쁨 - '졸업할 수 있구나!' ( 처음에는 측정장비 사용법을 잘 몰라 부드러운 곡선이 안나오고 삐뚤빼뚤... 실험 다시해야 하나? TT )
어쩌면 실험실 사람들을 만난 것 자체가 가장 큰 추억일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관계망 그림'처럼 교수님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연결된 것,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기 소개하면서, 작년부터 시작한 올레길 때문에 제주도에 필 꽂혔다고 했더니, ㅅㅇ형이 행사 마치고 나서 다가와 '나도 좀 데리고 가라'고 하네요.
교수님은, 지인 한 분이 은퇴한 후, 2년씩 전세를 얻어서 제주도 지역을 돌아다니며 산다고 하면서, '좋은데 혼자 다니지 말고 누구랑 같이 다니라'는 조언을 해줍니다.
이래도 저래도 제주도는 멋진 곳입니다.
☞ http://ya-n-ds.tistory.com/1850 ( 놀멍 쉬멍 걸으멍 : 제주 )
모처럼의 즐거웠던 시간. 2015년을 마무리하는 행복한 선물이었습니다.
p.s. 예전에, 미드 '앨리의 사랑만들기'에 나오던 곡들이 좋아서 찾아봤던 기억이 있는데,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그때 그노래'도 찾아보게 되네요.
☞ https://namu.wiki/w/%EC%9D%91%EB%8B%B5%ED%95%98%EB%9D%BC%201988/%EC%82%BD%EC%9E%85%EA%B3%A1
제8화 '따뜻한 말 한 마디' 보다가 귀에 들어온 곡, 실험실 사람들에게 띄웁니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썼을 선후배님들에게 '쌩유'을 전하면서. '뮤직~ Q!'
걱정말아요 그대 ( 전인권 )
https://youtu.be/qRIPqn1nGGA
※ 다른 생활의 발견 보기
☞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