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암과 다산 사이

블로그 이미지
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 Total hit
  • Today hit
  • Yesterday hit
05-19 00:01

몸이 개운하네요. 밤에는 추워서 잠시 전기장판을 켰습니다.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어제 20Km 정도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조금 뻐근합니다. 어제 지나온 길들이 떠올려봅니다. 오늘은 어떤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http://ya-n-ds.tistory.com/2374 ( 지리산 둘레길 3코스 : 인월-금계 )

 

아침에 보는 중봉-천왕봉-제석봉의 실루엣이 아름답습니다. 산 사이로 올라오는 붉은 해까지 ^^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지리산 천왕봉을 보면서 맞이하는 느낌, 괜찮네요!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0641416699&set=pcb.886510781416685&type=1&theater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0704750026&set=pcb.886510781416685&type=1&theater

 

민박집에 아침밥을 주문해서 먹고 나서 7:30쯤 나섭니다. 의탄교를 건너서 4코스를 시작.
길을 가다보니 저 멀리 부처님 산이 깍인 곳에 부처님 얼굴이 있습니다. 보면서 가니까 아직 완성된 게 아닌 듯합니다. 그것을 보고 길을 쭉 가는데 조금 이상합니다. 이정표가 안보이네요 ^^; 다시 돌아오다 보니까 다리 건너 얼마 되지 않은 곳게 의중마을로 가는 오르막 계단이 있습니다.
키 작은 이정표는 길 반대편에 있고. 지리산둘레길의 이정표는 통나무를 장승처럼 다듬어 사용하는데, 이 나무가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어둡게 바래져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레길은 간새, 둘레길은 장승...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길을 금방 바로잡아서 다행 ^^

 

계단을 다 올라서면 멋진 소나무가 반겨줍니다. 대숲을 지나 마을 길로 들어섭니다. 서암정사 방향으로 가려는데 표시가 안보이네요. 마을 분에게 물어보니 마을회관 뒤쪽으로 가라고 합니다.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은 것 같은 길을 조금 지나지 호젓한 산길이 나옵니다. 너무 외진 듯 보이기는 하지만 아침의 상쾌한 숲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간에 인천에서 왔다는 부부를 만납니다. 어제 인월에서 시작해서 금계까지 왔다네요. 집에서 새벽 4시쯤 출발해서 8시 전에 인월에 도착, 보리밥집에서 아침을 먹고 9시 전에 길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 보리밥!'
동강까지 간다고 해서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서암정사. 사천왕상이 유명한가 봅니다. 무협영화에서 나오는 문을 연상케하는 대방광문. 안으로 들어가보니 잘가꾸어진 정원의 느낌입니다. 탑들과 조각들이 초록들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자연과 어울리지 못하고 튄다고 해야 하나?
지하에는 굴 법당이 있나보네요. 입구가 닫혀 있습니다. 연못은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 수행하기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절에서 바라보는 산 풍경은 너무 좋습니다.

 

벽송사로. 목장승이 길 좌우에서 인사를 합니다. 오래된 목장승은 절 안에 따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3291416434&set=pcb.886513418083088&type=1&theater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3321416431&set=pcb.886513418083088&type=1&theater


서암정사와 대비된다고 해야될까요.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이전 건물들은 6.25를 지나면서 사라졌고 다 새로 지었나 봅니다. 역사를 보니 한국 불교 선맥(禪脈)의 종가라고 하네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이야기도 있습니다.
절 건물 뒤에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멋지게 솟아 있는 도인송. 미인송은 아픈가 봅니다, '목발'을 짚고 있네요.

 

벽송사에서 송대마을 표지를 보고 오르막을 올라서 능선에 다다릅니다. 조금 가니 용유담, 모전마을쪽으로 내려가라고 가리킵니다. 송대마을로 가는 길은 둘레꾼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마을 주민의 민원 때문에 정식 둘레길에서 뺀 모양입니다. 어딘가 길이 있을 텐데... 아쉽네요.
창원마을 들어갈 때 돌아가는 길처럼 여기도 새로 길을 냈나 봅니다. 그런데 지루한 내리막길입니다. 송대마을로 거쳐서 세동(송전마을)까지 갔다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용유담에서 세동마을까지는 아스팔트길이 있습니다. 중간에 찻길을 벗어나 엄천쪽으로 내려가는 세동마을 표지판이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길이 좁고 험하지만 재미있네요.
다시 아스팔트 길 쪽으로. 세동마을에서 송문교까지 가는 도중에 다시 엄천쪽으로 들어가 논길을 지납니다. 천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 논 풍경이 새롭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9248082505&set=p.886519248082505&type=1&theater

 

어제 만났던 청년 둘이 앞서 가네요. 논길이 끝나고 찻길로 나오니 송문교가 보입니다.

 

특이한 안내판이 있습니다 - '커피 무료입니다... 영업하는 집 아닙니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1261416637&set=p.886511261416637&type=1&theater


그냥 지나쳤다가 물통에 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물 얻을까 해서 올라갑니다. 위쪽에 집이 있고 그 아래에 정원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평안한 얼굴의 어르신이 커피 한잔 하고 가라고 권합니다. 봉지 커피와 물통이 놓여 있습니다. 물을 담고 잠시 앉아 쉽니다.

"물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런 곳이 있어서 좋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되셨어요?"
"더운데 길 가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요"

 

서울에 사시는데 이곳에 처가가 있고 벌초하러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장로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교회 장로님인가 본데, 교회 색깔을 내지 않고 사람들에게 이런 자리를 내주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커피도 한잔 한 뒤 인사를 드리고 나옵니다.

 

송문교 지나서 길이 좁아집니다. 저 멀리 엄천이 왼쪽으로 급하게 돌아갑니다. 세월의 물길이 만들어낸 풍경.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3391315061965&set=p.883391315061965&type=1&theater

 

포장길인데도 조용하고 한적하고 좋습니다. 아마 민박, 팬션이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다랭이 논이 수줍은 듯 산 자락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하늘의 하얀 구름과 함께 잘 어울리네요.

 

고개 넘기 전에 뒤돌아 본 지나온 길은 그 너머로 아련함을 잇습니다, 황매암쪽으로 수성대 가는길, 수성대-배넘이재-장항마을-장항 마을, 창원마을 지나 금계마을, 의중마을에서 선암정사까지, 세동마을의 엄천 옆에 있었던 논길...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3391495061947&set=p.883391495061947&type=1&theater

 

운서마을 가기 전 고개 넘어 구름이 인사하네요.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5251416238&set=p.886515251416238&type=1&theater

 

운서쉼터. 이제 저 아래 동강 마을이 보이고 길이 끝나갑니다.
어느덧 마을. 길을 가다보니 차가 다니는 곳으로 건너갈 다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 위 정자에 계신 아주머니들에게 차 타는 곳을 묻습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다리를 건너라고 하네요. 조금 전 오른쪽으로 꺽었던 길 즈음에 팬시 디자인 같은 건물이 있습니다.
안내 센터라고 생각하고 가까이 갔는데 화장실이네요.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에어콘이 빵빵합니다. 환기가 잘 되게만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장실을 너무 오버하지 않았나, '지리산 둘레길'과 어울리는 디자인가 싶기도 하고.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8445974556499&set=p.888445974556499&type=1&theater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8446171223146&set=p.888446171223146&type=1&theater

 

평상에서 어제부터 만났다 헤어졌던 두 청년이 나무 그늘 평상에서 쉬고 있습니다. 알은 체하면서 오늘 코스 다 끝났는지 묻네요. 그쪽도 오늘 서울 올라간다고.
휴가 내서 2박3일로 1코스부터 걸은 모양입니다. 다리 괜찮냐고 물었더니 걷기 여행은 처음이라서 제대로 준비를 못해 다 탔다고 합니다.
쉬면서 수첩에 적는 것을 본 모양입니다 - '뭘 적는 건가요?' '지나온 길의 생각들이요, 나중에 블로그에 옮기려고'

나중에 시간되면 제주 올레길도 가보라고 얘기해 줍니다. 그동안 모아 놓았던 제주 정보도 알려주고.
http://ya-n-ds.tistory.com/1850 : 놀멍 쉬멍 걸으멍 ( 제주 )

 

서명숙님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산티아고 순례길'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http://blog.daum.net/spdjcj/434 : 제주 올레길, 그것은 하나의 혁명이다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178987 : [저자를 만나다] ‘길 만드는 여자’ 서명숙씨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넙니다. 엄천에서 낚시를 하는 강태공의 모습이 여유롭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6515404749556&set=p.886515404749556&type=1&theater

 

'함양-동강-금계-마천'을 연결하는 군내버스가 30분 정도에 한 대씩 있습니다. 탔는데 혼자서 전세를 내었네요 ㅎㅎ
엄천을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달리는 길 풍경이 즐겁습니다. 그러다가 고개를 넘기도 하고, 산과 논의 푸르름 합주.
낯선 마을 이름들이 지나갑니다 - 동호, 지곡, 유림, 좌촌, 회동, 유평, 옥산, 대천... 할머니 한분이 타시고... 산두, 목현, 임호... 드뎌 함양. 30분간의 '마을 투어' 버스였습니다 ^^

 

버스터미널에 내렸는데, 규모가 좀 작습니다. 서울이나 이런 행선지도 보이지 않고. 물어보니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길 건너 터미널에서 탄다네요.
남원의 문샘에게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어 봅니다. 남원 가면 저녁 시간이 다 되는데, 아버지 저녁 차려 드리려면 시간이 될까 모르겠네요.
'남원으로 와요, 아버지가 저녁 약속이 생겨서 만날 수 있어요!' 이렇게 서울이 아닌 남원에서 샘을 보게 되는군염~

 

남원 가는 버스가 방금 전에 출발했다고 합니다. 다음 차는 50분 정도 기다려야 할 듯. 너무 늦을 것 같은데.
표 파는 아가씨가 인월에 가면 남원 가는 버스가 많다고 알려줍니다. 10분 후에 출발. '함양-인월-실상사-마천-백무동' 버스는 거의 20분 간격이네요.

생각해보니 어제 전주에서 인월 올 때도 직접 오는 버스를 오래 기다릴 것 같으면 남원에 와서 갈아탔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겠네요.
세 명의 손님을 태우고 떠났는데, 10분 정도 후에 두 사람이 내려서 또 나홀로 버스.

 

인월에서 남원가는 버스로 갈아탑니다. 좌석이 거의 다 찼네요. 지리산을 둘러본 차림의 손님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대면서 남원 어디에서 내려야 하고 기사님에게 묻습니다. 짜증내지 않고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 답을 해주시네요 ^^

 

주천, 운봉... 면을 지날 때마다 문자로 위치를 보냅니다. 남원이 가까왔을 때 문샘이 혹시 버스가 한빛중학교에서 서는지 물어보라고 합니다.
버스가 멈추고 문샘이 탑니다 ^^ 재미있는 만남이네요.

 

이제는 추어탕 먹으러. 처음에는 참살이 추어탕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문을 닫아 광한루 쪽으로. 추어탕 거리가 있습니다.
'인터넷 3대 천왕'이 있는데, '남원 사람들의 3대천왕'과는 다르다네요. 문샘의 얘기로는 '고향마루', '부산집', '참살이'.
'고향마루'로 갑니다. 곱게 갈린 담백한 맛. 이틀 동안 걷느라 방전된 몸에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함께 나온 조개 젓갈도 입맛을 돋우네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광한루를 돌아봅니다. 이름 때문인지 '광한루'보다는 '완월정'에 마음이 더 갑니다 ^^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3391765061920&set=p.883391765061920&type=1&theater

 

연못 앞의 나무가 예사롭지 않네요.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8447041223059&set=p.888447041223059&type=1&theater

 

그런데 전체적으로 여느 관광지가 그렇듯이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 ^^;

 

요천을 걸어 봅니다. 자전거 타고 다니면 좋을 것 같네요. 해바라기와 솟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3392298395200&set=p.883392298395200&type=1&theater

어느덧 서울로 갈 시간.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서 18:30분 버스를 탑니다. 사람이 많지 않네요.
88고속도로, 순천완주 고속도로, 익산포항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로.

 

신영복님은 '담론'(돌베개)에서 여행에 대해 떠남, 만남, 돌아옴을 얘기합니다. 돌아옴은 변화된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무엇이 바뀐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나는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떤 변화를 맺을까 궁금해지네요.
https://books.google.co.kr/books?id=YRLDCQAAQBAJ&pg=PT397&lpg=PT397&dq=%EC%8B%A0%EC%98%81%EB%B3%B5+%EB%96%A0%EB%82%A8+%EB%A7%8C%EB%82%A8+%EC%97%AC%ED%96%89+%EB%B3%80%ED%99%94&source=bl&ots=EzCnxX4HAB&sig=4ePCeGkO1UWcno0E876Msw5BHOc&hl=ko&sa=X&ved=0CBwQ6AEwAGoVChMIg8-sx6LBxwIVyXGOCh1fIA-X#v=onepage&q=%EC%8B%A0%EC%98%81%EB%B3%B5%20%EB%96%A0%EB%82%A8%20%EB%A7%8C%EB%82%A8%20%EC%97%AC%ED%96%89%20%EB%B3%80%ED%99%94&f=false

저물어가는 해가 '1박2일'을 배웅합니다.

 

 

p.s. 여행 중 읽었던 '성서의 갈등구조'(폴 D.핸슨, 한국신학연구소)
http://blog.daum.net/nextkey/7

 

대학교 때 읽었던 책인데, 새롭네요. 어쩌면 그때는 이해를 못했을 수도 ^^;
성경에 나타난 형식(Form)과 개혁(Reform)의 긴장 및 보완 관계.
구약에서는 왕-제사장, 사제-묵시적 선견자

신약에서는 바리새인-예수
중세는 카톨릭-수도원,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지금은 개신교-가나안성도?

 

개혁 역시 시간이 지나면 형식이 되어버리고 부패하게 되고 또다른 개혁이 필요하게 되겠죠. 한국 사회, 한국 개신교가 그렇듯이.

http://ya-n-ds.tistory.com/2271 ( 교회의 아픔 )
http://ya-n-ds.tistory.com/2301 ( 가나안 성도 )

 

 

※ 다른 생활의 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

 

AND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4308)
올드Boy다이어리 (528)
올드Boy@Jeju (83)
올드Boy@Road (129)
올드Boy@Book (57)
숨은길찾기 (14)
스펙트럼 (104)
우물밖엿보기 (32)
교회에말걸기 (225)
이어지는글들 (52)
하하호호히히 (73)
어?...아하! (121)
대한늬우스 (1573)
세계는지금 (255)
차한잔의여유 (64)
La Vita E Bella (229)
좋은나라만들기 (91)
트위터세상 (67)
사람&말 (587)
호모파베르 (20)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