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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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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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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00:07

사랑의교회 유년부에서 3년간 함께 했던 두 선생님과 2014년 12월에 송년회를 겸해서 만났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높아 제가 종종 '누님'이라고 부르곤 하죠.

 

순장님이었던 분은 2년 전쯤 새로운 교회를 찾아 정착했고, 다른 한분은 강남역 쪽에서 모이는 북한 선교 모임인 '북한사랑'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서초센터에서 강남역쪽의 건물들을 다 팔고 센터 안으로 부서들을 모으면 다른 교회를 찾아갈 거라고 하네요.

 

2011년 사랑의교회를 나온 후에도 일년에 두세 번씩은 강남역 근처에서 유년부에 남아있던 누님들을 만났습니다.
종종 다른 유년부 선생님들도 함께 해서 교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들을 나누고요.
건축에 대한 이슈들이 불거지고 논문 표절과 같은 담임목사의 부도덕성이 드러나면서 교회의 공식 예배가 아니라 밖에서 예배를 드리는 '마당교인'으로 지내시더라구요.

 

두 선생님과 저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니, 얼마 전에 읽기 시작한 '가나안 성도 교회밖 신앙'의 몇몇 부분이 겹칩니다.
'가나안' 성도는 교회에 '안나가'는(거꾸로 읽으면 가나안이 됩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교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숨막힘 -> 위선 -> 분쟁'

 

'숨막힘'은 교회에서 많은 설교와 교육 등의 프로그램이 있지만 왠지 그것들이 자신(의 신앙)에게 무의미하고 답답한 상태라고 하네요.
저자가 미국의 대학생 선교대회 후에 들었다는 어느 사람의 외침 - "I'm saturated with chiristianity!"

 

제가 사랑의교회를 간 이유는, 주일학교에 대해 뭔가를 배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이전 교회에서 뭔가 생기가 없는 듯한 공동체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나름 '제자훈련'이 잘 되어 있는 교회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한가지 배웠습니다. 그런데 그게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년부 담당교역자가 강조했던 Q.T.를 통해서였네요 ^^
오히려 2년 정도 지나면서, 제자훈련, 다락방 등과 같은 시스템의 한계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정현 목사의 설교가 이상했습니다. 설교 준비를 별로 안한 듯한, 앞뒤가 안맞는, 두리뭉실한...
그리고 건축에 대한 말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게 되는 2010년 봄 무렵, 더 이상 머무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주일학교, 교회공동체에 대한 생각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서, 조금은 작은 규모의 교회(주일학교)로 가도 될 것 같았고, 주일예배에서 설교를 들으면 소위 말하는 '은혜' 대신 갑갑함까지 느껴졌으니까요. 이때 처음으로 설교를 중심으로 하는 개신교의 예배 형식이 최선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네요.

그래서 예수원에서 경험했던 예배가 신선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http://ya-n-ds.tistory.com/1712 ( 송구영신 @예수원 )


2010년까지 유년부 마무리하고 사랑의교회를 '안나가'게 되었습니다. '숨막힘'의 시간에 떠난 거죠.
그 기간 동안 몇몇 샘들과 예배 후에 설교 본문과 내용을 각자의 관점에서 나누던 시간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인내'의 은사가 좀더 있는 성도들은 그 다음 '위선' 단계까지 견디겠네요. 교회가, 교역자들이 말과 행동이 따로 놀 때, 도덕적, 윤리적 결함이 어느 선을 넘게 되면 떠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교회는 떠나지 않더라고 본당 예배에 '안나가'게 되겠죠. 사랑의교회를 생각해보면, 두 선생님을 비롯한 '마당교인'들이 그 예가 될 겁니다.

 

'위선'에서 나타나는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봤을 때 잘못된 행동을 하나님의 뜻이니 영적이니 하는 말로 정당화하는 겁니다.
사도 바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죠.
"우리는 하나님 보시기에 선한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보기에도 선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바르게 하려던 것입니다." ( 고린도후서 8:21 )


자기가 하는 잘못된 일이 옳은 것이라고 이렇게 우길 수도 있겠죠 ^^;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과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 중에,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어느 것이 더 옳은 것인지 한번 판단해 보십시오."
( 사도행전 4:19 )

언젠가 퇴근 길에 신우회의 한 사람과 4대강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교회의 목사님이 한국의 '영적 지도'를 보면 4대강을 따라 무속신앙과 사찰들이 많아서 이 사업을 통해 영적으로 깨끗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신우회원도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고 하더라구요 ^^;
'교황'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십자군 전쟁이 그랬듯이 '장로가카'의 정치적 구호였던 4대강이 기독교인 사이에서 '영적 전쟁'으로 포장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여의도 한 커피집에서 "커피의 영혼을 담은 에스프레소"라고 적힌 커피를 마셨다. 뭐든지 "영혼", "영적"이 들어가면 사람은 훅 낚인다. "설렁탕의 영혼을 뽑아낸 국물맛"이라는 광고에 속지말자. 무조건 영혼, 영적....갖다붙이는 말에 넘어가지 말자.'
( 옥성호님 트윗 )

 

이런 위선은 대부분 돈이나 성과 관련된 부정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성도들 사이의 '분쟁'으로 공론화됩니다.
교회가 더이상 개선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떠나는 사람, 끝까지 교회를 좋게 하려는 성도, 그리고 원인을 제공한 편에 서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남는 교인들로 갈라집니다.

 

사랑의교회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드러낸 것은, 아무리 '제자훈련'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한국교회는 결국 담임목사의 목회 취향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교회의 머리가 예수님이 아닌 담임목사일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환경 속에서 '교회가 뭘까?'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으면 안될 겁니다.
한국에는 '교회론', '목회론' 대신 '교회성장론', '목회기술'이 대세를 이루기에, '맹목적인 믿음'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은 '숨막힘'을 경험하고 '가나안'으로의 여정을 시작하겠죠.

 

두 샘을 만나면서, 그분들이 서초센터에 '안나가'게 되면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사랑의교회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면서 갈등하고 많이 힘들어 했는데, 이제는 지금 나가고 있는 교회에서도, 당신들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가나안' 현상은, 이 책 말미에서도 언급하지만, 교회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제대로 가고 있는가?'
지난해 개봉된 영화 '쿼바디스'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http://ya-n-ds.tistory.com/2199

 

그런 의미에서 실제 교회 밖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질문하며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넓은 의미의 '가나안' 성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현재 한국교회가 체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그리스도인들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교회가 이것을 기회로 삼아 자신을 돌아보며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하나님 나라'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예배당 안에 머무는 것에 만족하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에 따라 교회의 모습이 달라지겠죠.

 


p.s. '안나가'를 뒤집은 '가나안'이란 말은 함석헌님의 글에 처음 나온다고 합니다.
http://egloos.zum.com/chhistory/v/88192 ( (출처: 함석헌, 「한국기독교 무엇을 하려는가」, 『씨알의 소리』1971년 8월호) )

 

여기서는 현상유지를 원하는 교인들이 교회 밖으로 '안나가'는 것과 성경에서 얘기하는 '가나안'으로 가는 소망을 대비시켰네요.
양희송님은 '안나가'='가나안', 함석헌님은 '안나가'!='가나안'으로 사용했지만 '가나안'이 지향점인 것은 동일하네요.

 

 

p.s. '가나안' 성도에 대한 기사들...

 

[인터뷰] 거침없는 복음주의자, 청어람 양희송 실장
기독교적 ‘독해력’이 필요한 시대, “기독교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2951

 

"교회 안 가는 '가나안 성도'서 한국교회 살 길 찾아야"
http://www.yonhapnews.co.kr/culture/2014/11/18/0901000000AKR20141118119400005.HTML

 

교회가 필요 없는 시대 오나?
‘가나안' 교인(Unchurched)이 ‘무교회주의’(Churchless)로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4437

 


※ 명랑만화의 완소북
http://ya-n-ds.tistory.com/tag/완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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